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이영수 (DJUNA ) 혹정필담---박지원의 우주관(1) 04/07 23:06 137 line (타이핑 연습입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혹정필담에서 몇 몇 구절을 뽑아 배낍니다. 귀찮아서 한문 토와 주 따위는 몽땅 생략했으니 나중에 원본을 찾아 읽어 보시기를. 그럴 가치는 있 습니다. 아,간단한 상황 설명을 해야겠죠? 열하일기니까 당연히 무대 는 청나라. 이 문답이 있기 전에 박지원이가 술김에 기안사란 친구에게 이랬나봅니다. "달 속에 만일 또 하나의 세계가 있다 면,달에서 땅을 바라보는 이 있어서, 그 난간 밑에 비껴 서서 우리와 함께 땅의 빛이 달에 가득함을 구경할 터이죠." 기안사 는 그걸 약간 뻥을 섞어 혹정에게 일러바쳤고, 혹정이 구미가 동했던 겁니다. 그래서 대화가 시작되는데... 말이 안통하니 필 담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거에요[채팅의 전신?] 셋 다 팔이 어지 간히 아팠을 겁니다. 그래도 갈무리를 해놨으니 책으로 옮기기 는 쉬웠겠네요.) ...혹정은 다시 묻기를 "공자께서는 아마 기하에 대한 학문이 정통하신가 봅니다." 한다. 나는 "어째서 그런 줄 아십니까?" 했더니,혹정은 "저 웃방에 든 기안사가 '고려 박공자는 기하에 정통하여 그 가 말하기를,달 가운데 한 세계가 있다면 마땅히 이 땅과 같을 것이고,또는 지구가 저 공중에 걸려 있으니 그는 실로 한 개의 작은 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또 지구 자체에서 빛이 생겨서 달 가운데에 가득히 들었다고 하더이다'하니 이들은 모두 기이 한 이론인 동시에 경천 위지의 재주라고 이르지 않을 수 없겠습 니다. " 한다. 나는 "저는 솔직히 말한다면 기하에 대한 글자란 반 낱만큼도 엿본 적이 없습니다. 요전 밤에 우연히 기공과 함께 앞청에서 달을 구경하다가,기이한 흥취를 걷잡지 못하여 아무런 헤아림도 없이 멋대로 지껄인 것이지요. 이야말로 일시적인 허튼 소리에 불과 합니다. 게다가 이는 저의 억측에서 나온 것이요,결코 기하로서 풀어진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혹정은 "이렇게 지나치게 겸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구의 빛에 대 한 이론을 좀 듣고 싶습니다. 만일 지구에 빛이 있다고 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햇빛을 받아서 빛이 생기는 것입니까? 또 는 그 자체에서 저절로 빛이 생기는 것입니까?" 한다. 나는 "마치 꿈결에 푸른 글씨로 쓴 부적을 읽은 것처럼 되어서 벌 써 잊어버렸습니다." 하였다. 혹정은 "저도 평소에 남몰래 발명한 것이 없지 않으나,역시 남을 만 나서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해내의 제공들과 하여금 대경 소괴하게 할까 보아서입니다. 그래서 마치 무엇이 탯덩이 처럼 가슴 속에 뭉쳐 있어서 오래도록 소화되지 않아,겨울과 여 름철이 되면 더욱 괴로와집니다. 선생도 이런 증세가 이루어지 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 한다. 나는 "그렇다면 이 즉각에 말씀하여 그걸 깨뜨려 버립시다. 몇 해 동안 숙증을 약 쓰기 전에 낫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하였더니,혹정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고 손을 흔들며 웃는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손된 이가 먼저 꺼내진 못하는 겁니다."하고 는 말을 끝냈다...(중략) ...지정은 다시 지구의 빛에 대한 설명을 청하기에,나는 "제가 다만 허망한 말씀을 드렸더니,선생께서는 역시 허망한 말로 들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하였더니,혹정은 "그러는 것도 해롭지 않을 겁니다." 