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의 샘>..숨은 줄거리 찾기. 09/02 02:39 97 line 아더 C.클라크의 <낙원의 샘>은 작가의 말년작에 속하는 작품으 로 아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필체로 가득차 있다. 이 소설은 지구의 한 왕국의 영산꼭대기에서 우주의 궤도까지 다 이아몬드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명확하기는 하지만 자칫, 건설과정 중에 일어나는 사건중심의 기계적인 줄거리가 되기 쉬운데,<낙원 의 샘>은 줄거리를 중시하지 않은 작가의 완숙함에 힘입어 이러 한 우려를 유유히 벗어나고 있다. 지상에서 로�껀셈犬� 우주왕복선등을 쏘아올리는 대신에 거의 영구 적으로 작동하는 우주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수송량과 효율면에서 아주 경제적인 것이다.(물론 작품에서 묘사되고 있는 류의 인조 다이아몬드 강선개발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러나, 이런 초거대규모의 공사(10억톤의 다이아몬드가 섬유의 형태로 하늘에 떠있다.)라고 해서 기술적인 문제만이 전면에 노 출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 거대한 규모에 준하는 신화나 전 설(적어도 사연이라도) 연루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 대공사에 대한 '기록'은 그런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 있다. 적도 근처의 큰 섬 타프로바니 왕국의 이천년전의 왕 카리다사와 금색나비의 전 설. 해발 4천미터가 넘는 영산 스리칸다와 그 꼭대기의 사원,그 리고 범종. 이런 것들이 우주엘리베이터로 이르는 길목의 모든 풍경을 차지한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외계에서 홀연히 나타난 스타그라이더,즉 스타호름인들의 존재이다. 이 쯤되면 단 순히 우주엘리베이터의 건설만이 주제가 아님은 명백해지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소설은 전체가 대단히 상징적이고 은유에 가득찬(어떻게 보 면 지독한) 문체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물론 수시로 튀어나오는 오역이나 틀린 글씨도 한몫은 하고 있지만,자세히 살펴보면 곳곳 에 등장하는 난해한 표현들이나 자주 줄거리를 놓치게 되는 현상 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즉, 보통의 소설에서 '중요'하고 독 자에게 충분히 설명되기 마련이 대목들이 시나 서사적인 표현을 방불케하는 문체로 슬쩍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앞으로 이 책을 읽을 분들이나 이미 읽으신 분들 에게도 참고가 되리라 생각하며 혹,나와 국부적으로 다른 줄거리 로 이 책을 읽으신 분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산 스리칸다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원을 우주 엘리베 이터를 위해 내놓느냐 마느냐 하는 갈등의 실마리가 풀리는 장면 인데, 곳곳의 짧은 표현을 근거로 사실을 설명문조로 풀어보면, 첫째, 2천년전에 왕 카리다사와 승려들간에 금색나비가 스리칸다 정상의 사원에 까지 도달하면 승려들이 전쟁에 참가한다는 내기 가 있었으며, 여기에 카리다사가 졌으며, 멸망했다. 둘째, 사원의 범종이 재앙이나 큰일이 있을 경우에 울리게 되어 있는데, 우주 엘리베이터를 위한 첫번째 실험을 할때 '우연히' 발생한 폭풍우에 의해 금색나비떼가 날려가서 범종을 울린다. 세째, 그 폭풍은 몬순제어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사원의 두 번째 위치의 승려이자, 이전의 천재학자인 춈 골드박 박사(파리 칼마 스님)의 새로운 기상학적 방법의 실험도중의 '실수'와 '신 경쇠약증'에 의해 발생했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을 방해하 기 위한 시도인지는 불분명. 네째, 그 폭풍 직전에 라쟈싱하는 스타호름인들의 우주선이라고 '착각'할 뻔했던 이상스런 구름을 발견하고, 폭풍 당시에 다이아 몬드 초섬유는 '회전하는 비상체'에 얽혀서 끊어져서 '범선 같은 두 구름'과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스타호 름인들은 이전에 태양계에서 갑자기 소식이 끊긴 항성탐측기의 기억을 떠올린다.-즉 첫번째 실험의 실패는 파리칼마 스님과 스타호름인들의 우연한 합작이었고, 이 것은 역설적으로 카리다 사의 전설과 맞물려서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을 위한 산 정상의 사 원은 차지할 수 있게 된다.(에필로그의 제목은 '카리다사의 승 리'이다.) 이상 위의 예들은 처음 읽을때 내가 거의 헷갈리며 넘어 갔던 것 인데,(생소한 인도문화권의 명칭들이 이 혼란을 부추기며) 한 참 지나서야 책을 다시 잡고 어림잡은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2천년전에 영산 꼭대기의 사원의 주지승과 우주엘리베이터 제작 자 모건이 등장하는 시기(즉 2천년이 경과한 시점)의 주지승의 이름은 모두 '마하나야케 테로 선사'이며 이 것이 나를 처음에 무지 헤매게 만들었다. 이는 윤회설에 바탕을 둔 작가의 한 복선 이자 암시로서 의도적으로 만든 소설적 장치일 것이다. 이 소설의 끝 맺음은 지구의 적도주변까지 얼음으로 덮이고,'긴 겨울이 지나서야 인간은 소생한 지구로 돌아오는' 그런 풍경속에 서 스타호름인들과 정신적으로 막 눈을 뜨기시작한 지구의 아이 들이 함께 있는 장면으로 비쳐줘 있다. 많은 인류는 우주엘리베 이터의 중심을 잡기위한(인공위성들이 도는 궤도가 우주엘리베이 터의 중심이고 반대편으로 균형을 잡기위한 초섬유가 뻗어있다.) 지점에 '링 도시'를 이루어 무중력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야 내가 익숙한 sf의 세계인 것이다. <낙원의 샘>.. 자칫 sf가 서사시로 변할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 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였다. 아더 C.클라크의 말년작이라는 이 름에 잘어울리는 작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