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복(44014401)입니다. 동호회 게시판이 생겨서 아주 기쁩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좋아하는 SF중의 하나인 잊혀진 혹성을 올리 겠습니다. 좀 희귀한 것같고 또 재미도 있을것 같아 올립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국민학생을 대상으로 발간된 것이라 문체나 서술 상의 약간의 단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만..읽으시는데 별로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제목 : 잊혀진 혹성 (원제는 모르겠습니다.) 원작 : 라인스터 번역 : 이 인석 그외 : 장원사에서 1979년 2월 28일 발간.(당시 책가격 : 190원) ***************** 잊/혀/진/ 혹/성 1. 이카르스호의 조난 조사선 테네이시스호는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혹성에 처음으로 착륙했다. 멋진 곳이다. 대기는 맑고 신선했으며 바다도 많았다. 그것이 가까 이에 있는 태양의 빛을 받고 있었으며, 가득 덮힌 구름때문에 상공에 서는 땅이 내려다보이지 않았다. 산, 대륙, 고원이 있으며 밤과 낮이 있고, 바람과 비가 있어서 인간 이 충분히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기후는 열대에 가깝지만 불쾌한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생명이 없었다. 그 혹성에는 동물은 살고 있지 않았으며, 바위위에도 식물이 돋아있 지 않았다. 돌을 흙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를 계속하는 박테리아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흙이 없었다. 바위와 돌과 자갈과 보래는 있었다. 그러나 식물이 자라날 흙이 없 었던 것이다. 바다에는 생물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 었기때문에 바다 밑에도 진흙이 없었다. 그곳은 처음으로 은하계 탐험이 실시되었을때 발견된 깜짝 놀랄 만 큼 많은 세계중의 하나였다. 아직 어떠한 생물도 없었기 때문에 인간 이 거기서 살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그곳의 물은 신선했으며 공기도 세균이 없고 호흡하기에 아무런 지장 이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닿지 않는 것이 다. 다만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세균이 전혀 없는 곳에서 생물을 사육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실험을 위해서 생물학 실험장으로 쓸 수 있다는 것 뿐이었다. 조사선 테테이스호는 그곳의 중력도와 온도의 변화등을 측정하고, 암석과 공기, 물의 견본을 채취하자, 인류에게는 전혀 소용되지 않는 무용의 혹성이라고 판단하고 떠나가 버렸다. 그로부터 800년동안 그곳 을 찾는 우주선은 없엇다. 그러나 거의 천년이 경과하고 나서 종자 살포선 오라나호가 도착했 다. 그 무렵이 되자 인류는 은하계의 거의 모든 곳에 진출하고 있었다. 은하계의 거의 끝까지 식민지가 만들어져서 그 식민지에서 또다른 혹 성으로 이민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생물이 존재하고 있지 않 은 무수한 혹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종자 살포선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 살포선이 하는 일이란 지극히 간단한 일이었다. 말 그대로 그들 혹성에 생명의 종자를 뿌리는 일인 것이다. 종자 살포선 오라나호는 아직 이름도 없는 그 혹성의 상공을 오랫동 안 선회하며 많은 미생물의 홀씨를 살포했다. 그것이 바위를 가루로 만들고 이것을 흙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시적인 흙 위 에 자랄 수 있는 균이며 곰팡이며 이끼류까지도 뿌렸다. 바다에 플랑 크톤도 뿌리고 갔다. 그리고 다시 몇백년인가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인류가 가지고 있는 우주선은 더욱더 개량되어 갔던 것이다. 천광년이나 되는 거리조차도 아주 짧은 여행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탐험가들은 은하계의 끝까지 찾아가 그 저편에 있는 다른 섬 우주까지도 넘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라나호가 종자를 뿌리고 나서 대략 천년이 지난 뒤 그 혹성에 생 태학을 연구하는 로드렛드 호가 착륙햇다. 그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온 사람들은 오라나호가 이루어 놓은 사업의 결과를 조사해 보고 모두 가 만족해 했다. 그 혹성의 땅에는 지금 조그마한 생물들이 무수하게 존재해 있는 것이다. 버섯이 놀랄 만큼 무성해 있고 바다에는 작은 생 물이 헤엄치고 있었다. 또한 그 특수한 환경에 맞쳐서 자란 진귀한 생 물도 있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포도알 만큼이나 큰 쥐며느리 같은 것 이었다. 눈으로 보아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알아 볼 수 있는 효모균 도 잇엇다. 로드렛드호는 먼저번에 이곳을 찾았던 우주선보다 꽤 오랫 동안을 이 혹성에 머물렀다. 그리고 많은 식물의 조자를 뿌렸다. 바다 에는 바다의 식물을, 높은 산에는 고산식물을, 그리고 바다에는 많은 물고기를 놓아 주었다. 이미 그곳에 살고 잇는 플랑크톤으로 작은 물 고기들은 불어나고, 커다란 물고기들은 작은 물고기 등을 먹고 불어나 라고. 로드렛드호는 곤충의 알을 넣은 냉동 보전함도 놓아 두었다. 땅위에 곤충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식물이 무성했을때, 그들은 상자에서 떠 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로드렛드 호는 푸른 하늘 저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뒤에 동물을 운반해올 우주선이 몇번인가 오기로 되어 있었다. 바다에 사는 동물이며 땅위에 사는 초식 동물을 불어나게 한 다음 그 뒤로 인간이 이주해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 났던 것이다. 그 혹성에 관한 생태학적 준비 작업 기록의 카드를 잊어 버렸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직 이름도 붙여지지 않앗던 ㄱ, 혹성의 일은 인류에게 아주 잊혀져 버렸던 것이다. 인류가 이주해 오기 위한 준비는 그 뒤 이루어 지지 않은 채로 끝나 버렷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 혹성 근처의 공간을 거대한 항성간 정기항로 우주 선 이카르스호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있어서는 지극히 드문 사고가 일어나 이카르스호의 승무원과 승객들은 구명정에 옮겨타 고 모선에서 떠나지 않으면 않되게 되었다. 구명정이 날아갈 수 잇는 거리에는 한도가 있어서 그들은 할 수 없 이 그 잊혀진 혹성의 표면에 착륙했다. 연료는 떠어지고 닐아 갈 수도 없었으며, 구원의 신호도 보낼 수 없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이카르스호라는 정기항로 우주선 이 조난했다는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이카르스호의 승무원 자손들까지도 그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 다. 그들로부터 40세대나 내려온 자손에 이르러서는 이카로스 구명정의 일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 야만인으로 변해있었다. 그들은 금속이라 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두꺼운 구 름으로 뒤덮힌 저지대에서 살아가는 사에에 태양이라는 것이 잇다는 사실도 모르는 불쌍한 야만인이 되어 있었다... 제 2장 돌아버린 혹성. 이카르스호의 이름 따위를 들어본 일조차 없는 퍼얼이 무엇을 생각 해 본다는 알 같은 것은 거의 없었다. 태어난지 20년 쯤 되었겠지만, 생각해 보는 때란 당장 위험에 닥쳤을 때에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 을까 하는 것 정도였다. 당장 위험이 맞닥뜨리지 않는 한 아무것 도 생각할 줄 몰랐다. 갈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버섯 위를 살금살금 걸어서 그는시내 로 향하고 있엇다. 시내라는 말도 모르고 다만 '물'이라고 부르고 있 는 곳이었다. 그 밖에 물이 있는 곳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키의 세 갑절이나 높은 거대한 버섯이 쟂빛 하늘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었다. 그 줄기에는 또다른 버섯들이 잔뜩 돋아 있었다. 퍼얼이 걸치고 있는 옷은 배를 가리고 있는 헝겊 조각뿐이었다. 고 치에서 금방 나온 거대한 나방이의 무리를 한 사람이 죽여서 그 날개 로 만든 것이다. 그의 살갗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햇빛을 받아 본 일이 없어서 아주 창백했다. 태양은 한번도 본 일이 없지만 그래도 하늘은 몇번 본 일이 있엇다. 그러나 그것 조차도 거대한 버섯이나 양배추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 다. 그가 보는 경치란 연록색의 이끼와 버섯이며, 도깨비처럼 커다란 곰팡이와 효모균인 것이다. 그는 조심하면서 앞으로 갔다. 버섯 줄기에 어깨가 부딪쳐 버섯이 흔들렸다. 당장에 머리 위에서 가루가 떨어졌다. 버섯이 홀씨를 뿌리 는 계절이었던 것이다. 그는 온 힘을 다해서 머리와 어깨에 떨어진 가 루를 떨어버리려고 했다. 그것은 물론 굉장한 독이 있는 것이다. 퍼얼은 그런 것은 똑똑히 알고 잇었지만, 그 밖의 것은 아무것도 알 지 못했다. 불을 쓰는 일이며, 금속에 관한 일이며, 돌과 나무를 쓰는 것 자체도 몰랐다. 쓰고 있는 말도 수백개의 음뿐이어서 추상적인 것 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의 한 무리가 조용히 숨어 살고 있는 곳에는 나무가 없었기 때 문에 나무라는 것이 있는 것 조차도 모르는 것이다. 독버섯, 수풀과 작은 버섯의 밀림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서 뛰놀며 날아다니는 생물이란 퍼얼들 같은 인간을 빼버린다 면 곤충뿐이었다. 그들 곤충은 이 혹성에 퍼얼의 조상들이 오기 전부 터 있었으며, 이 별의 이상한 환경은 그들 곤충이 살기에 적합했다. 무제한이라고 할 만큼 먹을 것이 풍부해서 곤충들은 믿기 어려울 정 도로 크게 자랐다. 크게 자라면 자랄수록 살아 남기가 쉽기 때문에 거 대화하는 것이 유전이 되었다. 로두렛드호가 남기고 간 식물도 크게 자랐다. 배의 돛처럼 커다란 잎을 가진 거대한 양배추에 굼뱅이처럼 느린 구더기며 모충이 모여들 어 거기에 매달린 고치 속에서 잠자고 변신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구에서는 아주 작은 나비들도 여기서는 그 붉은 날개를 펴면 몇미 터나 되는 거대한 것으로 변해갔다. 퍼얼이 배에 감고 있는 것은 그 요란스런 날개로 만든 것이었다. 거 대한 나빙이나 나비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퍼얼들의 일족은 막 고치가 열리기 시작하면 주위에 위험한 일이 없 는 한, 그 안의 생물이 나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비와 나방이 공기속에서 기운을 되찾아 그 날개를 활짝 펴기 전에 모두다 함께 그 몸둥이에 올라 타는 것이다. 그들은 동체에서 아름다운 날개와 다리를 빼내 그 물기가 풍부한 고 기로 꽉찬 다리를 먹으며 축제를 벌이곤 하였다. 그들은 물론 그곳에 어물거리고 있거나 하지 않고 곧장 도망쳐 버렸 다. 날개와 다리를 찢긴 나비가 복안으로 둘레를 둘러보며 꿈틀거리고 있는 사이에 무서운 개미떼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몇 인치의 길이가 되는 것도 있지만 폭스테리어만한 크기의 것이 많았다. 그것들은 나비 와 나방의 시체를 산산조각 내어 의기양양하게 그들의 땅속의 거리로 운반해 가는 것이다. 그 바께에 퍼얼의 몸집만한 말벌도 있었다. 그 침에 찔리면 당장에 죽고 마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말벌이 노리는 것은 자기들 이외의 곤 충이었다. 그들을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벌 종류들은 모두 높은 곳을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투구풍뎅이, 그리고 거미도 있었다. 퍼얼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거미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독거미에 게 살해되었던 것이다. 그녀석은 땅속 터널에서 튀어나와서는 믿기 어 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습격해 오는 것이다. 지하의 터널이란 지름 이 1미터에 깊이가 6미터 이상이나 되는 우물 같은 것이다. 그 구멍 속에 숨어 있으면서 다가오는 먹이의 작은 발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있 는 괴물이었다. 퍼얼의 할아버지의 경우는 조심성이 부족했다. 그의 굉장했던 비명 소를 퍼얼은 아직도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퍼얼은 그 밖에 도 딴 종류의 거미줄도 알고 있었다. 3센티나 되는 굵기의 거미줄에 걸린 1미터도 넘는 귀뚜라미에게 달려들어 그 몸을 빨아 먹고 있는 괴 물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그놈의 배에 있는 노란색과 검은색과 은빛으로 된 줄무늬를 지 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그 위험도 잘 알고 있 었다.