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광산에서의 사이코드라마 .. 달기지. 얼음광산. ..%^&^^.. 즉시, 제 3종 정신과 의사 김지섭은 작업을 준비@#!@ 긴급. *((^ - 기획팀 실장 - 제기랄, 메시지 화일이 깨졌군. 달기지는 뭐고, 또 얼음광산은 뭐야. 지섭은 채 메시지를 읽지도 않고 중얼거렸다. 이제는 툭하면 달이군. 도대체 지구 에선 치료가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게다가 얼음이라니.. 큰 소리 쳐대던 기획팀이 또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나 보군. 찬 얼음이나 만지면 미친 사람 들이 제정신이라도 든다는 소린지 원 참. 아무튼 서둘러야겠군. 지섭은 간밤의 숙취탓인지 머리가 어찔거렸지만, 간만의 큰 작업이라 서둘 러 궤도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어쩌면 이렇게 갑작스레 자신을 작업장 에 사전지식 없이 밀어넣는 기획팀의 숨은 의도가 자신을 좌천시키려는 계 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지섭은 한층 더 긴장이 되었다. 서서히 엘리베이 터가 움직였다. 지섭은 언제나 엘리베이터에 전망창이라도 하나 달아야 한 다고 생각했다. 멀미는 안나더라도 보통 엘리베이터하고 차이는 나야 할 것 아닌가. 이런 저런 불평을 떠올리면서도 지섭은 최근에 발표된 논문중 달, 얼음에 관계된 문헌중에 짚히는 게 있나 더듬어 보았다. 환자들에 해당되는 증후군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일이 한결 쉬워지는 것이다. ------------------------------------------------------------- 우르릉. 쾅. 달기지의 제 2 광구의 얼음광산에 폭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연달아 갱도 입구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절대진공에 가까운 달표 면에 무슨 소리가 날리는 없다. 그러나 평균 0.8 기압의 공기가 가득 메운 얼음 갱도에서는 무전교신이 아니더라도 정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다. 그래서 플라즈마로 얼음을 녹이는 와중에서도 희미하게 울리는 자신의 콧노래소리가 좋아서 갱도로 자꾸만 들어온다는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있 다. 그러나 그야 어쨌든 이 소리는 그런 콧노래가 아니었다. 폭음이고 사고 였다. 우리 제 3 갱도의 작업반은 모두 일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스 운 일이다. 이런 달의 얼음광산이라는 곳의 수백미터 깊이의 갱도에 그 흔 한 무선설비하나 없다는 것은 '기획팀'의 설정 착오임에 틀림없어. 하기야 여기 광산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단적으로 나타내려 했던 것인지도 모르 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더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있던 소리하나가 사라졌다. 무엇일까. 옆에서 플라자마 건을 쥐고 있던 청년이 문 득 입을 열었다. "열선 튜브가 작동을 않는군요." 열선 튜브가 작동을 않는다면, 가만 열선튜브라...이런 아직도 용어에 익숙 하지 않다니. 플라즈마로 녹인 얼음을 액체상태로, 그렇군, 채취한 얼음을 순도 99.9999999%의 물로 안전히 지표까지 얼지않게 가열해서 운반하는 튜 브였지. 그런데, 그게 작동을 않는다면.. 맙소사. "그렇다면, 튜브가 터진 모양인데." 안경을 낀 중년의 사내가 굴착고정기 를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말을 했다. 순간 모두의 표정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얼음터널만큼이나 차갑게 얼 어버렸다. 오늘 갓 갱도에 처음 들어온 나로서도 어떤 사태가 일어났는지 알수 있었다.. 지상으로 가는 열선 튜브가 터져서 엄청난 양의 물이 흘러나 왔고 좁은 갱도사이에서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우리는 갖혀버린 셈이었다. 갱도사고였다. 이런식의 돌발사태가 일어나다니, 이건 뭔가 이상 하다. 돌발사태는 환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들에게는 어떤 복합심리적인 공황증세가 나타날 지 모르는 일 아닌가. 