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상(Mirror Image) 아이작 아시모프 -1- 리제 베일리가 그의 파이프에 다시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노크소리도 없이 사무실 문이 열렸다.베일리는 침입자임에 틀림없는 이 자가 누군가 하고 고 개를 들어보다가 그만 파이프를 떨어뜨렸다. 떨어진 파이프를 그대로 두었 다는 사실이 그의 심경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R. 다니엘 올리버!" 아주 당혹한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오, 하느님! 자네 맞지?" "맞네" 청동색 광택이 나는 키가 큰 방문자가 대답했다. 그의 평평한 얼굴을 한 참동안 표정이 없었다.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와 자넬 놀라게 해서 미안하네.하지만 상황이 하 도 미묘해서 사람이든 로봇이든 가능한 한 주의를 끌지 않았으면 해서 그 래.어쨌든 자넬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갑네,리제" 그리고는 그 로봇은 자신의 외모만큼이나 인간과 유사한 몸짓으로 오른손 을 내밀었다. 오히려 인간이면서도 `정말 인간일까'하고 의혹을 품오 봐야 할 쪽은 너무 놀란 나머지 멍하게 서 있던 베일리였다. 그는 그가 내민 그 손이 무얼 의미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만 보았다. 하지만 이내 양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다니엘, 어쩐일인가? 자네야 언제든지 환영이네만 미묘한 상황이 란게 도데체 뭔가? 일이 다시 생긴건가? 지구에 무슨 일이라도?" "아닐세 엘리제. 지구와는 상관없네. 내가 말하는 미묘한 상황이란 외견 상으론 아주 사소한 상황이지. 수학자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야.그 이상은 아닐세.우리가 펄쩍 뛰어 올라 지구 가까운 곳으로 들어오던 무렵에 일이 벌어졌네." "그럼 우주선에서 논쟁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렇네, 사소한 논쟁이지만 인간들에게는 깜짝 놀랄만한 것이지." 베일리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자네가 얘기하는 놀랄만한 경우란 결코 놀랄만한 경우가 아닌데. 그들은 3법칙을 따르지 않아" "그건 정말 단점이야." "인간들은 자신들로 인해 곤혹스러운 결과를 당하는 것 같아. 그래도 자 넨 다른 행성 사람들보다는 덜 그런 것 같아.왜냐하면 스페이서 행성은 지 구보다는 거주하는 사람이 적으니까.만일 그렇다면 아니 그러리라고 믿네만 자네가 우릴 도와줄 수 있을거야" R.다니엘이 잠깐 말을 멈추더니 이내 다시 계속했다. 얼핏 어두운 그림자 가 스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배운 바에 따르면 인간들에게도 행동원칙이 있지. 예를들면 내가 자네 부인이나 아이들의 안부를 뭍지 않는다면 그건 인간들의 시각에 서 보면 대단히 실례를 범하는 것이지." "다 잘 지내고 있네. 아이는 대학에 다니고 있고 제시는 지방정치에 관여 하고 있네.그러고 보니 자네 예절이 없구만. 자, 이제 자네가 왜 이곳에 왔 는지 이야기해 보게." "내가 말한 것과 같이 우리는 지금 한 번 뛰어 오르면 지구로 갈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네" R.다니엘이 말했다. "그래서 내가 자네와 한번 상의해 봐야겠다고 함장에게 얘기했지." "그래서 함장이 허락했나?" 베일리는 갑자기 묘한 자부심을 느꼈다.스페이서로 가는 우즈선을 관장하 는 함장이 지구에 착륙하는 것을 허락하고 그 많은 사람중에서 바로 자기와 상의해 보겠다는 데 동의했다는 말 아닌가. "그는 지금 어떤 의견이라도 받아들일 입장에 놓여 있네.게다가 내가 자 네 칭찬을 많이 했지. 하지만 난 오직 진실만을 말했을 뿐이야. 결국 선원 들이나 승객 어느 한 사람도 지구도시에 착륙한 필요가 없다는 타협안에 동 의했네." "또한 지구인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그런 타협안 말인가? 그 런데 대관절 무슨 일인가?" "에타카리나 우주선 여행객 중에는 '신경생물리학'에 관한 성간회의에 참 석차 오로라로 가던 두명의 수학자들이 끼여 있었네.이들 수학자들, 알프레 드 바 훔볼트와 제나오 사바트가 이 논쟁의 당사자들이지.한사람이든 두사 람이든간에 한번이라도 이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 일라이저?"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베일리가 확실하다는 투로 말했다. "수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 이봐, 다니엘 내가 누구한테 수학을 좋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나?" "아니 한번도, 내가 알기론 자넨 그렇지 않네. 그건 중요한게 아닐세. 수 학의 본질이 무었인가는 지금 이 문제와는 관련이 없네." "좋아, 계속해 보게." "둘 다 모른다고 하니 내가 한마디 해 주지. 훔볼트박사는 지난 270년간 잘 지네왔네. 방금 뭐라 했나, 일라이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베일리는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그는 우주인들의 긴 수명에 자연스럽 게 거부반응을 나타내면서 뭐라고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 박사라는 사람은 그 나이에도 활동하고 있나? 