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dante2 ) Dog Star # 1/2 [단편] 10/15 15:14 142 line Dog Star # 1/2 ---------------��---------------------------------------------- 천랑성(�H煬��) Arthur C. Clarke 번역: 박 동욱 ( dante2 ) 라이카가 필사적으로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처음에는 그것을 성가시게만 여겼었다. 침상에서 몸을 뒤척이며 나는 졸음 속에 중얼거렸다. "시끄럽다, 이 바보 같은 녀석." 그러나 그 꿈결 같은 찰나의 순간은 불과 몇 분의 일초도 지속되지 않았다. 문득 의식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두려움이 엄습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광기에 대한 두려움이. 잠시동안 나는 감히 눈을 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가 무엇을 보게 될 지 두려웠다. 이성은 내게 이 세계에는 어떠한 개도 발을 디딘 적이 없었노라고 말해주었다. 라이카는 내게서 25만 마일의 거리라는 공간으로 떨어져 있었고, 그보다도 더 돌이킬 수 없는 5 년이라는 시간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고. "꿈을 꾸고 있었던게야." 나는 스스로에게 화가 치밀어 말했다. "바보 짓은 이제 그만 두자. 두 눈을 떠! 기껏해야 벽면 �A인트가 반짝이는 것 말고 뭐가 보이겠어." 물론 그 생각이 맞았다. 자그마한 나의 방은 비어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뭔가 멋진 꿈이 단조로운 현실 속으로 스러져 갈 때 종종 고개를 쳐들곤 하는 초월적인 슬픔에 압도되어 나는 내 자신의 회상만을 부둥켜 안은 채 혼자 있었다. 그 상실감에 너무도 쓸쓸해진 나머지 나는 다시금 잠 속으로 빠져들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것은 다행이었다. 그 당시에 잠이 들었더라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5 초쯤 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영원과도 같은 순간 동안, 나는 다시 지구에 있던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일말의 위안이라도 얻어보고자. 천문대원들이 몇 번인가 조회도 해봤고, 내 쪽에선 파사데나의 신문사들에 광고도 여러 번 실어봤지만, 라이카가 어디서 왔는지는 결국 아무도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라이카를 발견한 것은 팔로마(Palomar)로 차를 몰고 올라가던 어느 여름날 저녁이었다. 길을 잃고 불안에 떨고 있는 자그마한 솜털 덩어리가 노변에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다. 개는 물론이고 어떤 동물도 좋아하지는 않는 나였지만 그토록 애처롭고 작은 생명을 지나가는 차들의 위험 앞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도저히 없었다. 한편으로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장갑이라도 있었으면 하면서 나는 그 강아지를 집어올려 짐칸에 떨궈 놓았다. 새로 산 내 '92년형 비크(Vik)의 내부 장식물들을 망쳐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이라면 별다른 말썽을 떨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그같은 생각은 다소 빗나가고 말았다. 다음 한 주 동안 나는 천문학자들의 주택 지역인 마너스테리(Monastery)에서 지내게 될 예정이었다. 그곳에 차를 주차시킨 뒤 그다지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내 습득물을 살펴보았다. 그 쯤에서 그 강아지를 이곳 관리인에게 건네줄 셈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애처롭게 끙끙거리며 두 눈을 떠보였던 것이다. 그 두 눈에는 나에 대한 녀석의 애처로운 신뢰의 표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 바람에--,어쩌겠는가, 나는 그만 마음을 고쳐먹고 말았다. 때로는 그 결정을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결코 오래 간 적은 없었다. 자라나는 강아지가 고의든 아니든 얼마나 심한 말썽을 피울 수 있는지 그 때는 꿈에도 몰랐었다. 세탁비와 수리비 청구액은 마구 치솟아 올랐고, 성해나는 양말이 없었으며, 배달되어 오는 '천체 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L마다 죄다 짓씹어놓곤 하였다. 하지만 그러던 라이카도 드디어는 집과 천문대 양쪽에 대해 길들여졌다. 천문대의 그 200 인치 돔(dome)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가된 개는 아마도 라이카 밖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망원경 조정실에 올라가 기계 장비를 조정하고 있는 동안 라이카는 그 아래의 그늘진 곳에 몇 시간 씩이나 조용히 누워있곤 하였다. 간간히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라이카는 흡족해 했다. 