한다. 나는 "낮이면 만물이 모두 환하게 뵈다가도 밤들면 곧 모든 것이 암흑 속에 드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하고 물었더니,혹정은 "그거야 햇빛을 받아서 밝은 것이지요." 한다. 나는 "모든 물건의 자체에서는 밝음이 없음을 보아서 그 본질은 어 둡지 않은 것이 없는 모양이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면 저 어두 운 밤중에 거울을 대해 보더라도 목석과 다름이 없으니,이는 비 록 빛을 받아들일 성격은 포함되었으나 그 자체가 밝을 수 있는 바탕을 갖춘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 고 해를 빈 연후에야 빛을 낼 수 있으므로 그 반사하는 곳에 도 리어 밝은 그림자가 생기니,물이 밝아짐도 역시 이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지구의 밖에 바다가 둘린 것은 비유하 건데 한 개의 큰 유리거울과 같습니다. 만일 달세계에서 이 땅 의 빛을 바라본다면,역시 현이니 보름이니 또는 그믐이니 초하 루니 하는 것이 있을 테며, 그 해를 맞댄 이모저모에는 큰 물과 큰 땅덩이가 서로 잠기며 비춰져서 그 빛을 받아 반사되어 바꾸 어가며 붉은 그림자를 토하되,마치 저 달빛이 이 땅덩이에 고루 퍼졌으나 햇빛을 받지 못한 곳이 저절로 어두워져서 현이 이룩 되기 전 초승달처럼 빈 넋둘레만 걸려 있어, 그 흙의 깊은 곳이 마치 달 속의 검은 그림자처럼 엉성할 것이 아닙니까?" 하였더니,혹정은 "저 역시 일찍이 망령되어 지구에 빛이 있다고 생각했으나,선 생이 논하신 것과 좀 다른 것이 있을 뿐입니다." 한다. 나는 "그야 반드시 서로 같아야 됨은 아니니까,이에 대한 설명이나 듣고 싶습니다." 하였다. 지정이 혹정을 돌아보며 잇달아서 몇 마디 말로 "산하 의 그림자"하고는 운운하매,혹정은 머리를 흔들며 "그렇지 않아." 를 거듭 잘못 낸다. 나는 "무엇이 아니란 말입니까?" 하였더니,혹정은 "선생께서 방금 지구의 빛을 설명하셨는데,학공은 산하의 그 림자로 안 까닭입니다." 한다. 나는 "불가의 설에 의하면,저 달 가운데 마치 무엇이 춤추는 듯한 것이 곧 산하의 그림자라 하였은즉 이는 곧 달은 한 둘레의 허 명체에 지나지 않아서 마치 거울이 물건을 비추는 듯이 굽어서 대지에 내리쬠을 이름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들 소위 철요 행이란 것도 역시 산하의 높고 낮음으로서,마치 그림의 부본처 럼 위로 올라서 달 가운데를 물들인 것이니,이는 모두 땅과 달 의 본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내가 말한 달 속의 세 계란,참으로 한 개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애당초 지구의 빛을 설명하려 하였으나어떤 곳에다가 나타낼 수 없으므로 이 러한 달 속의 세계를 가설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땅을 바꿔서 처해 보자는 것이니,설사 우리들이 달 가운데에서 지구 의 바퀴를 쳐다본다면,역시 이 땅 위에서 저 달이 밝음을 바라 봄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하였더니,혹정은 "옳습니다. 선생의 이 말씀은 내 벌써 명백히 알아들었소이 다. 이미 월중의 세계가 있다면 저절로 산하가 있겠고,산하가 있다면 저절로 철요가 있겠으므로,멀리 서로 바라본다면 으례 이런 형태가 나타날 것이니,이는 대지를 빌지 않아도 그 그림자 는 나타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구의 빛에 대해서 나는 이르 기를,이는 햇빛을 빌어서가 아니요,그 자체에 빛이 있다고 생각 됩니다. 대체 물건이 크면 신이 그를 지키는 것이요,물건이 오 래 묵으면 정기가 어리는 법이니,늙은 조개가 구슬빛을 토하여 어둔 밤을 밝혀줌은 곧 신과 정기가 한 곳에 모인 까닭이 아니 겠습니까? 