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어떻 게 하면 그러한 위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순간만이라도 경계를 게을리 하면 자기도 할아버지와 같은 운명 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퍼얼은 일찌기 그들 일족의 그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일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어제 그는 버섯 뒤에 숨어서 두마리의 거대한 투구풍뎅이가 싸우고 있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들의 등까지의 높이는 퍼얼의 허리께까 지 왔다. 그놈들은 그 근방에 있던 썩은 고기를 서로 뺏으려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퍼얼이 눈을 화등잔처럼 벌리고 보고 있는 사이에 몸집이 작은 투구 풍뎅이의 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놈은 큰 비명을 질렀다. 그렇 게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긴 편이 그놈의 껍데기를 물어뜯는 소리였던 것이다. 상처를 입은 쪽의 동작은 차츰 약해져서 저항하기를 그만두자, 이긴 편이 상대방이 죽기도 전에 천천히 먹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이 혹성 에 살고 있는 생물등의 관습이었던 것이다. 퍼얼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서 그 식사를 끝낸 투구풍뎅이가 어슬렁 어슬렁 사라져 가기가 바쁘게 달려나갔다. 그랬어도 조금 늦은 것 같 았다. 한마리의 개미가 벌써 그 촉각으로 투구풍뎅이의 시체를 조사하 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 마리가 있다는 것은 그 뒤로 몇 마리든 달려 온다는 것을 뜻한다. 퍼얼은 서둘러 행동하지 않으면 않되었다. 개미는 멍텅구리며 근시 인 곤충이었다. 상대방이 싸움을 걸어올 때 외에는 거의가 죽은 고기 가 아니면 죽어가는 동물의 고기를 먹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자기들의 물건에 딴놈이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굉장한 기세로 싸우는 것이다. 딴 개미가 다가오는 희미한 소리를 들은 퍼얼은 재빨리 떨어져 있던 뿔을 떼메고 도망쳤다. 잠시 후 그는 메고 온 것을 보자 맥이 쑥 빠져 버렸다. 살코기가 거 의 붙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화가 나서 그것을 내동댕이 치고 일행이 숨어 있는 비밀 장소로 서둘러 갔다. 저녁 어둠이 다가왔기 때 문에 다시 따뜻해질 때까지모두 함께 모여 있어야 했다. 모두라고 해 봐야 스무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4, 5명의 사나이와 6, 7명의 여 자와 나머지는 처녀나 어린애들이다. 퍼얼은 그 아가씨들 가운데서 한 아가씨를 보면 야릇한 심정이 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퍼얼보다도 젊었으며 열 여덟 살 정도일 것이었다. 다리가 늘씬한 처녀였다. 둘이는 몇번인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은 일이 있었으며, 퍼얼은 언젠기 한 번인가 두 번은 자기가 찾아 낸 물기가 많은 먹을 것을 함께 나누어 먹은 일도 있었 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에게 나누어 줄 것이 무엇 하나 없었다. 미로처럼 꼬불꼬불한 버섯 숲속을 지나서 집으로 돌아온 퍼얼을 그 녀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퍼얼은 그녀가 배가 고파서 무엇이든 먹을 것을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자기가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그 부끄러움 때문에 일행에게서 떨어져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꿈을 꾸었던 것이다. 투구 풍뎅이의 뿔을 사용하는 꿈을... 다음날 아침, 그는 전날 화가 나서 버렸던 뿔을 발견했다. 그것은 부드러운 버섯 줄기에 박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뽑았다. 그는 그 뿔을 써볼 생각이었다. 때때로 퍼얼들은 톱니같이 생긴 귀 뚜라미나 메뚜기의 다리 끝을 식용버섯을 자르는데 쓰고 있었다. 투구 풍뎅이의 뿔에는 버섯을 자르기 위한 톱니는 없었지만 퍼얼은 꿈속에 서 그것을 다른 일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현실과 꿈을 분명 히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으로 버섯 줄기를 찍었던 일을 생각해 내서 그는 그렇게 해 보았다. 뿔은 줄기에 들어박혔다. 그는 투구풍뎅이가 그것을 무기 로 쓰고 있던 것을 똑똑히 생각해 냈다.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물론 그는 자기가 그 무서운 곤충을 상대로 싸우는 일 같은 건 상상해 볼 수도 없었다. 이 잊혀진 혹성에서 사는 인간은 싸우지는 않았다. 그들은 도망치는 일밖에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야 겨우 퍼얼은 자기가 지금 버섯 을 찍었듯이 그 뿔로 먹을 것을 찍어낸다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장면 을 생각해 냈다. 그것은 그의 팔보다도 길고 모양은 없었지만, 그것을 가지고 싸운다면 무서운 무기가 될 것이었다. 싸우는 일 같은 것은 퍼얼로서는 도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 다. 그러나 먹을 것을 찍어낸다는 일은 쉽게 상상할 수가 있었다. 싸 움을 걸어 오지 않는 먹이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윽고 그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들판을 흐르고 있는 시내쪽으로 걸어갔다. 개미하고 경쟁하듯 이 하며 퍼얼 일족들은 그 물을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는 노란배를 가진 커다란 영원(도롱뇽류에 속하는 동물)이 헤엄치고 있었으며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여러가지 생물의 애벌레들이 천천히 수면을 헤엄쳐 강 밑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거기에는 무서운 것도 살고 있었다. 마음을 놓고 있으면 거대한 가 재가 그 집게 발톱을 쏜살같이 뻗쳐 오는 것이다. 퍼얼의 팔 따위는 금방 잘라버릴 수 있는 그런 놈들이다. 그리고 4인치나 되는 날개를 가진 모기도 강위를 날고 있다. 그는 천천히 버섯 숲속을 걸어갔다. 크리임빛 버섯 줄기에는 오랜지 빛, 빨간빛, 보랏빛의 곰팡이가 달라 붙어 있다. 퍼얼은 들고 있던 무기로 버섯 줄기를 쿡 한 번 찍어 보고는 자기가 새로이 계획하고 있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뿌리가 모여 있는 곳을 살그머니 지나가고 있을 때 무슨 소리가 들 려와서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8인치 가량밖에 않되는 개 미가 너댓 마리 그들의 집으로 통하는 길을 돌아가는 참이었다. 그들 은 저희 무리들이 맘겨놓고 간 개미산의 냄새를 맡고 그것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퍼얼은 그것들이 자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강가에 다다랐다. 시냇물은 천천히 흐르고 흐름이 멈춘 곳의 수면은 거의가 짙은 초록빛 물때로 덮혔으며 때때로 커다란 물거품이 솟아올랐다. 강 한가운데쯤 약간 흐름이 빨라 물도 맑은 것 같았다. 그 위에는 소금쟁이들이 모여서 미끄럼질 치고 있었다. 그녀석들은 다 름 곤충처럼 몸뚱이가 커다랗지 않았다. 그것은 그 이상 커지면 물위 를 미끄럼치기가 힘들어 빠져 죽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퍼얼은 주위에 위험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의 주변은 초록빛 물때 뿐이었지만 조금만 강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물이 강가에까지 흐르고 있었다. 강바닥에는 아무것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곳이라면... 강가의 노출된 바위에는 바위버섯이 계단처럼 층층히 물가까지 돗아 나 있었다. 거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고 그것이 먹을 수 있는 버섯 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거기에 멈춰서서 몇일동안이나 먹을 수 있 는 커다란 덩어리를 잘라냈다. 퍼얼들에게는 많은 식량을 발견하면 그것을 가지고 숨어서 다 먹어 치울 때까지 밖에 나타나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퍼얼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사야에게 그 버섯을 나눠 주고 둘이서 그것을 먹는 것이다. 그것을 모두 다 먹어치울 때까지 두 사람 이 함께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위버섯의 층계 밑으로 보이는 수면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퍼얼의 온 몸을 흥분이 엄습했다. 먹을 것을 찍어 보겠 다는 커다란 욕망을 가져 본 것은 지금까지의 오랜 세대 동안 그 혼자 뿐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퍼얼은 사야에게 다 먹어치울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을 건네 주었 을때 그녀가 얼마나 놀라고 기뻐할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틀 림없이 진심에서 그를 존경하리라! 물론 그는 사야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기 위해서 자기가 싸우리라는 따위는 생각도 안해봤다. 물속에 있는 먹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찍어 낼 생각뿐이었다. 물속에 있는 것은 땅위에 있는 것 하고는 싸우지 않 는 것이다. 그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싸우게 될 리가 없다. 만 약에 퍼얼이 이것에 성공한다면 모두가 그를 존경하게 되리라. 일행은 그가 새로운 식품원을 발견한 것을 알면 어떻게 잡는가를 가 르쳐 줄 때까지는 그를 시기하기까지 할 것이다. 아무도 무기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퍼얼 자신조차도 지 금 자기가 들고 있는 것이 무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무엇인 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찍어 내기만 하면 족했다. 그의 일족들은 무기 를 쓴다는 일 따위는 생각해 본 일조차 없는 것이다. 그들은 다만 아직 먹을 수 잇는 부분이 남아 있는 큰 곤충의 시체를 발견했을때 손이나 발이나 돌을 사용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목적을 위해서 돌을 들고 다니는 일은 없었다. 퍼얼만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사용하려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천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대천재는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 았던 것이다. 그는 물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소에 다다랐다. 그는 주위를 들러 보고 귀를 귀울이고 그리고 얕은 강속을 지켜보았다. 한번 3미터 가량되는 커다란 가재가 천천히 그의 눈 앞을 가로질러 갔다. 작은 물고기와 커다란 영원도 황급이 그의 앞을 도망쳐 갔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물속의 생활은 종전대로 되돌아갔다. 조그만 물 고기가 은빛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리고 커다란 물고기가 나타나 물 속을 천천히 헤엄쳐 갔다. 퍼얼의 눈이 번쩍 빛나고 입 안에는 침이 돌았다. 그는 기다란 무기 를 내리 찍었다. 그러나 그것은 수면을 찍었을 뿐이었다. 맥이 빠졌지 만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운을 되찾았다. 그는 아래쪽에 돋아있는 바위 버섯을 조사해 보고 그것을 창으로 찔 러보았다. 딱딱해 보였다. 그는 한 발을 올려놓고 시험해 보고 그리고 나서 그 위로 옮겨 앉았다. 발판은 단단했다. 그는 그 아래쪽 버섯으 로 옮겨 길게 엎드려서 수면을 내려다 보았다. 퍼얼의 팔길이만한 커 다란 물고기가 그의 아래서 천천히 앞뒤로 헤엄치고 있었다. 그는 창 을 내리찍었다. 그러나 창은 물속으로 들어가자 구부러진 것처럼 보였 을 뿐으로 물고기 옆을 찍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물고기는 도망쳐 가 지도 않았다. 물고기는 이윽고 그의 손 바로 아래에 왔다. 그는 온 몸의 힘을 다 해서 곧바로 찍어댔다. 이번에는 창은 구부러진 것처럼 보이지 않고 곧바로 아래쪽으로 가서 헤엄치고 있던 물고기의 비늘을 꿰뚫었다. 퍼얼이 버섯 위로 끌어올리려고 하자 물고기는 버둥거리며 커다란 소리를 냈다. 흥분해 있던 그는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수면이 움직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소동에 끌려 괴물인 가재가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싸움이 계속되어 퍼얼은 필사적으로 창끝에 매달려 있었다. 갑자기 그가 엎드려 있는 버섯이 흔들렸다. 그것이 허물어져 내려 커다란 물 거품을 퉁기며 강물 속에 떨어졌다. 퍼얼은 물속에 떨어져서 눈을 크 게 뜨고 죽음에 직면한 것을 알았다. 