게다 가, 나까지 공포를 떨칠 수가 없었다. 굳이 밀실공포증 따위의 정신병리학적 인 현상( 그렇다, 기획팀은 환자들의 이런 가능성도 예측해야 마땅했다.)은 차치하고서라도 죽음이 목전에 닥친 상황이 아닌가. 죽을 수 있는 요인은 이성적으로 너무나 많다. 추위에 얼어죽을 것이며, 부족한 산소로 질식할 것 이며, 게다가 나는 속을 알 수 없는 이들의 광기에 맞아죽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더욱더 추위가 느껴졌다.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닌가, 나만은 이 모두가 가상적인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왜 이다지 심리적인 불균형 증세가 느껴지는 걸까? 어쩌면 나의 현실인식지수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고는 여지껏 없었는데, 아뭏든 침착해야 한다. .. 그러나, 그들은 잠깐의 당황과 몸부림이 끝난 후 너무도 빨리 냉정을 되 찾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하긴 그들은 어쩌면 지나치게 빨리 체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실험치료의 상황설정에 따르면 여기는 감옥같은 달의 얼 음광산으로 되어 있으니, 하찮은 얼음광산 노동자 몇 명이 갱도 속에 갖혔 다고 해서 엄청난 돈을 들여 구조대를 보내는 일따위는 없을 것이란 건 자 명했다. 이들이 그 것까지도 인식하게끔 처리가 된 것일까? 아뭏든 이런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어쩌다 이들에게 무슨 일들 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전 의료팀의 문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파리한 얼굴의 청년이 휴대용 배낭속에서 얇은 우주복을 하나꺼내서 바닥 에 폈다. 말이 계속 없던 파리한 표정의 또 한사람은 플라즈마 건의 출력을 최대한 약하게 맞추어 작동을 시켰다. 그러고 나니 어둡던 갱도내가 다시 밝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몹시 추웠다. 전원이 차단되면서 각자의 갱도작업 복에 흐르던 열선이 꺼진 탓일것이다. 모두들 어두운 동굴같은 갱도 끝부분에 모여앉아 약한 플라즈마 건을 모닥 불 삼아 둘러앉았다. 열을 내는 플라즈마 건이 놓인 얼음바닥이 자꾸만 둥 글게 파여서 가느다란 실로 천장의 얼음벽에다 건을 매달았다. 실제로 달에 여행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달이라는 상황설정에 따른 약한 중력은 감각 적으로 어색한 것이었고, 그 모든걸 고려하더라도 백 킬로그램은 족히 될 만한 건이 가는 실에 매달린 모습은 기이해보였다. 그리고 플라즈마 불빛은 고열에서의 푸른 빛 섞인 백색과는 달리 저출력에서는 중세의 횃불을 연상 케했다. 사실 이 막혀버린 달 광산의 얼음갱도는 중세의 어느 지하 토굴의 그것과 다름없었고, 나의 공포와 나머지 3명의 참을수 없는 체념과 침묵이 뒤섞여 퀘퀘한 질식감을 느끼게 했다. 첨단과학으로 구현한 ' 가상현실 사이 코드라마 기법' 으로 정신과 치료에 큰 획을 그었다고 호언장담하던 '기획팀 '의 어설프고도 현학적인 발상은 너무나 터무니 없었다. 아무리 첨단 기술 을 썼을 지언정 이런 극한상황 설정하에서 단 한명의 정신과 의사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같이 미친척해서 무슨 '위장취업'의 효 과라도 노리라는 말인가? "제 이름은 지섭입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이런 상황에서 첫소개를 한다는 것이 좀 어설펐지만, 아뭏든 난 뭔가를 해 야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당황스런 일이다. 정신과 드라마 교본에는 '수 동적인 환자에게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법'에 대한 지침이 137가지나 적혀 있었지만,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반드시 구조되겠죠?" 다시 내가 침묵을 휘저으려 애쓰며 말을 던졌다. "아뇨, 그럴리는 없을 겁니다." 파리한 청년이 먼저 차갑게 몇 마디를 내뱉 었다. "거야 당연한 일이지." 