다른 천문학자들 역시 라이카를 좋아하게 되었다(라이카라는 이름을 제안한 것은 연세 지긋한 앤더슨 박사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라이카는 나의 개였다. 녀석은 다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뭐 내 말이라고 항상 잘 들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라이카는 아름다운 모습을 한, 95 퍼센트 정도의 독일산 셰퍼드 혈통을 가진 개였다. 라이카가 버림 받게 된 것은 바로 그 5 퍼센트의 잡종 혈통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을 생각할 때면 지금도 분노가 치솟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여부를 알 수 없는 이상 내가 섣불리 그릇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라이카의 전신은 두 눈 위의 검은 반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거무칙칙한 회색이었고, 털가죽은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라이카가 두 귀를 쫑긋 세울 때면 믿을 수 없으리 만치 영리하고 기민해 보였다. 때때로 나는 동료들과 함께 항성 진화의 스�B트럼 유형에 대해 토론하곤 했었는데, 그럴 때면 마치 우리의 대화를 알아듣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나는 라이카가 왜 그토록 내게 애착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사귄 친구가 한 손에 꼽을 정도도 안되는 나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내가 얼마간 자리를 비웠다가 천문대로 돌아오는 날이면 라이카는 기뻐서 거의 미친 듯이 날뛰곤 했다. 뒷다리로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도 하고 자신의 앞발을 내 어깨 위에 --그쯤은 라이카에겐 아주 쉬운 일이었다-- 올려놓았으며, 내내 그렇게 큰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시리 나지막한 낑낑 소리를 내가며 기쁨을 표시했다. 나는 한 번에 며칠 이상은 라이카에게서 떨어져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해외 여행시에는 데려갈 수 없었지만 좀더 짧은 여행일 경우에는 대부분 라이카를 데리고 다녔다. 버클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그 운명의 세미나에 참석차 북쪽으로 차를 몰고 갔을 때도 라이카는 나와 함께 갔었다. 우리는 대학의 친분있는 이들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들은 정중하게 대해주긴 했지만, 집안에 괴물을 하나 들여놓게 되리라고는 분명히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라이카가 사람들에게 조금도 폐를 끼친 적이 없었노라고 그들을 안심시켰고, 다소 마지못해 하면서 그들은 라이카가 거실에서 자도록 해주었다. "오늘 밤엔 강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겁니다,"하고 내가 말했다. "이곳 버클리에는 강도 같은건 없습니다." 그들이 다소 냉랭한 어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한 밤중이 되었을 때 그들의 얘기는 틀린 것 같아 보였다. 라이카가 신경질적이고 높은 소리로 짖어대는 통에 나는 잠을 깼던 것이다. 라이카가 그렇게 짖는 소리는 그 전에 꼭 한 번, 녀석이 암소를 처음 보고는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몰라 놀랐을 때 들은 적이 있을 뿐이었다. 욕설을 내뱉으면서 나는 시트를 젖혀버리고 생소한 집의 어두운 실내로 더듬거리며 나왔다. 당시에 내 머리 속을 주로 차지하고 있던 생각은 라이카가 주인집 식구들을 깨우기 전에 입을 다물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이미 너무 늦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설령 침입자가 있었다 해도 그때쯤은 벌써 줄행랑 놨을게 틀림없었다. 사실 그랬기를 나는 바라고 있었다. 잠시동안 계단 꼭대기의 실내등 스위치 옆에서 나는 등을 켤까 말까 망설이며 서있었다. 그러다가 "시끄러워, 라이카!"하고 호통치면서 실내 전체를 대낮처럼 밝혔다. 라이카는 미친 듯이 문을 긁어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때때로 긁는 짓을 멈추고는 그 신경질적인 소리로 컹컹 짖어댔다. "정 나가고 싶다면,"하고 나는 성이 나서 소리쳤다. "그렇게 난리치지 않아도 돼." 내가 계단을 내려가서 빗장을 벗겨주자 라이카는 밤의 어둠 속으로 로케트처럼 뛰쳐나갔다. 밤공기는 매우 평온하고 쥐죽은 듯 고요했다. 단지 하현 달빛만이 샌프란시스코의 짙은 안개 사이로 간신히 비춰내리고 있었다. 나는 달빛에 부옇게 빛나는 안개 속에 서서 물건너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다보면서, 돌아오면 따끔하게 야단쳐주려고 라이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20세기 들어 두 번째로 산 안드레아 단층(the San Andreas Fault)이 잠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이상스럽게도 나는 겁에 질리지를 않았다--적어도 처음에는. 