그리고 땅덩어리야말로 참 크고도 오래갈 수 있는 감 공보주인즉 큼직한 신정이 저절로 광명할 것이니 예를 든다면 저 도덕 있는 군자가 그의 화순한 마음이 속에 쌓여서 그 영화 가 외면에 나타남과 같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저 공중 에 가득찬 별이나 은하에는 모두 제 몸에 나오는 빛이 있지 않 겠습니까?" 지정이 옆에서 읽다가 웃으며,위에 적은 월중세계에서 이 지 구의 빛을 바라본다는 귀절에 동그라미를 치고는 또 지구는 곧 감공보주라는 귀절에 동그라미를 치며 "두 분 선생께서는 아마 달나라에 가셔서 항아낭랑에게 소송 을 걸러 판결지어야 하겠소이다. 그때에는 아예 학성더러 증인 이 되라 마십시오." 한다. 혹정은 곧 그 항아낭랑에게 소송을 걸라는 귀절에다가 동 그라미를 친다. #89 이영수 (DJUNA ) 혹정필담---박지원의 우주관(2) 04/07 23:08 167 line 혹정은 또 "달 가운데 만일 한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는 어떤 것이라 생각됩니까?" 하고 묻는다. 나는 웃으며 "아직 월궁에 한 번도 가 구경한 적이 없은 즉 그 세계가 어 떻게 된 것인지를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다만 우리들 티끌 세계 의 사람으로서 저 월세계를 상상하면,역시 어떤 물건이 쌓이고 모이어서 한덩이가 이룩되었으되,마치 이 큰 땅덩이가 한 점 미 진이 모인 것과 같을 것이니,티끌과 티끌들이 서로 의지하되 티 끌이 어린 것은 흙이 되고,티끌이 추한 것은 모래가 되며,티끌 이 굳은 것은 돌이 되고,티끌의 진액은 쇠끝이 되며,티끌이 번 영한 것은 나무가 되고,티끌이 움직이면 바람이 되며,티끌이 찌 는 듯하게 기운이 침울하여 모든 벌레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사람들은 곧 모든 벌레 중 한 족속에 불과함이니,만약 월 세계가 음성으로서 땅덩이가 되었다면 그 물은 곧 티끌일 것이 요,그 눈은 곧 수정일 것이며,그 쇠끝은 곧 유리일 것이라고 생 각됩니다. 그리고 월세계가 반드시 진정코 이렇다는 것은 아닙 니다. 이는 비록 제가 추상적으로 이런 명제를 설정했지마는,역 시 어찌 그다지 크다큰 물체가 이룩되어 그 덕은 햇빛에 비교할 수 있고, 그 체는 해에 배합할 수 있으면서,오히려 한 물건도 기운이 모이어서 벌레처럼 변화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우리들 사람은 불에 들어가면 타버리고,물에 빠지면 가라앉곤 합니다. 그러나 역시 그는 일찍이 불과 물을 떠나지 못하는 것 이니,이로써 미루어 본다면 비록 물과 불 속에 살고 있다고 하 더라도 가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대체로 모든 벌레 는 물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다만 고기와 자라 등속뿐이 아니겠 고,또 벌레는 비록 비늘과 껍질로 치레한 놈으로써 주를 삼았다 하나,날개가 돋힌 놈도 있고,털을 입힌 놈들로써 상대방을 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저 고기와 자라는 비록 뭍에 놓는다면 죽 어버릴 수 밖에 없는 존재였으나 역시 때에 따라서는 깊이 진흙 속에 간직됨을 보아서는 이는 인과 개의 족속도 또한 일찍이 흙 을 떠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 직방이 소개 한 외에 정말 몇 개의 세계가 기필코 있을는지요. " 하였다. 지정은 "저 서양 사람들의 기록한 바를 믿는다면,아마 구국,귀국,비 두국,천흉국,기굉국,일목국 등의 여러 가지 기기괴괴한 것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는 모두들 보통 생각으로는 미칠 바 아니었 습니다. " 하매,혹정은 "이는 다만 서양 사람의 기록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우리 '경'에도 있지 않습니까?" 하였다. 나는 "어떤 '경'에 실려 있습니까?" 했더니,혹정은 "'산해경'입니다." 한다. 