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 명령(#2/3) 덜은 망설이면서 뿔을 잡았으며, 퍼얼은 그것을 어떻게 쓰는가를 가 르쳤다. 그는 그것으로 투구풍뎅이의 껍질을 가만가만 찔러 봤다. 퍼 얼은 딴 사람들에게도 다리 부분을 몽둥이로 쓸 수 있도록 가르쳤다. 모두는 그것을 자신없게 시험해 보았다. 무엇이든 위험이 들이닥치면 그들은 자기들의 다리 쪽을 신용하고 미친 듯이 숨을 곳을 찾아 도망 칠 따름인 것이다. 퍼얼은 모두에게 호령을 해서 앞으로 갔다. 그것도 전에 없던 일이 었다. 그리고 또한 반란을 일으킨다는 전례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황금빛 버섯 숲에 다다르자 환성이 올랐다. 존 영감은 뜯을 수 있을 만큼 뜯고서 어딘사 숨을 곳을 찾자고 말했다. 그렇지만 퍼얼은 또다시 고함쳤다. 그들은 얌전하게 따랐다. 덜, 존 영감, 제크 그리고 두 소년이다. 땅은 오르막길이 되었다. 그들앞에 말불버섯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본 일이 없는 새빨간 버섯 모양이었 다. 그들은 더욱 높이 올라갔다. 또 다시 먹는 버섯 숲이 나타나서 모두 는 몹시 기뻐했다. 한 무리가 아직 한 번도 와 본 일이 없는 토지다. 퍼얼은 먹을 것이 잔뜩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다. 퍼얼은 기묘한 목마름을 느꼈다. 무엇을 자기가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딴 사람들은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이든 생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의심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퍼얼 자신이 그러한 일을 생각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밤 사이에 화가 치민 나머지 생각해 낸 일이었다. 자기를 무시한 짓에 대한 벌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무릎이 덜덜 떨리는 것을 억누르기 위 해서는 계속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지금 다른 사람들이 항 의를 한다면 그도 그 사람의 말에 따랐으리라. 그러나 기쁨의 환성이 들릴 뿐이었다. 또 다시 먹을 것이 많이 발견 된 것이다. 거기에다 개미의 발자취도 없었으며, 먹을 것을 찾아드는 투구풍뎅이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퍼얼 일행들의 눈에도 위험이 거 의 없는 곳으로 보였다. 모두는 기뻐했다. 여기는 옮겨 오기에 알맞은 좋은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퍼얼은 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곤충이 없는 것은 모두 다 먹어 버렸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퍼얼은 무엇이 곤충들을 죽여 버렸는지를 알고 있었다. 퍼얼은 새 말불버섯을 둘러보고 그 앞에 있는 바위의 저쪽 벼랑을 들여다보면 여기가 어떤 곳인지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퍼얼은 30미터 가량 땅위에 삐쭉 나와 있는 바위 끝에서 모두에게 잠 자코 있으라고 손을 들어 보였다. 그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안개 에 쌓인 악몽같은 경치를 바라다보았다. 10센티밖에 안 되는 작은 거미의 유충이 자기보다 더 작은 벌레를 먹고 있었다. 다리가 잔뜩 있는 투구풍뎅이의 애벌레다. 그 거미가 커 져서 거미줄을 치게 되면 커다란 귀뚜라미도 쉽게 잡아 먹게 되는 것 이다. 퍼얼의 일행들은 그것을 바라보고 이어서 벼랑끝에 걸려 있는 2셐티 가량 굵기의 더러운 비단실을 보았다. 그들은 차례로 그 장소의 정체 를 알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덜은 얼굴빛이 잿빛으로 변했으며, 존 영감과 재크는 두려움에 얼어붙어 도망칠 수조차 없었다. 다른 사람들 이 자기보다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보자 퍼얼은 기묘한 용기가 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입을 열자 모두는 겁을 먹었다. 지금 그가 호령한다면 적어도 한 사람쯤은 겁에 질린 나머지 죽고 말리라. 그것은 곰팡이가 돋은 벼랑을 15미터 가량 내려간 곳에 반지름이 2 미터쯤 되는 반원 모양의 하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위의 작 은 반구형의 문이 달려 있었다. 그 모두가 문처럼 보이지만 열리는 것 은 가운데의 하나 뿐이다. 얼핏 보기에는 아주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것은 사람을 잡아먹는 악 마의 성인 것이다. 그 둘레에 사냥의 기념품이 비단실에 매달려 있었다. 투구풍뎅이의 뒷다리가 있고, 또는 잠자리의 날개가 있다. 달팽이의 집도 있다. 20 킬로는 되리라. 줄어든 투구풍뎅이의 대가리며, 귀뚜라미의 단단한 턱 이며, 몇 십 마리나 되는 곤충의 시체들, 모두 성속에 있는 괴물에게 잡혀 먹힌 껍데기다. 그리고 제일 가느다란 비단 실에는 훨씬 전에 잡 혀 먹힌 사람의 말라빠진 시체가 매달려 있었다. 퍼얼은 잠자코 모두를 쏘아봤다. 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소리 를 내기만 하면 거미가 당장 벼랑 위로 뛰어올라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그 괴물이 먹이를 찾으러 나올지 알 수 없는 것 이다. 퍼얼은 무두에게 앞으로 전진하라고 신호를 했다. 그는 한 사람을 벼랑 끝에 매어 놓은 거미줄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거미줄 끝을 풀어서 옆에 있던 둥근 돌에 잡아 매 었다. 거미의 무서움을 닮은 것 같은 준엄함으로 그는 그 사나이에게 작은 소리로 명령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팔을 꾹 찌르자 덜은 마치 로봇처럼 두번째의 거미줄이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퍼얼은 또다시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그의 손가락은 굳어지고 목은 쉬었으며 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할 것인지 몰랐다. 함 누리의 사나이 들은 죽은 사람같이 저항할 줄도 모르고 그저 그의 명령에 따를 뿐이 었다. 일은 지극히 간단한 것이었다. 벼랑 위에 있는 둥그런 돌에 비단실 을 바꿔 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무거운 둥그런 돌에 한 가닥씩 거 미줄을 감을 때마다 퍼얼은 그것을 늦춰서, 마지막에는 거미집이 한 가닥 실만으로 벼랑 끝에 팽팽하게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 무리의 사나이들이 겁에 질려 얼어붙은 것 같은 눈길을 보내고 있을 때, 퍼얼은 제자리에 서서 심한 몸짓을 했다. 한 사람이 둥근 돌 을 벼랑 끝에서 떨어뜨렸다. 퍼얼은 겁이 나서 미친 듯이 다른 사람들 에게 드높은 소리로 외쳤다. 다른 사나이들도 황급히 돌을 떨어뜨리고 는 뒤로 도망쳤다. 퍼얼은 도망칠 수가 없었다. 숨을 죽이고 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벼랑을 내려다 보았다. 둥근 돌은 거미줄을 잡아 끌면서 떨어져 서 반구형의 거미집을 들이쳤다. 퍼얼은 승리의 환성을 질렀으나 이내 뚝 그쳤다. 식인귀의 성은 크 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 아래 땅으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바위 틈 사 이와 곰팡이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한 가닥의 실에 매달려서 흔들리 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집이 흔들리며 동그란 문이 열리고 거미가 나왔다. 거미는 당황하긴 했겠지만 무서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이변에 대한 그놈의 반응은 노여움 뿐이었다. 아직 한 가닥 실이 벼랑 위에 걸려 있었으며 그것은 언제나 사냥할 장소로 그 거미가 올라갈 수 있는 한 가닥의 줄이었던 것이다. 거미는 한 줄기 실에 여덟 개의 발로 매달려서 독이빨을 드러내고 노여움에 턱을 떨면서 올라왔다. 퍼얼의 무리들은 벌써 겁에 질려서 도망쳤으나 그만은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의 뒤에 무릎까지 오는 높이의 커다란 둥근 돌이 있었다. 퍼얼은 그것을 들어올려 비칠거리며 벼랑끝까지 가서 아래로 드리워져 있는 줄 끝에 떨어뜨렸다. 바로 앞에 올라오던 거미의 무서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돌은 줄 에 부딪쳤다. 수초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돌과 거 미가 동시에 30미터 아래에 세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퍼얼의 온 몸 은 벌벌 떨고 있었다. 몇 분인가 지나서 그는 간신히 벼랑 아래를 내 려다 보았다. 거미집은 아직 한 가닥의 실 끝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지만 퍼얼은 가미를 봤다. 물론 그놈의 생명력은 굉장했다. 아직 여덟 개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동체는 찌그러져 있었다. 퍼얼이 벼랑 밑을 내려다보며 숨을 들이쉬고 있자니까 개미 한 마리 가 거미에게 다가갔다. 그 녀석은 소리를 질렀다. 다른 개미들이 다가 오고 또 다른 패거리들이 모여들어 죽은 거미를 산산조각으로 내어서 1킬로나 떨어진 그들의 집으로 운반해 가기 시작했다. 벼랑 위에 있는 퍼얼은 흠뻑 땀에 젖어 있었지만 승리의 충격은 이 혹성에서 살아 온 지금까지의 누가 경험한 공포보다도 커다란 것이었 다. 다른 어느 혹성에 있는 인간일지라도 퍼얼이 느낀 만큼의 자랑스 런 기분을 맛본 자는 없으리라. 그는 고개를 내려와서 이곳으로 올때 보아 두었던 황금빛 버섯을 따 서 그것을 등에 걸머지고 의기 양양하게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 다. 