단 한 번에 퍼얼의 손발을 잘라 버릴 수 있는 거대한 가재의 무서운 집게발톱을 봤던 것이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열었으나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물거품이 수면위로 떠올라 갔을 뿐이었다. 그는 거대한 가재가 천천히 다가오는 무서움에 팔다리를 흔들어댔다. 그의 양손은 무엇인지 딱딱한 것에 부딪혔다. 그는 그것을 잡고 곧 그것을 가재쪽으로 내밀고 휘둘러 댔다. 그의 양손에 충격이 전해져 왔다. 집게발이 버섯을 잡은 것이다. 손을 놓아 버린 그의 눈에 커다 란 버섯 우산이 떠있는것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붙들고 그 위에 기어 올라 가려고 했다. 몸무게 때문에 뒤집힐뻔 했지만, 그는 온힘을 다해 다리를 바둥거려 간신히 그 위에 기어올랐다. 오랜지빛을 한 그 버섯 위로 올라갈 때, 그의 발은 무엇엔가 심하게 얻어맞았다. 바위버섯이 맛이 없어서 화가 났던지 가재가 퍼얼의 발을 습격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의 발을 놓치고 말자 가재는 단념하고 가버리고 말았다. 퍼얼은 무기도 없이 한쪽이 썩기 시작한 버섯 뗏목 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는 창을 찾기 시 작했다. 그것은 강물 속을 흘러가고 있었다. 물고기를 찍은 채였다. 좀존까 지 그렇게도 기운이 세던 은빛 물고기가 지금은 배를 위로 하고 둥둥 떠 가고 있었다. 그 물고기를 지켜보는 퍼얼의 입안에 침이 괴었다. 버섯 뗏복 위에 엎드린 채 그는 창끝이 그의 쪽을 향했을 때 팔을 뻗 어서 그것을 잡았다. 뗏목이 기울어지며 뒤집힐 뻔했다. 잠시후 그는 버섯의 얇은 쪽이 가라앉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머리를 버섯이 잘 가라앉지 않는 쪽으로 하고 다시 한번 팔을 뻗었다. 잠시 후에 그는 물고기를 찢어서 그 미끈미끈한 고기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는 열심히 먹으면서 일행들을 생각했다. 혼자서는 다 먹어 치울 수가 없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다마 할머니는 좀 더 많이 달라고 조를 테지. 다마 할머니는 이가 하나도 없단 말야. 그리고 디크하고 테트는 어디서 어떻게 해서 손에 넣게 됐느냐고 귀찮게 물어 대겠지. 어린애가 달린 코리에게도 줘야지. 그녀는 그 전부를 어린애에게 주겠 지. 그리고 샤아는... 그때 퍼얼은 자기가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 다. 가까이에 있는 강 언덕이 자꾸만 움직이는 것으로 안 것이다. 안개에 덮힌 하늘은 태양이 있는 곳이 딴데보다 한층 밝을 뿐이었 다. 분홍밫아 감도는 빛 속에서 퍼얼은 눈에 익은 것을 찾아 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독기를 품은 공기속에 무엇인가가 수없이 날고 있었다. 대낮에도 저 지대에는 엷은 안개가 항상 꽉 차 있었다. 때때로 귀뚜라미나 메뚜기가 총알처럼 날았다. 거대한 나비가 기분 좋게 상공을 날아가고 벌이 꿀을 찾아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거대한 양배추에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허리가 잘숙한 노란 배 를 가진 말벌이 갑자기 날아올랐다. 그러나 퍼얼은 그 아무것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죽은 물고 기를 옆에 놓고서 공포와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강물은 그를 그 아가씨가 있는 곳에서 자꾸만 머리를 떼어 놓고 있 는 것이다. 꽤 시간이 지나서 퍼얼은 또 물고기를 먹었다. 그 맛은 퍼얼이 언제 나 먹고 있는 버섯보다 훨씬 좋았다. 배가 불러 오자 그는 옆에 놓여 있는 창을 살펴보았다. 기름기에 젖은 그 끝은 처음과 같이 여전히 날 카로왔다. 그는 허리춤에 걸친 옷에서 헝겊의 올을 한오라기 뽑아 그것으로 신 선한 물고기를 목에 매달았다. 그렇게 하면 양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 는 것이다. 퍼얼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지나쳐 가는 강언덕을 이따 금씩 바라보면서 창을 만지고 있었다. 제 3장 : 거미와의 싸움. 일몰이 가까왔다. 퍼얼은 태양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밤이 온다 는 것은 해가 지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오는 것이었다. 오늘 퍼얼이 바라보는 것은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 경치였다. 강물 위 저녁놀의 빛갈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머리 위의 하늘과 꼭같이 비치 고 있는 것이다. 강언덕에 돋아 있는 동그란 버섯들의 머리까지도 분 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붉은 광채는 점점 엷어져 가고 머리 위의 색 채는 검은 빛갈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곤충들의 날개소리가 사라지고, 백만 개도 넘는 나방들의 집에서 커다란 나방들이 막 날려고 하고 있었다. 튼튼한 손과 팔다리를 가진 귀뚜라미가 천둥소리 같은 소리를 내기 시 작했다. 거기에 따라 수면 위에도 짙은 안개가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 다. 밤이 온 것이다. 머리 위의 구름은 아주 새카맣게 되었다. 따뜻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커다란 빗줄기는 밤새 내리는 것이 다. 강 언덕은 차갑고 새파란 불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가의 버섯 들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딴 혹성에서는 도깨비 불이라고 불리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아무런 이름도 붙어 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불빛이 명멸하고 있었다. 퍼얼의 창의 길이만큼 이나 되는 개똥벌레다. 뗏목을 꼭 붙들고 있는 퍼얼의 위를 개똥벌레 는 깜빡거리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딴불도 불타고 있었다. 여우불이 다. 강물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딴 혹성에서는 바다에서 빛나는 야광충들이 여기서는 담수 속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퍼얼은 불안정한 뗏목 위에서 흔들리면서 울고 싶어졌다. 그는 위험 한 일에는 익숙했지만, 수줍은 듯이 흰 이를 보이며 살짝 웃는 사야에 게서 멀리 떠나가는 지금 느끼고 있는 절망감에는 익숙해 있지 못했던 것이다. 한밤중을 꽤 지났을 무렵 뗏목은 무엇엔가 부딪쳐 핑그르르 방향을 바꿔 얕은 모래톱 위에 그대로 먼추어 버렸다. 아침이 되어 밝아지자 퍼얼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강 가에서 약 20미터가량 떨어져 있었으며, 뗏목둘레는 초록빛물이끼로 둘러 쌓여 있었다. 강 넓이는 대단히 넓어졌으며, 반대편 강언덕은 안 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까운 쪽의 강언덕은 퍼얼 일족이 살고 있는 곳 이상의 위험은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물의 깊이를 창으로 재어보았다. 무기의 사용법을 또 한가지 생각해 낸 것이다. 물은 무릎 정도의 깊이밖에 되지 않았다. 퍼얼은 초록빛 물이끼 속에 발을 집어넣고 서둘러 강언덕으로 향했 다. 그는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맨발에 휘감기는 것을 느꼈다. 오싹 해서 더욱 서둘러 구르듯 강언덕으로 뛰어 올랐으나 별로 아무것도 달 라붙지 않는 것 같았다. 다리를 내려다 보니 일정한 형태도 없어 보이 는 살색의 것이 그의 다리에 붙어 있었다. 보고 있는 사이에 그것은 금방 부풀어 올라 짙은 분홍빛으로 변했다. 그것은 그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거머리였으나 퍼얼은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창으로 긁어 떼내었다. 퍼얼은 다리에 나있는 핏자국을 보고 공포감을 느꼈다. 게다가 땅위에서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기분나쁜 것을 보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얼마 뒤 그는 버섯 숲속으로 들어가 불안한 듯이 멈춰섰다. 빽빽이 들어찬 버섯들은 퍼얼에게 낯익은 것이었다. 그는 곧 먹기 시작했다. 먹을 것을 보면 그는 곧 허기를느끼는 것이다. 먹을 것을 저장한다 는 본능 대신에 그러한 성질이 자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인류에게 있 어서 식량의 저장이라는 것은 지성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지성면에서 뒤떨어지면 생각한다는 일이 없는 것이다. 먹을 것을 먹고는 있었지만 퍼얼의 마음은 우울했다. 일행과 사야에 게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60킬로 가량 떨어져 있는 것 이다. 그러나 퍼얼은 거리의 단위 같은 것은 알길이 없고 얼마만큼 떨 어져 있는 지도 알지 못했다. 강물에 떠내려와서 어딘지도 모르는 위 험에 가득찬 먼 곳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단 혼자인 것이 다. 그의 주변은 먹을 것투성이었다. 기뻐해야 할텐데도 혼자라는사야 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 그 러나 먹을 것에 둘러쌓여 있어서 웃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딴 동물이라면 행동을 할 수 원인은 하나뿐이다. 도망치든가 싸우든가 숨어 버리든가 아니면 뒤쫓는다든가이다. 인간만이 동시에 두가지 감정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다. 퍼얼은 동시에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 는 그 모순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문제는 그의 마음 속에 있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사야를 여기로 데리고 오자! 감당 할 수 없을 정도의 먹을 것이 있는 이곳에 그녀와 일행을 데리고 오면 되는 거다. 뒤이어 그 다음의 장면이 마음 속에 떠올랐다. 버섯처럼 머리가 맨 숭맨숭한 영감이 숨이 가쁘도록 먹을 것을 쑤셔넣고 있는 광경이며, 코리가 어린애들에게 열심히 먹이고 있는 모습이며, 다마 할멈의 언제 나 징징 우는 넋두리도 한입 가득히 쑤셔놓은 음식때문에 없어져 버릴 것이며, 또 테드와 디크가 배가 불러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로 장난치 고 있는 광경, 그리고 사야가 기뻐 어쩔줄 모르는 모습 등등... 퍼얼이 그러한 일들을 생각할 수 있다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 들 일족은 육체적인 일에만 반응을 나타낼 뿐 머리로 생각한다는 일은 거의 없는 야만인이다. 마음 속의 감정에 반응을 나타낸 것은 퍼얼이 처음이 되는 것이다. 그는 모순되는 감정을 해결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 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던 것이다. 그 것은 이 몇십 세대 사이에 이 혹성에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어리애 같다고나 할까. 야만인의 단순함으로 퍼얼은 곧 행동으로 옮 겼다. 물고기는 아직 목에 걸어 늘어뜨리고 있고, 몸은 그 기름으로 끈적거렸으나, 그것은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배가 불렀지만 필경 사 야는 배를 곯고 았을 게다. 이것은 그녀에게 주는 거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강을 따라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자 용기가 나서 버섯 숲을 나아갔으나 눅과 귀는 위험에 대비해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몇 번인가 숲속 공 터에서 개미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것은 무섭지 않았다. 그것들은 근시인데다 물고기를 떨어뜨려 주면 거기에 모여드 니까. 그러나 그가 두려워 하지 않으면 않 될 개미는 단 하나 병정개 미다. 그놈들은 때에따라 몇백 만 마리나 되는 큰 무리가 여행을 하며 지나가는 곳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무서운 것은 없었다. 바삿 숲을 거의 다 지나왔다. 벼메뚜기가 깊은 듯이 발견한 먹이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맥주통 만 큼이나 뚱뚱한 양배추의 어린 싹이다. 그녀석은 뒷발을 가지런히 해서 언제나 날아갈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괴물인 말벌이 30미터 가량 상공 에 나타나 그놈을 발견하자마자 급강하했다. 싸움이 시작되었으나 그것은 짧은 순간이었다. 말벌의 여섯 개나 되 는 발에 붙들려서 메뚜기는 몹시 바둥거렸으나 말벌의 침이 메뚜기의 머리 바로 아래 있는 갑옷 사이의 연한 부분을 외과 의사의 메스처럼 정확하게 찔러 댔다. 거기에 잇는 신경에 말벌의 독이 들어갔다. 메뚜기는 이제 네 발을 쭉 뻗고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죽은 것이 아니라 마취됐을 뿐이다. 영구히 마취되어 있는 것이다. 말벌은 당연 하다는 듯이 그것을 붙들고 날아가 버렸다. 그 메뚜기에 알을 까서 부 화시키고 부화한 새끼들은 그것을 먹으며 자라는 것이다. 퍼얼은 계속 걸었다. 