김동원 (noja123 ) [창작]지구유년기의 종말, 그리고 그이후 09/01 00:28 136 line 제목 : 지구 유년기의 종말, 그후 어느 날 1. 언제인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던 과거에 쟝이라고 불렸던 의지가 문 득 눈을 떴다. 지구라고 불렸던 하나의 행성위에 종족을 번식하며 살아가 던 지구인, 쟝의 의식이 눈을 뜬것이다. 쟝의 순수한 에너지의 패턴속에 과거의 기억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오 버로드의 우주선속에 숨어들어가 그들의 행성에서 처음 목격했던 오버마인 드의 그로테스크한 존재양식, 종족진화의 한계에 도달해 어쩔줄 몰라하던 오버로드가 은밀히 그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 그의 후손들이 우주의 주인 인 오버마인드로 흡수되어 가던 지구 유년기의 마지막 광경들이 순간의 에 너지 흐름속에 재생되었다. 각성한 쟝은 주위의 정연하게 짜여진 질서속에 존재하는 순수하고 거대한 에너지를 느낄수 있었다. 쟝의 의식은 그것이 오버마인드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쟝은 오버마인드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불규칙한 에너지 파동을 던져 본다. 그러나, 주위의 잘 짜여진 에너지의 패턴들에 잔물결만 이 일어날뿐 그에게는 어떠한 반응도 돌아 오지 않았다. 쟝은 갑자기 고독이라는 감정이 의식의 심연속에 생겨나는 것을 알수 있 었다. 순식간에 쟝을 사로잡은 고독감은 그에게 불규칙하다 못해 광란에 가까운 에너지파동을 가져왔다. 주위의 질서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지고 백 색의 순수한 에너지가 검붉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때, 강력한 에너지 가 그의 불순한 파동을 엄청난 힘으로 제재하기 시작했다. 고독감에 휩싸 였던 쟝의 의식은 이제 공포로 덜덜 떨고 있었다. 외부로부터의 간섭은 쟝 의 불규칙한 에너지파동에 안정을 가져 왔고, 쟝은 왠일인지 자신이 평온 해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쟝은 자신을 지배하는 평온함에 거부 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에너지가 아닌 물질적 존재로부터 그에게 대화의 손길이 찾아 들 었다. 2. "당신은 누구죠?" '나는 쟝.' "쟝, 오 이럴수가!" '너는 누구냐?' "우리는 오버로드입니다. 어떻게 당신이 오버마인드속에서 당신의 의지를 독립적으로 갖고 있을수 있지요?" '나도 모른다. 너는 어떻게 나의 존재를 알았느냐?' "우리는 오랜 기간 오버마인드를 관찰해오고 있었읍니다. 그런데 갑자기 비정상적인 에너지 패턴이 관측되었죠. 오버마인드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 의 패턴이어서 우리는 단지 대화해 보고 싶었읍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혹시 당신은 마지막 지구인이었던 그 쟝이 아닌가요?" '음, 맞다. 나는 쟝이다. 마지막 지구인이었던.' 쟝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오버로드가 기특하고, 자신이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흐뭇함 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구인들이 오버마인드로 흡수될 당시 같이 흡수되지 않았나하고 우리는 추측하고 있읍니다. 다만 흡수된 당신이 어떻게 오버마 인드로부터 독립된 의지와 의식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알수가 없군요." '지구의 종말이후 무슨일들이 일어났지?' "당신의 지구인들이 오버마인드로 편입된 지도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렀 읍니다. 지금 그들의 존재는 변방의 암흑성운을 제외한 우주 곳곳에 널려 있고, 당신이 알고 있던 우주는 이제 존재하지 않읍니다. 오버마인드의 뜻 대로 우주의 많은 부분들이 개조되었고, 많은 종족들이 그들에게로 흡수되 었읍니다. 지금 오버마인드는 격렬했던 성년기를 끝마치고 조용히 쉬고 있 읍니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채 그들의 안식처에서 무엇인지 모르 지만 어떤것을 준비하고 있었읍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나타난것입니 다." '궁금하군. 바뀌어진 우주의 모습이 이곳은 너무나 조용해서 아주 심심 해. 내가 그들의 일원으로서 있을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답답하고 무료할뿐이야.' 쟝과 오버로드와의 대화가 얼마간 이어졌지만 진화의 패배자로서의 어떤 열등감이 주는 그들의 끝없는 오버마인드에 대한 집착은 더이상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쟝과 오버로드의 대화는 중단되었다. 쟝은 갑자기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이상 그를 알아주 지 않는 이 적막한 공간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쟝은 오버마인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하나씩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 들이 굴절시켜 놓은 시공의 비틀림속에서 내재된 에너지의 운용법을 배웠 고, 에너지패턴이 가지고 있는 정교한 질서속에서 우주의 비밀들을 배울수 있었다. 쟝은 그를 둘러싼 오버마인드로부터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다. 