퍼얼은 언제나 도망쳐 다니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혼자서도 창이나 돌을 쓰면 거미를 죽일 수 있는데, 여섯 명이나 되는 사나이들이 도망쳐 버리고 한 사람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 은 괘씸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퍼얼은 자기가 간단히 거미를 죽일 수 있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그 런 일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일족들에게 30센티가 되는 개미를 죽일 수 있게 가르친다면 모두는 얼마 안가서 70센티의 투구풍 뎅이도 죽일 수 있게 되리라. 그러는 동안에 더 큰 상대하고도 싸울 수 있게 될 것이다. 희미하게나마 퍼얼은 자기가 지도자가 된다면 저희들 일족들이 많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어젯밤에 숨었던 집 근처에 다다랐다. 귀를 기울이고 있으려니까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가 소리나는 곳으로 다가가자 곧 울음소리며 흥분해서 겁먹은 것처럼 속삭이는 소리가 들여왔다. 다마 할머니가 높은 목소리로 자기 자신이 살해될 그런 짓을 하는 퍼얼은 바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버섯 숲속을 대담하게 걸어가서 곧 일행이 모여서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퍼얼이 나타나자 모두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테트와 디크는 고함을 질렀 다. 퍼얼은 그들을 때려 주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훌륭한 짓이었다. 퍼얼이 알고 있는 한 한 사나이가 다른 사나이를 때린 일은 없는 것이 다. 때릴 수 있는 것은 어린애들뿐이었다. 그러나 퍼얼은 벼랑에서 도 망친 사나이들을 때렸다. 그리고 그들은 어린애처럼 때리는 대로 매를 맞고 있었다. 그는 존 영감과 재크의 귀를 잡아당겨서 숨은 장소에서 끌어냈다. 그는 모두를 벼랑 아래로 몰아세웠다. 그래서 지금은 개미들 산산조 각을 내어서 윤반하고 있는 거미의 시체를 구경시켰다. 그는 화를 내 면서 거미를 어떻게 해서 죽였는지를 설명했다. 일족들은 그를 두려운 듯이 바라보았다. 그는 맥이 빠져서 고함을 쳤다. 그리고 그는 모두가 불안스러운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무슨 소리가 들리더 30센티 가량 의 개미가 나타났다. 개미는 사나이들에게 다가왔다. 퍼얼들은 살아 있으니까 먹이는 아니지만 자기들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 다. 퍼얼은 앞으로 나가서 곤봉으로 때려 눕혔다. 그것은 여지껏 없던 일이었다. 그것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그는 저희 무리의 한 사람에게 그것을 들 어 올리라고 명령했다. 다리 속에 고기가 있는 것이다.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나타났다. 또 개미의 발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뿐의 개미다. 퍼얼은 곤봉을 덜에게 건네주고 그를 앞으로 떼밀었다. 덜은 망설였다. 그는 개미 한 마리를 두려워 하지는 않았지만 불안스러운 듯이 뒷걸음질 쳤다. 퍼얼 은 그를 야단쳤다. 덜은 서툴게 때려서 일을 잘못했기 때문에 퍼얼이 창으로 목숨을 아 주 끊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지만 두 마리의 수확물이 그들 옆에 누 워 있었다. 전혀 지금까지 예가 없던, 먹이를 만드는 방법을 지켜본 퍼얼의 일 행들도 이해가 간 듯 싶었다. 재크는 겁먹은 얼굴로 이상한 웃음 소리를 냈다. 한 시간 뒤 퍼얼은 모두를 자기들의 집으로 데리고 돌아왔다. 여자 들은 사나이들이 어디로 가버렸는를 몰라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그렇 지만 그 무서움은 사나이들이 많은 고기와 먹는 버섯을 가지고 돌아오 자 놀라움으로 변하였다. 곧 큰 잔치가 벌어졌다. 디크와 테트는 개미의 시체를 메고 비칠거리면서 돌아왔다. 물론 그 것은 가슴이 메슥거리는 먹이는 아니었다. 몇천 년 전의 지구에서는 아랍인들이 메뚜기를 버터로 볶아 소금을 뿌려 먹었다. 모든 사람이 게나 새우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잊혀진 행성에서의 개미는 진수 성찬인 것이다. 이 혹성의 우연한 식민이 시작되고부터 40세대 중에서 적어도 30세 대는 사냥을 해서 먹이로 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처음으로 사냥의 수확물을 손에 넣게 된 데 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였던 것이다. 훨씬 앞서 -지구 시간으로 친다면 몇개월이나- 전에 밤낮 없이 석 달 동안 심한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은 그 바라　 이 불고 있는 동안 함 무리가 모두 병에 걸려서 애를 먹었던 것이다. 그 폭풍이 끝나자 병도 나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자 누구나 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들이 그 일을 기억하고 있어먀만 할 까닭도 없었다. 그러나 그 무 렵부터 저지대에 돋아 있는 곰팡이며 버섯 사이에 새로운 종류가 자라 기 시작했다. 퍼얼은 여행을 하였을 때 그것들을 보고 왔으며, 벼랑의 거미 사냥을 간 무리들도 그 도중의 언덕에서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땅속에서 자라던 붉은 말붙버섯이 지금은 흙을 밀어올리고 땅위로 나와서 새빨간 양피지처럼 빨간 공을 하늘 높이 쳐들고 있었던 것이다. 퍼얼들은 그것이 이상한 모양과 빛깔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지 않 았다. 이상한 것은 언제나 위험한 것이다. 말불버섯은 무엇이든 몸에 닿기만 하면 가루를 공중으로 뿜어 낸다. 그 가루가 홀씨여서 거기에 서 또 말불버섯이 돋아난다. 이 혹성에서는 버섯 그 자체는 거대화했는데도 홀씨는 대단히 작은 채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성장의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퍼얼 일행들이 진수성찬을 먹고 좋아하고 있을 때, 이 새로운 빨간 버섯 하나가 성숙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지름이 70센티 가량으로 공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땅 위 40 센티 가량까지가 줄기였다. 빨간 양피지 같은 공은 속의 압력이 커져 서 팽팽해져 있었다. 가죽은 질겨서 왠만해서는 찢어지지 않았기 때문 에 그 속의 압력은 더욱 크게 되어 있었다. 가죽 쪽은 성장이 멈췄는 데도 내부는 아직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퍼얼의 무리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곳에서 7백 미터쯤 떨 어진 곳에서 언덕의 내리막길에 돋아 있었다. 갑자기 그것이 폭발음과 함께 터졌다. 그 속의 건조한 홀씨는 포탄 이 폭발했을 때처럼 연기같이 퍼져서 7미터 이상이나 공중으로 날아 흩어졌다. 내려오는 데 따라 그것은 붉은 연기처럼 퍼졌다. 붉은 연기 는 공중에 머물러 천천히 엷게 퍼지면서 내려왔다. 제 집으로 돌아가는 벌 한 마리가 그 엷은 연기속을 지나갔다. 그것이 여섯 번 가량 날개를 움직이는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 다. 그리고 벌은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날개 소리가 높아지고 공중에 서 경련하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이더니 평형을 잃어버리고 땅 위에 곤두박질 하듯 떨어졌다. 벌은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침으로 마구 허공 을 찔러 댔다. 잠시 뒤에 벌은 죽었다. 모든 곤충과 마찬가지로 벌은 배에 잇는 호 흡공으로 숨을 쉰다. 이 벌은 새로운 버섯의 홀씨라는 붉은 먼지의 구 름 속을 날았던 것이다. 붉은 먼지의 구름은 서서히 곰팡이와 버섯 숲 위를 표류했다. 그 구 름은 먹이에 달라붙어 있는 한 때의 개미 위를 지나갔다. 그들도 잠시 후 벌같이 경련하더니 다리를 쭉 뻗고 죽었다. 붉은 먼지 구름은 이동하면서 땅 위로 내려갔다. 7백 미터 가량 흘 러갔을 무렵 먼지의 거의 전부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빨간 먼지를 마신 생물은 모두 괴로와하며 죽어 갔다. 그리고 빨 간 먼지를 날리는 말불버섯은 모든 곳에 퍼져 잇었던 것이다. 그리고 퍼얼들은 자기들 손으로 죽인 곤충 고기를 먹고 있다는 놀라 운 사실을 흥분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제 7장 : 붉은 먼지 잔치가 벌어진 시기는 대단히 운이 좋은 배였다. 이틀 뒤에는 필경 불가능하였을 것이며, 3일 후라면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기가 좋았기 때문에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거미의 죽음 에 이은 잔치뒤 단 30시간이 되었을 때 퍼얼의 일행들-존에서 덜, 그 리고 테트와 디크 그리고 샤아-은 절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밤이었다. 저지대가 모두 어둠에 싸여 있었다. 퍼얼의 일행이 알고 있는 2백 평방 킬로 가량의 지역 전부에 말이다. 그리고 그 일행 모두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장소에서 퍼얼만이 60킬로나 떨어진 것이다. 어느 때고 그들은 먹이를 찾기 위한 때 외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 지 않았던 것이다. 그 혹성에는 몇 개인가의 대륙이 있었으나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적은 범위뿐이었다. 