길이 험해져서 앞으로 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는 험한 고개를 몇 번이나 올라 조심조심 저쪽으로 내려갔다. 모두가 10미터에서 15미터 가량의 높이였다. 한 번은 버섯 밀림에 부딪혔지만 너무나 작은 것이 어서 창을 휘둘러 길을 내며 걸었다. 그 버섯들이 무너질때 새빨간 액 체가 비처럼 내려서 그의 온몸을 적셨다. 퍼얼은 이제 차츰 묘한 자신 을 갖게 되어 훨씬 대담해져서 앞으로 갔다. 그는 식량이 풍부한 이 땅에 일족을 데려올 것을 상상하고, 얼마만큼의 거리인지를 생각해 보 지도 않고 잊혀진 혹성의 악몽같은 숲속을 향해 단 혼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30미터 가량의 높이의 붉은 흙 으로 된 조그만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강물이 불었을 때는 그 산 밑 에까지 물이 올라오는 것일까. 지금은 강가까지 4백 미터 가량 떨어져 있었다. 벼랑의 중턱은 가지각색의 버섯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거기서부터 벼랑 밑의 땅까지 3센티 가량되는 굵기의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버섯 숲의 어딘가에 그 거미줄은 쳐놓은 거대한 거미가 먹이가 걸리기를 호 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퍼얼은 어리석게도 투구풍뎅이 뿔 을 흔들면서 내려갔던 것이다. 일족중에서 천재라고 한다해도 아직도 알아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주제에 말이다.그는 아래쪽에 빛나고 있 는 흰 함정을 우습게 생각하며 내려다 보았다. 그는 물고기를 찍어 잡 앗던 것이다. 버섯도 산산조각으로 부셔 버렸다. 이젠 아무것도 두려 울 것이 없는 것이다. 사야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일행을 먹을 것이 풍 부한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다. 퍼얼에게서 60보쯤 떨어져서 찰흙 속에 수직의 구멍이 만들어져 있 었다. 그것을 10미터 가량 내려가면 그 밑에는 그 구멍을 만든 기술자 가 사는 넓은 방이 있었다. 구멍 위는 주위의 흙과 구별할 수 없게 한 진흙 뚜껑이 있었으며, 그 틈 사이로 날카로운 눈이 내려다보고 있었 다. 구멍을 만든 기술자의 눈이다. 그 괴물의 동체를 여덟 개의 털투성이의 다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배는 지저분한 갈색의 거대한 공이다. 온 몸이 너덜너덜한 털을 뒤 빚어 쓰고 있었다. 그 놈은 대단히 흉악한 독거미 타란츄라이며, 그 동체의 굵기는 1미 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 다리를 벌린다면 지름 3미터가 되는 구멍을 덮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놈은 눈을 빛내며 퍼얼의 발소리를 듣고 있 었다. 아래쪽에 희게 펼쳐져 있는 거미줄을 보고 퍼얼은 재마나게 생각하 고 있었다. 그는 거미가 집에서 떨어져서 습격해 오거나 하지 않는다 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내려가면서 그는 발 밑에 돋아나 있는 버섯을 꺽어서 거미 집 속에 던져넣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거 미의 검은 몸이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타란츄라 쪽은 구멍속에 서 내다보며 초조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퍼얼은 거기로 다가가면서 창을 지렛대로 이용하여 버섯부스러기를 거대한 거미 집 속에 집어 던 지면서 고개를 내려가고 있었다. 거미는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면서 던 져진 물건을 조사하고 먹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자 외면해 버렸다. 퍼얼은 특히 썩은 버섯 덩어리가 눈아래 보이는 검정과 은빛의 거미 에게 하마터면 직접 부딪칠 뻔한 것을 보자 뛰어오르며 커다란 소리로 웃어 댔다. 바로 그때, 구멍의 뚜껑이 희미한 소리와 함께 떨렸다. 퍼 얼이 뒤돌아보는 순간 웃음 소리는 비명소리로 변했다. 여덟 개의 발 로 땅을 차면서 무서운 타란츄라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독이빨을 드러내 놓고 있다. 30보...20보...10보... 그놈은 눈을 빛내며 징그러운 여덟 개의 발을 전부 벌리고서 먹이를 붙잡으려고 뛰어올랐다. 퍼얼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괴물에게서 도망치려고 양팔을 벌렸 다. 너무나 무서워서 창을 잡은 손은 얼어붙은 것처럼 되었다. 내뻗쳐 진 창끝에 타란츄라가 부딪쳐 왔다. 창의 거의 4분의 1이 그 괴물을 찔렀다. 창에 찔린 채로 타란츄라는 무서운 힘으로 바둥거리며 절반쯤 얼이 빠져 얼어붙은 듯이 서 있는 퍼얼에게 더욱 다가왔다. 커다란 입 이 움직이고, 털투성이의 다리가 그의 팔에 달라붙었다. 그는 굉장한 공포에 질려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칠비칠 물러서다가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도 그는 창을 넣을 수가 없어서 꽉 붙들고 있었다. 타란 츄라도 떨어지면서 또다시 미친듯이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이렇게 하여 퍼얼은 흡혈거미와 함께 아까까지 웃어댔던 그 거미 집에 떨어졌 던 것이다. 퍼얼은 아무 생각도 없이 끈적거리는 거미 집 속에서 미친 듯이 바 둥거렸다. 2미터도 안떨어진 곳에서 그가 상처를 준 괴물 타란츄라가 고통에 떨면서도 그에게 다가오려고 하고 있었다. 퍼얼의 양손과 가슴은 물고기 기름으로 미끈미끈했기 때문에 끈적거 리는 거미집도 달라붙지 못했다. 그렇지만 양다리와 동체는 버둥거리 면 거릴수록 더욱 더 감겨 오는 것이었다. 먹이를 잡기 위해서 쳐졌던 거미줄이다. 거기에 재수 없게 그가 걸린 것이다. 덮어놓고 버둥거리기만 하던 그는 지쳐 버렸다. 그러자 5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아까 자기가 비웃은 은빛과 검정색의 괴물이 지그시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놈의 눈에는 타란츄라나 인간 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하나의 물건이 버둥거리면서 떨어진 것이 다. 그 움직임이 둔해짐을 안 모양인지 거미는 그 커다란 몸뚱이를 천 천히 흔들면서 뒤에서 비단길을 뽑으며 다가왔다. 퍼얼의 양팔은 자유로왔다. 그는 양팔을 세게 흔들며 괴물을 향해 외쳤다. 거미는 멈춰섰다. 퍼얼의 팔이 움직이고 있으면 턱이 상할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으리라. 그는 기새좋게 실을 뽑아서 다리를 손처럼 자유롭게 움직여 끈적거리는 실로 타란츄라와 인간을 꽁꽁 감 아버렸다. 그는 애써 그 실을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곧 두꺼 운 비단 같은 섬유로 완전히 뒤덮히고 말았다. 그와 그의 적인 괴물 타란츄라는 같이 묶여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타란츄라는 이미 기운이 다 빠진 듯 힘없이 꿈틀거릴 뿐이었다. 거미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타란츄라는 아직 창에 찔린 아픔 에 몸을 뒤틀며 턱을 움직이고 있었다. 퍼얼은 독이빨에 찔린다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는 거미가 먹이 를 어떻게 처리하는 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미는 먹이를 정확 하게 찌르고 자기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독이 온 몸에 퍼질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게 되면 다 가와서 어느 팔다리건 관절에서 채액을 빨아먹는 것이다. 괴물은 거미줄에 묶인 두물체에 다가왔다. 타란츄라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부풀어 오른 배가 흰 줄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거미 에게 있어서 좋은 목표였다. 거미는 재빨리 다가와 정확하게 찔렀다. 타란츄라는 고통으로 말미암아 미친듯이 날뛰었다. 그 버둥거리는 다 리에 채여서 퍼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양팔과 머리는 실에 싸여 있었지만, 물고기의 기름때문에 달라 붙지는 않았다. 거미줄을 휘감아 잡고 그는 필사적으로 무서운 타란츄 라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실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실과 실 사이가 떨어져 조그마한 틈이 생겼다. 몸부립치는 타란츄라의 다리가 또 다시 그에게 부딪쳤다. 무서움에 서 도망치려는 힘으로 틈이 더욱 넓어졌다. 퍼얼의 머리는 밖의 공기 속으로 나왔다. 그는 땅에서 6미터 가량 위에 매달렸으며, 땅 위는 이 구멍 에서 지금까지 살해된 희생자의 키틴질의 잔해로 덮혀 있었다. 퍼얼의 머리와 가슴과 양팔은 자유롭게 되었다. 어깨에 걸쳤던 물고기 의 기름으로 상반신이 미끈미끈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반신은 거 미가 뽑아낸 실에 단단히 엉켜 있었다. 인간이 만든 어떠한 끈끈이나 풀보다도 접착력이 있는 것이다. 조그만 틈으로 밖을 보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 거미가 있었다. 독이 돌아서 먹이가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것이다. 타란츄라는 지금은 그저 경련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제 곧 조용해 질테고 검은 배를 가진 거미는 잡아 먹으러 다가올 것이다. 퍼얼은 허리와 양다리에 엉겨붙은 거미줄을 떼려고 했다. 양 손에 묻어 있는 기름때문에 거비줄은 붙지 않았다. 퍼얼은 목게 걸고 있던 물고기를 쥐어뜯어서 자기 몸에 문질러 댔다. 이미 썩기 시작한 물고 기로 그는 양다리에 엉겨붙은 거미줄을 떼어버리려고 한 것이다. 그는 거미줄이 또다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거미에게는 퍼얼의 움직임은 독의 효과가 모자랐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독을 찌를 필요가 있을게다.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는 타란츄라에게가 아니라 아 직 목숨이 있는 퍼얼에게 독을 찔러 댈 것이다. 그는 양다리가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까 할 정도의 힘으로 잡아 빼고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양ㅇ깨와 상반신이 밖 으로 밀려나갔다. 커다란 거미는 그를 바라보고 좀 더 거미줄을 뒤집어 씌우려고 다가 왔다. 그때 퍼얼의 양쪽 다리가 거미줄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밖으로 빠져나와 밑에 쌓여 있는 뼈무더기 위에 나동그라져 몇 번이나 구르고 나서야 일어났다. 그 눈앞에 30센티쯤 되는 개미가 서 서 위협하듯이 턱을 내밀고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난처할 때라든가 또는 먹이가 있을 때 저의 일당을 부르는 신호인 것이다. 15미터나 20미터 가량 떨이진 곳에서 그들 일행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려왔다. 무서운 것은 병정개리라고 하지만 어떤 개미라 할지라도 화 가 나면 무섭다. 성이 잔뜩 난 지구의 폭스테리어의 떼처럼 인간을 쓰 러뜨리고 산산조각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퍼얼은 곧 도망쳤다. 개미가 외치는 소리는 사라졌다. 근시인 개미 는 이미 위험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그녀석은 퍼얼때문에 중단당 했던 일을 한가롭게 다시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거미집에서 떨어진 썩은 고기를 조금 발견하고 기쁜 듯이 자기들의 거리로 운반하기 시작 했다. 퍼얼은 수백미터 달려가서 멈춰섰다. 온 몸이 떨리고 눈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그때의 그는 자기 일족들 중의 누구하고나 같았으며, 너 무나 무서워 떨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자기가 그 무서운 거미줄에 걸 렸으면서도 도망쳐 온 생각을 했다. 그것은 들은 일도 없었거니와 생 각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것이 생각난 것은 발이 아픈 것을 느꼈 기 때문이었다. 끈적끈적한 거미줄이 아직 발 뒤축에 붙어 있어서 그 것이 따에 있는 조그만 것들을 묻혀 올리는 것이다. 개미가 부숴버린 곤충의 작은 부스러기가 그의 굳은 발바닥을 찔러 그것을 뽑아내지 않 으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머리는 지난 20몇 시간 사이에 몹시 자극을 받았다. 무엇인가 를 찌른다는 것을 생각해 냈기 때문에 위험한 고비를 만났다. 그러나 그 덕분에 가장 무서웠던 위험에서 도망칠 수 잇었던 것이다. 사야를 여기에 데려온다는 것도 생각해 냈다. 그리고 생선의 기름을 몸에 바 른다는 일도 알게 되었다. 퍼얼은 주위를 주의깊게 둘러보고 나서 주저앉아 생각하기 시작했 다. 문제를 똑똑히 의식하고 그 답을 얻으려고 생각한 것은 그가 태어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혹성에서는 획기적인 사실이었다. 발바닥에 아직 끈적끈적한 것이 붙어 있어서 그것이 흙부스러기며 곤충의 뼈부스러기 따위를 붙여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에 박히 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하나씩 하나씩 뜯어냈다. 그리고 깨닳은 것이 다. 몸에 기름을 발라서 끈적끈적거리는 것에서 피할 수 있었다. 그렇 다면 지금 발에 붙은 거미줄이 다시 붙지 않게 하려면 기름을 발라야 지. 