나는 "이 대지를 둘러서 꼭 몇 분의 인황과 모제가 있는 지 알 바 없은 즉,이 땅에서 저 달을 생각해 볼 때에는 그에 한 개의 세 계가 있음도 이치에 괴이할 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 했더니,혹정은 "월세계의 있고 없음이야 우리들 진세에 아무런 상관이 없은 즉,이는 곧 월나라 사람이 살찌고 여윈 것이 진나라 사람에게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옛 성인들이 말씀하지 못한 것이거늘 이제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나니 나로 하여금 티끌 세상의 모든 번뇌가 별안간 없어지고 마치 저 광한궁에 앉아서 얼음 비단을 입은 채 싸늘한 술을 마시며 백이와 오릉,증자와 더불어 노니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 떼를 타고 바다를 뜬다 함은 곧 공자의 별계 망상이 아니겠습니까? 만일 선생이 영연히 서늘한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향할 때에는 저는 저 중유 씨에게 결토 뒤질 생각은 없소이다. " 한다. 지정은 곧 별계 방상에다 동그라미를 치며 "그럴 때에는 저는 팔짝팔짝 뛰는 저 토끼나,펄쩍펄쩍 저 두 꺼비의 노릇을 할지라도 사양하진 않겠습니다. " 하고는 온 좌석이 한바탕 웃었다. 혹정은 또 "우리 유학자 중에서도 근세에 이르러서는 저들 지구의 설을 제법 믿는 모양입니다. 대체 땅이 모나고 고요하여 하늘이 둥근 채 움직인다 함은 우리 유학자의 명맥임에도 불구하고 저 서양 사람들이 이러한 혼란을 일으켰다고봅니다. 이에 대하여 선생 은 어떤 학설을 좇으려 하십니까?" 한다. 나는 "선생은 어떤 것을 믿으십니까?" 하고 반문했더니.혹정은 "전 비록 손으로 육합의 등마루를 어루만지지는 못했습니다만 자못 지구가 둥글다는 설을 믿었지요. " 한다. 나는 "하늘이 만든 것 치고 어떤 물건이고 간에 모진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비록 저 모기 다리,누에 궁둥이,빗방울,눈물,침 등 과 같은 것이라도 둥글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저 산하 대지,일월 성신들도 모두 하늘의 창조였으나,우리는 아 직 모난 별을 본 적이 없은 즉,지구가 둥근 것은 의심없는 일이 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나는 비록 서양 사람들의 저서를 읽어 본 적이 없으나 일찍이 지구가 둥근 것은 의심없다고 생각하였 습니다. 대체 지구의 꼴은 둥그나 그 덕인 즉 모나며, 그의 사 공은 동함에 있으나 그 성정은 정함에 있는 것이니,만일 태공으 로 하여듬 이 땅덩이를 편안히 한 곳에 정착시켜 놓고,움직이지 도 못하며 굴르지도 못하는 채 우두커니 저 공중에 매달려 있기 만 한다면,이는 곧 섞은 물과 죽은 흙인 만큼 잠깐 사이에 그는 ��Ħ어 사라져 버릴지니,어찌 저다지 오랫동안 한 곳에 멈추어 있 어서 허다운 물건을 지고 싣고 있으며,하,한처럼 큰 물들을 담 고서도 물샐틈이 없겠습니까? 그러면 이 지구는 면면마다 구역 이 열리고,군데군데 발을 붙여서 그 하늘로 머리 솟고,땅에 발 을 디딤은 나와 다름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서양 사람 들이 벌써 땅덩어리를 구로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구가 구르 는 데 대해서는 말한 적이 없으니,이는 땅덩어리가 둥근 줄은 알면서 둥근 것이 반드시 구를 수 있음은 모르는 셈입니다. 그 러므로 저는 저 땅덩어리가 한 번 구르면 하루가 되고,달이 한 번 땅덩어리를 두르면 한 달이 되며,해가 한 번 땅덩어리를 두 르면 한 해가 되고,세성이 한 번 땅덩어리를 두르면 일기(12년) 되며,항성이 한 번 땅덩어리를 두르면 일회(10800년)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 고양이의 눈동자가 열두 시 간을 따라 변함이 있은 즉,그 한 번 변하는 순간에 땅덩어리는 벌써 7천 여리나 달리는 것입니다. " 했다. 