그 혹성에는 넓은 바다도 있었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몇 개의 시냇물과 퍽이 2백 미터 가량 되는 하나의 큰 강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지방에만 머물지 않는 커다란 재앙에 직면했던 것이다. 그들이 경험한 일도 없었으며, 그들의 능력으로는 어떻게 처리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을 위협한 것의 정체를 알아낸 점만이 곤충보다 훌륭했던 것이 다. 큰 재앙은 붉은 말불버섯이었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퍼얼은 눈을 뜨고 있었다. 퍼얼의 일행 주위에는 버섯이 솟아 있어서 어둠 속에서 도 볼 수 잇는 작은 것조차 잘 보이지가 않았다. 낮게 드리운 구름 아 래 밤비가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다른 소리도 들려왔다. 머리 위의 어둠 속을 거대한 나방이 날았다. 때로는 퍼얼들이 숨어 있는 곳까지 그 날개가 바람을 돌아보냈다. 어 둠 속을 헤매다니는 투구풍뎅이가 낮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버섯 숲 속에서 멍텅구리 메뚜기가 소리를 내어 자기가 있는 곳을 적에게 알리 고 있었다. 최초의 인간들이 이 혹성에 표류해 온 이래의 똑같은 밤이 다. 그리고 밤은 새롭게 태어난 위험이 수습되는 때였다. 붉은 말불버 섯은 태양이 떨어지면 홀씨를 뿜어내지 않는 것이다. 퍼얼은 일어나 앉아 새롭게 생겨난 불만에 대해 생각에 잠겨 있었 다. 그와 그의 일행 모두에게 절박한 운명이 다가왔다. 그러나 요사이 승리에 들뜬 기분을 몇 번 이나 맛본 퍼얼은 그 사실을 그렇게 호락호 락 받아들일 마음이 되지 않았다. 붉은 말불버섯은 모든 곳에 돋아나기 시작했다. 몇 개월인가 전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폭풍이 불어 붉은 말불버 섯이 터져서 홀씨를 공중에 뿜어올렸다. 그때의 폭풍은 바람에 의한 것뿐이었으니까 그 무서운 먼지를 공중에서 씻겨 흘려 보내는 비가 없 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지금은 새 종류의 말불버섯이다. 그러나 어쩌 면 새로운 것이 아닐른지도 몰랐다. 최초에 뿌려진 홀씨에서 몇천 년 동안 살아 남은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것이 우연한 폭퓽에 의해서 퍼져 버린 것이다. 퍼얼들이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곳에도 몇천 개인지 알 수 없는 말불 버섯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직 성국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퍼얼은 60 킬로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했었다. 그것들이 무서운 것은 터질 때 뿐 이다. 그리고 빨간 말불버섯의 위험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퍼얼은 아직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운명의 해가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저희들의 앞날에 나타날 문제를 생각하느라고 일어나 있자니까 한 여인이 지친 잠 속에서 신음 소리를 토했다. 퍼얼외에는 누구 하나 붉은 말불버섯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는 자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운명을 피할 수 없는 절망적인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었다. 퍼얼의 지도자로서의 힘은 먹을 것을 풍부하게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그들을 엄습해온 운명을 상대 로는 어쩔 도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퍼얼은 다른 사람들이 희망도 없이 잠자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붉은 말불버섯이 몇 개나 파열한 것을 그는 보았다. 동시에 네 개, 다섯 개, 무서운 먼지 구름이 공중으로 뿜어 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 다. 한 어린애가 붉은 먼지에 커다란 거미가 죽는 것을 봤다고 숨을 헐 떡이며 얘기했다. 키가 큰 아가씨 로오나는 거대한 투구풍뎅이가 배를 위로 하고 벌렁 나자빠져서 이미 개미의 먹이가 되어 있는 것과 마주 쳤다. 그녀는 살이 꽉 차있는 커다란 다리를 빼앗아 개미가 따라붙지 못하게 도망쳐 돌아온 것이다. 한 사나이는 10미터나 되는 나비가 먼지 구름 속에서 죽는 것을 보 았다. 코리는 일개미 떼에 붉은 구름이 천천히 뒤덮히고 있는 것을 보 았다. 얼마 있자 다른 일개미가 죽은 일개미를 식량으로 하기 위해서 날라가는 것을 그녀는 보았다. 조용히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서 퍼얼은 몇 번이고 그 문제를 생각 하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말불버섯이 있다. 그중의 몇 개인가가 폭발했다. 딴 것들도 틀림없이 폭발할 테지. 그 붉은 먼 지를 마신 것은 모두 죽는 것이다. 주위에 몇 천개나 말불버이 있는 데, 그 붉은 머지를 마시지 않고 살아 남는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이런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 말불버섯 이 없었던 때도 있는 것이다. 퍼얼은 도깨비불 옆에서 잠자고 잇는 모두의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모두 이 곤경에서 빠져나갈 수 잇을까를 생 각하면서 그는 눈썹을 모으고 있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퍼 얼은 일행의 일을 생각하는 것을 자기의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 있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야는 몸을 뒤척이면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무슨 위험 을 느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둘려오는 소리는 언제나처럼 멀리 서 일어나고 잇는 살육의 소리와 밤 짐승들의 노래 소리뿐이다. 사야 는 조용히 일어나서 기다란 기다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졸린 듯이 퍼얼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윽고 사야 는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고 다시 잠들어 버렸다. 그 간단한 사야의 행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잇는 퍼얼의 마음 속에 잊고 잇던 일을 생각나게 햇는지도 모른다. 몇일 전, 퍼얼은 먹을 것이 풍부하게 잇는 먼 곳에 가 있었다. 그때 퍼얼은 사야를 찾아내서 그녀를 거기로 데리고 오리라고 멍청히 생각 했던 것이었다. 그는 거기에도 여기와 같이 붉은 말불버섯이 잇었던 것을 생각해 냈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 다른 위험도 있고 해서 그 생 각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지금 사야의 머리를 어깨에 받히고 그는 그 계획을 생각해 냈다. 그 때 천재의 싹이 움텄던 것이다. 그는 　행의 목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가 몸을 숨기고 있던 곳은 붉은 말불버섯의 위험에서 피할 수 있었던 곳 이다. 틀림없이 말불버섯이 없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 사야 와 일행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천재적인 생각이었다. 퍼얼의 무리에게는 지금까지 목적이라는 것이 없었다. 먹을 것을 구 한다는 정도의 요구가 있었을 뿐이었다. 퍼얼은 추상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소용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악 몽같은 괴로운 환경에서 이동해서 좀더 살기 좋은 장소로 옮겨가야 할 때인 것이다. 새벽이 될때까지 퍼얼은 한잠도 자지 못했다. 그는 궝위와 결심에 넘쳐 있었다. 그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창을 잡고 준엄하고 커다란 목소리로 명령했다. 겁을 집어먹고 사는 데 익숙한 일행은 겁을 먹고 그에게 얌전히 복종했다. 그들은 아 직 퍼얼에 대해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의 결심을 신 용하고 있는 바도 아니었지만, 좋은 일이라면 퍼얼의 명령에 따르리라 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먹을 것에 대해서 말이다. 아주 다 밝아질때까지 그들은 남아 있는 식용 버섯과 아직 다 먹지 못한 고기들을 꾸렸다. 먹을 것이 아직 잇는데 몸을 의지하고 있던 곳 을 떠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퍼얼은 사정없이 명령을 내렸 다. 퍼얼의 명령을 따라 세 명의 사나이가 창을 들었다. 그는 자기의 기 다란 창을 휘둘러서 다른 세 사람에게 곤봉을 들게 했다. 세 사람은 불만스러웠지만 하는 수 없이 그 명령을 따랐다. 먼저는 개미를 곤봉 으로 죽이기는 했지만 창 쪽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먹이 옆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은 온통 잿빛이었다. 태양이 있는 곳이 밝아졌다. 여행이 시작 된 곳은 그 밝은 곳이 하늘 중천에 가까이 왔을 무렵이었다. 물론 퍼얼은 정해진 코오스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안전이라는 목 적지가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앞서 강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남쪽으로 향했다. 