그것이 성공했다. 불쾌한 것을 발바닥에서 떼어내고 걷기 시작한 그는 곧 놀라운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창이 없는 것이다. 퍼얼은 많은 곤란한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알몸이 됐으니 무엇이든 몸에 걸칠 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무기가 없어졌으니까 그것도 찾아야 하고, 배도 고프니 먹을 것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일행과 멀 리 떨어져 있으니 그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극히 당연 한 생각이지만 중대한 것은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처럼 간 단한 일 조차도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문제 만 그때 그때 해결해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퍼얼은 이 문제에서 또 다음 문제로 생각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다른 진보한 문화가 존재하는별에서조차 진실로 생각을 하는 인간의 수는 지극히 적은 것이다. 인간의 대다수는 계산뿐만 아니라 무엇을 결정하는 일조차 기계에 의지하고 있다. 기계가 결정하지 않는 일에 이르러서는 모든 인간이 그들의 지도자에게 맡기고 있다. 퍼얼의 일족 은 생각하는 일이 없고, 다만 충동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 한 일들은 마음으로 생각해 내는 것과는 다르다. 퍼얼은 자기의 행동 을 마음으로 생각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상류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무겁게 흐린 하늘을 거대한 나비가 날아갔다. 때때로 투명한 날개를 기세좋게 펄럭이면서 메뚜기 가 날았다. 말벌도 먹이를 찾아서 날아갔다. 퍼얼은 계속 걸었다. 뒤쪽 먼 곳에서 희미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무서운 소리지만 몹시 멀다. 그의 생각하는 방식은 흡사 어린애와 같 았다. 가까이의 일이 중요하지 먼데 닐은 무시해도 좋다는 투다. 당장 눈앞에 절박한 일이 아니면 그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중요한 것이엇다.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병 정개미가 행진을 계속하는 소리인 것이다. 지구의 있어서의 메뚜기떼 들도 이 혹성의 병정개미에 비하면 대수로운 공포가 아니다. 메뚜기떼 는, 이 혹성에서의 초록빛 식물이 양배추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불 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개미는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먹으며 불어나는 것이다 . 퍼얼은 그 소리를 알지 못했다. 그는 몸에 걸칠 것과 무기를 발견 할 수 없을까 하고 살피며 전진했다. 그는 오래가지 않아서 그 모든 것을 찾을 수 잇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 었다. 그의 생각대로 먹을 것은 곧 발견되었다. 800미터도 채 가기 전 에 그는 먹을 수 있는 조그만 버섯 숲을 발견한 것이다. 별로 기쁜 생각도 없이 퍼얼은 가장 큰 버섯에서 덩어리를 뜯어 냈 다. 물론 그는 단번에 먹을 수 있는 이상의 분량을 뜯었다. 그는 버섯 을 씹으면서 폭이 1킬로 이상이나 되는 평지에 이르렀다. 그 평지의 여기저기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종류의 버섯이 돋아 있는 조그만 산 이 있었다. 땅바닥 여기저기에 둥근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핏칩처럼 빨갛고 둥 근 것이 흙속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건드 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퍼얼은 그 조그만 산을 조사해 봤다. 어쩐지 좀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퍼얼에게 있어 다르다는 것은 그 대개가 위험 을 뜻하고 있었다. 그는 입을 것과 무기가 필요했다. 평원 위를 벌이 날고 있었다. 빨간 줄이 있는 그 시커먼 배 밑에 무거워 보이는 것을 매달고 있다. 잿빛 나방의 애벌래를 구멍 속으로 운반하고 있는 것이 다. 퍼얼이 보고 있노라니까 그놈은 구멍 옆에 화살처럼 급강하해서 편 편한 무거운 돌을 옆으로 밀고 애벌레를 옆에 남겨 놓고 구멍 속으로 내려갔다. 퍼얼은 조심하면서 계속 걸었다. 여기에는 위험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는 아직 한쪽 손에 큰 버섯 덩어리를 안고 있으면서 때때로 뜯어 먹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의 눈은 위험한 것이 없 는가 하고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등 뒤에서 드높은 소리가 좀 높아졌다. 그렇지만 그의 주의를 끌기에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병정개미는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몇백만 마리인지도 알 수 없는 수많 은 개미가 버섯이 돋아 있는 땅 위를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은 높이 솟아 있는 모든 것에 기어오르고 모두 얕은 곳으로 내려갔다. 땅위는 각기 10인치 크기의 개미의 대군으로 새카맣게 되었다. 퍼얼처럼 무기도 없이 벌거벗고 있는 사나이에게는 단 한마리라도 달갑지 않은 상대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몇백만 마리가 되면 피한다는 일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나아갔다. 거대한 양배추 위를 기어다니던 큰 감자벌레가 그들이 다가오는 소 리를 들었지만 너무나 어리석어서 도망치지를 않았다. 검은 대군은 양 배추를 뒤덮고 그 작은 입은 부드러운 고기를 갈갈이 찢어 나갔다. 벌들은 커다란 자기네들 집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바늘로 찌르고 날 개로 두들겨서 막았다. 나방들은 갑자기 대낮의 하늘로 날아 올라 눈 이 멀었다. 그렇지만 개미 산을 남기면서 행진하는 대군이 지나간 뒤 에는 생명은 무엇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거미나 타란츄라 조차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 몸을 지키고 많 은 개미를 죽이기는 했지만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절대 다수의 개미에 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죽거나 혹은 상처 입은 거미는 저희 일당들의 식량이 되었다. 제 4장 : 불타는 언덕. 병정개미는 검은 강물처럼 땅위를 흘러갔다. 그들의 전위부대는 강 에 이르러 방향을 바꿨다. 그때 퍼얼하고는 약 7킬로 가량 떨어져 있 었다. 방향을 바꿨어도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휘자들이 뒤를 따 르는 일행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지구에서는 개미가 어떻게 의사를 전달하는가 하는 일에 대해서 여 러가지 이론이 있다. 퍼얼은 이론 따위는 몰랐지만 개미가 서로 의사 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등 뒤에 검은 모포같은 개미의 대군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모두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대군이 가는 앞길에도 백만이나 되는 비극이 일어났다. 검은 말 벌의 작은 거리가 있었다. 1미터 반 가량 되는 그들의 어미는 커다란 구멍을 파고 거기에 열 개 가량의 방을 따로 만들어 각각 알을 낳는 것이다. 어미벌은 구멍의 입구를 자기의 머리로 막아 개미의 침입을 막으려 고 했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개미의 대군에게 습격을 받고, 집 속에 있는 일당에게 응원을 구했다. 곧장 열 마리의 커다란 벌이 나와서 다리와 입과 날개로 호랑이처럼 씩씩하고 힘차게 싸웠다. 그렇지만 조그만 개미는 그들을 덮치고 그들 의 눈을 물어뜯고 관절의 부드러운 부분을 물로 늘어졌다. 그 전투의 결말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싸워 보아도 그 수많은 개미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벌들은 싸우는 사이에 다 먹혀 버렸다. 병정개미가 지나간 자리는터널 속까지 텅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개미에게도 식욕을 일으키지 않는 딱딱한 껍데기의 부스러 기뿐이었다. 퍼얼은 땅 위에 뒹굴고 있는 투구풍뎅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자기보 다 큰 투구풍뎅이에게 당했던 것이다. 그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알아 듣고 어디 무기가 없을까 하고 찾기 시작했다. 투구풍뎅이의 뒷다리를 집어 들었을 때 화난 개미의 소리가 들렸다. 조그만 개미가 고기를 차지하려고 한 것을 퍼얼이 빼앗았기 때문이었 다. 개미가 퍼얼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투구풍뎅이의 다리로 그 개미를 때려 죽였다. 일행의 목소리를 듣고 또 두마리가 나타났다. 그 두마리 는 납작하게 얻어 터진 저희 일행의 시체를 보자 곧 그것을 산산조각 으로 만들어 기쁜 듯이 운반해 갔다. 퍼얼은 톱니 같은 가시가 돋은 귀뚜라미의 뒷다리를 휘둘러 대면서 앞으로 갔다. 등뒤의 소리는 차츰 다가왔다. 병정개미가 버섯 숲을 행 진해 오는 소리다. 꽤 가깝게 온 것 같다. 그들은 퍼얼이 조금 전에 뛰어넘은 시내에 당도하고 있었다. 개미는 오래동안 물속에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시냇물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몇 마리인가는 시냇물에 흘러내려 갔지만 개미의 대군으로 이 어진 다리 위를 저희들이 건너갔다. 그놈들은 퍼얼의 왼쪽 400미터쯤 되는 곳에 다다랐다. 그 앞에 거대 한 양배추 숲이 몇 에이커나 펼쳐져 있었다. 양배추 꽃에 수많은 벌이 들끓고 있었다. 7미터나 되는 이파리 아래서 귀뚜라미가 숨어 입을 놀 리고 있었다. 병정개미는 거기에 밀려들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먹어 댔다. 귀뚜 라미가 황급히 방행도 생각하지 않고 뛰어 올랐다. 그러나 거의 반 이 상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이동하고 있는 검은 모포 속에 떨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먹히기 시작했다. 갈기갈기 찢기면서 질러대는 무서 운 비명이 퍼얼의 귀에 들렸다. 그러한 비명 소리가 하나뿐이었다면 퍼얼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 으리라. 그는 악몽 같은 공포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다 시 커다란 물결소리와 비명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것은 사소한 공포는 아니다.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버섯이 드문드문 서 있는 숲 사이로 왼쪽의 양배추 숲이 보였다. 퍼 얼이 처음 보는 커다란 숲이었다. 노리끼한 초록빛 잎에서 흰 열십자 모양의 배추꽃이 삐죽이 나와 있었다. 퍼얼이 보고 있노라니까 그 초 록빛이 점점 검게 변하고 있었다. 세 마리의 커다란 구더디가 양배추 잎에 앉아서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갑자기 그 끝의 한 마리가 경련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였 다. 그 다음 구더기도 그 다음 구더기도 보고 있는 사이에 검게 되었 다. 구더기가 개미에게 잡혀 먹히고 있는 것이다. 양배추도 검게 되었 다. 미친 것 같은 구더기의 결련은 그들이 산채로 잡혀 먹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이어서 퍼얼은 노란 버섯 숲 끝에 검은 물결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개미의 대군이 다가오는 것이다. 퍼얼의 온 몸에 솜털이 솟았다. 공포에 질려서 그는 방향을 바꿔 달 리기 사작하였다. 그 뒤를 검은 물결이 쫓아왔다. 그는 안고 있던 버섯을 던져 버렸다. 그롷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대 단히 조심해서 버섯 숲을 정신없이 달리면서도 투구풍뎅이의 뒷다리만 은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무기였기 때문에. 커다란 파리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그의 주위를 크게 붕붕거리면서 날아 다녔다. 한번은 그의 어깨에 커다란 파리 한 마리가 부딪쳐 그 푸덕이고 있는 날개 때문에 피부가 째졌다. 그는 그것을 뿌리치면서 달렸다. 그러나 그의 몸에 바른 기름이 썩 어서 몹시 냄새가 났기 때문에 파리떼를 끓어들였다. 꿩만큼이나 큰 파리가 다섯 마리, 열 마리씩 뛰어가는 그를 따라 붙었다. 머리에 무게가 느껴졌다. 두 마리의 파리가 기름투성이의 머리카락 에 붙었다. 그는 등 뒤의 개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것들을 뿌리 쳐 떨어 버리고 미친듯이 계속 달렸다. 개미 소리도 달라붙는 파리의 날개 소리 때문에잘 들리지 않았다. 파리떼들은 달려가는 퍼얼의 주위에서 선풍처럼 소용돌이쳤다. 그는 투구풍뎅이를 곤봉처럼 휘두르면서 뛰어갔다. 휘두를 때마다 파리의 엷은 껍질은 얻어 터져서 빨간 액체를 뿜어 냈다. 