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1 ******************************************************** .. 양해의 말) 음. 생동감을 더하기 위해 과학소설동호회 내의 여러분들을 실명,혹은 변조된 이름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그러나, 결코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만약, 그렇게하면 hard sf가 아닌 한 '악당의 부족현상'으로 어디 소설이 되겠습니까? 아뭏든, 우주 멀리 한 행성을 대상으로 한 인공태양 계획을 15일 앞둔 시점부터 발생하는 작은 드라마의 파장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기훈 - ********************************************************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1 - zendog - 등장인물 : 우주 환경공학자 찬수,우주 핵물리학자 수현, 프로그래머 듀나,설비사 브레인,닥터 터마로,소장 킴벌리, 통신공학자 나머뎀, 우주보건의 오노마테,기계공학자 갠달프, 수사관 시트더크, 지구다국적기업 회장 프로기트, 용우님(어떻게?) 이제, 수현은 멀리 독립된 달 정부로 망명하였고, 그녀를 암암리에 위협해오던 그림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그 때의 일들을,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도 숨겨오던 일들을 , 아울러 그녀와 나만이 훗날 알게된 하나의 태양계 차원의 에피소드를 말해도 될 때가 온 것이다. 이미 어제 노르웨이 표준시로 01:35분에 earth-net에 숨겨진 이야기들의 첫 편을 올리자 , 3시간 후 발송자를 찾는 추적 프로그램이 전 통신망을 벌떼처럼 휩쓸고 있다. 북미 연합의 추적프로그램이 그 중 뛰어나서 근처 7블럭내의 호스트까지 추적해왔었으나, 일본에 올린 제 2편을 �갖씨� 방향을 틀다 덫에 빠졌고, 결과적으로 북미 항공노선이 35분간 정지해버렸다. 내가 있던노르웨이가 다소 의심을 받는 것은 어쩔수 없으리라. 나는 지금 호주의 한산한 단말기 선로에서 나의 문학성향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는 느긋함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이제는 달로 간 그녀의 여린 시선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D - 15 일 저녁 ( 인공태양 가폭발시점 15일 전,행성 제네아의 달기지) 제네아 행성의 조그만 달에 있는 전진 기지의 자그마한 돔식 속소 한 모퉁이에서 수현은 지고 있는 일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몰이래봐야 지평선가의 일부에 조그맣게 흐려지는 마지막 햇살이 돔의 투명한 덮개에 잠시 산란되어 색상을 흐트리는 정도였지만, 수현은 심란할때면, 여기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늘로 행성 제네아의 달에 도착한지가 3년하고도 12일 째. 우주 한 구석에서 노란빛도 채 비추지 못하는 그런 작고 먼 태양을 가진 저 조그만 행성. 수현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듯이 표표히 지구를 떠나왔었다. 그녀를 아프게 했던 몇몇 작은 일들은 결국 무관한 일이었다. '우주 엘리베이터 이후 최대의 프로젝트',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야심찬 계획'... 수많은 거창한 슬로건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건 사실이지만, 나의 조그만 나라에 남겨둔 그 모든 것들은.. 아. 뭔가 떠나고 싶었을지도 몰라. 아뭏든 나는 지금, 이 먼 우주의 변방에서 하나의 태양을 만들어 가는 거야. 그런데, 무엇부터 틀어진걸까? 보잘것 없는 인류가 이곳 오지의 행성을 대상으로 인공태양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하늘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한마디가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 걸까? 달전체라도 흡수할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곤 하는 그이? 아니야, 아니야.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어. 어느새 수현은 안락의자에 머리를 좀더 파묻고 서서히 지평선을 내려가는 왜소한 태양과 둥실 떠오른 행성 제네아의 검푸른 반구위로 시선을 흐트리고 있었다. .....수현은 돔밖에 서있었다. 이상하게도 얼어붙은 달의 표면이 하나도 차갑지 않았고, 포근한 온기가 얼음위를 바람처럼 감싸 돌고 있었다. 산소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호흡이 자유스러웠다. 그런데, 저 게 무얼까? 아. 그이였다. 이상하게 찬수의 머리칼은 금색빛을 띠고 있었고, 하얗게 빛나는 강아지같은 것들에 둘러 쌓여서 뛰어 놀고 있었다. "찬수씨." "찬수씨." 이상하네. 왜 나를 못보는 걸까? 아이. 저 귀여운 강아지들.. 찬수씨이. 아. 나를 보았어. 후후.그이의 미소는 스칸디나비아의 야경을 감돌던 오로라와 닮았어. 수현은 푸근한 촉감으로 얼음을 느끼며 서서히 뛰어 갔다. 한 걸음, 두 걸음.. 우르르릉. 쾅. 모든 것이 정지했다. 허공중에서 귀여운 은빛 강아지들과 찬수가 산산히 부서져 나가는 빛의 흐트러짐 이외에는... 아 악. 안돼......... 수현은 눈을 떴다. 꿈이었다. 