그 방향에는 붉은 말불버섯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곳을 피했다. 동쪽으로 향해서 바다에 갈 수도 있었으나 역시 붉은 홀씨의 먼지로부터 피할 수가 없었다. 북쪽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서쪽을 택한 것은 전혀 우연이었다. 그는 창을 언제라도 쓸 수 있게 겨누고 자신만만하게 무서운 저지대 로 앞으로 나갔다. 위험으로 가득찬 곳을, 죽은 곤충에게서 얻은 찬이라는 무기만으로, 한 젊은이가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한 무리를 인솔하고 간다는 것 은 제대로 된 정신은 아니었다. 나방의 날개로 만든 벨벳 옷을 걸치 고, 푸른 나방의 모피를 허리에 두르고, 아름다울뿐인 황금빛 깃털을 이마에 두룬 모습은 영리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호화스러운 모습은 그 무리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사람의 수가 적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린 아기를 안은 여자가 있었다. 코리였다. 아홉 살 아니면 열 살이 됐을 어린애 셋은 그토록 위험한 여행이라도 어린애의 본능에는 저항할 수 없었는지 운반하라고 명령받 식량을 수시로 먹고 있었다. 그 뒤를 디크가 따르고 있었다. 다리가 긴 소녀이며 언제나 근심스 러운 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뒤에 두 사나이가 있었다. 짧은 창을 가진 덜과 곤봉을 든 재크인데 두사람 모두 위험을 피해간 다는 생각에 몹시 겁을 먹고 있어서 아직 모르는 위험에 부딪힐까 봐 더욱 겁에 질려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테트는 뒤를 지켜보고 잇 었다. 퍼얼은 두 소년을 효과있게 쓰려고 따로 따로 떨어지게 했던 것 이다. 함께 잇으면 아무런 소용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행한 일행이었다. 은하계 별에서는 여기 이외의 어디서나 인간이 지배하고 있었다. 인간이 다른 생물한테 도망해 다니는 곳은 이 별 뿐 이었다. 그리고 다리로 걸어서 옮겨 다니는 것 역시 이곳뿐이었다. 무 서움 때문에 눈에 핏발이 서고 그들보다도 힘센 것이 보이면 당장에 도망치려고 하면서 걸어가고 잇는 곳도 여기뿐이었다. 그들은 별로 고생하는 일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은 디크가 독 거미의 집을 발견했다. 모두들 무서움에 떨면서 그곳을 피해 멀리 돌 아서 서쪽으로 계속 걸었다. 다음에는 800 미터쯤 떨어진 곳에 거대한 사마귀가 있는 것을 보고 또 다시 진로를 바꿔서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정오 무렵 그들의 전진을 정지당했다. 앞쪽에서 왠 소리가 커다랗게 들여왔던 것이다. 퍼얼은 머춰서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잇는 것이 잡혀 먹히고 있는 비명은 아니었다. 몇 십만 마리인지 알 수 없는 개미가 행진하고 잇는 소리였다. 퍼얼은 살펴보려고 앞으로 갔다. 아무도 자기 외에는 믿을 만한 사 람이 없엇기 때문이다. 누구 한 사람 그런 용기도 없고 보고할 만한 지혜도 가지고 못했을 뿐 아니라, 무서운 일이 있으면 도망치려고 할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행동은 일행의 지도자로서의 그 의 위치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퍼얼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서 이윽고 고지에 이르러 아래에 펼쳐 져 있는 평지에서 커다란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일행들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 이 놀라운 광경을 내려다보게 했 다. 사야를 앞세우고 모두가 그의 옆에 왔을 때도 그 광경은 계속 되었 다. 사방 800미터 가량의 땅이 개미 떼로 해서 새카맣게 되어 있었다. 적대하고 잇는 개미의 마을에서 뛰쳐나온 세력끼리의 싸움이었다. 그들이 서로 때리고 물고 서로 얼싸안고 땅위를 구르며 기를 쓰고 싸우고 잇는데도 저희 편의 대군이 밟고 가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항복이라든가 평화라고 하는 따위의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몇천 쌍이 뒤얽혀 서로의 투구를 물어뜯고 서로의 촉각을 찢어 발기고 서로의 눈알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 소리는 병정개미의 그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살아 있으면서 산산 족ㄱ으로 찢기고 잇는 개미들의 발악하는 소리였다. 다리가 하나나 둘 밖에 남아있지 않은 개미도 죽을때까지 상대방에게 달라 붙어서 격렬 하게 싸우고 있었다. 배가 끊어져 나가고 머리와 가슴만 남았는데도 미친듯이 싸우고 잇는 것도 있었다. 귀를 찢는 듯한 외침 소리와 함께 싸움이 벌어지고 잇는 양쪽에 퍼 얼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 각기의 개미의 마을로 통하는 넓은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 길들을 수많은 개미들이 서둘러 가고 잇었다. 싸움 터로 가는 응원부대인 것이다. 이 세계에 잇는 다른 생물에 비하면 개미는 몸은 작지만 어떠한 커 다란 투구풍뎅이라도 그들의 가는 길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험했던 것이다. 그 싸움터 근처에 남아 있는 생물은 퍼얼과 그의 무 리뿐이었다. 하나만 예외가 있었다. 싸움을 하고 잇는 개미를보다 훨씬 작은 개 미 떼였다. 싸우고 있는 것이 30센티에서 40센티의 크기인데 비해 그 들 게릴라개미는 10센티 가량의 크기였다. 그들은 어느 편에도 붙지 않고 싸움터 둘레를 어물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싸우고 잇는 큰 개미들 사이를 민첩한 동작으로 뛰어다니며 시체의 고기를 나르거나 중상을 입은 무리를 같은 목적으로 용감하게 죽이고 있었다. 퍼얼들은 그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3킬로 가량 돌아가지 않으면 않 되었다. 그 날, 퍼얼들은 몇 번이나 붉은 말불버섯이 터지는 것을 보 았다. 한 번뿐이 아니라 그들은 속이 텅텅 비어서 시들어 버린 주머니 만 남은 곳을 지나쳤다. 그리고 몇 번이나 아직 그 무서운 홀씨가 터 지기까지 성국하지 않은 붉은 말불버섯을 발견했다. 최초의 밤. 일행은 전부터 알고 잇는 거대한 말불버섯 밑에 몸을 숨겼다. 그것 을 만지면 연기처럼 하얀 가루를 뿜어 내는 것이지만, 그 가루는 해롭 지 않다는 것을 퍼얼들은 알고 있었다. 해가 없다는 점만 뺀다면 그 하얀 가루는 퍼얼들이 피해 나온 원인인 무서운 붉은 먼지와 꼬같은 것이었다. 그날 밤, 퍼얼은 아주 깊이 잠들었다. 그는 이틀 하고도 하룻밤 동 안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먼 곳까지 여행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잇었던 위험의 이상은 없다는 걸 알고 잇었다. 구렇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겁을 먹고 떨고 있었다. 그드른 계속 내리는 어두운 빗속에서 무언인가 무서운 소리라도 들려오지 않을까 해서 밤새껏 겁을 내고 있었다. 다음 날의 여행은 첫 날과는 달랐다. 그날 그들은 집채보다도 큰 양 배추가 10에이커나 되는 곳에 돋아 있는곳에 다다랐다. 흙 속에 틀림 없이 버섯보다도 식물에 알맞은 성분이 있으리라. 커다란 달팽이가 거대한 초록빛 잎을 쉴 새없이 먹고 있었으며, 다 른 생물들도 모여 있었다. 벌은 꽃의 꿀을 모으려고 날아다니고 있었 다. 그리고 다른 생물이 그들을 먹이로 하려고 하고 있었다. 거대한 양배추가 하나만 따로 떨어져 돋아 있었다. 오랫동안 그곳 광경을 살펴본 끝에 퍼얼은 떨고 있는 존과 제크를 데리고 공격하러 갔다. 덜은 장하게도 딴곳에서 혼자 싸웠다.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났을 때는 많은 먹이를 가졌으며 어린애까지 하나같이 호화로운 모피를 허 리에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행을 시작해서 닷새째 되는 날, 퍼얼은 길을 가다가 돌연 얼어붙은 듯이 멈춰섰다. 겨우 백 미터 가 될까 말까 한 앞쪽에 땅을 파고 그 구멍 속에 살고 있는 털투성이 의 타란츄라가 투구풍뎅이에게 달라붙어 열심히 먹고 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이다. 이윽고 퍼얼은 겁에 질려 잇는 일행을 조용히 뒤돌아서게 하여 안전 한 거리를 두고 길을 돌아갔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은 차차 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퍼얼이 명령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 명령에 복종한다는 일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은 위험을 피해 뭉어 잇다는 것에 대 한 구실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그들은 지금은 주위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면 무서움 이외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딴 혹성에서 인간이 여기에 왔다면 황금빛의 커다란 버섯 숲이며 갖 가지 빛갈의 곰팡이에 뒤덮혀 있는 평원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그 리고 퍼얼들과 같은 정도의 빈약한 무장밖에 하지 않았다면 그들과 마 찬가지로 겁을 먹을 것이 분명하다. 이 세계의 곤충에 대해서 전문적 인 지식이 없다면 상당한 무장을 하고 있다 해도 대단한 위험에 마주 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행은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진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위험 속에 있으면서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그들은 인간 답게 불쾌한 감정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행을 하는 데 지쳐 버린 몇 사나이는 퍼얼에게 불평을 했다. 