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사회>의 뛰어난 상상력,그러나.. <신들의 사회(Lord of Light)>을 읽고.. <신들의 사회>는 특이한 소설이었으며, 훌륭했다. 그러나 그 특이함이 sf적인 훌륭함으로 이어지는가를 살펴보기에는 너무 옷을 많이 입고 있었다. <신들의 사회>는 희랍신화의 상상력을 불교와 힌두의 색채로 잘 형상화 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신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아주 비슷한 '상'을 띠고 있다. 즉, 인간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 질투도 하고 권력욕도 지니고 있다. 한편, 도시마다 여러 '신'들의 신전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회 제도를 보면 지상의 민중들은 엄격한 카스트제도에 지배되어 철저한 계급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계급사회에 분연히 일어서는 한 인물은 불타(혹은 기타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인물)인데, 민중불교의 이미지로 작품에서 활약한다. 이런 다채로운 착상에 힌두의 신들의 명칭과 작가의 뛰어난 성격묘사가 곁들여져서 멋들어진 상상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특히 샘(불타인 동시에 칼칸장군)과 야마(죽음의 신) 의 인물묘사는 무척이나 뛰어나서,두 사람의 만남이나 대화의 장면은 더욱 빛이 난다. 샘은 무얼하는지 주위인물이나 독자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물로서,더더욱이 알수 없는 기이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이런 기실 성자에 근접하는 특성이다.) 예를 들자면, .죽음의 신 야마를 끊임 없이 흔들리게 만들고,결국에는 그의 편으로 만들어서 소설의 첫머리에서 그를 다시 살려내게 만든다. .악마들의 우두머리 라카샤의 마음속에 번민을 만들어 낸다. .'도적의 신/여신' 헬바의 마음을 자연스레 움직여 탈출을 시도한다. 이런 것들인데, 샘의 속성(하나의 개성인 '상'을 띠었을때 발휘하는 최고의 능력이자 무기)이 전자기적인 능력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이다. 야마의 경우는 사람의 혼을 빨아들여 죽음에 이르게하는 듯한 가공할만한 눈빛과 차가운 성격이 영락없는 죽음의 신이다. 게다가 붉은 망토까지 두루고 있으니.. 그리고, 이 작품은 곳곳에서 대단한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다. 샘이 죽음의 신 야마나, 악마들의 왕 라카샤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우리에게 쉽게 상징하는 바를 드러내 보인다. 또한, 토착세력을 악마라고 부르는 것은 서구 열강의 세력확대 와 발맞추어 전세계로 퍼진 기독교에서 각지방의 토속신을 악마라고 규정지은 점과 우연히도 유사하고, 지상의 인간들에게 과학기술을 가르켜야 된다는 '촉진주의'에 앞장선 불타는 인간에게 불을 주고 대지를 떠받친 희랍신화의 아틀라스와 더불어 '민중주의'를 형상화시킨 좋은 상징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한편, 여러가지 잘알려진 얘기들에서 몇몇 부분을 빌려오고 있는데, (작가는 오히려 이런 부분들을 빙긋이 웃으며 일부러 드러내는 느낌이다.) 샘(악마의 구속자)이 아카샤(악마)들을 풀어주러 먼 '지옥'으로 갈때 동굴어귀에서 여러 악마들이 서로 풀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장면은 지옥의 중생을 불타가 구해주려 하는 장면을 연상시키고, 아카샤의 두목인 라카샤를 제압하는 장면도 불타가 마왕이나 나찰(라카샤의 한자음) 을 굴복시키는 것에 흡사하다. 야마의 환상속에서 온갖 정령이나 수호신들이 나와서 죽음에 대항해서 불타를 지키는 묘사는 불타가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온갖 지상의 신들이 나와서 그들의 세계를 떠나려는 불타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그것과 유사한 등장인물로 반대의 상황(대항하는 상대가 죽음의 신)을 멋드러지게 연출해내고 있다. 작가의 정말 뛰어난 글솜씨인것이다. 게다가 동전을 넣으면 업(카르마)이 감해지면서 음악이 나오는 신전앞의 기계는 동전으로 작동되는 미국의 길거리 뮤직박스가 아닌가?(나는 틀림없이 이부분은 작가의 점잖은 유머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였다. 