그러나, 쾅 하는 소리는 눈앞의 투명한 창을 여전히 흔들어 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메인홀로 뛰어나가는 수현의 귓가로 요란하게 비상벨이 울려대고 있었다. 기지북쪽 어딘가가 폭발한 것이리라. "무슨 일이죠?" "북쪽 격납고와 연구실이 날라갔답니다." 설비사 브레인이 한마디 내뱉고는 긴급상황실로 뛰어갔다. 수현은 더 이상 달려나가지 않았다. 멀리서, 금빛 영상들이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 * - -- 해치웠다. 내키는 일은 아니었지만, 박 찬수. 그는 너무 많이 접근을 했던 것이다. 이제 순조로운 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한 두어명의 희생자정도면... 그 녀는 지금 쇼크상태. 갸날픈 생명체가 나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지. -- 수현의 안정을 위해 신경조절 장치를 작동시킨뒤,닥터 터마로는 방을 나섰다. 제네아 행성의 달에 기지를 세운뒤 처음 맞는 긴급상황에서도 터마로 박사는 냉정히 대처를 했다. 찬수의 시신은 수습하기 조차 힘들었지만, 유품을 모아 우주 장례를 준비를 시켰고,기지내 요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터마로 박사는 기지소장과의 의논을 생각하며 수현의 방을 나와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수현의 심리파동 상태는 평온하고 완만한 사인파를 그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비록, 인위적인뇌파조작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은 긴급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심리파동곡선의 진폭이 커지고,파장을 의미하는 음파가 급박해지고 있었다. "삐. 삐. 삐. 삐.삐삐삐.." -- 나로서도, 기쁜 일은 아니지만..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제, 위험치. 조금만..-- 그순간, 듀나는 폭발로 유실된 통신망 복구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고 있다가 스크린에 나타나는 글자들에, 혼비백산을 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제.위험치. 조금만> 급히, 시스템 점검을 해보니, 의료실 시스템 접속부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있었다. 듀나는 문을 뛰쳐나갔다. ..격한 꿈에 시달리던 수현은 위험을 벗어나 듀나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땀에 젖은 얼굴과는 달리 담담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 뱉었다. "그건, 살인이었어." #1487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2 03/01 21:32 124 line D -14 일 ( 행성 제네아의 달기지 회의실) 다음날 아침의 회의는 여느 때의 기술적 회의와는 달리,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전날의 폭발사고로 인한 우주 환경공학자 박찬수의 죽음과 행성핵물리학자 수현의 의료사고는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아뭏든, 제네아 행성의 내부핵을 공명시켜 인공태양을 만들려는 계획은 8년간의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 만큼 D-day 14일을 앞두고도, 거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모두를 경악케 한 것은 수현,듀나 두 여성의 잇다른 발언이 몰고온 파문이었던 것이다. 듀나의 발언제기가 들어온 것은, 사고의 수습책과 며칠후의 핵물질 도착후의 처리문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직 후였다. " 긴급 발언입니다. 의장. " " 발언하시오. 프로그래머. 듀나." " 감사합니다. 의장 " 듀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갔다. "현재의 기지 각 컴퓨터 신경망에 일종의 킬러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바, 비상 점검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의장인 생물학자 킴벌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프로그래머 듀나." " 3류 과학소설에나 나오는 'AI의 반란'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거요? 현 기지의 신경망은 분리 병렬 구조로서 메인 컴퓨터는 존재하지 않소. 지금의 수십배의 기억용량이라 한들, 인공지능 괴물 컴퓨터 따위는 불가능 한 것이요." 생물학자 답지 않게, 킴벌리는 해박한 지식으로, 반박을 하고 있었다. 반 진화론자로서의 생물학계의 참담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23C 최대의 인공태양 사업에 주 책임자로 배정된 것은 다국적 기업의 최다 지분탓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지만,적어도 이번의 논리는 빈틈이 없었다. " 알고 있습니다. 생물학자 킴벌리." " 의장이라 부르시오." 의장은 호칭에 민감한 편이다. " 네. 의장, 그러나, 제가 주장하는 바는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짜여진 '킬러 프로그램'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예요. 