이어서 퍼얼의 등에 시뻘겋게 불에 단 인두를 들이댄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파리 한 마리가 날카로운 주둥이를 박고서 피를 빨아먹고 있는 것이다. 퍼얼은 비명을 지르며 시커멓게 된 버섯 줄기에 부딪쳐 버렸다.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버섯은 넘어졌다. 많은 동물들이 알을 슬어서 썩었던 것이다. 땅에 넘어져 몇 미터 사방에 걸쳐 산산조각이 난 썩 은 버섯 주위에 작은 애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르간처럼 낮은 소리로 잉잉거리고 있던 파리 떼들은 정신 없이 그 먹이에 달려들었다. 퍼얼은 일어서자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뒤 쫓는 파리는 이제는 서너 마리 뿐이었다. 그 전부를 때려눕히지 않아 도 좋았다. 한 마리를 때려 눕히면 나머지 파리들은 땅에 떨어져 힘없 이 다리를 떨고 잇는 자기 편을 먹으려고 아래로 내려가니까. 그는 하나만 서있는 거대한 양뱌추 이파리 아래를 달려 지나쳤다. 커다란 메뚜기가 거대한 턱을 분주히 움직이며 썩은 잎을 먹고 있었 다. 다섯 마리 가량의 구더기가 달라 붙어있고,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잎에 매달려서 고치를 뽑기 시작하고 있었다. 1킬로쯤 떨어져 있는 곳을 병정개미 대군은 쉬지 않고 행진을 계속 하고 있었다. 커다란 양배추도 거대한 메뚜기도 구더기도 모두 얼마 안가서 조그마한 검은 악마들에게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행진해 오는 개미들의 소리는 그밖의 모든 소리를 삼켜 버리고 있었다. 퍼얼은 미친듯이 달렸다. 숨이차서 헐떡이며 공포에 질려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있었다. 심장이 몹시 뛰었으며, 뒤의 대군은 차츰 다가왔다. 구더기에 몰려 들었던 파리 중의 몇 마리는 공중으로 도망쳤으나 다 른 파리들은 먹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명 소리가 때때로 들려왔 다. 필경 귀뚜라미가 붙잡혀서 잡혀 먹히고 있는 것이리라. 퍼얼은 있는 힘을 다해서 달리고 있었다. 양 다리는 떨리고 숨이 찼 다. 그는 죽음이 바로 등 뒤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머리 위의 구름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으며 동쪽 하늘은 어두웠다. 다가오는 어둠에도 불구하고 퍼얼은 폭이 백 미터 가량되는 공터를 날 려서 지났다. 황금 빛을 한 아름다운 버섯 숲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 다. 거기에 위험이 숨어 있었다. 그는 땅에서 1미터 가량 위쪽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있음을 발견했 다. 지구에서라면, 가정주부가 빗자루로 확 떨어버릴 황금거미의 거미 줄이다. 그러나 이 잊혀진 행성에서는 그 거미줄은 날마다튼튼해져서 퍼얼은 등뒤에 신경을 쓰면서도 그 거미줄을 피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 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밤이 다가와 있었다. 저지대를 밤에 인간이 걸어다닌다는 따 위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밤의 저지대는 낮 동안 보다 훨신 위험한 것이었다. 퍼얼은 병정개미에게서 도망치는 일뿐만이 아니라 내일 아침을 맞이 할 생각이라면 서둘러 숨을 곳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앞일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생각할 수 있는 것 은 다만 이 눈앞의 일, 병정개미로부터 도망치는 일뿐이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가루를 뿜어올리고 잇는 말불버섯 사이를 돌진했 다. 전방에 기묘한 빛갈의 언덕이 눈에 띄었다. 빨갛고 파란 빛에다 검정빛, 황금빛 등 여러 가지 빛깔이 얼룩져 있는 것이다. 20미터 가량의 높이이다. 그 위에 잿빛 안개가 끼어 있었다. 언덕 군데군데에 엷은 수증기가 뭉쳐 있었으며, 그것이 천천히 소용돌이치 면서 짙어져서 언덕위로 퍼지고 있다. 그 언덕들은 자연적으로 생겨진 언덕이 아니라 버섯이 몇 겹식 겹쳐 져서 석탄기의 식물같은 두께로 되어 있는 것이다. 언덕 표면에는 가 지가지의 효모균이며 곰팡이가 돋아 있었다. 그것들은 언덕 안팍을 가 리지 않고 돌아서 몇 킬로나 기괴한 경치를 이루고 있었다. 퍼얼은 정신없이 근처의 언덕을 올라갔다. 때로는 표면이 굳어 있어 서 제대로 설 수 있었으나 때로는 무릎께까지 푹 빠지고는 하였다. 그 는 괴롭게 계속 걸었다. 버섯이 썩어서 이루어진 언덕을 숨을 헐떡이며 그는 최초의 언덕 정 상에 올라 저쪽으로 내려가 다음 고개를 올라갔다. 작은 벌레가 무수 히 헤매고 있었다. 지네가 꿈틀거리고 투구풍뎅이가 구멍에서 나와서 는 다시 사라졌다. 언덕을 700미터 가량 자로지른 곳에서 퍼얼은 더이상 앞으로 갈 수 가 없었다. 그는 무엇에 걸려 넘어져 몹시 숨이 찼다. 하늘은 잿빛에 서 짙은 붉은 빛으로 변해 있었으며, 그것은 곧 검은 빛으로 변해 버 릴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서쪽에 밝은 빛이 조금 남아 있었다. 퍼얼은 양 손에 막대기를 꽉 잡은채 얕으막하게 패인 곳에서 흐느껴 울었다. 무엇인지 거대한 날개를 가진 것이 일몰을 배경으로 날아갔 다. 퍼얼은 크게 허덕이면서 가만히 누워 있었다.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병정개미들의 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그가 넘어 온 언덕 정상에 두 개의 작은 촉각이 빛나더니, 곧 개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촉각을 분주히 움직이면서 다가왔다. 그놈은 작은 소리를 내 며 퍼얼쪽으로 다가왔다. 그놈은 작은 소리를 내며 퍼얼쪽으로 다가왔다. 작은 증기 뭉치가 개미쪽으로 휘몰아쳐 갔다. 증기는 모든 언덕을 구름처럼 뒤덮고 있었다. 개미는 증기에 휩싸여서 기묘하게 경련하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만약에 그놈이 곤충이 아니고 동물이었다면 숨이 막혀 허덕였으리라. 개미는 배에 붙어있는 공기구멍으로 증기를 마셔 버려 어쩔수 없이 경련했다. 퍼얼도 기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등이 몹시 따뜻했던 것이다. 퍼얼은 불이라는 것의 열기를 알지 못했다. 그가 그때까지 알고 있는 온기란 밤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일족이 한데 모여서 살을 맞대고 있을때의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 다. 증기는 그가 있는 쪽으로도 확 덮쳐 왔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 었으며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뜨거워 참을 수가 없 어 그는 간신히 기어서 다음 언덕의 정상에 다다랐다. 그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은 그가 지나온 가운데서 가장 높은 언덕이어서 저녁놀에 붉게 물든 구릉 지대를 전부 바라볼 수 있었다. 그는 이미 그 구릉지대의 절반 이상까지 와 있었다. 나머지는 북쪽으로 400미터 가량 가면 되었 다. 그렇지만 동쪽과 서쪽은 어디까지나 붉은 언덕이 계속되고 있었 다. 그리고 언덕 꼭대기에 시커먼 잿빛 연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가 지나온 방향의 구릉 지대에 병정개미의 대군이 들어와 있었다. 정찰 대원이며 전위부대의 개미들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멈춰서서 돌아다니고 있는 생물을 잡아먹었다. 주력부대는 그냥 전진 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덕은 살아 있었다. 퍼얼은 막대기에 축 늘어져 기댄 채 기다렸다. 인제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었다. 병정개미는 모든 곳에 퍼져 있었다. 인제 곧 그의 곁에 까지 다가오리라. 증기는 점점 짙어졌다. 엷은 어둠 속에 시커먼 연기 가 기둥처럼 솟아올랐다. 물론 퍼얼은 연기 같은 것을 알 리가 없다. 버섯이 겹겹이 쌓인 언 덕이 무거워져서 내부의 것이 가라앉아 그 압력과 산화로 온도가 올라 자연 발화가 일어났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버섯 퇴적이 천천히 불붙기 시작한 것이 다. 언덕의 표면은 그냥 그대로인 채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서 불길은 없었다. 그러나 병정 개미들이 작은 생물을 잡아 먹느라고 구멍을 팠 기 때문에 그곳으로 공끼가 스며들었다. 발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연기만 나오던 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몇십 개나 되는 연기가 가둥처럼 하늘로 솟아 올랐으며 언덕을 빨간 빛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퍼얼은 검정 개미들의 대열이 그들을 기다리 고 있는 불길쪽으로 행진해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강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되돌아섰다. 그러나 그들은 선조 때 부터 불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언덕에 나타난 불길 속으로 전진해 갔다. 그리고 날아드는 불길을 행해 턱을 움직여 불을 붙잡으 려고 했던 것이다. 어두워짐에 따라 불타는 곳이 늘어났다. 퍼얼은 감사할 줄도 모르고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숨길은 점차 편안해졌지만 다가오는 불길 때문에 피부는 빨개지고 연기로 해 서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그는 다시 막대기에 의지하고 몇 번이고 뒤돌아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밤이 찾아 왔지만 병정개미들에게는 불빛이 있었다. 그들은 환성을 지르며 전진을 계속해서 지옥의 줄길 속으로 돌입해 갔다. 마지막에는 목숨을 잃어버린 병정개미들의 대군 위를 여기 저기 살아 남은 소소부 대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었다. 주력 부대는 언덕의 시뻘건 불에 타서 악취를 풍겼다. 퍼얼의 귀에 죽어 가면서도 외치고 있는 그들의 환성이 들려왔다. 눈도 보이지 않고 촉각도 타 버리고 손발을 잃어 가면서도 아직 정체 를 알 수 없는 적을 향해서 공격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퍼얼은 천천히 언덕을 넘어갔다. 두번쯥 그는 개미들의 소부대를 보 았다. 그들은 퍼져 가는 불길 사이를 빠져나와 그 앞에 움직이는 모든 것을 잡아먹고 있었다. 그 중 한마리가 그를 발견하고 뒤쫓아왔다. 퍼 얼은 막대기로 그 놈을 때려눕혔다. 땅위에 뒹굴면서 몸부림치고 있는 개미는 이제 곧 저희 일행의 개미들에게 잡혀 먹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지금 막 서쪽 하늘에 남아 있던 희미한 밝음이 사라져 버렸 다. 이제 불타고 있는 언덕의 불길 이외에는 밝은 빛이라고는 없었다. 밤 사이 줄곧 내리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퍼얼은 발 밑의 땅이 딴딴해진 것을 알아 차렸다. 그느느위험한 것 은 없는가 하고 귀를 귀울였다. 30미터 가량 떨어진 버섯 숲속에서 커 다란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곧 커다란 것이 공중으로 날 아 올랐다. 세찬 공기의 흐름에 퍼얼은 숨이 막힐 뻔 했다. 위를 쳐다보니 거대 한 나방이 머리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날아 가는 방향은 모두 가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언덕이 여전히 불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버섯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새벽을 기다리기로 하였다.빗방을 은 천천히 계속 내려서 버섯 우산을 북처럼 울렸다. 그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썩 좋은 피난처도 못되었거니와 어둠 속은 언제나 위험이 숨 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밤의 어둠은 퍼얼이 지금까지 알지 못 했던 것이었다. 언덕의 불은 커다랗게 번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감 에 따라서 불길은 점점 타오르며 다가왔다. 퍼얼은 그것을 바라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금까지 불 같은 것 은 꿈에서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나방이며 투구풍뎅이며 하루살이가 불길 위에서 나풀거리며 춤추고 있었다. 불길이 다가옴에 따라 퍼얼은 그들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13미터나 되는 날개를 펴고 불 나방이 언덕위를 날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언덕 아래서 불붙고 있던 몇 개나 되는 불길이 한 줄기 기 다란 불기둥이 되어 맹렬한 기세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뷸나방의 눈알이 루비보다도 빨갛게 빛났다. 그리고 아름다운 불나 방의 날개가 공중에서 멎었다. 불길 끝이 날개에 닿았던 것이다. 그래 서 불나방은 미쳐 날뛰는 불길 속으로 곧장 떨어져 갔다. 많은 곤충이 그 빛 속에서 죽음의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하 나 불길 속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었다. 이곳 저곳에서 생물이 찾아 들 었다. 밝고 노란 빛갈의 나방이며 새까만 나방, 투구풍뎅이가 죽음을 향해서 날아갔다. 