여기까지 정리를 해보고서야 이작품을 나는 sf로서 생각해볼수 있게 되었다. sf소설이 이렇게 많은 옷을 입는 큰 의미와 이유가 있다면, sf적인 이유에서(지구멸망후 탈출식의..) 초래된 상황이라도 그 결과는 보다 신화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색채를 띠리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 <신들의 사회>에서는 모든 기계문명자체가 신화화 되어 있다. 행성을 뒤덮고 있는 자기구름은 '신들의 다리'로, 인류가 타고온 우주선은 '인도의 별'로, 제트비행기는 '우레의 전차'로, 열추적 미사일은 '루드라의 화살'로 등등. 이러한 착상은 파운데이션 시리즈 2권에서 리타어머니란 노파가 로봇시리즈의 내용들을 까마득한 옛날의 구전된 전설로 묘사하는 인상적인 대목을 연상시킨다.(오로라를 재앙의 장소로, 사악한 인조인간과 영웅 바리-일라이저 베일리- 그리고 그 영웅을 도운 다른 인조인간 다니-R.다닐 올리버-를 우리가 오딧세이의 서사시 생각하듯 묘사하는 그 대목) 그러면, sf로서 이 <신들의 사회>는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가? 위기에 처한 지구를 떠나 우주선을 타고 어느 행성에 도달한 소수의 1세대들은 그 지역의 토속 해양생물과 에너지의 흐름으로 존재하는 생물들을 강렬한 전자기적 힘으로 물리치고 강력한 보호체계를 가진 하늘의 도시를 건설했다. 그들은 뛰어난 생체과학과 유전자 기술로 육쳬에 정신을 이식시키는 방법을 개발해냈고, 이 후 많은 후손들이 수많은 1세대들의 계속 바뀌는 육체들에서 생겨서 과학적으로 미개한 인류로서 지상에서 중세처럼 살아가고 있다. 1세대와 생체과학자들은 보다 효과적인 지배를 위해서 과학기술의 이전을 금지하고 하늘아래의 인류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도 (인쇄기,증기기관 등등)억지로 없애버린다. 이때, 다른 1세대의 독재와 우민화정책에 반대한 최초의 1세대가 집요한 혁명을 일으킨 끝에(민중의 반란과 집결을 위해서 지구의 기억을 되살려 종교도 일으키며) 혁명을 완수한다.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줄거리에서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과학기술은 그 묘사가 너무도 많이 생략되어 있고, 여러 sf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었된 문제들이 너무도 외곽에 밀려서 산만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어떤 최소한의 개연성도 없이 이것들을 소설의 도구로 사용한다.(이것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나는 이 소설이 작가가 의도했든,아니든간에 어디까지가 과학소설이 될 수 있는가하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훌륭한 소설은 거의 '신화와 종교를 융합한 환상소설'에 과학소설의 옷을 입힌 정도라고 보는게 보다 중심을 잘잡은 관찰인것 같다. 좀 색다른 상황에다가 이것은 어떤 과학기술이면 아마 될것이다 라는 식의 구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과학소설은 아니지 않을까? ..사족을 덧붙이자면, 역자후기와 책 앞뒤표지에 있는 몇몇 글들은 거의 넌센스였다. 역자의 이런 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른바 과학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2급 sf에 익숙해져 있는 sf팬들에게.. 이 책이 다소나마 해독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말은 좋은 작품을 애써 번역해준 수고에 대한 감사가 없었던들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편, 출판사측에서 쓴 듯한 말인데, "<인간>을 중시한 문과계 sf" 나는 이 걸 보고 처음에 이 책이 무슨 수학능력평가 대비서라도 되는 줄 알았다. 좋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출판사측의 고심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작품에 비해 너무 졸렬한 신조어였다. 게다가 이공계 sf라니. 공상과학소설의 '공상'이란 말이 여지껏 뜻 있는 sf팬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는 이마당에.. after-summer vacation 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