영겁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쟝은 적당한 시기가 왔음을 알수 있었다. 쟝은 마지막으로 오버마인드에게 탈출할것이라는 통보를 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 그에게 돌아온것은 무관심뿐이었다. 쟝은 영원히 침 묵할것 같은 오버마인드를 존경과 두려움의 감정으로 돌아보며 그들의 힘 이 미치지 않는 곳, 암흑성운을 향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3. 머리위로 난 두가닥 뿔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오후의 어느 시간, 오 버로드 몇이 그들의 커다란 날개를 접고 마주 앉아 그들을 혼란에 빠뜨렸 던 존재인 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봐요. 도대체 어떻게 그의 존재를 설명할수 있죠?" 최초로 쟝의 존재를 발견했던 천문과학자가 탄식조로 입을 연다. "글쎄요, 아마 오버마인드의 새로운 실험이 아닐까요? 오버마인드는 오랜 동안 칩거해오고 있었읍니다. 그는 이 우주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거의 전 부 바꾸어도 보았고, 우리같은 종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족들을 진화시켜 서 흡수했어요. 그들은 진정한 우주의 주인이라고 할수 있어요. 이제 그는 자신을 상대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런것 같군요. 더이상의 실험대상이 남아 있지 않으니 결국은 자기자신 을 대상으로 삼을수 밖에요." 천문과학자와 철학자의 열띤 대화를 무심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던 심리 학자가 말을 받는다. "실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오버마인드가 자기 자식을 낳은것이 아닐까요. 이미 장년기에 접어들은 오버마인드가 자신의 유년기의 모습 그대로를 지 니고 있는 자식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죠. 우주의 모든 종족이 그러는 것처럼, 한 단계 더 진화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과거의 본능은 있을수 있으니까요." 침묵이 그들의 주위에 잠시 동안 흐르더니 모임의 좌장격인 가장 오랜 연 륜을 가진것으로 보이는 한 오버로드가 입을 연다. "쟝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가 실험대상이든 자식이든 혹은 심심풀이 장난 이든, 그의 존재는 오버마인드의 뜻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확실하군 요. 어차피 신의 존재란 불가지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이니까요." 그들은 자신이 속해보지 못한 세계를 토론한다는 것에 강한 무력감을 느 끼고 있었다. 영원히 진화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존재를 저주하는것 이외에 는 그들이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4. 마침내 기다리던 때가 왔다. 쟝은 오버마인드의 곁을 떠나 암흑성운속으 로 향했다. 그에게 평안과 안식을 보장해주던 완벽한 이성의 보금자리를 뒤로하고, 그에게 고독과 권태를 강요하던 감정의 볼모지를 뒤로하고 차갑 고 텅빈 암흑을 향해 절제된 사색으로 가득찬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 오 버마인드를 벗어나 쟝은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주의 주인인 오버마인드 는 그의 드러 내놓은 탈출에도 언제나 처럼 무관심하고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인의 품을 떠난 그가 어디로 가서 무슨짓을 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듯이 오버마인드는 묵묵히 스스로 있어야 할곳에 있을 뿐이 다. 쟝은 이제 암흑으로 가득찬 공간속에 서있다. 그는 지금 혼자인것이다. 어떤한 간섭이나 제재도 그가 오버마인드로부터 얻은 능력을 마음대로 사 용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쟝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의식 한가운데로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 고, 오랫동안 참아 왔던 한마디를 신중하지만 벅찬 감동속에 텅빈 암흑속 으로 내지른다. "빛이 있으라." ## 안녕하십니까! 지금까지 읽어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A.C.C의 '지구 유년기의 종말' 은 저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감히 그 소설을 패로디 한다는 것이 송구스럽긴 하지만, 뭐 어쩔수 없죠. 저의 작품(?)들에 보내 주신 강호제현님들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더욱 부 단히 노력하겠읍니다. 1993.9.1 양재동 하마. P.S. 그리고요 원작에서 마지막 살아남았던 사람이 쟝 맞죠? 하도 오래전 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혹시 아니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PRINTER/CAPTURE를 OFF 하시고 Enter를 누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