도데체 수학자들이 란......" 다니엘이 조용히 말했다. "훔볼트 박사는 이 은하계에서 가장 오랬동안 명성을 날려온 최고의 수학 자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지. 그는 분명히 지금도 왕성하게 활 동하고 있네. 그리고 사바트 박사는 훨씬 젊어. 50도 안되는 나이에 그는 수학의 가장 심오한 분야에서 훌륭한 자질을 보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네." "그럼 둘 다 위대하구먼." 베일리가 말했다. 그는 파이프를 생각해 내고 그걸 집어들었다. 지금은 다시 불을 붙일 싯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타다 남은 찌거기만 털어냈 다.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살인이라도 있었던 건가? 누가 다른사 람을 죽이기라도 했나?" "이 위대한 명성을 지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사람을 망쳐놓으려 하 고 있네. 인간의 가치로 판단하면 이 일은 살인보다 더 나쁜걸세." "때로는, 도대체 누가 상대방을 망쳐놓으려 한다는 건가?" "누가라는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락 생각하나?" "계속해 보게." "훔볼트는 이렇게 이야기를 밝혔지. 우주선에 오르기 직전 그는 외피의 국소영역에 대한 마이크로웨이브 흡수패턴의 변화로부터 신경경로를 분석하 는 방법을 발견했네.그 방법은 대단히 세부적인 사항들 까지 수학적으로 기 술된 것이라서,나로서는 세부적인 사항들은 이해할수도, 이야기 해 줄 수도 없다네.그렇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냐.훔볼트는 뭔가 혁명적인 발견을 했으 며 이 발견은 자신이 이 전에 해놨던 다른 일들을 보잘것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그리고 그는 우주선에 오르고서야 사바트 가 이 우주선에 탑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아, 그래서 그 젊은 사바트박사에게 아야기를 했구먼.""그 두 교수는 전 에 교수모임에서 난난 적이 있었고 서로의 명성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었 지.훔볼트가 사바트에게 아주 세세하게 이야기를 했지. 사바트는 훔볼트의 방법을 완전히 지지했으며 그의 천재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네. 이에 흡족 해 하면 확신을 얻은 훔볼트는 그의 연구를 요약한 연구개요서를 작성하고 이틀후에 오로라에서 열리는 회의의 공동의장에게 제출한 준비를 했네. 그 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우선권을 공표한 후에 그 분과가 끝나기 전에 다른 학자들과 토론을 할 계획이었네.그런데 놀랍게도 사바트가 똑같은 논문을 준비해서 오로라에서 그와 마찬가지로 토론할 준비를 해 두었던 걸세." "훔볼트가 머리 끝까지 화를 냈겠구만?" "당연하지." "사바트는 어떻게 이야기 하나?" "똑같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런데 문제가 뭔가?" "다만 이름이 거울에 좌우가 바뀌듯 바뀌어 있는 거야.사바트박사에 따르 면 자기가 그 논문을 준비해서 훔볼트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구만. 자신의 방법에 동의하며 칭찬해 준 사람은 바로 훔볼트라는 거야." "그러면 서로 그 생각이 자기의 것이고 훔친 사람은 상대편이라고 주장하 는 것이구만.나한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 학위 문제라면 연구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날짜를 기록하고 머릿말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지 않 은가. 우선권에 대한 판단은 그런 것ㄷ으로부터 내릴 수가 있지 않은가. 누 군가가 위조를 했다면 내적인 모순때문에 드러나고 말 거야." "대개는 그렇지, 일라이저. 자네 말이 옳아. 하지만 이건 수학이야. 실험 하는 과학이 아니라고. 훔볼트는 그의 머릿속에서 부터 그것들을 뽑아냈다 고 하지. 사바트도 같은 말을 하고 있어." "그렇다면 좀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겠군. 두 사람에게 정신탐지기를 써 노는 게 어때?" R.다니엘이 천천히 머리를 저었다. "일라이저, 자넨 이 두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만. 이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학자야. 구리고 우주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들은 동료교수들 외에는 누구도 자신의 학문에 대해 심판을 할 수가 없 네. 그들이 개인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러면 그 탐지기를 사용하겠다고 그들에게 말해보게.거짓말을 하고 있 는 쪽에서는 그 탐지기의 사용을 거부할 테니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으 려 들 꺼고, 죄가 없는 쪽에서는 결백하니까 그 권리를 포기하고서라도 탐 지기를 사용할 테니." "그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네, 일라이저. 