그 대답으로 퍼얼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손가락질했다. 오른쪽 에 붉은 먼지 구름이 잦아들기 시작하는데, 뒤쪽에서는 또 다른 붉은 연기가 뿜어 올랐다. 그리고 그날 불평을 한 사람들이 바라고 있던 휴식이 주어진 것과 함께, 거기에 머물러 잇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한 어린애가 어른들이 지나간 길에서 벗어나 딴곳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 주변의 땅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그 어린애가 땅바닥의 곰팡이를 발로 휘젖자 거기에 떨어져 잇던 먼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몹시 엷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애는 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비명 을 질렀다. 어머니가 재빨리 달려가서 어린애를 안고 돌아왔다. 붉은 먼지는 땅에 떠러져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정도까지는 못 되었다. 이 잊혀진 혹성의 낮게 드리운 구름 밑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일은 별로 없지만, 그러나 만약에 바람이 불기라도 한다면 땅 위에 떨 어져 있는 붉은 먼지는 다시 떠올라 주위에 있는 생명 있는 것은 모 조리 괴로와 몸부림치며 죽었으리라. 그렇지만 그 어린애는 죽지 않았 다. 며칠 동안은 괴롭겠지만 곧 움직일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일행은 숨을 곳을 찾았다. 그들은 8 미터 가량 되는 벼랑이 있는 곳을 찾았다. 퍼얼은 거기에 검은 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멍이 몇 갠가 뚫려 있었던 것이다. 벌이나 개미도 출입하지 않았다. 그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주위를 살폈다. 모두에게 기다리라고 명령하고 퍼얼은 그곳을 확인하러 갔다. 구멍 의 모양을 보고 그는 안심했다. 몇 달 전에 벌이 판 구멍이었는데, 지 금은 어디로 가 버렸든가 아니면 죽어 버렸든가 해서 구멍 입구는 무 너지려 하고 있었다. 퍼얼은 구멍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긁어내고 들어가 보았다. 어느 구멍이나 모두 비어 있었다.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그는 저희 무리들을 불러 터널 속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겼다. 퍼얼은 구멍 입구 쪽에 있으면서 만약에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있기로 했다. 아직 완전히 밤이 된 것은 아니었다. 존 영감과 덜은 배가 고파서 벼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갔다. 두 사람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퍼얼은 병이 걸린 어린애의 일 을 생각하고 있었다. 붉은 먼지를 땅에서 떠오르게 하는 일은 위험하 다. 위험하지 않은 것은 밤뿐이다. 그것은 비 때문에 땅이 젖기 때문 이다. 붉은 먼지에 관한 한 밤에 여행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에 퍼얼은 생각이 미쳤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을 곧 지워 버렸다. 밤은 또다른 위험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는 창으로 입구 가까이에 있는 컵 모양의 것을 찔러 보았다. 그러자 그 속에서 곧 50마리인지 60마리인지 몹시 작은 생물이 줄을 이어 기어나왔다. 1센티 가량의 크기였는데 대단히 천천 히 움직였다. 퍼얼은 창 끝에 그 한마리를 놓고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것은 배에 두르고 있는 머ㅗ피 위에 떨어지자 곧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퍼얼은 몇 분동안이나 찾다가 허리의 두른 모피의 털 속에 가만히 숨어 잇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벼랑 옆에 껍질이 떨어져 잇던 진딧물의 애벌래였다. 퍼얼은 곧 그것을 집어내어 버렸지만, 어느 사이에 그 놈들의 무리 가 허리에 두른 옷에 잔뜩 붙었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거머리가 다 리에 달라붙었을 때처럼 불쾌해져서 옷을 벗어서 청에 힘껏 두들겨 팼 다. 옷에서 애벌래는 떨어졌지만 기분이 언짢았다. 몇 세기 사이에 처음 으로 이 혹성의 인간은 모용당한 것 같은 감정을 알았던 것이다. 자기 의 권위가 손상되고 더럽혀진 것 같음을 느낀 것이다. 퍼얼은 화가 났다. 그렇지만 그가 잔뜩 화를 내고 있을 때 승리의 환성이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존과 덜이 식용버섯을 둘러매고 돌아온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먹을 것을 찾아온 기쁨에 두려움을 잊고 외쳤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것은 다만 퍼얼 한 사람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사 람이 두 사람 또 불어난 것이다. 이것 또한 화가 치미는 일이었다. 그는 바보스러운 질투를 느껴 아 무도 흉내낼 수 없는 깜짝 놀라 자빠질 일을 해 보리라고 결심했다. 그는 저물어 가는 어둠을 지켜보며 멋진 사냥거리는 없을까 하고 찾 아 나섰다. 제 8장 : 공포의 여행 머리 위에 덮혀 있는 붉은 구름이 점점 시커멓게 변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두운 그림자에 뒤덮혀 있었다. 언덕 끝 저편이 보엮지만 이윽고 잿빛 안개가 지평선을 가려 버렸다. 여기저기에 벌들이 날아다 니고 있었다. 날씬한 나나니벌도 머리 위로 날아갔다. 몇 마리의 나비가 아직도 멀리서 먹이를 찾아 나직이 날아다니고 있 었다. 아직 모기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구름은 더욱 시커멓 게 되었으며 안개가 퍼얼의 주위를 천천히 감싸고 있었다. 퍼얼은 그 누구보다도 멋진 수확물을 손에 넣으려고 화를 내고 있었 다. 여기저기 캄캄해서 보이지 않는 곳이 늘어났다. 그런데 서쪽의 붉 은 하늘에서 무엇인가 날아왔다. 아름다운 호랑나비가 그 거대한 날개 를 검은 그림자처럼 펄럭이며 동쪽으로 날아갔다. 퍼얼은 그 호랑나비 가, 작은 산처럼 보이는 버섯 밀림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것을 보았 다. 주위는 아주 어두웠지만, 퍼얼은 여전히 거대한 나비가 날아 앉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낮에 살아 움직이던 것은 숨어 버리고, 밤에 활동하는 생물들은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주위는 한동안 기묘한 고요속에 싸이고 있었다. 도깨비불이 보였다. 어둠 속에 버섯 이 어슴프레 빛났다. 이윽고 퍼얼은 어둠 속을 걸어갔다. 한 주일 전의 그였다면, 지금의 그의 행동은 생각만으로도 무서운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낮은 언덕 앞에 펼쳐져 있는 공터를 지났다. 조용히 비가 내리 기 시작했다. 하늘은 아주 캄캄했다. 밤의 생물들이 날아다니고, 숫놈 타란츄라가 암놈을 찾고 먹이를 찾으러 어슬렁거릴 때가 되었다. 모험 을 할 때가 아니었다. 퍼얼은 자꾸만 걸어가다가 어둠 속에서 숲을 이룬 버섯에 부딪쳤다. 그는 버섯 사이로 지나가려고 손으로 더듬었지만, 버섯들이 너무 빽빽 히 들어차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는 이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화를 내고 버섯으로 기어올랐다. 이것은 미친 행동이었다. 퍼얼은 탄력이 잇는 버섯 위에 올라섰다. 버섯은 그의 체중때문에 흔들렸지만, 그래도 지탱했다. 어디선가 무엇이 날개짓을 하면서밤하늘로 올라갔다. 10센티쯤 되는 모기가 몇 마리 옆을 날아갔다. 그는 창으로 앞을 더듬으며 버섯 위를 걸어갔다. 이윽고 그의 창은 앞쪽에 버섯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무엇 인가 아래쪽에서 움직였다. 퍼얼이 올라서 있는 버섯의 밑동이 흔들리 고 있음을 느꼈다. 퍼얼은 창을 들어 두 손으로 꽉 움켜쥐자 힘껏 내리꽂았다. 창은 무엇인가 버섯보다 훨씬 딱딱한 것을 찔렀다. 퍼얼이 그 위로 뛰어내리자 청에 꽂힌 것이 움직이며 그를 흔들어 떨어뜨리려 했다. 그는 창을 붙들고 늘어졌다. 입을 열 수 있었다면 공포의 비명 소리를 내질렀을지도 몰랐다. 그가 뛰어 내린 곳은 털에 덮힌 나비의 몸이 아니었다. 그의 창은 그런 부드러운 살을 찌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거대한 투구풍덴이의 단단한 등에 올라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창은 투구풍뎅이의 머리와 가슴 사이에 꽂혀 있었다. 육식을 하는 거대한 투구풍뎅이는 공중으로 날아 올랐으며, 그는 창 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비명을 지를 수도 없이 공포로 얼어붙은 채 밤 하늘에 떠올랐다. 그런데 투구풍뎅이는 곧 떨어졌다. 퍼얼은 내동댕이쳐져서 부드러운 버섯위에 어깨를 쳐박았다. 가까이서 투구풍뎅이가 요동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는 떨어질 때 창을 비틀어 투구풍뎅이의 강처를 한 번 더 찔 렀다. 투구풍뎅이는 다시 떨어졌다. 퍼얼이 버둥거리자 버섯의 밑동이 부 러지며 그는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투구풍뎅이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투구풍뎅이 는 다시 한번 공중으로 날아올라 미친듯이 맴을 돌더니 그대로 떨어졌 다. 조용하게 내리는 빗소리만이 들여올 뿐 주위는 고요속에 잠기고 있 었다. 