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별>이 '지루한' 그 이유 06/26 01:18 41 line - <도시와 별>(A.C.클라크)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 - 아더 C. 클라크의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은 클라크의 다른 작품에 못미친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나로서도 다소 그러한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한 몇달 책상 모투리에 두고 지내다 보니 짚이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10억년을 계속되는 사막의 도시 다이어스퍼와 정신으로 세월을 지탱해온 리스.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심리적 금제. 이런 것들은 기실 스페이스 오페라라면 매우 재미있는 배경이 될만한 독창적인 설정이다. 그리고 범우주적인 신화에 매달린 전혀 다른 지적생물. 자그마한 기계로봇과 다이어스퍼의 중앙컴퓨터.. 그러나, 이 소설의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측면은 이 소설 자체가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내용상 가장 흥미있을듯 싶은 '인간의 과학으로 만들어낸 미친 정신과 처절한 비극'이나 '인류의 태양계 진출과정'. 이런 것들은 이미 까마득한 옛날에 지나가버린 것이다. 게다가 돌파구라는듯 찾아간 몇몇 행성에도 제대로 남아있는 것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에 남겨진 소수의 두 문명.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들과 동행하고 있는 독자들로서는 허망할 수 밖에 없다. '흥미있는 사건'도 이미 10억년전에 다 지나버리고 지금은 아련한 옜예기의 뒤안길에서 무력하게 남겨진 모습은 독자로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다. <파운데이션>을 비롯한 여러 sf소설들에서 우리는 항상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그 '사건'의 숨막히는 현장에 있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도시와 별>은 특이한 소설이다. 작가가 의도했던 아니었던 간에 소설이 가져야 할 상상력의 주요부분을 오히려 독자에게 물려주는 어떻게 말하면 빚을 지는 소설인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굳이 영화화하면 '파리텍사스'와 같은 분위기가 되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너무나도 유한한 한 행성의 사막에서 시간과 대항하고 있는 도시 다이어스퍼와 그 위로 빛나는 무한한 수의 별들. 이 소설속에 들어가 보려는 독자가 '지루함'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도시에서 별을 쳐다보기보다는 머나먼 별들 한가운데 멀찍이 떨어져서 감히 그리고 애처롭게 인류의 미래가 된 도시 다이어스퍼를 조용히 관조해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 땡볕에서 가을을 준비하는 여름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