내가 위험을 깨닫게 되기 직전의 그 한 순간에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던 것이 기억난다. 이런 일은 분명 지구 물리학자들이 뭔가 사전경고 같은 것을 발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는 연이어 스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지진이란게 세상에 이토록 엄청난 굉음을 내는 줄이야!" 이것이 평범한 지진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은 바로 그 때쯤이었다. 그 다음부터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을 따름이다. 적십자사에서는 다음날 아침 아주 늦게까지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내가 라이카를 버려두고 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의 시체를 품은 채 산산히 무너져 내려버린 집들을 바라보면서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은 라이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헬리콥터 파일럿들이 그런 것을 이해할 턱이 없었고, 불길과 폐허 속을 헤매고 돌아다니고 있던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미쳐버린 것이라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박동욱 (dante2 ) Dog Star # 2/2 [단편] 10/15 15:16 187 line Dog Star # 2/2 ---------------��----------------------------------------------- 천랑성(�H煬��) Arthur C. Clarke 번역: 박 동욱 ( dante2 ) 그 일이 있은 후로 우리가 몇 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내가 적극적으로 비사회적이나 염세적이 되어버린 것도 아니면서 갈수록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충고해 주었고, 그것은 나로서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얘기였다. 하지만 별과 라이카 둘만 있으면 나의 모든 욕구는 채워질 수 있었다. 우리 둘은 함께 오랫동안 산길을 산책하곤 했다. 그 때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한 나날에는 단 한 가지 흠이 있었다. 라이카로선 알리가 없었지만 그 모든 나날들은 머지 않아 끝날 수 밖에 없음을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일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십 년 이상을 계획해왔었다. 1960년대 당시부터 이미 지구는 천문대를 세우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라는 사실이 인식되었던 바 있다. 반면에 소형의 시험적인 장비 조차도 달에 놓여지게 되면 흐리고 탁한 지구 대기를 통해 내다보고 있는 어떠한 망원경보다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마운트 윌슨, 팔로마, 그리니지, 그리고 그밖의 쟁쟁한 명성을 날리던 천문대들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그곳들은 여전히 교육 목적으로 사용되기는 하겠지만, 미개척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주로 진출해야만 했다. 나도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실상 나는 이미 파사이드 천문대(번역자 餐: Farside Observatory라는 이름으로부터 월면 뒷쪽에 자리잡은 천문대임을 알 수 있다)의 부대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고 있었다. 그곳에서 몇 달만 있으면 내가 여러 해동안 매달려왔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게 된다면 나는 마치 갑자기 앞을 볼 수 있게 된 장님과도 같아질 것이었다. 물론 라이카를 데려간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월면에 데려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들은 실험용으로 필요한 것들 뿐이었다. 애완동물을 데려갈 수 있게 되려면 적어도 한 세대는 지나야 할 것이었다. 설사 허용되는 날이 온다 해도 그들을 데려가고 또 계속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비가 소요될 것이었다. 계산해보니 라이카에게 늘 하던 대로 하루 2 파운드의 고기를 먹이려면 그다지 적지 않은 내 월급인데도 그 몇 배가 들어갈 판이었다. 선택의 여지는 둘중의 하나 밖에 없었다. 지구에 남아 성공의 길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달로 떠나버리는, 그래서 라이카를 버리는 길 뿐이었던 것이다. 사실 라이카는 개에 불과하지 않은가. 십여 년쯤 후면 라이카는 수명을 다해 죽을테고, 그 때쯤이면 나는 내 전문직의 절정에 이르러 있어야 했다. 정신이 올바로 박힌 사람치고 그같은 문제를 놓고 망설이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내가 왜 망설였는지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더이상 내가 아무리 얘기해봐야 헛수고에 불과할 따름이다. 