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로맨서(Neuromancer)>를 읽고.. ..<뉴로맨서>는 한때 콘솔카우보이(사이버스페이스에서 활약하는 전문가 혹은 프로)였다가 고용주의 정보를 빼돌린 댓가로 신경망을 손상당한 주인공 케이스가 슬램가와 암시장에 미래를 합친듯한 일본의 '지바'에서 일종의 생체및 정보 장물아비 노릇을 하고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다가 사랑한 여인 린다가 살해 되고, 그 생활도 급박해진다. 이때 아미테지라는 사내에게 고용되어 손상된 신경망을 치료받고 몰리라는 고급닌자형 신경을 가진 여자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활약을 한다. 그런데 공격대상도 고용주도 테시에 아쉬플 주식회사의 인공지능 AI인것을 알게되고 .. ..사실 듣던바대로 뉴로맨서는 낯설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한 소설이었다. 마치 유체이탈을 하듯 전산연결망속으로 잠입해가는 것.(그것도 작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덤덤한 문체로 묘사된),그리고 다른 사람의 신체에 과학적으로(심령학적이 아니라는 뜻에서) 시선만 동행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 이런 것 은 글을 읽는 나의 속도를 상황파악을 위해 수시로 늦추게 만들었다. 게다가 장기이식이나 신경조작까지는 그럭저럭 넘어가다가도 연이어 인공지능 AI가 이사람 저사람의 모습으로 (인공지능의 두자아가 서로 다른편으로 나뉘어서) 나타나는 통에 주인공(케이스)과 더불어 수시로 헛갈렸다. 물론, 훌륭한 작품답게 자세히 보면 희미하지만 확실한 설명이 곳곳에 숨어있지만..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이버펑크적인 소설이 치달아서 다가가는 갈등과 결말은 보다 폭이 넓은 것이었다. 집합정신이며 의식의 결정자인 윈터뮤트와 인격으로 나타내어지는 뉴로맨서. 스스로의 확장을 억제시킨 금제를 한쪽의식이 다른 한쪽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 풀어버린뒤 하나의 존재가 되려는 충동. 합쳐진 존재가 신인가? 합쳐진 뒤 지바의 술집벽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인간'인 케이스가 "당신 따위는 필요 없어" 라고 실존주의적으로 외치는 것으로 보아 작가는 신이라고 묘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 이제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존재- 켄다우로스 계 에 존재하는, 그리고 인간은 그의 메시지를 이해할수 없었던-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 것을 보면 완전한 신이라기보다는 클라크의 오딧세이1에서의 보우먼의 존재와 유사할 것 같기도 하다. ..어릴적 어떤 만화에묘사된 '동산의 왕자'이란 이미지에 매혹된적이 있었다. 푸른 초원에 앉아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는 그런 모습으로 늘 상상에 채색해 덧붙이고는 했었다. 뉴로맨서라는 이른바 사이버펑크적인 소설을 읽고나서 이런 얘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뉴로맨서'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인공지능 AI의 한쪽자아가(인격적인 측면) 햇볕이 내리쬐이는 해변에서 소년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물론 뉴로맨서는 회색의 눈빛을 가졌고(회색의 눈빛이라는 것은 세상을 이미 안다는 뜻이다.) 푸른 초원의 자연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공간(한 여자의 기억을 빌어 만든 모로코의 해변)에 모습을 드러낸것이지만.. 이렇게 옛이미지를 되새겨서 굳이 <뉴로맨서>의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보이는 한장면과 비교를 해 보는 것은 이소설이 그만큼 내게 낯설은 감수성을 요구한데 대한 반작용인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장면이 정말 중요한 장면이라는 것을 나몰래 내가 알아낸 결과인지도 모른다. <뉴로맨서>의 인공지능이 그러했던 것처럼. - 차한잔을 앞에두고 가부좌를 튼 여름강아지 - cf)..한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소설에 마약이나, 신경작용제를사용하는 장면이 아주 많다는 점인데, 구미의 현실을 보면 소설적인 견지에서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의 사용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은 (도덕적이나, 신체건강상이 아닌 다른 쪽으로) 잘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르면 약물로 의식을 확장시키는 것은 아무 방비도 없이 혼자 밤에 슬램가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미래의 동양이 <뉴로맨서>의 지바처럼 될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