신경망 전체를 장악하지는 않을 뿐, 여러 블럭을 분리되어 오가며 필요한 순간에 조합되어, 시스템을 순간 탈취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자 킴벌리는 둔중한 체구를 의자에서 고쳐 않더니, 액체음료를 들이키며, 당황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얘기인것이다. " 이봐요. 듀나. 당신은 지금 흥분을 하고 있소. 그 얘기는 터무니 없을 뿐더러, 증거도 없잖소." " 아닙니다. 의장." 미국측의 통신담당관 나머뎀이 나섰다. "프로그래머 듀나가 지적한 종류의 킬러 프로그램은 최근 지구 각 국의 정부 사이에 발생한 최근 통신전쟁에서 3개 이상 이미 발견된 것들입니다. 기밀 분류 2급이지요." 나머뎀은 웃고 있었지만, 특유의 내밀한 눈초리로 좌중을 �도굼만�, 말을 이었다. 그의 오랜 미국정보국 경력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 최근의 환경공학자 찬수씨 사망 사건이나, 행성 핵물리학자 수현의 피습사건과 관련해 그 시각, 그 지역의 국부적 신경망 손상의 증거가 있습니다. 여기 보고서로 제출합니다." " 피습이라고?" , " 아니,피습?",.. " 살인사건이란 말인가?".. 좌중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현 기지내에 등록되지 않은 생명체가 존재함을 3블럭 컴퓨터의 검색결과로 밝혔음을 보고하는 바입니다." ..나머뎀의 최종발언까지 더해지자, 좌중은 모두 일종의 경악 상태였다. 킬러프로그램이니, 살인사건이니 하는 것은 인공태양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는 그들의 예민한 신경을 단숨에 뒤엎는 것이었다. 게다가, '등록되지 않은 생명체.." " 아. 조용히들 해주십시오. 조용히들.." 그러나, 의장 킴벌리는 스스로도 진정할 수가 없었다. 난데 없는 사고에, 살인에,...밀항자라니... 마침, 짧은 스커트 차림의 오노마테 가 차를 날라왔다. "여러분, 차한잔씩 하시고 얘기 하세요." 비록, 평소 자유분방한 처신으로 은연중, 식자연 하는 층의 무시를 받고 있는 그녀였지만, 우연한 순간에 분위기를 바꾸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뭏든, 닥터 터마로의 알 수 없는 신임을 받는 그녀였다. 엉뚱했지만, 여하튼 우주 보건의 오노마테의 등장으로 의장 킴벌리는 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이 문제는 긴급안전회의를 소집한 후 다시 다루겠소. 더 이상 발언이 없으면,... " "잠깐, 의장님." 초췌한 얼굴의 수현이었다. 내키지 않는 킴벌리의 표정에도 불구하고(그는 더 이상의 문제제기라도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뭏든 그는 참을성이 있는 의장이었고, 수현은 발언권을 얻었다. " 존경하시는 임원 여러분.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살인사건이나, 밀항자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죽은 환경공학자 찬수씨의 보고되지 않은 보고서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수현은 깔끔하게 타이프된 보고서의 사본을 내놓았다. " 인공태양 계획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좌중은 술렁이고 있었다. 무슨 난데 없는 얘기 인가? 그런중에도 회의장 한 구석, 반짝이는 눈이 있는 것은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다. .. 인류최대의 대 공사 인공태양계획은 D-day를 보름 남짓 앞두고, 뜻하지 않는 운명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었다. #1491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3 03/02 01:21 138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3 - zendog - 반짝이는 시선은 수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주시하고 있었다. 회의전 수현의 좌석에 부착된 플라스틱 폭탄은 언제라도 터질수가 있는 것이다. 수현의 발언은 계속되었다. "행성 환경학자 찬수씨의 보고서에 따르면 행성 제네아의 달에는 현재 원시상태의 생명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두꺼운 얼음층아래로 흐르는 유기개스층이 머무르는 지점에서 미세하지만 뚜렷한 생명현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긴급히 개인 송수신기에 부착된 녹음기를 누르고 있었다. 사실 행성 제네아를 인공태양으로 개발하기로 한 배경은 한계에 도달한 지구의 외계로의 이주를 전제로 한 것이었고, 이런 탐색의 일환으로 그동안 많은 우주 탐색이 있었지만, 아직껏, 생명현상이 발견된 적은 없었던 것이다. ".. 이 보고서가 확인 된다면 지금의 인공태양 계획은 그들의 빈약한 생태계에 너무도 큰 충격이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이 곳 행성 제네아의 달은 그들을 고려한다면,너무나 많은 핵물질들이 수송되고 있습니다. 이 것은 그들에게 치명적입니다. 그들에게도 정상적으로 진화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의는 충격과 논란을 남긴채, 끝이 났다. 그리고, 잇단 연쇄회의가 담당자별로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현의 생명체 발견의 보고는 그 충격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소장에 의해 가볍게 무시되었다. 