노인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들은 구조를 너무도 쉽게 단념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급박한 상황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획팀이 사전에 심리 안정제라도 투여한 모양이다. 어 쨌든 어설프게나마 답답한 침묵은 깨어져서 이들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무 엇보다도 말, 말이 나와야 치료고 뭐고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숫 제 나를 제쳐놓고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 "청년. 자네는 그래도 이대로 죽기는 정말 아까우이. 그 나이면 아직 할일 도 적지 않을터인데." "아닙니다. 노인장, 전 벌써 죽어도 여러번 죽었을 몸인걸요." 파리한 얼굴의 청년은 연장으로 얼음바닥을 사각사각 갉아내면서 말을 이 었다. "소설가 아저씨도 그동안 여쭤본적은 없지만 곧 죽을 분 같더군요." "후우우."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의 사내가 내쉬는 한숨에 차가운 김이 서 려서 흩어 졌다. " 우리 이러면 어떻겠소. 어짜피 우리모두 죽기야 하겠지만, 어쩌면 만에 하나 구조대가 올지도 모르니까..." "그럴리는 없소." 청년과 노인이 동시에 잘라 말했다. "그야 물론이오. 하지만, 죽을때 죽어도, 한 사람 정도는 살아봄직 하지 않 소? 게다가 어짜피 마스크가 하나는 있으니 말이오." "그렇구려. 하긴 한 사람쯤 살려도 나쁠 건 없겠지. 자살하다 실패해도 뒷 처리를 해주기는 하겠군. 하지만 누가 살려고 그러겠어. 이런 기회가 닥친 마당에." 노인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플라즈마 전압제어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난 갑작스런 대화의 전개에 당혹해졌다. 이게 무슨 소리들인가. 도대체 이 들은 어떻게든 살아나갈 생각은 않고 좋은 기회가 왔다니. 갑자기 공포감이 몰려왔다. 이들이 그 악명높은 자살증후군 환자이란 말인가? 급히 이들의 대화에 제동을 걸어야 했다. "지금..저,..지금 무슨 얘기를 하시는 겁니까?" 청년이 멀뚱히 나를 쳐다봤다. 파리한 얼굴에 정신분열증 환자다운 눈빛이 었다. "그렇지. 오늘 갱도에 처음 들어오셨지. 지금 갱도에 남은 산소가 다 없어 지면 개인용 산소호흡기를 써야 하는데, 그게 한 팀당 하나밖에 배당이 안 되어 있어요. 그 것도 몇시간 안가지만, 하나가지고 수선을 떠느니 우리모두 미리 죽어서 여기 산소도 아끼고 한 사람이라도 좀 더살아라 그런 얘깁니 다. 그런데, 우리야 다들 먼저 죽기를 원하니 문제가 좀 있군요." 나는 아연실색을 했다. 당혹스러웠다. 정말 죽으려고 기를 쓰는 환자들 앞 에 선 정신과의사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을 뽑지?" "글쎄. 죽어 마땅한 사람들부터 가려내는 게 어떨까요. 그러고 나면 당연히 한 사람 정도는 남을테니..." "난, 살아서는 안됩니다. 난 어쩌면 살아서 당신네들 얘기를 또 써서 세상에다 팔아먹을지도 모르니까.." 안경쓴 중년 사내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구려. 하지만, 당신만 먼저 그리 죽을수 있는 건 좀 불공평허지 않 수?" 노인의 눈빛이 더욱 광기를 띠고 있었다. "허허. 참. 어르신은 전에 칼까지 빌려줘도 그리 인정머리 없게 찔러주지도 않더니...또 훼방을 놓는구만요." "그럼, 그냥 모두들 다 죽어버리면 안될까요?" 이번에는 청년이 나서서 죽자고 그런다. 나는 긴장이 되었다. 무슨 정신과 치료고, 대화 기법이고 꺼내기도 전에 전부들 자살을 할 기세이니.. 적어도 '기획팀'에서는 이들이 모두 '자살 지 향자'라는 사실을 감지했어야 했다. 의료사고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급히 그들을 제지해야 했다. "그럴순 없어요." 내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비추어진 모양이다. 갑자기 나는 이들에게서 동질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물론...나도 여러분만큼이나 죽고...싶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마자 3명의 환자가 서로 자기목에 칼을 들이대고 유서를 쓰는 형국이 아닌가..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 다. 더구나 의사가 원하면 언제나 가상현실이 제거 되어야 하는데, 지금 그 것조차 말을 듣지 않고 있다. 