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린의 'The Crystal Spheres'을 읽고 이기훈 데이비드 브린은 밑에서 여러분이 '떠오르는 행성(startide rising)'등의 작품으로 소개를 해주셨군요. 'The Crystal Spheres'는 1985년 휴고상 수상 작품입니다. 최근에 우리 과소동에서도 Dyson Sphere 얘기가 나오는 참이라 비슷한 'sphere' 얘긴가 싶어 읽어봤습니다. 'The Crystal Spheres'는 하나의 항성계를 감싸고 있는 투명하고 물리적 실체가 있는 구를 말하는데, 우주자체의 원초적인 성질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허구이지요. 그러나, 아주 재미있는 허구입니다. 작품 속에서 인류는 끊임 없이 우주로 진출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마침내 태양계 밖으로 진출할 우주선(seeker)을 진수 시킵니다. 그런데, 전혀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보이지 않는 벽에 광속의 몇 퍼센트의 속도로 충돌하여 계획이 좌절됩니다. 바로 보이지 않는 crystal sphere가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탓인데, 이 충돌로 깨진 조각이 바로 수없이 많은 혜성!으로 지구를 향해 쏟아집니다. 이로 인해 인류는 수세기 동안 쏟아지는 혜성속에서 간신히 살아납니다. 그러나, 인류는 역시 두가지 이유. 즉, 한계에 도달한 지구를 벗어나 넓은 우주로 가겠다는 갈망과 인류이외의 외계지성을 만나겠다는 열망으로 다시 우주진출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생명체가 있을만한 항성계는 모조리 그 '빌어먹을' 수정구로 감싸져 있어서 접촉이 단절되어 있고, 수정구가 없는 항성계는 생명의 가능성이 전무한 것이 아닙니까. 이런 터무니 없는 상황을 분석한 결과, 수정구는 깨질수는 있는 것이다. 다만 반드시 안에서 깨뜨려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나의 은유가 있군요. 무엇일까요?) 인류는 전 지구차원의 우울증에 빠집니다. 이것은 신의 몹쓸 장난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너무도 고독하다! 그러다가, 주인공(몇 안되는 우주탐험가로서 동면을 통해 필요할때마다 깨어나서 수백년 이상을 삽니다)이 드디어, 지성체가 살만하면서도 수정구가 없는 항성계 ('goodstar'라고 하는군요. 이 작가는 두 단어를 합성한 용어를 수도 없이 쓰더군요.)를 발견합니다. 그 항성계의 한 행성에 살던 나타랄인들은 이미 어디론가 떠나버렸는데, 그들도 사실은 그 수정구를 안에서 깨뜨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진화가 뒤진 인류를 위해 남긴 '모노리스'로 알게 된 사실은.. ..줄거리 요약은 이쯤해야 겠군요.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간의 궁금증은 남겨야..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읽으면서, 스토리 전개가 꽤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갖고 시작했는데, 끝으로 갈수록 전 우주차원에서 생명체의 발생과 그 들의 어울림이라는 그럴듯한 주제로 아주 부드럽게 옮겨가더군요. 나타랄인의 행성에서 뭘 발견하는 장면은 클라크의 도시와 별과 다소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볼만한 것은 혜성이란 것이 알고보니, 수정구가 부서져 내린 파편조각이었다라는 당혹스런 착상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만화적인 발상인데, 이런 얘기가 우주진출이 좌절되어 우울증세까지 앓는 인류얘기와 섞여 나오니까,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를때의 그런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더군요. 아뭏든, 과학적으로 다소 불리한(?) 착상으로도 충분히 그럼직한 얘기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예를 하나 목격한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