원시적인 미생물 정도의 발견으로는 인공태양 계획을 변경 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앞에 닥친 살인사건과 의료사고, 그리고, 이와 관련되어 제기된 '킬러프로그램'및 '미등록 생명체'의 해결이 급선무였다. -- 음. 수현의 제거 계획은 유보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그녀는 핵심을 비켜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등록 생명체란 무엇인가? 기지내에 해치운 찬수이외에 또다른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일까? 재빠른 수색으로 그 놈을 찾아야 한다.-- - * - 스랍스키 시트더크는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의 무관으로 기지내 유일하게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긴급안보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시트더크는 소장 킴벌리와 함께 상황실로 들어 갔다. 방에는 설비사 브레인도 이미 와있었다. " 어떻게 생각하시오? 시트더크 무관." 킴벌리가 초조한듯 물었다. " 글쎄요. 지금 대대적으로 기지를 수색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브레인. 생명탐지장치의 위치식별기능은 언제 고장이 난거요?" " 폭발이 난 직후입니다." " 하지만, 기지로 오는 우주선에 밀항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 한지 않소? 시트더크" 킴벌리가 초조한 나머지 호칭도 생략하고 재차 물었다. " 글쎄요..." 이 때, 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나는 소리였다. 제일 먼저 뛰쳐나간 시트더크의 눈앞에서 닥터 터마로는 공포에 질려 있는 오노마테를 끌어안고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그...", 결국 오노마테는 기절을 했고, 닥터 터마로는 떨리는 손으로 뭔가 주사를 오노마테의 팔둑에 놓는가 하더니,재빨리 그녀를 응급실로 옮겨 갔다. 다른 사람들도 잇따라 달려 왔다. 닥터 터마로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트더크는 소장에게 물었다. "소장. 터마로는 어떤 인물이요?" - * - 실신후 오노마테는 알 수 없는 충격에 빠진듯한 표정으로 깨어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옆방에서는 시트더크 무관이 닥터 터마로를 추궁하고 있다. " 대답하시오. 침묵은 소용없소. 닥터 터마로. 당신은 현장을 목격당한 것이오. 당신은 비명을 지르는 오노마테 옆에 그토록 신속히 달려 왔고, 응급조치라는 명목으로 알 수 없는 주사를 놓았고, 그리고 오노마테는 몇시간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소.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두터운 안경너머로 시름에 잠긴 표정의 터마로는 입을 열었다. " 그녀는 일어날 것이오. 그것을 보고 충격이 컸을 뿐." " 그리고, 나도 그..그 걸 보았오." " 그것이라니, 무슨 도깨비 놀음이라도 하자는 거요." 시트더크는 탁자를 치면서 호통을 쳤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대체 2시간 째의 취조지만, 이 터마로라는 인물은 심중을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혐의는 뚜렷한 편이었다. 행성핵물리학자 수현의 의료사건도 이 터마로가 다녀간뒤 바로 일어난 일이 아닌가? 이번의 오노마테만 해도 그렇고, 앞서의 박찬수의 죽음도 조사중이지만, 그가 관련된 것은 틀림없으리라는 특유의 육감인 것이다. 프로그래머 듀나는 '킬러프로그램' 운운하지만, 이 것은 인간에 의한 직접적인 사건들이 분명한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동기가 무어란 말인가? 그로서는 동기가 없다. 그가 속한 북미연합이 인공태양계획에 한층 적극적이긴 하지만, 찬수가 발견한 제네아 달의 생명체 정도는 어짜피 인공태양 계획을 변동 시킬 꺼리도 못되는 일인데.. 같은 시각. 듀나는 제 2 지역 전산실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도대체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제. 위험치. 조금만> 이라고 나타난 메시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자세한 보고서로 나름의 결론을 소장에게 제시했지만, 소장은 쉽게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이번 수사를 총괄하는 시트더크는 군인티가 물씬나는 멍청한 인물. 컴퓨터 신경망내를 활보하는 킬러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식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인물. 멍청한. 나 듀나가 고작해야 누군가가 단말기를 작동시켰다는 정도의 상상력밖에 없는 낡은 인물을 상대하고 있다니 .. 듀나는 서둘러 지금 가동시키던 프로그램을 킬러프로그램 추적모드로 전환시켜 급속히 신경망 내에 침투시켰다. ..그리고, 얼마후. 기지내 곳곳에서 혼란상황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지내 곳곳의 신경망이 혼란에 빠져 번갈아가면서 일시적으로 불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듀나가 앉아 있는 전산실의 전원도 갑자기 벼락이 치듯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신경망내 두 프로그램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1492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4 03/02 03:09 162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4 - 禪犬 - D - 13 일전. 