지정은 "이야말로 토끼 주둥이에 달린 건곤어요,고양이 눈에 들어가 는 천지라고 이를 만합니다. " 하고는 크게 껄껄댄다. 나는 "우리 나라 근세 선배에 김석문이 처음으로 삼대환이 공중에 떠 논다는 학설을 했고,저의 벗인 홍대용이 또 지전설을 창안했 던 것입니다." 했더니,혹정이 붓을 멈추고 지정을 향하여 무어라고 하되 마치 홍의 자와 1호를 말하는 듯 하였다. 그러더니 지정은 "담헌 선생은 곧 김석문 선생의 제자이십니까?" 하고 묻는다. "아닙니다. 김은 돌아간 지 벌써 백 년이나 되었으니 서로 사 수할 터수가 못됩니다. " 했더니,혹정은 "김선생의 자와 호는 무엇이며,아울러 저서는 몇 편이나 있습 니까?" 한다.나는 "그의 자와 호는 모두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한 저서도 없거니와 홍도 역시 저서가 없고 다만 제가 일찍부 터 그의 지전설을 깊이 믿었으므로,나에게 자기를 대신하여 저 서하기를 권했던 적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기공과 함께 달을 구경하다가 달을 보고는 친구 생각이 난 것이니,이는 곧 곳을 따라 생각이 솟은 것인 만큼 저절로 진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대체로 서양의 생각에는 만일 땅덩어리가 한 번 구른다면 모든 전도에 말로 더욱 추측하기 어려울 것이므로,이 땅덩어리를 붙 들어서 한 곳에다 안정시켜 놓되 마치 말뚝을 꽂은 듯이 한 연 후에 측정하기에 편리하리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했더니 혹정은 "전 본래부터 이런 학문에는 어두웠으나 역시 한두 가지 엿본 것이 없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치 일곱 잔의 차를 마신 듯이 다시 정신을 허비하지 않았더니,이제 선생의 말씀은 저 서양 사람들의 발명한 바도 아닌 만큼 저는 감히 꼭 그렇다 고 하기도 어렵거니와,역시 감히 갑자기 그르다고 배격하기도 어렵고,요컨데 아득히 상고할 곳이 없더니 이 선생의 변설은 몹 시 정긴하여 마치 고려에서 만든 송납 꿰는 바늘 구멍처럼 되어 서 그 돌린 선과 길이 하나하나가 명투하군요." 한다. 지정은 또 "어떤 것을 '삼대환'이라 하고 또 어떤 것을 '일소성'이라 하 십니까?" 하고 묻는다. 나는 "공중에 떠도는 '삼환'이란 곧 해와 땅과 달을 이른 것입니 다. 지금 대체 이에 대해서 논하는 이는 말하기를 저 별은 해보 다 크고 해는 땅보다 크며 땅은 달보다 크다 하였으니,만일 그 들의 말과 같다면 저 공중에 가득찬 별들은 모두 이 땅과 상관 이 없는 채 다만 땅덩어리의 사유물처럼 되자,그의 이름을 '해' 니'달'이니 하고서 해를 양이라 하고 달을 음이라 일컫되,예를 들면 마치 어떤 살림집에서 동쪽 이웃에 불을 빌리고 서녘 집에 물을 꾸는 것과 같아서 저 공중에 가득히 박힌 별들로서 이 삼 환을 본다면 저 태공에 얽혀 붙은 것이 저절로 쇄쇄한 작은 별 들에 지나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들이 한둘레의 물과 흙 어울음에 앉아서 안계가 넓지 못하고 생각이 한계가 있 은 즉,그제야 망령되이 저 열수들을 갖고 구주에다 분배시킨 셈 이니 이제 저 구주가 사해 안에 있음이 마치 검은 사마귀가 얼 굴에 찍혀 있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는 곧 이른바 큰 못 에 뚫린 작은 구멍이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별이 제각기 분야를 맡았다는 설이야말로 어찌 의심스럽지 않겠습니까?" 했더니,지정은 워낙 이 말을 믿었으므로 쇄쇄한 작은 별들이라 는 귀절에 이르러선 어지럽게 동그라미를 쳤고 혹정도 "이는 참으로 기이한 이론이며 상쾌한 이론이어서 전인의 발 명하지 못한 것을 발명하셨습니다. " 하고는 몹시 칭도하였다... --------------------------듀나와 그 일당들이 찍어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