그리고 그는 미칠 것 같던 공포속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거미보 다도 훨씬 멋진 수확물을 잡았음을 깨달았다. 이 수확물에는 고기가 있는 것이다. 그는 투구풍뎅이가 떨어진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데 그놈은 다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떨어졌다. 그는 몇 미 터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지금의 퍼얼은 무기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거대한 곤충은 미친 듯 이 땅 위를 헤매며 그 큰 날개와 발을 허위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놈은 비칠거리면서 날아올랐다가 다시 떨어지곤 하며 버섯으로 숲을 이룬 곳에 부딪쳤다. 어둠 속에서 무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는 가까이가서 기다렸다. 그놈은 고통속에 허위적거리면서 무엇엔 가 부딪쳤다.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곧 붉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투구풍 뎅이가 붉은 말불버섯에 부딪친 것이다. 붉은 먼지가 밤새에 터지는 일은 여느 때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는만큼 그 리 멀리까지는 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당황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둥 뒤에서 투구풍뎅이는 또 한번 일어났다. 그러나 붉은 먼지를 마시고는 고통에 못이겨 버둥거리다가 기어코 털썩 쓰러져 버리는 소리가 났다. 언젠가는 퍼얼과 그 일족은 붉음 말불버섯을 무기로서 사용하는 방 법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퍼얼은 두려움 속에 있었다. 그는 급히 옆으로 도망쳤다. 그 붉은 먼지는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붉은 먼지가 번지고 있는 곳을 피해서 걸었다. 붉음 먼지 때문에 그의 기쁨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깨달았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겠지만 투구풍뎅이 를 타고 공중을 날아온 것이다. 그는 방향을 알 수가 없었다. 일행으 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어둠 속에서 찾아갈 방법도 없었다. 지금은 밤 인 것이다. 그는 근처에 있는 버섯 아래 웅크리고 앉아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 며, 한편으로는 위험한 것이 오지 다가오지 않나 경계하면서 귀를 귀 울였다. 아침이 되자 밤의 추위는 가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맨 먼저 본 것은 공중으로 뿜어내고 잇는 붉은 말불버섯의 연기였다. 그는 일어서서 걱정스러운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붉 은 죽음의 먼지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백 미터쯤 떨어져 있는 곳에 투 구풍뎅이가 죽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보면서 이제 흡족한 기분이 되 었다. 그의 창이 투구풍뎅이의 목에 꽂혀 있었다. 붉음 먼지 때문에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죽인 것은 그 자신인 것이다. 그는 또한 자기의 용감함에 흥분했다. 자기가 얼마나 대담했었는지 를 증명하기 위해 그는 투구풍뎅이의 촉각과 실이 가득 들어 있는 큰 발을 뜯어 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디로 가야 일행을 창아 낼 수 잇을지 몹시 걱정되었다. 문명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망설임이야 있겠지만, 높 은 장소를 찾아 내어 그곳에 올라가서 일행이 숨어 잇는 언덕을 발견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퍼얼은 아직 그럴 만큼 머리가 깨어 잇지 는 못했던 것이다. 그는 겁을 먹은 채 출발했다. 붉은 말불버섯과 생물에 조심하면서 일행이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그는 낯익은 것 을 보았다. 죽은 투구풍뎅이가 잇는 곳으로 되돌아왔던 것이다. 벌써 개미떼가 몰려들어 고깃덩이를 운반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곳을 다시 헤매는 일이 없도 록 조심했다. 그는 버섯 숲을 지났으며 멀리서 붉은 연기가 오르고 잇 는 것을 보았다. 그의 일행은 물론 퍼얼이 죽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밤새 자취를 감추었다고 다마 할머니는 질그릇 깨지는 소리로 저주했다. 밤은 그들 에게 죽음 그것이었다. 존 영감과 덜이 버섯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퍼얼이 없는 것을 깨닳은 그들은 어둠 속을 향해 두려운 듯이 불러 보 았다. 밤하늘에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날아오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 것을 퍼얼과 연결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의 불안한 마음은 공포에서 절망으로 변했다. 그 대담한 지도자 가 없어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겂나는 일이었다. 그는 이 잊혀진 행성의 오랜 세월속에서 모두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한 최초의 사나이였던 것이다. 퍼얼을 잃엇다는 것은 큰 슬픔이었다. 그때 퍼얼은 먹이를 갖고 달 려온 두 사람의 외침을 오해했었다. 그는 그것을 자기로부터 독립하려 는 소리, 경쟁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도자 인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된 것을 기뻐하는 외침의 소리였다. 퍼 얼이 사라진 지금 그들에게는 전날의 공포심과 소심한 마음이 되살아 났다.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죽음을 뜻했기 때문이다. 그 들은 절망했다. 그들은 모여서 무서움을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 긴 밤이 다 가도 록 몸을 떨면서 서로 눈치를 보았다. 거대한 거미가 나타난다면 틀림 없이 그들은 모두 제멋대로 뿔뿔히 도망쳤을 것이고 아마 거의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일행은 모두 여전히 두려운 얼굴을 하고 있 었다. 사야가 가장 깊은 슬픔 속에 잠겨 있었다. 주위가 밝아졌지만 그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동굴속에 뭉치듯 모여 남은채, 나직이 속삭이며 밖에 적이 나타나지 않았나 가끔 내다 볼 뿐이었다. 사야는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조용히 앉아 슬퍼하고 있었다. 퍼얼은 죽은 것이다. 나직한 언덕 위에 붉은 말불버섯이 빛나고 있었다. 그 거죽은 속에 있는 홀씨의 압력에 저항하며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거죽을 탄력있게 만들고 있던 수분이 말라가고 있었다. 홀시 를 싼 주머니가 굳어졌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죽이 터지며 압축되 어 있던 홀씨가 공중으로 퍼졌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붉은 먼지는 언덕으로 날 아다니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들은 달렸다. 존 영감과 다마 할머니가 가장 빨랐다. 재크와 코리 들도 별로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절망하고 있는 사야는 뒤로 쳐졌다. 사야는 왼쪽에서 일어나는 공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녀는 허덕이면서 마구 달렸다. 그리고 앞에 솟아있는 붉은 말 불버섯 숲을 보았다. 그것은 4미터의 높이로 솟아 있었다. 사야는 그 곁을 지나자 말불버섯이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달렸다. 달리다가 달팽이의 껍질을 밟고는 곤두박질을 쳤는데, 그때 머리를 돌에 부딪쳤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마치 그것을 신호로 하듯 붉은 말불버섯 숲에서 연기가 피어올랐 다. 짙은 먼지는 높이 떠올라 퍼지더니, 땅 위로 헤엄치듯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붉은 먼지 구름은 거대한 달팽이와 개미의 목숨을 빼앗 으며 흘렀다. 사야로부터 100미터, 50미터, 30미터..... 누가 보고 있 었다면 붉은 먼지에게 지능이 있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먼지 구 름이 쓰러져 잇는 사야로부터 20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이르렀을 때 마 파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단찮은 미풍이었지만 그래도 붉은 구름을 멈 추게 하고 소용돌이를 치게 하더니 새로운 방향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 다. 소용돌이가 일어났을 때 먼지 구름 한 가닥이 마치 촉수처럼 사야의 몸 가까이까지 흘러왔지만, 몸에는 닿지 않고 그냥 흘러가 버렸다. 사야는 꼼짝도 않고 땅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만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야로부터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작은 버섯이 서너 개 돗아나 있 었는데, 그 사이로 가는 촉각이 두 개 보였다. 