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현상을 다룬 sf sf라는 말을 들을때, 우리는 많은 것들을 연상할 수 있다. 로봇,우주탐험,미래 혹은 과거로의 여행,..등등. 기타 우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고 채워줄 수 있는 소재들은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듯 많다. 이런 모든 소재을 다룬 sf들은 물론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인간 자체의 문제가 객관적인 상황(적어도 소설적으로는)에 투영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알게논의 무덤에 꽃다발을','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그러나, 과학적인 소재와 인간의 문제가 가장 자연스레 어울려서 그리고 극적으로 엮어지는 sf를 들라면, 역시 천문현상을 다룬 sf. 특히 그로 인한 인간의 재난을 다룬 sf를 꼽을 수 있다. 사실, 많은 소설에서 부분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설정되고 있는데, 가장 빈번한 소재는 역시 혜성의 출현이다. 혹은, 블랙홀등이 지구를 향해서 다가올수도 있고, 소운석이 지구로 추락한 경우를 상정한 소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소설들은 모두 그 설정 자체로 읽는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이며, 재난을 앞에둔, 혹은 재난 후의 인간의 모습에 작가는 많은 의미를 실어서 묘사를 할 수 있다. 최근에 번역된 소설중, 이러한 천문현상에 근거한 sf 소설의 진수라 할 수 있는 두편의 단편이 끼어 있다. 우연히도 둘다 출판사와 역자가 다르면서도 '세계 sf 걸작선'이라는 이름의 책자에 실려 있는데, 그 이름에 부족하지 않은 소설들이다. 바로 '전설의 밤'과 '변하는 달'로서, 이러한 상황 설정을 할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탄을 금할지 않을 수 없다. '전설의 밤'은 사람들은 지구와 아주 유사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행성의 천체적 조건은 지구와 판이한 곳의 얘기이다. 그 곳은 일곱개의 태양이 항상 교대로 하늘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밤이 없으며, 그래서 전기적인 시설에 대한 과학적 발전은 아주 낙후되어 있다. 다른 여타과학도 지구에 조금 뒤떨어져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수세대에 걸쳐 과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지질학자들은 천년마다 모든 문명이 천체적 재난에 의해 사라져 갔음을 발견했고, 며칠 후가 바로 그 날 즉 '전설의 밤'임을 알게 된다. 한편, '변하는 달'에서는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우연히 하늘을 보게 된 한 남자는 달이 무척이나 밝고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달이 계속해서 밝아진다는 점이었고, 급기야는 보름달의 세배 이상으로 커지면서 밝아진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마침 놓여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확인 해본 결과 달 자체의 변화는 아니었다. 그러면? 태양? 달은 계속해서 밝아지고 있었고, 모든 통신은 두절되었고, 술집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달을 보면서 술타령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달이 밝아지도록한 태양이 직접 비치는 지구의 건너편은? 바야흐로, 태양은 신성이 되어 가며 불타고 있는 것이다. 한 남자는 이렇게 지구 최후의 밤을 예견할 수 밖에 없고 시시각각으로 거대한 열풍이 일으키는 태풍과 함께, 날이 밝아오고 있는 것이다! 무심코 펼친 '보통의 공상과학소설 선집 정도'에서 이런 글을 발견하고, 여기 까지 읽어 내린 독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숨돌릴 여유도 없다. 단지, 다음의 책장을 넘길 생각만으로 가득차게 된다. 물론, 이런 sf가 가능할려면, 다양하고 정확한 지식과 뛰어난 발상이 있어야만 한다. 혹여, 야심만만한 sf작가 지망생이라면 남몰래 천문현상을 다루어보려는 생각에서 밤잠을 설칠지도 모른다. 단 한가지 그러나, 뛰어난 상상력의 실마리를 놓지 않고, 도서관에서 천문학 서적을 뒤전여 봄직도 하다. 그러나, 독자는 더욱 행복하다. 우연히 손에 쥔 잡지나 책에 실린 소설에 항성이나, 행성, 그리고 두어가지의 천문학적 용어가 혹여,등장한다면, 잔뜩 긴장한 채 호흡을 가다듬고, 행복히 책장을 넘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어쩌면 이 후 오래도록 sf 책자를 전전하면서 드물고도 귀한 '천문학 sf'를 찾느라 속을 태울지도 모른다. 드디어 당신은 'sf 매니아' 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