퍼얼은 버섯 아래 쭈그리고 앉아서 빗소리와 불길에 닿아 죽어가는 곤충들의 죽음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제 5장 : 거미를 걸머지고 밤은 흘러가고 불길 위에서 춤추며 죽어가는 생물의 수는 더욱 늘어 만 갔다. 퍼얼은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서 운 사실에 대하여 생각하고 잇었다. 이윽고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밝은 아침이 찾아왔다. 불타는 언덕 의 불길은 온 세계가 밝아짐에 따라 사라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퍼얼은 간신히 일어났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100보 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버섯과 곰팡이의 산맥에서 바람벽처럼 연 기가 곧마로 오르고 있었다. 연기의 벽은 양쪽으로 몇 킬로미터나 계 속되고 있었다. 그는 뒤돌아보며 걸어가면서 곧 밤 사이의 비극의 흔 적을 하나 발견했다. 거대한 나방이 불길속에 뛰어들어 심한 화상을 입고 다시 뛰쳐나왔 던 것이다. 날 수 있었다면 또 다시 불 속으로 뛰어 들었으리라. 나방 은 아름다운 날개 한쪽이 구멍투성이인 채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수염과 배가 푸르르 경련하고 있었다. 퍼얼은 막대기를 지켜들고 다가왔다. 잠시 후 그는 양 어깨에 무지개처럼 색채가 화려한 벨벳 코우트를 걸치고, 호화스러운 푸른 나방의 날개를 배에 두르고, 이마에는 나방 의 수염을 붙이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긴 세월동안 누구 한 사람 걸쳐 본 일이 없는 옷을 걸쳤다. 그 얼마 뒤에는 또 다른 희생자에게서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무기보다 길고 날카로운 창을 손에 넣었다. 그는 신혼 여행을 떠나는 왕자같은 모습으로 사야에게로 돌아가는 여행을 시작했다. 이런 옷을 입고 있는 왕자는 아무데도 없을 테지만. 닥시 얼마 뒤에 그는 투구풍뎅이가 큰 기계같은 소리를 내며 3미터 쯤 떨어진 곳을 천천히 지나가고 잇는 것과 마주쳤다. 퍼얼은 그 무거운 갑옷과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턱을 보았다. 그 놈이 갖비고 있는 무기가 부러웠다. 그렇지만 퍼얼이나 그 일족이 그 런 괴물을 잡아서 팔다리 속에 있는 물기가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은 보다 먼 앞날의 일이었다. 퍼얼은 아직 야만인이고 아직 무지하 고 겁장이인 것이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눈에 띄게 진보한 것은 그 전에라면 무조건 도망쳐 버렸을 것인데, 지금은 도망칠 필요가 있을까 어떨까 하고 멈춰서서 바라보게 된 것이었다. 숲속의 어두운 오솔길을 벨벳 옷을 입고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기묘 한 것이었다. 투구 풍뎅이 다리를 허리에 두른 옷에 찔러서 언제나 쓸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새로운 창은 그의 키보다도 높았다. 정복자 같은 모양이었지만, 아직 겁 많고 약한 동물이다.거기에 큰 희망이 있 었던 것이다. 만약에 그가 힘이 세었다면 생각할 필요가 없었을 테니 까 말이다. 몇십 만 년이나 되는 옛날, 그의 조상들은 발톱이나 긴 이빨이 없었 기 때문에 두뇌를 발달시킬 수밖에 없었다. 퍼얼은 인류치고는 가장 미개했으나, 옛날 태고적 인류가 상대로 한 것보다 훨씬 무서운 적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의 조상들은 나이프며 창이며 돌화살을 발명했지만, 퍼얼이 상대로 하는 생물들은 선조가 상대한 것보다 훨씬 무서운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오가 가까울 무렵, 20미터도 못 되는 앞쪽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공포에 휩싸이면서도 귀를 기울였다. 또 다시 신음 소리가 들려왔으나 이번에는 가엾은 소리였다. 버섯이 넘어지고 잇다라 무엇인지 커다란 물건이 부딪친 소리가 났다. 물론 무서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테지만 퍼얼에게는 무엇이 싸우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소리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윽고 그는 숨 을 내리쉬고 용기를 되찾았다. 그는 슬며시 도망쳐 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호기심이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조심하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왔다. 크림 빛을 한 두개의 줄기 사이를 들여다 보니 비단실이 쳐져 잇는 것이 보였다. 폭도 깊이도 20미터 가량 되었다. 실의 한 올 한 올이 똑똑히 보였는데 아름다운 직물처럼 되어있었다. 높은 버섯에다 지탱 하고 거기서부터 땅으로 이어져 그 가느다란 끝에 주머니가 있었다. 퍼얼의 손가락의 절반쯤밖에 안 되는 빙빙 꼬인 아름다운 실이었다. 그것은 풀거미의 거미줄이었다. 한 올 한 올의 실은 아주 약한 것이 지만 그 실이 몇 천개나 모여 아주 강해지는 것이다. 귀뚜라미가 그 미로같은 거미줄에 걸려 있었다. 팔다리를 움직일 때 마다 실은 끊어지지만, 그때마다 더 많은 주위의 실이 엉켜 붙는다. 그것은 세차게 움직이면서 때때로 무서운 소리를 내었다. 퍼얼의 숨결은 훨씬 편안해졌다. 그는 눈을 빛내며 지켜보았다. 곤 충이 죽어가는 것에는 아주 비참한 것일지라도 그는 별로 흥미를 느끼 지 않았다. 너무나 흔해 빠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곤충들은 정해진 먹이가 있어서 다른 것을 찾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거미는 좀 달라서, 거미줄에 걸린 것이라면 아무것이나 잡아 먹었다. 그는 정신없이 보고 있었다. 미로 같은 거미줄 끝에 있는 터 널 입구에 두 개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몸도 가볍게 나왔다. 잿빛의 커다란 거미다. 가슴에 두 줄기 검은 줄, 그리고 배에 흙빛과 흰 반점이 있는 두 개의 선이 보인다. 귀뚜라미는 손발이 거미줄에 감겨서 몸부림이 약해지고 그 외침도 희미해졌다. 퍼얼이 보고 있노라니까 거미가 그 위에 올라타고 이빨로 귀뚜라미의 투구를 꿰뚫자 귀뚜라미는 마지막 경련을 일으켰다. 그 바로 위의 거미는 식사를 시작했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맛있게 귀뚜라미의 체액을 모조리 빨아 먹었다. 퍼얼은 숨은 가빠졌다. 그것은 지금 눈앞에 보고 있는 것 때문이 아 니라 그 자신이 생각한 것 때문이었다. 얼마동안 그의 무릎은 공포로 후들후들 떨렸다. 적토로 된 벼랑에서 타란츄라를 죽였을 때의 일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확실히 우연히 죽 이게 된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거미줄 때문에 자기도 하마터면 죽 을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 무서운 독거미를 죽였던 것이다. 지금 퍼얼은 이 놈도 죽일 수 잇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잊혀진 혹성에서 거미는 인간들에게 있어서 식인귀였다. 그들을 조사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고 있었으나, 그들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모두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가 결코 그들의 함정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절대로 말이다. 그리고 퍼 얼은 그 사실을 이용한다는 믿을 수 없는 일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러한 자살적인 일을 할 마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거미줄 의 앞쪽에서 떨어져서 뒤쪽에 있는 거미의 터널로 3미터 가량 다가갔 다. 이윽고 비단 실이 끊어진 사이로 잿빛 거미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 놈은 채액을 빨려 버려서 시들해진 귀뚜라미 시체를 떠나서 그 휴식처 로 되돌아와 비단실로 짜인 부드러운 바람벽에 둘러쌓여 앉아 있는 것 이다. 터널 끝의 동그란 집에서 그 놈의 무서운 눈은 또다시 먹이를 기다리며 빛나고 있었다. 퍼얼의 머리카락은 공포에 쭈볏하게 섰지만 그는 자기의 생각에 취 해 있었다. 거미가 숨어 있는 터널은 거미줄과 같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창을 겨눈 퍼얼의 얼굴에 땀이 배어 있었다. 거미를 공격한다는 생 각 그 자체가 무서웠다. 그렇지만 창을 내밀 때까지는 아무런 위험도 없는 것이다. 거미줄을 치는 거미는 결토 거미줄을 떨어져서 먹이를 습격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퍼얼은 창을 꽉 붙잡고 집 속에 있는 거미의 불록한 곳을 찔러 댔 다. 그리고 그는 뒤에서 그 악마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맹렬한 기세로 도망쳤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간신히 본래의 장소로 되돌아왔다. 주위는 조용했다. 그는 상처입은 거미의 무서운 몸부림을 못 보고 놓 쳐 버렸던 것이다. 몸을 꿰뚫는 창을 물으려고 그 무서운 이빨을 무섭 게 웁직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죽음의 고민에 터널의 바단실이 찢 겨지는 것도 보지 못했다. 퍼얼이 되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나고 조용했다. 비단 터널에는 커다랗게 찢긴 틈바귀가 나 있었으며,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체가 땅 위에 떨어져 있었다. 창으로 꿰뚫은 곳에서 때때로 액체가 떠러지고 잇다. 그리고 그 커다란 거미는 그 틈 사이로 반쯤 떨어져 있었다. 퍼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죽어 있는데도 거미의 눈 은 얼어붙을 것 같은 무서운 밫을 띄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빨은 금방이라도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퍼얼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의 일족은 거의 40세 대에 이르는 동안 커다란 곤충으로부터 도망치기만 하는 가련한 존재 였다. 숨어 다녔으며, 붙잡히면 어쩔 수 없이 공포의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퍼얼은 그것을 뒤엎어 버린 것이다. 그는 거미를 죽인 것이다. 그는 가슴을 활짝 폈다. 언제나 그의 일족은 소 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걸어다녔다. 퍼얼의 입에서 자랑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잊혀진 혹성에서 2000년 사이에 처음으로 인간이 올린 승리의 환성이었으며 싸움의 외 침이었다. 물론 다음 순간, 그는 그런 소리를 지른 일로 해서 공포에 질려 심 장이 멎을 것 같은 무서움을 느꼈다. 그는 눈을 깜빡이면서 귀를 기울 였다. 그러나 무엇 하나 그에게 관심을 갖는 건 없는 것 같았다. 이윽고 떨면서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는 그의 스확물에 다가갔 다. 만약에 거미가 움직이기만 하면 그는 당장에 도망칠 수 있는 자세 로 창을 뽑았지만 거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창에 묻은 피를 보자 가슴이 메스꺼웠다. 그는 그것을 버섯 줄기로 씼었다. 그리고 그는 샤아와 일족의 일을 생각했다. 그는 거미를 그 집에서 끌어 내어 두 개의 털복숭이 다리를 어깨에 걸머지고, 등에는 배를 올 려놓고 다른 다리들은 끌면서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 혹성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의 진기한 구경거리였다. 아름 다운 반점이 있는 빛나는 벨벳 옷을 입고, 이마에는 황금빛 수염을 두 르고, 한 손에 창을 들고, 그리고 잿빛 거미라는 무거운 짐을 걸머지 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등에 지고 있는 것이 무서워서 다른 동물이 도망가리라 고 믿어 아주 당당한 배짱이 생겨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곤충이란 무서움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퍼얼은 기세좋게 행진을 계속했다.그는 찢기고 뜯어진 버섯으로 가 득찬 골짜기에 다다랐다. 그 가운데 흙빛 머리를 하고 있는 버섯은 하 나도 없었다. 모두가 구더기가 달라붙어 버섯의 머리 부분인 딱딱한 살이 온통 그놈들에게 뜯겨 벌집처럼 부서져 있었다. 그 액체가 작은 계곡 가운데 모여서 황금빛 못을 이루고 거기에서 코다랗게 우짖는 듯 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그는 멈춰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황금빛 못에 잿빛 하늘과, 언덕 비탈에 돋아있는 잘라진 거무스름한 버섯 줄기가 바쳐 있었다. 그리고 못 둘레에는 몇백 만 마리인지 알 수 없는 커다란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고 있었다. 거기서부터 몇킬로인가 가자 퍼얼은 어쩐지 낯이 익은 지형에 다다 랐다. 언제나 거기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던 곳이다. 평지 에 바위가 삐죽이 내밀어져 있었으며 그 바위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 다. 