일반인으로부터 조사를 받기 위 해 자신의 고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걸세.둘 다 자존심을 걸고 그런 심리를 받길 거 부할 걸세.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야." "그렇다면 당분간은 일을 두고 볼 수밖에 없겠는걸. 오로라에 도착할 때 까지는 그 문제는 그냥 덮어 두어야 겠네. 나중에 신경물리학 회의가 열리 면 그때 동료교수들한테......." "일라이저, 그건 과학계 전체에 타격을 주는거야. 둘 다 스캔들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써 오랬동안 고생하게 될꺼야. 죄가 없는 쪽에서도 상황을 파국 으로 치닫게 내버려 두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걸세. 어떤 비용을 치르더리 도 법정에 가는 일 없이 조용히 해결해야 한다고들 하고 있네." "맞아, 난 우주인은 아니지만 그 말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이의를 제기한 그 사람은 뭐라고 하고 있나?" "훔볼트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있네. 그는 만일 사바트가 자신이 그 아이 디어를 훔친 장본인이라고 인정하고 훔볼트로 하여금 논문을 제출 할 수 있 게 해 준다면, 아니 적어도 그 회의장에서 돌릴 수 있도록만 해 준다면 책 임은 묻지 않는다고 하네. 사바트의 행위는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하겠다고 했네. 물론 그 논쟁에 참여했던 유일한 사람인 함장에게도 말야." "하지만 그 젊은 사바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도 훔볼트와 의견이 같네. 다만 이름만 바뀌어 있다는 것을 제 외하면." "그래서 그들은 꼼짝않고 앉아 있겠다 이 말이군." "각자 상대방이 죄를 인정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지." "그럼 기다려 보지." "함장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네. 알다시피 두가지 가능성이 있네. 하나 는 양쪽 다 완고하게 버티다가 오로라에 도착해서 성간스캔들을 일으키는 경우지.우주선 내의 기강을 확립하고 선내의 정의를 유지해야 하는 함장으 로선 그 문제 하나 조용히 처리하지 못했다는 고통때문에 매우 치욕스러워 할 걸세. 그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지." "제 2의 가능성이란?" "그건 수학자중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경우지. 하지만 누가 그런 성간스캔들을 막아야 한다는 염원때문에, 혹은 정말 자신이 했다 고 실토하겠는가? 게다가 과학계 전체가 고통을 당하느니 자신의 특권을 포 기하고 말겠다는 그런 도덕심을 가진 사람에게서 누가 그의 특권을 박탈 할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것이 아니면 죄지은 쪽에서 마지막 순간에 실토를 하면서, 자기는 과학을 위해서 그랬다는듯이 위세를 부려 자신의 수치스러 운 행동에 대해서는 면죄를 받고 오히려 피해를 입은 상대방 쪽에서 모욕을 당하게 될런지도 모르지. 함장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 람이지. 하지만 그는 이번 일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을 후회하며 보 내고 싶진 않을거야" -1부 끝- 거울상(Mirror Image) 아이작 아시모프 -2- 베일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거 아주 지능적인 놀이 같군. 이제 얘기 다 했나?" "아니, 아직. 이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너." "오, 제길. 왜 그말을 진작 하질 않았나, 누구야?" "훔볼트의 개인비서." "로봇이군." "맞아. R.프레스톤이라고 부르지. 이 로봇은 처음 훔볼트와 사바트가 만 났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는군. 그리고 훔볼트의 진술내용중 세세한 부분까 지 입증시켜 주었어." "자네 말은 로봇이 그 발견은 훔볼트 박사의 것이며 훔볼트가 사바트에 게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바트는 훔볼트에게 칭찬을 해 주 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였다는 것이군." "그래,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알겠네, 그럼 이제 문제가 풀렸나? 아닌 것 같은데." "맞아. 그렇다고 문제가 풀린것은 아니야. 왜냐하면 제 2의 목격자가 있 으니까. 사바트박사에게도 역시 개인비서 로봇이 있네. R.아이다라는 또 다 른 로봇이. 프레스톤과 똑같은 모델로 같은 공장에서 같은 해에 만들어진 로봇이네. 두 로봇 모두 두 사람 밑에서 같은 기간동안 일해 왔네." "이상한 우연의 일치군, 아주 이상한." "유감이지만 사실이야.