허리춤에 있는 긴급버튼마저 말을 안듣고 있 는 것이다. "모두들 이왕 죽게 되었으니, 자기 살아온 넋두리나 한번씩 늘어놓아서 제 일 험한 꼴을 당한 사람부터 죽을수 있게 합시다. 어차피 서두르지 않아도 산소는 떨어질거고 구조대는 오지 않을 것 아닙니까." 내가 다급히 외쳤다. 궁여지책으로 떠오르는데로 아무말이나 말하고 있는 내자신이 가여운 지경 이었다. "허허. 저 젊은이는 아직은 살만한 모양이군." "아니 자기말로 죽고싶다지 않습니까. 달기지에 오래살고 싶은 사람 몇 있 겠어요?" "그럼 서로 넋두리나 늘어놓기로 하세. 누가 더 죽을만 한가." "그럼세. 마지막 가는길에 속이나 좀 터놓고 가는구먼." 다행이다. 아뭏든 모두들 한마디씩 인생얘기는 할 모양이니, 그들이 자살하 는 건 늦출 수 있었다. 무사히 이 사태가 끝나면 '기획팀' 전체를 목을 조르 던지, 감사원에 고소를 하던지 해야겠다. 어느새 그 안경낀 사내가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자신은 소설가였다고 한 다. 아뭏든, 그들은 정말 미쳐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먼저 죽을 궁 리를 하는데다가, 저사람이 하는 얘기가 재미있으면 먼저 죽게 해줘야지 하 는 표정으로 오손도손 '모닥불'가에 둘러 앉아 다정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 고 있는 것이다. 나역시 따라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쨋든 나도 따라서 '모 닥불'가에 앉았다. 휴.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내차례가 돌아온다면.. 이 건 거짓말로 내가 험하 게 살았거나 아니거나 꾸며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무슨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얘긴가. 이 '사고'가 수습될때까지 계속 얘기를 꾸며서 시간을 끌어야 하는 것일까? 일단. 결론은 내렸다. 가장 나중에 얘기를 하자. 그리 고 되도록 얘기를 많이 시키자.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소설가는 인생의 무게가 지긋이 담긴 표정으로 얘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모닥불'을 내려다보면서 나즈막히 반말투로 말하는 것이 마치 독백을 하는 듯 했다. " .. 그 때 나는 아직 소설을 쓰고 있었지. 해질녘의 들판에 서서 나는 화 가가 그 빛의 미묘한 변화를 관찰하듯이 인생의 미묘한 굴절을 생각했고 그것들을 어떻게 단편에, 혹은 장편에 넣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 한번은 높 은 산의 고원지대에서 '고원의 늑대'라는 제목의 장편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작품속의 인물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1달 반이나 고립된 야영생활을 하기도 했었다네. 나는 온 세상이 잘 조각된 보석의 여러 단면으로 보였고 어떤 때 는 단지 한사람의 내면을 알기위해 70일간이나 가난한 중소기업가의 비서노 릇을 하기도 했지. 하긴, 그 때는 완전히 실패였어. 누군가의 내면이란게 양 초와 같아서 촛불이 타올라야 빛을 느낄수 있지 아무리 양초를 품에 넣고 다닌다고 알수가 있었겠나. 아뭏든 나는 나의 모든 인생을 걸어서 소설을 썼었다네. " "어떤 책들을 출판하셨죠?" 행여나 얘기가 끊길세라 내가 얼른 물었다. 그 소설가는 안경을 잠깐 추스리더니, 고장난 산소튜브에서 나는 소리 같 은 웃음을 토해냈다. 가운데 '모닥불'이 한층 어두워 보였고 어쩐지 주위는 스산해 보였다. 남극에서 야영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허허. 나의 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이었네. 아니 난 시대를 초월한 것이라고 여겼었네만. 모든 출판사들은 매양 난해한 표현에 빛이 어쩌고 내면의 바람이 고원을 스쳐다니고 하는 내 원고들을 세 페이지 이상 읽지 못하더구만. 하기야 결국에는 출판을 하나 하기는 했지. 근데 그것이.." "잘 팔리지는 않았던 모양이군요." "웬걸 아닐쎄 팔리기는 했지. 그런데, 책 제목이 뭔줄 아나? <제 3세계 실존 문학 특선 - 아프리카의 빛과 바람>이더군. 허허." "아니, 아프리카라뇨?" "허허. 