이어서 작고 검은 것 이 나타났다. 빨간 반점이 붙어 있었다. 20센티쯤 되는 작은 곤충이었다. 그놈은 사야에게로 오더니 주위를 분주하게 돌았다. 그리고는 사야의 어깨 밑으로 들어가서 모래를 헤집 어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나자 똑같은 종류의 작은 곤충이 왔다. 계속해서 또 한 놈 이 왔다. 그놈들도 먼젓번 놈처럼 사야의 몸을 살피며 주위를 돌더니 몸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잠시 후, 사야의 몸 주위에는 모래와 흙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세번 째의 곤충이 온지 10분쯤 후에는 사야의 몸이 작은 모래성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되었다. 이윽고 사야의 몸이 조금 움직여서 땅에서 1 센티쯤 가라앉았다. 이 곤충들은 시체를 흙 속에 묻어 놓고 다른 곤충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다음 먹기 시작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애벌레 를 그 먹이로 기르는 것이다. 천천히 숨을 쉬고 잇는 사야의 몸은 1센티 다시 1센티... 이렇게 점 점 흙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이 작업이 계속되고 있을 때 퍼얼은 버섯 숲에서 나와 주위의 경치 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언덕을 찾아내고, 사야에게서 15미 터쯤 되는 곳을 급히 지나갔다. 이때 사야의 몸은 절반 가량이 흙 속 에 묻혀 있었으며, 주위의 흙이 한쪽 어깨를 덮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미처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그는 서둘렀다. 그리고 곧 나나니벌의 구멍을 발견했다. 도망친 그 의 일행이 버린 식용 버섯이 떨어져 있었다. 퍼얼의 발이 땅에서 붉은 가루를 일으켰다. 그는 섬뜩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붉은 말불버섯이 이 근처에서 터진 것이다. 그 때문에 모두 는 도망갔을 것이다. 그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그는 이어 사야를 생각했다. 구멍으로 들 어가서 살펴보았다. 틀림없이 그의 일행이 숨어 있던 곳이었다. 먹는 버섯이 떨어져 잇고,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창도 있었다. 창에도 버섯 에도 붉은 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는 급히 뒷걸음질쳤다. 되도록 먼지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했다. 사야가 흙속에 가라앉고 있는 곳은 그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아니었 다. 사야의 몸은 이미 거의 땅 속에 묻혀 있었다. 그는 일행들을 걱정 하면서 서둘러 걸었다. 더구나 사야의 일을 생각하면 미칠것만 같았 다. 그러나 몇 분 뒤면 사야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일족들을 찾아 버섯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붉은 먼지를 비칠거리면서 간신히 벗어나 이곳에 와서 죽었 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함을 치고 싶었지만 쓸쓸한 마음이 앞서 그만 두었다. 소리가 났다. 큰 버섯 숲 속에서였다. 밤새 그가 올라갔던 그 버섯 숲인지도 모른다. 버섯을 뭉개는 소리가 나며 두 개의 촉각이 나타났 다. 이어서 거대한 투구풍뎅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3미터나 되는 큰 놈이었다. 거대한 겹눈이 퍼얼을 보았다. 투구풍뎅 이는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퍼얼은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달려가다 보니 땅이 나직이 패인 곳이 있었다. 그는 무심코 그곳을 껑충 뛰어넘었다. 그때 사야의 몸을 보았다. 천천히 가라앉고 잇는 그 녀의 몸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다. 퍼얼의 마음 속에서는 무서운 싸움이 소용돌이쳤다. 뒤에는 거대한 투구풍뎅이가 쫓아 오고 잇으며, 바로 곁에는 사랑하는 사야가 누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사야는 죽었을 것이다. 퍼얼은 땅에 발을 내려 딛자, 미친듯이 고함을 치면서 안고 있던 투 구풍뎅이의 다리를 쫓아오는 괴물한테 내던졌다. 그것은 고기가 가득 차 있는 다리였다. 투구풍뎅이는 퍼얼이 던진 다리를 움켜쥐었다. 먹 음직스러운 고기가 들어 있는 것이다. 투구풍뎅이는 그 다리를 먹기 시작했으며, 옆에 서 있는 사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 고 그 다리를 깨끗이 먹어치우자 버섯 숲으로 돌아갔다. 퍼얼은 서둘러 사야를 끌어냈다. 사야의 두 어깨에서, 얼굴에서, 몸 에서 흙과 모래가 떨어졌다. 세 마리의 작은 곤충은 놀라서 도망치기 에 바빴다. 퍼얼은 사야를 부드러운 곰팡이 위로 안고 가서 흐느껴 울 었다. 그런데 잠시 뒤 사야는 눈을 뜨더니 의아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퍼얼은 기뻐 어쩔줄을 몰라 하며 지난 밤에 잇었던 모험담과, 그녀를 발견한 사연을 얘기했다. 사야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듯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 퍼얼은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새로운 발견을 했다. 만일 사람들이 고기를 충분하게 갖고 있다면 뮤서운 생물에게 습격을 당한 다 해도 겁날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습격을 받았을 때 고 기를 던져 주고 도망치면 되는 것이다. 곤충은 바보인 만큼 아무거나 던져도 도망할 시간은 있을 것이었다. 겁을 먹은 것 같은 속삭임 소리에 퍼얼과 사야가 돌아다 보니, 소년 디크가 두려운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을 바라다 보고 잇는 표정이었다. 퍼얼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기라도 했다면 소년 은 기절을 했을 것이다. 소년의 옆에 두서너 명이 더 서 있었는데, 모 두가 겁을 먹은 얼굴이었고, 존 영감은 아예 도망갈 차비를 하고 슬금 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모두들 숨어 잇던 곳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퍼얼과 사야를 만난 것이다. 그들은 퍼얼과 사야가 죽은 것으로 믿고 있었다. 퍼얼이 말을 건네자, 디크와 테드가 조심조심 가까이 왔다. 이리하여 그들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주위로 몰려들었다. 퍼얼이 다시 말을 하자 가장 용감했던 코리가 다가와서 퍼얼의 몸을 만져 보았다. 그러자 모두들 웅성웅성 야릇한 소리를 지르며 이것 저 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퍼얼은 모험담을 자랑스럽게 하는 대신, 투구 풍뎅이의 긴 다리를 그들의 앞에 던졌다.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곧 알아차렸다. 퍼얼은 덜과 재크에게 손을 마주잡아 사야가 앉을 수 잇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흙 속에 묻혀 있어서기운이 빠져 있었다. 두 사나이 는 퍼얼이 명령한 대로 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을 출발했다. 제 9장 : 죽음의 벌판을 넘어. 퍼얼은 당연한 일처럼 일행의 선두에 서서 위험에 대비했다. 그는 전보다도 자신을 갖게 되었다. 존 영감은 내버렸던 창을 다시 갖고 있 었다. 무도들 무기를 갖고 기운을 내고 잇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저마다 무기를 내버리고 도망칠지도 모른다는 것을 퍼얼은 알고 있었 다. 그는 지도자로서 필요한 일들을 이것저것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족들에게 개미를 죽여서 먹는 일을 가르쳤지만, 그들은 아직도 그런 모험을 두려워하였다. 그는 그들에게 거대한 양배추에 붙어 있는 황금 빛의 큰 구더기를 죽이게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아직 퍼얼이 한 것 같은 위험한 모험은 해 본 일이 없었다. 퍼얼은 그런 일을 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기회는 그날 오후에 찾아왔다. 서쪽 하늘에 방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리는 빛깔이 나타낫을 때 한 마리의 뒝벌이 둔한 날개 짓을 하 며 머리 위로 날아왔다. 흙 속에 잇는 둥지로 돌아가는 길로 뒷발에는 꽃가루를 묻히고 있다. 땅 위 15미터쯤이었다. 퍼얼은 긴장했다. 버섯 숲에서 몸이 가는 말벌이 불쑥 날아오른 것이다. 뒝벌은 방향을 바꾸어 도망하려고 했다. 말벌은 앞을 가로질렀다. 크기는 1미터 이상이었고 둘이 비슷했지만, 뒝벌의 몸집은 무거워 보 였으며 말벌만큼 속력을 내지 못했다. 뒝벌은 몇 번인가 필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드디어 말벌은 머리 위에서 뒝벌을 붙잡았다. 두 벌은 서로 엉겨붙어 물어 뜯으며 떨어지더니 땅 위를 구르며 싸 웠다. 말벌이 아래 깔리고 뒝벌의 몸이 꼿꼿하게 섰다. 이때 말벌이 몸을 굽히더니 창처럼 날카로운 침을 상대의 몸에 꽂았다. 뒝벌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즉사했다. 말벌은 뒝벌의 모든 신경이 통하고 있는 목을 찌른 것이다. 그곳을 찌르기 위해 말벌은 상대에게 기묘한 자세를 취하게 한 것이다. 