그 때문에 두 로봇의 진술에서 뚜렸한 차이점을 찾 아내고 그에 근거해서 범인을 가려내는것이 매우 어렵게 됬어." "그럼 아이다도 프레스톤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말인가?" "정확하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이름의 거울상 역전만 빼 놓고서는." "그럼 아이다는 젊은 사바트 박사, 아직 50이 되지 않은." 일라이저 베일리는 이 말을 하면서 빈정대는 듯한 말투를 공공연하게 표 현 할 수는 없었다. 그 자신이 아직 50은 아니었으나 젊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박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그걸 훔볼트에게 자세하게 이 야기 했으며 그가 큰 소리로 칭찬해 주었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는것이 군." "맞네, 라이지" "그러면 한 로봇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군." "그런것이지." "어느 쪽인지 알아내는것은 쉬울걸세. 훌륭한 로봇공학자에게 조사를 위 탁해 보면......" "이 경우에는 로봇공학자는 필요치 않아. 자격도 있고 비중도 있는 경험 많은 로봇심리학자만이 판단을 내릴 수 있네. 선내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 오로라에나 도착해야 판단을 내릴 수 있을걸세." "그때까지는 그 버릇없는 자가 활개를 치겠지. 하지만 자네가 이곳 지구 에 왔으니 어떻게든 로봇심리학자를 찾아낼 것이고 지구에서 있었던 일이라 면 오로라에 있는 사람들이 듣지도 못할 것이고 말이야." "훔볼트나 사바트가 지구출신의 로봇심리학자로 자신의 로봇을 조사하게 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그 지구인은....." 그가 말을 멈췄다. 리제 베일리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로봇들과 대면해야 하는데." "그들은 오랬동안 일해온 비서들이네." "하지만 지구인들과 접촉한다고 해서 뭐 잘못될 일은 없잖은가. 그런데 자넨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건가?" 베일리가 얼굴을 찡그렸다. "미안하네 다니엘. 하지만 나를 이 일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 데." "나는 사실 이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임무를 띄고 이 우주선에 탑승했 네. 함장은 누군가 도와 줄 사람을 찾다가 내게로 왔네. 나를 비밀을 끝까 지 지킬 수 있는 로봇으로 생각했고 거기다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인간'으로 생각한 걸세. 그는 내게 사건의 전모를 말해 준 후에 도와 줄 수 없느냐고 물었지. 그때 다음 번 도약이 끄나면 지구에 가까와 진다는 사실이 머리에 스쳤지. 그래서 난 함장에게 나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지구에는 우리를 도와 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네." "오,하느님." 베일리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게 일라이저. 자네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자네 자신의 이익은 물론 지구 전체로봐도 이익이 될 꺼야. 물론,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리 할 수는 없지만 함장은 자신의 행성에 있어서는 꽤 영향력이 있는 사 람이야. 틀림없이 그는 너에게 감사의 표시를 할 꺼야." "날 이일에 끌어들이기로 작정을 했군." "자네는 할 수 있어." 다니엘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자넨 이미 어떤 과정을 밟아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그렇게 생각하나? 그 과정이란 두 수학자를 인터뷰 하는 거야. 그중 한 사람은 도둑이겠지." "일라이저, 둘 중 어느 한 사람도 이 도시에 오지 않을 거야.게다가 자네 가 그들에게 가는것도 원치 않을 거고." "게다가 아무리 위급한 경우라도 강제로 지구인과의 접촉을 허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말이지. 알았네, 다니엘. 하지만 폐쇄회로 TV를 통한 인터뷰는 어떨까?" "그것도 불가능해. 그들은 지구인으로부터 심문을 받으려 하지 않을 걸 세."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가? 로봇과는 이야기 할 수 있겠지?" "로봇을 이곳으로 보내는 것도 허락하지 않을 걸세." "오, 다니엘. 자네는 이곳에 오지 않았나." "그건 내 결정에 따른 것이지. 난 함장이외에는 어떤 인간에 의해서도 저 촉되지 않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TV화면을 통해 자네와 대화하는 것만으론 불충분 하다고 여겼지. 직접 자네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었네." 리제 베일리의 목소리가 부드러워 졌다. "그렇게 배려해 주었다니 고맙네, 다니엘. 하지만 이번 경우만은 날 생각 해 주지 말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TV영상으로만이라도 그 로봇과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건 할 수 있을 겄 같네." "조잡한 방법이긴 하지만 로봇심리학자의 흉내를 내 볼까 하는데." "하지만 자넨 로봇심리핮자가 아니라 탐정아닌가."