내 책의 지명이 몽땅 무슨 '콩카'라든지 '니치푸고'등의 아프리카 지명으로 바꾸어 놓고서는 무슨 제 3세계 문학상 수상자의 번역서라고 떡하 니 이름을 붙였더군. 그리고, 역자에 내이름이 들어가고." "...." 나와 소설가를 제외한 두사람은 얘기를 듣는지 마는지 눈 앞에 플라자마 모닥불을 쳐다보면서 연신 바닥을 뭔가로 긁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직감으로 보건대 그들의 심리는 지금 폭풍전의 고요같았다. 아무튼 나는 계속 질문을 해서 얘기를 길게 끌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글쓰기를 중단하셨군요." "아닐쎄, 나는 끝까지 썼다네. 그 동안 무슨 전자책이니 하는 게 생겨나고 무슨 초후기결정주의니 미케니신드롬이니 하는 것이 다 지나가는 동안에도 나는 글을 계속해서 썼고, 몇 안남은 종이로 출판하는 출판사가 다 쓰러진 후에도 나는 어설픈 단말기로 계속 통신망에 글을 올렸다네." "그래도 적응은 해 나가셨군요." "적응이라.. 처음에는 좀 읽히더구만.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아니,난 아 직도 시대를 초월했다고 여기지만, 글들이 얼마나 읽혔겠나. 점차 그 소란스 런 통신망에서 잊혀져가자 나는 절망하기 시작했고,그런점에서 난 유치했지. 글이 시대를 초월했다고 여겼으면서도 아직도 독자. 동시대의 독자를 부여 잡고 있었으니. 아뭏든 좌절해서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다가-물론 그 순간 에도 글은 썼네.- 마침내 승부를 걸었지. " "무슨 싸움이라도 걸었나요?" "아니. 글을 하나 통신망에 올렸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자극적인 게시 판에다가 내 유서를 올렸지. 제목은 나도 자극적으로 지으려 무진 애를 썼 네. '저는 자살하려 합니다. 말려주세요.' " "아니 정말 그럴 생각이셨습니까?" "약간은, 아니 거의 그럴 생각이었지. 나는 나 나름대로 최대한 자극적인 그러나 내 인생의 별안되는 무게를 걸어서 메시지를 내보낸 거야." "당신도 결국 타락을 했구먼." 눈치도 없이(미쳤으니 당연하지만) 노인이 나섰다. "아. 나의 유서는 3백 75페이지의 분량이었습니다. 거기다 나는 내가 죽어 가면서 내 삶의 무게를 걸고 느낀 그 모든 것을 쏟아 부은거죠. 상큼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상업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얘 기인 만큼, 모두들 읽어주기는 하리라 생각한 겁니다." "그래 어찌 되었나요?" "순진하셨군요. 그런다고...별 달랐겠습니까?" 청년이 또 불쑥 한마디 끼어 들었다." 횃불을 마주보고 있는 탓인지 눈빛이 이글거려 보였다. " 대단한 반응이었지." "대단했다고요?" "그렇습니다. 편지가 254통이나 왔더군요." "아. 드디어 독자들의 호응이 있었군요." "하하.. 독자라. 글쎄. 일종의 독자였겠죠. 그 내용들이란게, '본 출판사에서는 귀하의 자살하시려는 결의를 읽고 마지막 부탁을 하려 합니다. 본 출판사에서는 이번에 '자살자의 일기'를 기획하고 있는 바 자살 이 동기를 70칼럼 3페이지 이내로 요약해서 보내주시면 귀하의 납골당에 2 그램의 향수를 3년간 매일 뿌려드릴 것을 보장하는 보험증서를 우송할 방침 입니다.' '본 의료원에서는 최근 문단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자살자의 기억의 보존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위해 로봇과 자살자의 두뇌를 호환시키는 실험을 하 고 있습니다. 가시는 길에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실험에 참가하실 의향을 묻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시도하는 여러 자살의 불쾌한 경험을 제거해 드 리며 완벽한 수면효과를 보장해드릴 것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등등." "....." "그래서 자살도 못하신 거로구만. 분하고 억울했겠구먼." 다시 노인이 고 개를 들더니 한마디 던졌다. "뭐.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나는 사회의 실체를 본 거죠. 그래서 책을 썼습니다." "책을 썼다구?" "네. 아니, 어쩌면 연극에 가깝겠군요. 수많은 '자살..'관련 출판사중의 하 나의 협력을 얻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자살을 만류하는 메일을 보내는 상황을 연출했죠. 