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암흑의 왼손'과 페미니즘. 03/28 23:04 143 line 암흑의 왼손(The Left Hand of Darkness)에 나타난 feminism '암흑의 왼손'은 어슐러 K 르귄(Ursula K. Le Guin)의 작품 중 sf로서 가장 주목 받는 작품이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의 특이한 설정과 이를 바탕으로 추구되어 있는 주제의식의 선명함에 있는 것 같다. 그 주제 의식이란 아무래도 feminism과 연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차이에서 발생되는 제 문제에 대한 논의를 feminism이라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암흑의 왼손은 겐리 아이라는 지구의 흑인이 게센이라는 겨울행성을 찾아가서 우주연합인 에크멘에의 가입을 설득하려 하는 얘기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큰 줄거리에 여러가지 설정이 구조적으로 잘 엮여져 있다. 그 틀들을 살짝 분리시켜 내놓아 보면, . 우주의 대부분의 인류는 에크멘이라는 지식의 교환과 교역을 위환 우주연합체에 가입해 있으며 이들은 타임점프라는 기술로 그 방대한 공간을 건너서 연결되어 있는데, 우주 변방의 게센 같은 행성은아직 가입이 안되어 있다. .게센 행성은 겨울 행성이다. 즉 사시사철이 지구로 따지면 사실상 겨울인 행성인데 대부분 빙하로 덮여 있어서 영하로 몇 도 안되면 유난히 따뜻한 계절이라고 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 행성의 사람들은 양성인간으로서 케멜기라는 특수한 시기에만 어느쪽이든 성적징후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행성의 인류는, 아울러 지구의 인류도, 모두 해인이라는 하나의 세계에서 실험적으로 만들어 낸 소산이다. .게센 행성은 칼하이드와 올고레인이라는 두 국가가 있는데 칼하이드는 독재적인왕정이며 올고레인은 철저히 관료화된 국가이다. 이러한 설정은 하나의 작품을 이끌어나가면서 여러가지 이 특이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점들을 상상력으로 구성해나가면서 르 귄이 추구해나가려는 문제의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즉, 르 귄이 설정하고 있는 방대한 우주자체의 sf적 설정을 배경으로 게센이라는 특이한 겨울 행성을 무대로 두가지 문제를 탐구해 보는 것이다. 한가지는 양성을 가진 인류를 제기함으로써, 성이 구별 되어 있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역으로 투영해 보는 것이며, 또 하나는 전혀 다른 두 정치체제를 주인공 겐리 아이를 통한 시각으로 대조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암흑의 왼손'은 아무래도 인류가 양성을 가짐으로서 생기는 사회적인 문제를 보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르 귄은 작품에서 한 조사원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해인인들의 한 행성차원의 실험에 대해 이유를 제시하는데, 이 것은 르 귄이 이러한 설정을 해서 소설을 쓴 이유와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바로 주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해인인들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양성의 인간을 창조한 이유에 대한 가설. 1. '늘 성능력을 갖지 않은 인간도 지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문명을 계속 지닐 수 있는가?' 를 확인 해보기 위한 것이였다. 2. '성충동의 평등화로 욕구불만과 성의 남용을 없는' 즉, 성충동으로 인한 낭비와 광기가 없는 인류를 만들어 보기 위함이었다. 3. '조직화된 사회분쟁과 전쟁을 피하는 것이 가능한가 - 전쟁을 남성의 배설행위로 보는 견해에 따른다면' 를 확인 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 것은 해인인들이 '겨울'행성을 택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즉,인간의 생활을지배하는 요소가 추운 기후인 자연이 됨으로써 역시 전쟁을 벌이지 않는 종족을 만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로 게센행성의 사회는 어떠하며 그 곳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 게센에서는 가계를 <육친> 즉 어머니 쪽으로 이어받는다. . 모든 생활,문화 산업,사회구조등이 케멜기와 관련되어 있다. - 즉,어떤식이든지 '성'이란 것이 결국인 인간의 문화를 크게 규정 짓는다.. . 누구나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 즉, 성적인 차이에 의해서 못하는 일은 없다. . 누구나 17살에서 35살 사이에 출산에 매이는 것을 피할 수 없다.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란 없다. . 동의 없는 성행위가 불가능하다. 서로가 유혹당하지 않으면 성적 징후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 강한 것과 약한 것으로 나눠지는 인간적 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인간적 속성에 대한 이러한 분류정도가 아주 약하다. . 아무도 상대를 남성 또는 여성이라 보지 않는다. 또한, '사내다움','여자다움'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적인 자존심에 해당하는 '시그프레솔'이 중요할 뿐이다. . 모성애와 부성애가 구별이 되지 않으므로, 모성애에 속하는 아이들에 대한 소유욕이 덜하다. 위의 얘기들은 7장의 성문제라는 장에서 대부분 얘기되어 지고 있기도 하지만, 책의 전편에 걸쳐서 겐리 아이라는 지구의 흑인 남자의 시선으로 관찰되고 있다. '암흑의 왼손'이라는 작품은 위에 열거한 바와 같이 남성과 여성의 성적인 구별로 인해서 생긴 사회문화적인 현상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그 중의 어떤 것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를 전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그리고, '나쁜 남편'이나 '학대 받는 여자'를등장시키지 않고서도 훌륭하게 작품으로 형상화 해낸 것이다. 한편,이 작품은 주제의식에 간신히 살을 붙인 정도의 수준은 훨씬 벗어나 있다. 지구인 겐리아이와 게센인 에스트라벤이 함께 추적을 피해 도피할 때 빙원에서 두사람간에 '인간적인 -즉 성적인 매력과 무관한' 우정이 싹트는 부분이라든지, 작품의 말미에 게센에 도착한 다른 지구인들을 (항상 케멜기 절정에 도달해 있어서 성적인 징후를 드러낸) 만났을 때의 겐리 아이의 생경한 시선 같은 부분에서 정말 잘 드러난다. 좋은 작품에서 가끔씩 드러날 수 있는 절정의 솜씨들인 것이다. 덧붙이자면, 겐리 아이라는 지구인이 마침 흑인인 점도 재미 있는 듯 하고, 겐리 아이라는 인물에 드러난 개척자 혹은 이방인의 이미지라든가,에스트라벤에서 구현된 선각자적 이미지 같은 것들. 그리고, 작품의 전편에 깔려 있는 전설,민담들의 색채. 이런 것들은, 이 작품이 하나의 빈곤한 아이디어에 매달려 이어지는 글과는 얼마나 격을 달리 하는지 읽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다만, 어딘지 동화적인 분위기가 조금 감도는 것이 아쉽기는 한데 이 것은 아마도 르 귄 특유의 필치탓인지도 모르겠다. 禪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