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자 그들과 만나기 전에 몇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어. 양쪽이 모두 똑같이 진실을 말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두 수학자가 나눈 대화내용이 애매한 것이었다고 생각해.그래서 두 로봇은 저 마다 자기 주인이 참 발견을 했다고 믿는것일거야. 그렇지 않다면 한쪽로봇 이 그 대화의 일부분만을 듣고 다른 로봇은 그 대화의 나머지 부분을 들었 가 때문에 저마다 자기 주인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그런 가정은 있을 수 없네. 두 로봇 모두 똑같은 내용을 진술했네. 그들 이 진술한 내용은 근본적으로 모순이 있어." "그러면 둘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한가?" "그렇다네." "그러면 지금까지 함장이 수집한 자료 사본을 좀 볼 수는 없을까?" "자네가 원하면 냐가 보여주지. 사본은 여기 있네." "고맙네. 로봇들에게 반대심문을 한 적 있나? 그리고 그 결과들도 가지고 있나?" "로봇들은 그들의 이야기만을 반복하기만 했네. 반대심문은 로봇 심리학 자들만이 할 수 있어." "아니면 내가 하거나." "자넨 탐종이지 로봇 심..." "좋아, 좋아, 다니엘. 우주 심리학에 익숙하도록 해 보지. 탐정이라면 가 능할 걸세. 왜냐하면 로봇심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생각을 발전시 켜 보세. 로봇은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네, 로봇공학의 3원칙을 지켜 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즉, 제 3원칙을 지키기 위하여 거짓말을 할 수도 있네. 제 2원칙, 제 1원칙에 의해서도 거짓말을 할 수 있네.거짓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제 1원칙에 의해서가 가장 크겠지." "그렇지." "이번 걍우에 각 로봇들은 자기 주인의 학문적 명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 를 지고 있네. 그와같은 경우에서 학문적 명성은 거의 목숨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네. ㄱ,러니 제 1원칙에 의거해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그런 위급한 상황은 맞았다고도 할 수 있네." "하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 상대방의 학문적 명성에 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잖은가." "그럴찌도 모르지만 각 로봇들은 자기의 주인의 학문적 명성을 지키는 일 을 최상의 가치로 두고 있네. 자신의 거짓말이 어찌하였든간에 상대망에게 덜 해가 끼친다고 생각하는 거지." "거기까지 말하고 베일리는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로봇과 이야기 할 수 있게 해 주겠나? R.아이다와 먼저 이야 기를 하고 싶네." "사바트의 로봇말인가?" "그렇네." 베일리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 젊은 친구의 로봇말야." "몇분은 걸릴걸세. 프로젝터가 달린 마이크로 수신기가 내게 있네. 아무 것도 없는 벽이 필요한데......음, 저 필름캐비넷을 치우고 하면 되겠군." "그렇게 하게, 이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하면 되나?" "아니 보통때처럼 그냥 이야기를 하게. 미안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 주게. 우주선과 접촉해서 R.아이다에게 준비를 시켜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린다면, 그 자료 사본들 좀 보여주지 않겠나?" 리제 베일리는 다니엘이 장비를 갖추는 동안 파이프를 입에 물고 자료 사 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몇분이 지나서 다니엘이 입을 열었다. "아이다는 준비 됬네. 몇분 더 사본을 보겠나?" "아니. 새로운 사실은 더 못찾겠는데. 그를 부르고 인터뷰를 기록할 준비 를 하게." -2부 끝- 거울상(Mirror Image) 아이작 아시모프 -3- 벽에 2차원 영상으로 나타난 R.아이다는 금속구조를 하고 있었다. R.다니 엘처럼 완전하게 인간과 유사한 로봇은 아니었다. 키는 컸지만 몸집이 비대 해 베일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부적인 구조 들을 빼고는. "안녕, R.아이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아이다가 억양없는 음성으로 말했는데 그건 놀랍게도 인간의 음성과 똑같 은 음성이었다. "자넨 제나오 사바트의 개인비서지?" "예, 그렇습니다." "몇년동안 일했지?" "22년동안 일했습니다." "자네 주인의 명성은 자네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가치있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그 명성을 보호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나?" "예, 그렇습니다." "그의 물리적 생명보다 중요하나." "그건 아닙니다." "다른사람의 명성보다 중요한가?" R.