물론 그 출판사 소속 '자살관련'문인들의 작문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죠. 당연히 '자살자'역은 제가 맡아서..시시각각으로 자살을 만류하는 메일이 도착하고 하나하나에 '죽을듯 말듯'하는 자살자의 심정이 시간단위로 게시판에 오르고,..." "마침내, 자살자는 살아나겠군요." "허허. 아니올시다. 그건 이시대의 취향이 아니지. 그 자살자가 마지막으로 살아 날 결심을 하는 순간에 '너는 죽어야 돼'라는 논조의 어떤 해커의 잇 다른 메일로 인해 자살자는 결국 죽어버립니다. 물론 그 해커의 역할도 몰 래 내가 맡았죠. 유일하게 내 속마음과 일치하는 역이었으니.." "그래서 어찌 되었죠?" "어찌되긴, 뭐가 어찌 되었겠나? 젊은이. 그 해커는 추적을 당했지만 결국 잡히지 않고, 그 해커와 출판사소속의 '순진하고 선량한' 사람들간에 대논쟁 이 일어나고, 그들과 전속계약을 맺은 그 출판사는 돈방석에 앉게 된거지." "......" "그리고, 나는 떠났다네. 돈이야 많이 생겼지만, 술집에서 만난 첫번째 창녀에게 모두 주어버리고 달로 떠나 온거라네. 난 이세상의 의미를 상실한 셈이었지. 와보니, 달은 그래도 딴 세상이라고 좀 낫더군. 그래서 이래저래 죽은듯이 살아갈께 했는데, 그나마 엉뚱하게 결말을 지을 기회가 왔군." "그렇군요. 정말 죽으실만 합니다. 당신도 저만큼이나 마음의 휴식을 원 하시는 군요. 제가 죽여드리죠. 어찌하시렵니까? 이 플라즈마 건을 이용하 면. 사실 제가 하려던 방법이지만.." 그 파리한 표정의 청년이 웃고있는 소 설가 앞으로 일어서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난 급히 소리쳤다. "아니오. 당신만이 먼저 죽을 권리는 없소..." 내가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일어서자, 청년은 일순 놀라는가 하더니, 의 외로 순순히 주저앉았다.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얼마의 침묵이 흐른후 노인이 입을 열었다. " 내 얘기도 한 번 들어들 보게나. 나는 밤마다 아니 어쩌면 낮에 걸어 다닐때 조차도 세상이 파멸하는 꾼다네. 제나 비슷한 꿈, 아니 환상이지 온 세상이 지옥같은 불에 휩싸인다네. 집도, 마을도, 친구도 자식도 손자도, 이 웃들까지 모두." 아. 이 노인은 지난 '핵전쟁의 기억으로 인한 집단무의식적 격세유전적 환 각' 증상이었던 것이다. 현대의학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하여 '집단무의식적'인 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도입해야했던 희귀한 경우였었는데. 이런 사람이 지 금 내 눈앞에 있다니. "그래서, 난 여러번 죽을까 했지. 하지만 혹시나 그 게 무슨 예언이 아닐 까 해서 세상에 떠들고 다녔지. 하지만 모두들 날 미친 늙은이 취급하더군. 그 일은 이미 옛날이 일어났다는 거야." " 그래서, 지구에선 정착을 못하신 거군요." "그랬지.결국 다 포기하고 죽으려다가 얼음광산이 생갔났네. 그 지옥같은 불길이 환상속에서도 달의 얼음광산을 덮치지는 않더군. 그래서 나는 생의 희망을 갖고 이리로 왔다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오셨군요. 노인은." 소설가가 습기어린 안경을 닦으며 말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네. 모두들 지구에서 죽어가는 환상이 보이는데, 여기서 내가 살아있다고 즐거웠겠나. 이제 이 지긋지긋한 환상을 벗어날 길 이 없다는 .." "그러셨군요. 당신도 정말 죽으실 만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청년이었다. 열심히 생각한 질문을 던질려고 하는데, 청년이 말을 끊더니,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낭패였다.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데... 여전히 긴급버튼 은 작동하지 않고, 말할놈의 '기획팀'은 환자가 자살하려는 의료사고를 이대 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가 고장났을까. 홀로그램 차폐막을 해제할 전 압이 부족해진 걸까? 어느새 청년은 자신의 얘기에 몰두해 있었다.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도 추억도 갖지 못한 존재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시겠습니까? 어떤때는 깨어나보면 나는 새벽의 이슬이 머무는 풀 틈 에 쓰러져 있습니다. 그리고 곧 누군가 쫘아 옵니다. 