결국 나는 일이 저절로 되어가는대로 내버려두고 말았다. 떠나기로 예정된 바로 그 주가 닥칠 때까지도 여전히 나는 라이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계획도 세워놓지 않고 있었다. 앤더슨 박사가 라이카를 돌보겠노라고 자청하고 나섰을 때 나는 멍한 상태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고맙다는 인사 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 연세 지긋한 물리학자와 그의 부인은 예전부터 라이카를 좋아했던 터라 그런 나의 모습이 냉담하고 무정하게 비쳤던 것 같다. 그러나 진실은 그 정반대였다. 우리 둘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산으로 함께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나서 나는 앤더슨 부부에게 아무 말 없이 라이카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두번 다시는 라이카를 보지 못했다. 이륙은 심한 태양 폭풍(flare storm)이 지구 궤도를 지나가 버릴 때까지 기다리느라 거의 스물 네 시간이나 지연되었다. 그리고나서도 밴앨런대의 활동성이 여전히 심했기 때문에 우리는 북극점의 갭(North Polar Gap)을 통해 떠나지 않으면 안되었다. 비행은 괴로왔다. 무중력 때문에 겪게 되는 일상적인 문제는 그렇다 하고, 우리는 모두가 항방사능 약제의 복용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의 우주선은 이미 달의 뒷면 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도 나는 진행 상황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느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나는 지구가 월평선 밑으로 지는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다지 아쉬웠던 것도 아니다. 나는 라이카를 상기시키는 것들은 보고 싶지 않았고, 오직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할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했던 누군가를 버린 인간이었고, 라이카가 강아지였을 때 팔로마로 가는 먼지투성이 도로변에 버려두었던 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라이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였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앤더슨 부부는 최선을 다했던 모양으로, 그 일로 매우 동요되어 있었다. 미루어 보건대 라이카는 그저 삶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던 모양이었다. 그 후 얼마 동안은 나 역시 마찬가지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일이란 놀라운 진통제였고, 나의 계획은 마악 실행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라이카를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얼마 안 가 그 생각 때문에 가슴이 저며오는 일은 없어졌다. 그런데 왜 5 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그것도 이 달의 뒷면에서, 그 생각이 다시금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내려 골몰해 있을 때 나를 둘러싼 금속제 건물이 마치 격심하게 강타당한 것처럼 드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행동을 취했다. 건물 기초가 아래로부터 미끄러져 나가면서 벽이 갈라져 나갔다. 그 틈새로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던 공기의 소리가 이내 죽어버렸을 때쯤에는 나는 이미 비상 우주복의 헬멧을 닫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전체 경보 버튼을 눌렀고, 덕분에 그 진동--그 때까지 달 뒷면에서 기록된 것들중 최악의 진동이었다--이 천문대의 기밀(屍�[) 돔 세 곳을 모두 쩌개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지 두 명의 사상자 밖에 내지 않았다. 내가 초자연적 현상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때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며, 그것은 심리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구라도 명백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두 번째 대지진 당시, 임박해오던 재난을 감지했던 개가 비단 라이카 뿐만은 아니었다. 그같은 케이스는 여럿 보고되었었다. 파사이드에서는 내자신의 기억이 그처럼 고양된 주의력을 부여했음에 틀림없다. 결코 잠드는 법이 없는 잠재의식이 달 내부로부터 경미하게 울려온 최초의 진동을 감지했을 때 말이다. 인간의 정신이란 기묘하고도 미궁과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데가 있다. 