그 바위 사이의 곤충의 시체에 섞여서 인간의 해골이 누워 있었다. 그 사나이가 죽고 퍼얼이 구조된 것은 2년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둘 이서 먹을 수 있는 버섯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의 등 뒤 에서 갑자기 그 거미가 뛰쳐나왔던 것이다. 두 사람이 얼어붙은 듯이 서 있자 그놈은 먹이를 어느 쪽으로 할까를 결정했다. 그녀석은 퍼얼 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그는 그 거미집을 바라보며 언젠가 는 반드시 죽여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계속 걸어갔다. 그는 낯동안 커다란 나방이 숨어 있는 풀덤불 을 지나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무서운 것이 웅크리고 있는 못 옆을 지나갔다. 밤이 되면 빛나는 작은 버섯숲을 지나서 투구풍뎅이가 시끄 럽게 울고 있는 곳을 지나쳤다. 그리고 그는 사야를 발견했다. 그녀의 복숭아빛 살결이 버섯 사이로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고 그는 사야의 이름을 부르며 달렸다. 그녀는 버섯 사이에서 나타난 사람이 등에 무서운 거미를 등지고 잇는 것을 보앗다. 그녀는 무서워서 비명을 질렀다. 그는 그제야 그 까닭을 알아 차리고 짐을 내려놓고 서둘러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사야는 그녀를 따라온 자가 누구인지를 알자 깜작 놀랐다. 머리에는 황금빛 깃털, 양어깨에는 벨벳 옷을, 매에다는 나방의 푸른 모피, 손 에는 창을, 그리고 죽은 거미를 등에 지고 있었던 것이 퍼얼이었던 것 이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퍼얼과는 다른 사나이였다. 그는 사야의 양손을 붙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퍼얼을 지켜 보고 그리고 거미의 시체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서라도 그 사실을 이해 하려고 했다. 그들의 말은 안타까울정도로 빈약했던 것이다. 그래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눈을 빛내며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다른 일족을 만났을 때 두 사람은 죽은 거미를 양쪽에서 붙들고 있 었다. 사야는 퍼얼보다도 오히려 더 자랑스러운 표정이었다. 제 6장 : 명령. 미개한 상태에서 진보해 나갈 때 인간이 항상 고민하는 가장 큰 장 애는 그들이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어쩌면 인간은 항상 그들 이 인간이라고 하는 장애를 상대로 해서 싸워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퍼얼이 공포의 여행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은 그것에 알맞은 반 응을 일으키게 하였다. 그는 모두가 자기를 훌륭한, 감히 어깨를 겨룰 수 없는, 칭찬해 마땅한 인간으로 보아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 는 모두가 자기를 두려운 것이라도 보는 것 같은 눈초리로 바라보리라 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보고 황홀해 하기를 그는 바라고 있 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로도 그렇게 되었다. 그들은 한시간 동안이나 퍼얼을 둘 러싸고 지난 이틀 동안의 모험을 상당한 경의를 표하며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 일 자체는 향상에 이르는 단계였다. 그들의 관심의 대부분은 어 디에 먹을 것이 있나 하는 것과 어디에 위험이 숨겨져 있느냐 하는 것 이었다. 생존을 위한 조건이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에 먹을 것을 손에 넣어 살아가는 일만이 중여하였지 훌륭한 말로 그것을 전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서의 문화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 았으며, 또한 그러한 일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먹을 것과 위 험을 줄 수 있는 일에 상관 없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일 자체만 해도 그것은 문화를 향해서 올라가는 한 단계였던 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미개인이다. 그들은 죽은 거미를 보고 몸을 떨었 다. 그것은 오로지 공포때문이었으며, 어른은 그것에 손도 못 대었다. 재크며 테트조차도 한참 동안 손을 내밀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 한 사 람 거미를 식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거미의 먹이가 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졌다. 물론 어린애 들은 겁을 먹었지만 어른들은 무시하게 되었다. 다만 장난꾸러기 두 소년이 자기 보다 나이 어린 애들을 무섭게 하 려고 그 털투성이의 다리를 뜯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자르는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한 대로 다리를 뜯어 내지를 못했다. 존 영감은 그 냄세를 맡으려다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퍼얼을 향 해 손을 내저었다. 퍼얼은 화를 냈다. 그렇지만 퍼얼이 먹을 것을 갖 고 돌아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모두는 먹어야 하는 것이 다. 다마는 혀를 차고 꽤 크게 자란 로오나를 데리고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것을 가지러 가겠다고 밖으로 나갔다. 한 무리 가운데서 가장 힘이 센 덜도 먹을 수 있는 버섯이 잔뜩 돋아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곳 으로 떠났다. 코리도 어린애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주의하 면서 그녀 나름대로 찾을 수 있는 찾을 수 있는 것을 찾으러 나가 버 렸다. 한 시간쯤 지나자 퍼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은 사야 혼자뿐이었 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는 자기 무리 모두에게 칭찬받기 위해 놓아둔 거미를 개미가 발견했다. 세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형태도 남지 않았 다. 네 시간째가 되었을 때는 퍼얼은 사야를 상대로 같은 이야기를 열뻔 째 하고 있었으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여자 중위 한 사람이 사야를 불렀다. 그녀는 퍼얼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고 떠나 버렸다. 사야는 손 위의 여인들이 발견한 땅 속의 버섯을 파내러 갔던 것이다. 그녀는 그 것을 퍼얼에게도 나누어 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섯 시간 뒤에는 이미 밤이 되었으며 퍼얼은 일족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들은 밤 사이에 몸을 숨길 장소를 바꿨는데도 아 무도 그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사야는 퍼얼 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밤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두려운 일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을 발견한 뒤에도 오랫동안 퍼얼은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는 일족과는 달리 꽤 인간다와져 있었다. 그것도 모두가 알지 못하는 경험을 한 덕분이었다. 그는 갖가지 모순을 일행 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그는 무기를 발견했다. 그것이 처음에는 먹을 것을 확보해 주었으 며, 나중에는 타란츄라레게서 몸을 구해 주었다. 물고기의 기름이 거 미집에서 몸을 빼내는 데 도움을 주었으며, 발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 주었다는 것은 일족에게 있어서 중요한 가치가 있는 발견이었다. 가장 뜻이 있는 일은 그가 자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거미를 죽였 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승리감을 알았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찬탄조차도 받았던 것이다. 칭송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욕망은 경험에 의해 생겨 나는 일이다. 사람이 모르는 것에 대한 욕망을 가지는 일은 없다. 그 리고 승리감을 느낀 인간은 그때까지와는 달라지며, 한 번 칭송을 받 은 인간은 사실상 하　평생 그 기억을 남긴다. 딴것은 몰라도 적어도 칭송이라는 것에 관한 한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천천히 내리는 동안 퍼얼은 우선 자기의 화난 감정을 부드럽게 달래고-그것은 겁장이로 살아온 그나 그 의 일족에게 있어서 대단히 좋은 일이었다.-그리고 그만이 느끼기 시 작한 통쾌함을 좀더 자기 자신에게 향하개 할 계획을 생각해 내려고 했다. 밤 사이의 그는 별로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물이 떨어지는 곳이었다. 몇 시간이나 물에 젖고 나서야 그는 어깨에 걸치고 있는 나방의 날개가 물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잘만 뒤 집어 쓰고 있으면 젖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잠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 그는 기분이 몹시 좋아진 것을 느꼈다. 야만인으 로서는 신기할 정도로 상쾌하였던 것이다. 하늘은 잿빛을 띄고 있더니 차츰 하얗게 되어 갔다. 구름은 땅에 맞 닿을 정도로 낮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그것도 천천히 개였다. 버섯 숲 사이에 걸려있던 안개도 엷어졌으며 비도 차츰 멎었다. 미친 세상은 언제나처럼 미쳐 있었으며 밤 사이의 곤충들은 모습을 감춰 버리고 낮 동안의 생물들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가 몸을 숨기고 있는 바위 틈바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다른 혹성에서라면 괴물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개미총이 나타났다. 그 놈들은 모래가 아니라 자갈과 동그란 돌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편편한 표면의 일부가 무너져서 구멍이 뚫리고 검은 것이 나타났다. 가느다란 두개의 촉각이 나타났다. 그놈들 무리의 병정개미다. 그녀석 은 촉각을 흥분한 듯이 흔들며 그들의 집에 무엇인가 위험이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고 탐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병정개미는 40센티 가량이었으며 몹시 튼튼한 턱을 갖고 있었다. 얼마 뒤에는 다른 두 마리가 나와서 아래쪽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것 들은 의논을 하고 만족한 듯이 거리로 되돌아갔다. 괜찮다는 보고를 받은 모양인지, 잠시 후 언짢은 냄세를 풍기는 노동개미가 검은 홍수 처럼 구멍에서 나와 일을 하려고 흩어져 갔다. 개미의 거리가 그날의 일을 시작한 것이다. 퍼얼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옷을 땅 위에 펼쳐 놓았다. 얼마 있 으려니까 퍼얼은 그것이 끌려가는 것 같은 기미를 느꼈다. 자세히 보 니 한 마리의 개미가 옷자락을 물어뜯으려 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반 시간 사이에 그는 두 번이나 개미에게 물어 뜯기지 않도록 서둘러 이 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존 영감이 분홍빛과 노란 빛깔의 독버섯 숲사이를 혹시나 먹 을 수 있는 버섯은 없는가 하고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는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퍼얼은 거칠게 존 영감에게 뒤따라오라고 명령했다. 존 영감은 놀라서 멍하니 입을 벌렸다. 퍼얼의 무리 중에는 누구도 명령하는 자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존 영감은 퍼얼의 뒤를 따라 아침 안개가 자욱한 속을 걸어 갔다. 퍼얼은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것 또 한 놀라운 일이었다. 자기 쪽으로 주의를 끌기 위해 외치거나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족 중에서 가장 힘이 센 덜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원숭이 정도의 지혜를 가지게 될지도 모를 재크도 불 러들였다. 이윽고 테트도 디트도 무슨 일인가 하고 보러왔다. 퍼얼은 모두를 데리고 앞으로 갔다. 400미터쯤 가자 그저께까지 코 뿔소 같은 뿔이 돋아 있던 커다란 투구 풍뎅이의 껍질이 있는 곳으로 왔다. 오늘은 키틴질의 껍데기가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퍼얼은 멈춰 서서 겁을 먹고 있는 일족들에게 어떻게 무장하는가를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