그러면 나는 이유도 모 른채 도시로, 숲으로 ,산으로 그들을 도망다니는 겁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그들에게 잡히게 되고, 나는 죽는 겁니다."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알 수 없는 얘기군.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 죽 었다니. 이 사람은 '의사죽음 증후군'이라도 되는건가? 세상에 온갖 특이한 환자는 다 모였군, 그래. " 말그대로죠. 죽는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 어딘가에 서 쓰러져 있는 혹은, 도망치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간간 히 머리위로 환한 빛이 비치고 충격이 느껴지고, 내 모든것이 산산히 지워 지는 듯한 느낌이 기억나 몸서리 치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그 모든것이 어 렴풋한 환상과도 같아서.." "항상 그렇게 죽기만 했나?" 소설가가 의외로 뭔가 알겠다는 표정으로 질 문을 던졌다. "언젠가는, 알 수 없는 어떤 곳에서 사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긴 사랑이라 고도 할 수 없죠. 그냥 길을 가다..." "알 수 없는 곳이라면?" "동양의 어느 나라였을 겁니다. 나는 그 때도 도시의 어느 한 구석에서 무 언가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죠. 그리고, 그녀를 만났던 겁니다. 그녀는 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서툰 내 농담과 허세를 그리 도 잘 들어주더군요." " 아. 그녀와 헤어지셨군요." 기회이다. 어차피 사랑얘기는 구구절절이 길어 지기 마련이니, 전체 정신치료 시스템의 고장이 고쳐질때까지 물고늘어지는 거다. "하하. 아닙니다. 그녀에게 나는 다시 죽음을 당했죠." 이런... 낭패군. 어떡하지, 어떻게 만났냐고 다시 물어볼수도 없고. "당신은 정말 여러번 죽었다고 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현재의 달얼음광산 노동자라는 나의 이 분명한 기억속에서 어느날 잡초처럼 문득문득 싹을 드러낼때 난 극심한 공포를 느낍니다. 나는 미친 겁니다.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언제나 나는 다 른 삶을 살다 죽었던 수많은 기억을 안고 있는 겁니다." "어쩌면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신 분이거나, 아뭏든 상당히 불교적인 얘기 군요." 내가 생각해도 끈질기게 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아니면, 미친 거겠죠. 그래서 나는 이 얼음광산이 좋았습니다. 손에서 차 갑게 느껴지는 얼음의 감촉이 이 현실적인 감촉이 나를 지탱시켜주는 느낌 이 들었죠." "정말 아픈 생을 지탱해왔구먼." "그렇군. 자네도 나만큼이나." 어느새 두사람이 동감하고 나섰다. "불쌍한 청년 내가 찔러 줌세." 이번에는 노인이 얼음바닥을 그어대던 연장을 들고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설가는 연신 눈시울을 붉히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공감이 갔 다. 정말 그는 슬픈 인생을 산 것이다. 여기서 그나마 편하게 죽는 편이.. 이 런.. 맙소사 나까지 동화되다니. "멈춰요." 노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나조 차도 미쳐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여기서 이들과 같이 죽는게 편안할지도 모른다. 그래.. 이들은 어짜피 너무 험한 인생을 살았어. ...이때 갑자기 허리 춤에 차고 있던 비상버튼이 격렬하게 진동을 했다. 아차 다시... 내가.. "제가 그 분보다는 훨씬 험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 분이 저보다 먼저 죽을 권리를 얻는다는 건 제 인생의 모욕입니다." 간신히 제정신을 찾고 내가 다시 외쳤다. 정신치료시스템이 고쳐지는 모양 이니 버텨야 한다. 하지만 내가 한 소리는 내가 내뱉고도 정말 미친 소리였 다. "허허. 저사람 꽤나 따지는 군. 그럼 자네 얘기를 해보게." 이제 울 시간이었다. 내게 무슨 슬픈 인생이 있겠는가. 수석으로 의과대학 을 통과하고, 성공에 성공을 거듭해서 사이코드라마티스트이자 최고의 정 신과 의사가 된 내가. 