퍼얼은 일행에게 낮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이윽고 그들은 퍼얼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말벌을 습 격한다는 것은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운 일이었지만, 그러나 퍼얼의 명 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말벌은 뒝벌의 시체를 뒤집어 놓고 몸에서 꿀을 짜내기 시작했다. 말벌은 애벌레에게 멍이고 싶엇지만 꿀은 애벌레에게 독이 되기 때문 이다. 꿀은 시체의 입에서 흘러나왔으며, 말벌은 기쁜 듯이 몸을 떨면서 꿀을 탐욕스럽게 먹어 댔다. 그놈은 꿀을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주위 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를 기울일 틈도 없었다. 이때 퍼얼은 공격신호를 내렸다. 그의 창이 맨 먼저 흔들리고 있는 말벌의 몸통에 내려꽂혔다. 다른 사나이들도 용기를 냈다. 퍼얼의 창 이 벌의 치명적인 곳을 꿰뚫었다. 재크는 몽둥이를 들어 말벌의 가느 다란 몸통 부분을 힘껏 내리쳤다. 몸통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퍼얼 이 다시 내려치자 벌의 몸통은 두동강이 나 버렸다. 그런데도 말벌은 긴혀를 내밀어 꿀을 먹으려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일행은 꽃가루가 묻은 커다란 다리를 메고 여행을 계속했 다. 그들은 아직 겁장이지만,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대담해지고 있었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그 무서운 말벌을 죽인 것이다. 퍼얼의 명령대로 싸웠으며, 그가 맨 먼저 창으로 찌른 것이다. 사람들은 기세가 높아졌 으며 그의 충실한 부하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붉은 말불버섯은 어뮤리 가도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보이는 말불버섯은사방에 죽음의 먼지를 뿌리고 있었다. 그들은 몇 번 이나 붉은 먼지의 연기를 만나야 했으며, 어떤 때는 여덟이나 되는 말 불버섯이 한꺼번에 홀씨를 내뿜고 있었다. 이런 속에서 살아 남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그들은 작은 언덕 위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눈앞에 넓은 평원이 나타났는데 온통 붉은 말불버섯에 덮혀 있는 것이었다. 죽음의 들판이다. 그리고 오른쪽도 왼쪽도, 이 들판은 끝간데를 모르게 펼쳐쳐 있었다. 그런데 퍼얼은 맞은편 너머에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들판에는 붉은 말불버섯이 수없이 숲을 이루어 돋아나고 있었으며, 붉은 안개가 엷게 떠돌고 있었다. 계속해서 터지는 붉은 말불버섯의 홀씨가 땅 위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말 불버섯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었다. 몇만이나 되는 말불버섯이 우거져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서운 투구풍뎅이도 거미도 벌도 살지 못하 는 곳이다. 있는 것은 다만 말불버섯뿐이었다. 그렇다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선다는 것은 자살하는 일이나 더를 바 없었다. 퍼얼은 밤이 올 때까지 모두 잠을 자도록 했다. 그러나 사방에 불침 번을 서는 사람을 두어 붉은 먼지가 날아와 도망을 해야 할 경우에는 급히 깨우도록 했다. 그때에는 우선 아이들부터 돌보도록 했다. 그들은 하룻밤 새에도 네 번이나 붉은 먼지를 피해 도망다녀야 했다. 그러는 동안 다시 밤이 찾 아 들었다. 비가 내렸다. 비는 먼지의 안개를 공중에서 씻어 버리듯 땅 위로 몰 아 냈다. 그리고 땅 위의 먼지는 진흙으로 변했다. 그는 일행을 이끌 고 들판으로 들어갔다. 문명인이었다면 이러한 절망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길잡 이가 될 벌도 나침반도 없었고, 등불도 없었기 때문에 어둠 속을 곧바 로 걸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운명에 맡길 도리밖에 없 었다. 그들은 투구풍뎅이의 긴 촉각을 앞으로 내밀고 한 줄로 서서 걸어갔 다. 물론 하늘은 캄캄했지만, 낮은 지대에는 완전한 어둠이란 거의 없 는 일이었다. 도깨비불이 일고 있었고 버섯이 빛나고 있었으며, 곰팡 이도 붉은 빛을 뿜고 있었다. 개똥벌레나 그 밖의 빛을 뿜고 있었다. 개똥벌레나 그 밖의 빛을 내는 생물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습격해 오는 생물도 없었다. 30분쯤 되어서 그는 곧바로 가고 잇는지 어쩐지를 분간할 수 없었 다. 다시 한 시간쯤이 지났다. 모두는 아침이 되어도 붉은 말불버섯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는절망감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 은 쉬지 않고 걸어갔다. 어디선가 양배추 썩은 냄세가 났다. 그들은 그 냄새가 나는 곳으로 찾아갔다. 이윽고 양배추 잎사귀에 기생하고 있는 곰팡이가 히프르게 빛나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생물이 있었다. 거대한 모충 이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양배추 잎사귀를 먹고 있었다. 퍼얼은 환성을 지를 뻔했다. 붉은 먼지의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생각 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붉은 먼지는 도처에 있었고 양배 추 냄세는 생명의 냄세가 아니었다. 모충의 숨구멍은 보송보송한 털에 덮혀 있어서 필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퍼얼이 모충의 가죽을 벗겨 그것을 가스 마스크로 사용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훨씬 뒷날의 일이었다. 절망을 하면서도 일행은 순순히 퍼얼을 따라 밤새도록 쉬지 않고 걸 었다. 어차피 살지 못할 거라는 체념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퍼얼의 뒤를 따랐다. 주위를 둘러보던 퍼얼은 갑자기 울고 싶었다. 지금 일행이 가고 있 는 곳은 작은 공터로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주위에는 무서운 말불버섯 이 빈틈 없이 솟아 있는 것이었다. 아직 버섯의 빛깔이 드러날 만큼 밝지는 않았으며 바닷속 같은 고요 속에 후추가루 같은 냄새가 사방에 서 풍겨오고 있었다. 멀지 않아 붉은 먼지가 일기 시작하리라. 그리고 안개는 땅 위를 덮 으리라...... 이때, 그는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흐르고 있는 물소리를 들은 것이 다. 모두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어떤 기대를 갖는 눈치였다. 그는 아 무 말 않고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일행도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기쁨에 넘치는 퍼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곧 그들은 우거 져 있는 버섯 사이를 빠져나와 넓은 강가에 서게 되었다. 붉은 말불버 섯으로 덮힌 들판 저쪽에서 퍼얼이 보앗던 바로 그 강이었다. 전에 그는 버섯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갔었다. 그때의 여행은 자기 의 뜻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족들과 사야로부터 떠나야 하는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강물의 흐름을 환희에 찬 기분으로 바라다 보고 있었다. 그는 강가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에 식용버섯이 돋아나 있으며, 물 위에까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무에 기생하는 버섯이 자양분이 많은 강가에 떼지어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곧 창으로 버섯 밑동을 찍어 뜯어 내기 시작했다. 일행은 멍청 히 바라다보고 있었지만, 퍼얼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 퍼얼과 같은 행동을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스무 개쯤 되는 버섯이 강가에 쌓이게 되었다. 퍼얼이 어째서 버섯을 뜯었는지 설명을 하자, 덜이 항의했다. 모두 그와 헤어 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뗏목 하나를 만들어 함께 탄다면 좋지 만 그렇지 않고 여러 개를 만들어 탄다는 것에는 반대였다. 다마 할머 니는 헤어지면 안 된다고 울부 짖었으며, 존 영감은 퍼얼과 헤어진다 는 것을 생각하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빠른 속도로 밝아지고 있 었다. 곧 붉은 말불버섯이 터지고 공중에는 붉은 먼지가 피어오를 것 이다. 지금은 여러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때 사야가 속삭이듯 말했다. 퍼얼은 사야의 의견에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는 호화로운 나방 의 날개로 만든 벨벳 외투를 벗어 길게 찢어 열 개의 긴 띠를 만들었 다. 그는 가장 큰 뗏목에 창을 꽂고 그빡의 뗏목들을 띠로 연결하였 다. 잠시 후에 뗏목의 해상 부대가 물 위에 뜨게 되었다. 퍼얼은 큰 소리로 명령하여 한 사람씩 모두 뗏목을 타게 했다. 그리 고 뗏목을 강물의 물결 속으로 밀어냈다. 퍼얼 일행은 강물을 표류하 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상권 끝> 처음에 시작할 때는 타이핑만 치는 거니까 쉽겠지 했는데, 이 일도 게으른 제가 하기에는 쉽지가 않군요. 하권은 약 100여페이지(상권은 195페이지) 되는데 다음회부터는 하권으로 들어갑니다. 그럼 이만... -44014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