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sf와 과학소설동호회 이기훈 과학소설이라는 쟝르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항상 우리를 즐겁 게 한다. 어릴적의 '공상과학'의 세계가 주는 흥분이 여전히 살아 있는 가 하면, 지나가다가 읽어본 sf에서 적잖은 상징성과 문학성을 목격하 고는 가끔 경악해보기도 하는 그런 재미까지도 느낄 수가 있다. 하지 만, 모두들 한번쯤은 겪어봤듯이 문득 고향을 찾듯이 떠올리게 되는 쪽 에는 'hard sf' 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드 sf. 꼭 맞는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아뭏든 상당히 과학적이 고대단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하드 sf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곰 곰히 따져보기에는 좀 벅찬 구석이 있다. 대신에 좀 우회해서 이렇게 가볍게 자문해보는 건 어떨까. '과소동에는 왜 hard sf가 드물까?' 좀 우문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나부터라도 누구 묻는다면, 그야... 1. 과학적 지식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2. 아마츄어가 그런 걸 쓸 수 있겠느냐,정도의 성의 없음직한 대답이 쉽게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개운치 않다. 정말 그런 것일까? 반론: 1. 과연 하드 sf를 쓰는데 그리 대단한 과학적지식이 필요한가? 어떤 과 학적 분야에 대한 비전공자라면 꼭 도서관을 샅샅이 몇 달씩 뒤져야 할 정도인가? :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장편이라면 모를까 단편 하나 쓸 정도의 과 학적 지식은 주변의 백과사전이나 관련 서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는 단편을 그저 분량에만 근거해서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다 만, 의외로 주변에서 정보를 찾기가 쉽다는 점과 하드 sf라는 것이 꼭 철저하고 많은 과학지식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다. 사실,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 들에나오는 인상적인 장면이나 설정을 생각해봐도 그리 대단한 지식이 깔려있는 것은 아니다. 클라크의 <라 마와의 랑데뷰>에서 나오는 설정들, 즉, 회전하는 원통형의 우주선 속 의 원통좌표계의 중력계. 그리고, 태양에 근접함에 따라 '바다'가 아래 에서 부터 녹아서, 봄에 개천이 녹는 모습과는 달리 얼음이 밑으로 함 몰해버리는 그 의외성. 이런 점들이 근거한 과학은 그리 대단한 것만은 아니다. 중성자별을 소재로 쓴 니븐의 <중성자 별>이나 로버트 포워드 의 <용의 알> 같은 작품도 꽤나 뛰어나지만 과연 복습겸으로 그 책들의 기초자료를 찾아본다면 누구나 하루면 도서관이나 서가의 책에서 찾 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중요한 점은 이 것인지 모르겠다. 추리소설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주인공과 악당이 움직이고, 역사소설은 흐르는 역사 위에서 주인 공이 이리저리 움직여서 소설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하드 sf는 누가 소설을 이끄는가? 바로 자연현상이나 혹은 과학이 아닐까 한다. 좁고 단순하게 얘기한다면 '드라마'를 우주선을 타고 뛰어다니는 주인공이 아니라 바로 '과학'이 이끌고 클라이막스를 넘고 종결시켜야 한다는 점 이다. 바로 이 점이 확실하다면 그 '과학'이 좀 틀린 것이거나 유치해도 하드 sf라고 불리우는데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다. 2. 아마추어가 하드 sf를 쓸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sf ( 굳이 이렇게 sf를 산산조각 내어서 부르자면) 라고 해서 아마 추어가 '감히' 어찌 쓰겠는가? 좀더 섬세하게 말하자면 아마추어는 '훌 륭한' sf를 쓰기가 힘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렇게 생각한다. 이 제는 과소동에서도 '과학 현상'이 배경이 아닌 주인공이 된 소설들을 너 도 나도 시도해봄직도 하다고 생각한다. 개입되는 과학지식이 짧고 얕 으면 또 어떤가? 행복한 아마츄어라는 특권이 과소동에는 있다. 사실, 과학소설의 배경을 넣으면서 '이게 과연 어느 정도 과학적일까?'라고 고민하는 반 정도는 '이 소설에서 과학현상은 어느 정도의 배역을 맡은 걸까?'라고도 한 번 생각 해봄직 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