그냥 우는 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갑자기 굳은 표정을 하고 나를 둘러쌌다. 거짓말을 한걸 알 고 날 죽이려는 걸까? 아니, 서로 먼저 죽으려던 사람들인데 그렇다고.. 아 니면 정말 내가 험한 인생을 살아보여서 죽여주려는 걸까? 무서웠다. 그래 서 더 눈물이 나왔다. 이제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그쳐야 했다. 난 살아야 한 다.. 난 입을 열었다. "내 말좀.. 모두...난..사실.." 그때 그 소설가가 말했다. "아닐세. 자넨, 자넨, 살아야 해. 계속해서 애써 우리를 살리려 했던거 다 암세. 자네에겐 아직도 인간애가 있어. 아직도 세상에 들을 덜 돌렸다는 얘 기지." 순간 갑자기 뒤통수에 충격이 느껴졌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 깨어나니 우리팀 의료진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홀로그램 사이코드라 마는 다 끝난 상황이었고 나는 병원으로 옮겨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이 꼴이 되고 말았으니. 환자들은 어떻게 되었 습니까? 죽었겠지요? 면목이 없습니다. " 내눈에는 눈물이 연신 흘렀다. "걱정말게. 마지막 순간에 가상현실 장치가 고쳐져서 그들은 자살하기 직 전에 죽기 직전에 모두 구조되었네. 자넨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더구만. 아 뭏든, 그들의 자살충동이 동시에 표출되었던 것이 알 수 없는 작용을 일으 켰는지, 한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탓인지, 자살충동지수가 상당히 줄었다 네. 놀라운 일이지. 모두들 좀더 가벼운 증세의 환자가 수용되는 태양계 외 곽 행성농장으로들 떠났다네. 자네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거야. 자. 이제 좀 푹 쉬게. 보고서는 나중에 쓰고. " .. 지친 탓인지 진정제 탓인지, 서서히 졸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모두가 무사했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그들은 왜 스스로 죽어야 한다면서 나를 오히려 구하려 했을까. 좌절한 그 소설가, 종 말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노인, 그리고 그 가엾은 정신분열증 환자. 이들이 병실 천정에 오버랩 되어서 나를 구한게 행복하다는 듯이 희미하게 웃고 있군. 불쌍한 사람들. 모두들. 이제 다시들 보기는 힘이 들겠지. 아뭏 든.. 하지만.. A : 잠이 들었군요. 이번 다중인격 환자의 치료는 성공인 것 같습니다. 자아들을 먼 기억속으로 전이시켰군요. B : 그렇군요. 이제 더이상 저사람의 뇌파도청은 그만두어도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사람의 다중인격 역들을 맡은 로봇들은 어떻게 되었죠? A : 그야 물론 기억소거 센터로 보내져서 다시 재생되겠지요. 정신분열증 환자의 각각의 자아를 로봇에게 설정시켜서 시뮬레이션 시키는 것도 이 정도면 이제 안정단계가 된 것 같습니다. 학계에 보고해도 되겠죠? A : 그럼요. 더구나 환자의 한 자아에게 정신과 의사 역할을 맡긴 사이코 홀로 드라마라는 발상은 거의 노벨상감입니다. 하기야 이 사람처럼 분리된 자아들이 모두 병들어 있는 경우는 참 드문 경우였죠. 좌절한 소설가에, 악몽을 꾸는 노인에, 자신이 아니면 누가 치료하겠어요. 그 런데, 참 그 정신분열증 로봇은 어찌 된거죠? B : 글쎄요. 원래는 '실연당한 청년'역으로 사이코 드라마에 참가시켰는데 엉뚱한 소리를 해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다니... 그 로봇 알고보니 여러번 탈출한 전력이 있던 로봇이었습니다. 기억말소장치가 불안정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주입시킨 기억과 미처 말소가 안된 기억들이 충돌한 모양입니다. A : 그런데, 정말 이 환자 이제 괜찮을까요? B : 그럼요. 이제 다른 자아들이 '추억' 주파수를 내는게 모니터에 보이잖아요. '추억'이 저장되는 부위는 다소 쓰라린 경험도 스스로 잘 치유하는 대뇌 알파존 아닙니까. 자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禪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