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sf의 명장면들'을 시작하며.. 훌륭한 작품을 읽노라면 어느새 펼쳐진 책위로 스크린 하나가 오버랩되서 보이는 듯 싶을때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주인공이 세 개나 되는 파란 태양 아래서 고대인류의 유적을 답사하고 있기도 하고,화면이 바뀌면 ,인간이 되고싶어하는 로봇이 뒤뚱거리면서 거리를 헤메는 장면도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 상상의 스크린이란게 딱히 필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멀뚱한 흑백의 글씨만 백지위에서 체조를 하고 있으니, 잠시만 한눈을 팔면 어느새 기억의 저 뒤편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그런점에서 '진짜' 스크린에 비치는 영화들은 좀 은근한 맛은 없어도 편리하기는 하죠. 아카데미 시상식 같은 때 보면 '흘러간 명화'들의 멋진 장면들이 숨가쁘게 대형스크린에 비쳐지고 갈채를 받습니다. 참 멋이 있더군요. 그런데, 우리가 재미있게 보고 던져두었던 sf에는 그런 장면들이 없었을까요. 어쩌면 인상적인 '명장면'들이 두꺼운 책 한두페이지에 얌전히 작품전체의 표지판처럼 서있다가 급히 줄거리를 쫓아가는 우리들의 창가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얼마나 아까운 일입니까.보기보다 음미할 만한 대목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지도.. 후. 이 쯤 되면 이제 줄거리도 결말도 다 아는데,하고 구석에 던져둔 책 몇 권을 새삼 뒤적거려보게도 됩니다. 게다가 이런 것도 있잖습니까.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가물가물한게 한두 대목밖에 생각이 안나네..'하는 바로 그 장면! 그런 것들도 한번씩 궁금해지면 되짚어보게도 되죠. 읽은 책도 얼마 없는데 새 책은 안나오고 영어는 어렵고, 하하. 이왕 이런 김에 느긋하게 그런 '명장면'들이 어디 없었나 한번 기웃거려 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한 장면씩 발굴해다가 게시판 벽에 걸어놓으시면 어떻습니까. 사이버 스페이스이지만 조촐한 전시회 기분은 나겠지요? 허허. 禪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