아이다가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그런 경우는 각 개인의 특성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에 있어서 일반적인 법칙이란 없습니다." 베일리가 멈칫했다. 이들 우주인 로봇들은 지구에서 만든 로봇보다 지적 수준이 한층 높았고, 말하는 것도 더 유연했다. 다시 그가 물었다. "만일 자네가 자네 주인의 명성이 다른사람 예를 들면 알프레드 바 훔볼 트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자네는 자네 주인의 명성을 위하여 거짓말을 할텐가?" "그럴겁니다." "훔볼트와 자네 주인의 대화내용 중, 자네 주인이 했던 대화내용을 증언 할 때 자넨 거짓말을 했나?" "아닙니다." "하지만 자네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 거짓말을 위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사 실을 부인하지 않겠나?" "그럴겁니다." "좋아, 그럼 이걸 생각해 보세. 자네 주인, 제나오 사바트는 수학분야에 서 명성이 높지만 젊네. 훔볼트와 대화하는 도중에 그가 유혹에 넘어가서 비윤리적으로 행동했다면 그 일로 자신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겠지만 그는 아직 젊기 때문에 명성을 회복할 시간이 많아. 그는 앞으로 지적인 업적을 많이 이룰테고, 사람들은 그가 한 일을 젊었을 때의 혈기로 잠시 판단력이 흐려져서 한 일로 여길걸세. 어쨌든 이번일로 생긴 손해는 충분히 벌충할 수 있다는 걸세."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유혹에 넘어간 사람이 훔볼트였다면 문제는 심각 해 지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수 세기에 걸쳐서 전 은하계에 널리 펴져있 네. 그런데 그가 말년에 저지른 단 하나의 실수 때문에 위대한 수학자로써 의 그의 명성과 업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 걸세. 게다가 그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짧아서 그걸 보상할 시간도 없네. 훔볼트박사의 경우 다른 젊 은 박사들과 비교해 볼때 수세기에 걸쳐 이룩해 논 많은 업적을 손상당할 수도 있는데다가 그걸 만회할 기회는 적네. 즉, 훔볼트가 사바트보다 불리 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거지.그러면 훔볼트박사의 명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오랬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R.아이다가 말했다. "저의 증언은 거짓말이없습니다. 그 논문의 저자는 훔볼트박사였습니다. 저의 주인은 그의 명성을 착복하려 했습니다." 베일리가 대답했다. "좋아, 함장의 허가가 있을 때까지 누구에게도 이 일을 이야기 해서는 안 된다는것을 명령하네. 자넬 용서하지." 화면엔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베일리는 파이프를 한번 훅 빨아 내뿜었 다. "함장이 우리 대화를 들었을까, 다니엘?" "틀림없이 그랬을걸세. 우리외엔 그가 우일한 목격자야." "좋아, 그럼, 다른로봇을 준비시키게." "하지만 아이다가 자백한 마당에서 더 인터뷰를 한다는게 무슨 소용이 있 겠나?" "물론 소용이 있지. 사실, 아이다가 자백한 것은 무의미한 것이야." "무의미한 것이라고?" "전혀. 훔볼트 입장이 더 난처하다고 내가 단서를 붙였지. 만일 사바트 박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나의 질문에 거짓말을 했다면 나의 마지막 물음에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증언해 버려서 결국 진실을 말하고 있는 상태가 되 버리지. 하지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면 그는 훔볼트를 보호하기 위 하여 거짓말을 해야 하네. 즉 거짓으로 회로가 옰아가야 하네. 어떤 경우가 생기더리도 아까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네. 회로가 거울상과 같은 구실 을 하는 거지." "그럼 프레스톤을 심문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건 뭔가?" "아무것도. 만일 그 회로의 거울상이 완전하다면.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 해. 어쨌든 한쪽로봇은 진실을 말하고 있고 다른쪽 로봇은 거짓을 말하고 있어. 비대칭일수밖에 없다는 거야. 그럼 프레스톤을 만나세. 아이다와의 심문내용이 복사되었으면 이리 주게." 프로젝터가 다시 동작했다. 프레스톤은 화면 위에서 이쪽을 응시하고 있 었다. 가슴부분의 모양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이다와 비슷했다. 베일리가 말을 했다. "안녕, R.프레스톤." 