그것은 내게 가장 신속히 위험을 일깨울 수 있는 신호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란 단지 그것 뿐이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두 경우 모두 라이카가 나를 깨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테지만 다른 불가사의한 이유란 전혀 없다. 그 어떤 인간이나 개도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심연을 가로질러 기적적인 경고가 전해져온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점만은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잠에서 깨어날 때면, 그래서 달의 침묵 속에 눈을 뜰 때면 그 꿈이 단 몇 초만이라도 더 지속되었더라면 하는 헛된 소망에 빠져든다. 그래서 그 총명하게 빛나던 갈색 눈을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다시 볼 수 있었더라면. 이 곳에서도, 그 어떤 다른 세계에서도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이기심 모르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넘치던 라이카의 그 두 눈을. DOG STAR --[Dog Star 배경 설명]------------------------------------------ * 천랑성에 나오는 지명들의 좌표를 이용해 지도에서 찾아보십시오 * the Dog Star: [�H] 시리우스(Sirius), 천랑성(�H煬��) Pasadena: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 북위 34도 08분 44초, 서경 118도 08분 41초. 고도 830 피트 Palomar: (Mt. Palomar)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산 ((200 인치 반사 망원경을 갖춘 천문대가 있음)) Berkeley: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도시. 북위 37도 52분 10초. 서경 122도 16분 17초. 고도 40 피트 San Francisco: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 북위 37도 46분 39초. 서경 122도 24분 40초. 고도 65 피트. 1906년 4월 18일에서 19일 사이에 진도 8.3의 지진으로 503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가 있었다. the San Andreas Fault: 산 안드레아 단층. 시각적 설명이 필요한 분은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Super Man I' 참조 바람 Mount Wilson: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 해발 14,246 피트 Greenwich: 그리니지. 런던 동남부 교외의 이름 ((본초 자오선의 기점인 천문대의 소재지)) solar flare: 태양면 폭발 플레어 Van Allen (radiation) belt: 밴앨런闇. 지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방사능대. 1958년에 미국의 Van Allen이 로켓으로 관측 발견하였다. 높은 에너지의 양자나 전자 등이 지구의 자계에 끌려 층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서, 방사선의 강도는 적도상 약 4,000 Km 및 16,000 Km 부근에서 극대화되며, 마치 두 개의 도우넛이 지구를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다. 1968년 12월 21일 발사된 미국 우주선 아폴로 8호가 최초로 밴앨런대를 통과하여 방사능을 측정하였다. 달의 거리와 암흑면: American ephemeris(천체 위치 추산력)에 따르면,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 거리는 238,857 마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의 지구 공전 궤도는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므로 지구로부터의 최대 거리는 252,710 마일까지 멀어질 수 있으며, 최단 거리는 221,463 마일이다. 달은 지구를 한 바퀴 공전하는 동안에 스스로도 정확히 한 바퀴 자전을 하므로 지구에는 항상 같은 면만을 보여주어 그 뒷쪽(far side)의 암흑면은 우리 시야로부터 감춰져 있다. 그러나 그 경선과 위선의 칭동(�o�a: libration -- 평동이라고도 한다) 효과 때문에 일정 기간에 걸쳐 달 표면의 총 60 퍼센트 정도를 관찰할 수 있다. 달의 감춰진 면은 1959년에 소비에트 연방의 우주선 Lunik III에 의해 최초로 사진촬영되었으며, 그 이후로 미국에서 발사한 Lunar Orbiter들에 의해 달 표면 거의 전부에 대한 양질의 사진들이 지구로 전송된 바 있다. 달의 뒷면은 대부분이 산으로 되어 있어 바다라고 불리우는 평탄한 부분이 적으며, 엄청나게 많은 분화구가 있다고 한다. 이름이 붙여진 바다로는 '모스크바' 와 '꿈의 바다'의 두 개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 PRINTER/CAPTURE를 OFF 하시고 Enter를 누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