그는 아이다와의 심문기록을 앞에 놓고 이야기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그의 목소리도 아이다와 비슷했다. "자넨 알프레드 바 훔볼트의 개인비서지?" "예, 그렇습니다." "몇년동안 일했지?" "22년동안 일했습니다." "자네 주인의 명성은 자네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가치있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그 명성을 보호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나?" "예, 그렇습니다." "그의 물리적 생명보다 중요하나." "그건 아닙니다." "다른사람의 명성보다 중요한가?" R.프레스톤이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대답했다. "그런 경우는 각 개인의 특성에 근거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에 있어서 일반적인 법칙이란 없습니다." 다시 그가 물었다. "만일 자네가 자네 주인의 명성이 다른사람 예를 들면 제가오 사바트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자네는 자네 주인의 명성을 위하여 거짓말을 할텐가?" "그럴겁니다." "훔볼트와 자네 주인의 대화내용 중, 자네 주인이 했던 대화내용을 증언 할 때 자넨 거짓말을 했나?" "아닙니다." "하지만 자네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 거짓말을 위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사 실을 부인하지 않겠나?" "그럴겁니다." "좋아, 그럼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세. 자네 주인 알프레드 바 훔볼트는 수학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이네. 하지만 그는 늙었어. 만일 사바트와 대화하던 중 유혹에 넘어가 비 윤리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의 명성에 흠이 갈 걸세. 그렇지만 그의 수세기에 걸친 많은 업적들은 수학계를 지탱해 왔 고 그의 명성을 지켜 줄 걸세. 사람들은 한 늙은 사람이 말년에 순간적으로 판단을 그르쳐서 저지를 일쯤으로 생각할 걸세. 그러나 범인이 사바트라면 문제는 심각해 지네. 그는 젊은 사람이니 훔볼 트보다 확고한 업적을 쌓은 것도 아닐세. 그는 젊은 사람이니 훔볼트보다 앞으로 수세기는 더 오래 살 걸세. 그동안 지식을 축적하고 위대한 업적을 쌓아갈 수도 있네. 그는 자네 주인에 비해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 이네. 그 러고 보면 사바트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게 아닐까? 그의 명성을 보 호하는것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오랬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프레스톤이 말했다. "나의 증언은......" 그 지점에서 말을 뚝 그치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베일리가 말했다. "계속하게, 프레스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니엘이 말했다. "프레스톤이 작동을 멈춰버렸어. 쓸모 없게 되 버렸군" "마침내 우리가 비대칭을 만들어 냈군. 이로써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겠 지." "어떤 방법으로 말인가?" "생각해 보게. 자네가 만일 죄가 없다면 그 사실을 목격한 로봇을 조작할 필요를 느끼지 않겠지. 그럼 자네 로봇은 진실을 말하고 자넨 무죄임이 증 명될 것이니까. 그러나 만약 자네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자넨 로봇이 거짓말 해 주기를 바라겠지.그러나 바라는 것만으론 충분하질 못하네. 왜냐하면 로 봇은 거짓말을 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 문이지. 결국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로봇에세 거짓말을 하라고 명령을 내려 야 하네. 이런 식으로 말이야. 즉 제 2원칙이 제 1원칙보다 강화되도록, 그 것도 아주 충분히 말이야." "합리적인 설명방법같군." "두 로봇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 한 로봇은 제 1원칙이 강화되어 있지 않 으므로 약간 머뭇거리다가 제 1원칙에따라 자신의 말을 번복할 수 있네. 즉, 진실에서 거짓으로 쉽게 옮아 갈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다른 로봇은 제 2원칙이 제 1원칙보다 강화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말을 번복하려 할 때 그의 두뇌속에 있는 갖가지 양자론적인 연결회로 들이 타버릴 수 밖에 없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지. 거짓에서 진실로 옮아 갈 수 없게 되는거지." "그러면 프레스톤이 정지해 버렸으므로." "프레스톤의 주인, 훔볼트박사가 표절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는거지. 만일 자네가 함장에게 이 기록들을 전하여 훔볼트와 대면하게 한다면 그는 실토할 걸세. 그렇게 되면 즉시 나에게 알려주게." "그렇게 함세. 미안하네만 난 사적으로 함장과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은 데." "그렇게 하게. 회의실을 쓰도록 하게. 그곳에는 방음장치가 되어 있으 니." 베일리는 다니엘이 함장과 이야기 하는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는 초조한 기색으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분석에 모든 일이 달려있다. 하지 만 그에게는 로봇공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결여되어 있다...... P.S. 자....3부는 끝났습니다 베일리의 생각이 맞는 것일 까요? 바로 뒤에 올릴 4부를 보아 주십시오 그리고 팬레터 좀 부탁드립니다....헤헤~~ 거울상(Mirror Image) 아이작 아시모프 -4- 다니엘이 반 시간쯤 지나 돌아왔다. 그 반시간이 베일리에게는 자기 일생 에서 가장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물론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무표정한 다니엘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얻어낸 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베일리는 애써 그의 얼굴도 무표정하게 보이 려 했다. "다니엘?" "자네가 이야기 한 대로였어. 훔볼트는 실토했네. 사바트는 그를 용서했 고 훔볼트가 마지막으로 명성을 날릴 기회를 주기로 했네. 위기는 끝났어. 함장은 대단히 만족해 하더군. 자넬 추천한 대가로 나도 상을 받을 걸세." "그것 잘됐군."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지자 갑자기 무릎이 떨려오고 이마에 땀이 솟는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니엘, 다시는 그런 일을 맡지 않게 해 주게." "그렇게 하도록 하지. 물론 모든 판단이야 얼마나 심각한 위기냐, 자네가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달렸지만. 그런데 질문이 하나 있네" "그래? 뭔데." "거짓에서 진실로 옮아가는 것이 쉽고 진실에서 거짓으로 옮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그런 경우엔 진실에서 거짓으로 가도 로봇이 정 지해 버리지 않겠지. 따라서 프레스톤이 정지해 버렸으므로 훔볼트박사는 무죄이고 사바트가 범인이라고 결정을 내려도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식으로 해도 되겠지. 그러나 훔볼트가 실토하지 않았나?" "실토했지. 양쪽 모두 가능한 논증이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범인을 알아 낼 수 있었나?" 잠시 베일리가 입을 삐쭉하는 모양으　 짓더니 다시 밉술을 바로 하며 말 했다. "왜냐하면 난 로봇의 반응이 아니라 인간의 반응을 생각하기 때문이지. 난 로봇보다 인간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네. 난 두 로봇과 인터뷰 하기 전에 어느 수학자가 범인일까 하고 생각해 봤어.일단 난 두 수학자가 보여주는 비 대칭적인 면을 찾아내고, 그 면을 내가 범인이라고 지복한 수학자에게 적용시켜 봤지. 로봇의 반응은 죄지은 사람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극적이었 어. 만약 사람이었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인간에 대한 자네의 분석이 어땠는지 궁금한데." "이봐 다니엘, 한번 생각해 봐. 물을 필요는 없어. 참, 거짓문제 외에도 거울상과 같은 이 문제에는 비 대칭적인 점이 또 하나 있어. 두 수학자의 나이 말이야. 하나는 늙었고 또 하나는 젊었다는 점 말이야." "그건 그래.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 "갑자기 놀랄만한 발견을 한 애숭이 수학자가 학창시절부터 존경을 받아 오던 노 수학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광경은 상식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으며 훌륭한 업적을 쌓아오던 대 수학자가 수세기,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애숭이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것 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러면 평소 존경해 오던 수학 자의 발견을 젊은 학자가 착복하려 했던 것일까? 그것도 생각할 수 없어.한 편 노 수학자가 자신의 쇠퇴해 가는 능력을 자각하고 그것을 만회하려고 안 간힘을 쓰던 중 이 애숭이 수학자의 이야기를 듣게 됬어. 그는 이 애숭이에 게는 그런 영예를 얻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간단히 말해서 사바트가 훔볼트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하는것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 야. 어떤 각도에서 보든지 훔볼트가 범인이야." 다니엘은 한참 그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이윽고 그가 손을 뻗치며 말했다. "난 가야겠네, 일라이저. 자넬 만나서 반가왔네. 다시 곧 만나지." 베일리는 로봇의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말했다. "자네만 괜찮다면 그 때가 너무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