기지내의 잇단 사건에도 불구하고 인공태양계획은 강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주요 부처인 핵전담반이 킴벌리만의 독자 지시를 받으며 다소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뭏든, 전 인류가 주목하고 있는 '인류의 가능성'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었다. 지구를 출발한 핵폭발 억제 물질인 셀레늄과, 막대한 양의 냉각 수소가 속속들이 예정대로 행성 제네아의 달 기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이제 행성 제네아의 17개의 화산의 분화구로 주입된 플루토늄의 동시 핵분열을 억제할 셀레늄도 모두 도착했으므로, 제일 큰 중앙화산 헬레나에서 점화될 핵폭발과 동시에 액체수소는 급속히 제네아의 맨틀 내부의 외핵까지 단숨에 투여 될 것이다. 그러나, 억제된 외부의 핵폭발과 이로 유발된 내부의 자가 핵융합이론은 그 이론의 완결성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실험'된 적은 없는 것이다. 더구나, 막대하다지만, 행성차원에서는 빈약할 수 밖에 없는 액체수소로 제네아의 내핵의 핵융합이 촉발될런지는 아직도 미지수인 것이다. - * - 이런 와중에, 시트더크는 몇명의 보안요원들을 대동하고 큰소리를 친 채 전 기지를 수색하고 다녔다. 바로, '비등록 생명체 발견'에 대한 규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임원진 이외에 북미연합이 거의 전담하고 있는 핵전담반과 보안요원 몇명이 전부인 기지내의 인물외에는 누구도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기지는 곳곳에서 기능이상 현상이 일어났다가 복구되곤 하는 괴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바로, 듀나의 킬러 프로그램 추적에 따른 결과이었다. 결국, 시트더크는 자존심을 구긴채 터마로에게 돌아왔다. 닥터터마로는 결국 무혐의 처분되었다. 오노마테가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주요 기지요원들은 상황실에 모였다. 그러나, 깨어난 오노마테와 터마로의 말은 사뭇 엉뚱한 것이었으니.. " 그 였어요. " 막 정신을 차린 오노마테는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 그렇소. 바로 그였소.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터마로가 덧붙였다. 갑자기, 상황실의 전원이 다시 깜박였다. "그 라니..도대체 누구란 말이요?" 역시 소장 킴벌리가 끼어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빛나는 눈빛이었다. 터마로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시트더크를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박 ..찬수였오." 일순, 수현을 비롯한 브레인, 킴벌리..모두 창백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있었다. 특히, 비틀거리는 수현을 부축한 듀나의 표정은 오히려 더욱 경악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어떻게 죽은 사람이 살아난단 말입니까 ?" 이성적인 브레인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방안의 무거운 침묵을 얼마 흐트리지는 못했다. 마치, 유령이라도 나올 분위기였다. 23세기에 유령이라니.. 이 때, 시트더크는 얼굴을 찌푸린 채,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듀나가 간신히 수현을 의자에 앉혔고, 닥터 터마로는 수현을 방으로 돌려 보내려 부축을 하고 일어났다. 이때 시트더크가 제지를 했다. 여전히 터마로는 살인 용의자라는 것이다. 결국 기계공학자 갠달프가 수현을 데리고 나갔다. 소장 킴벌리는 그 답지 않은 냉철한 시선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적어도 유령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박 찬수는 죽었다. 아무래도 이 것은 두사람의 착각인 것이다. 이 때, 시트더크가 갑자기 외쳤다. "그렇다. 박찬수는 죽지 않은 것이다." 사태를 수습해가던 킴벌리가 난감하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모두들 미쳐가다니.. 그러나, 시트더크는 킴벌리의 시선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 말해보시오. 터마로 박사. 박찬수의 참사현장을 수습할때, 시신의 흔적을 보았소 ?" " 아니요. 폭발로 모든 것이 산산 조각이 나 버렸오." " 흠. 폭발. 아무리, 폭발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살조각이라도 몇점 떨어져 있었을 것 아니오." 살조각이란 말에 제일 비위가 약한 오노마테가 입을 감싸 쥐었다. " 그러니, 그게 어쨌단 말이오?" "바로 그것이오. 미등록 생명체는 바로 박찬수인것이오. 그는 죽지도 않았으며, 이번 인공태양 계획을 막을 의도로 기지 파괴작업을 벌인 것이오. 알리바이를 위해 스스로, 살해극을 벌이면서.." 이때, 듀나가 나섰다. " 당신은 또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군요. 그가 인공태양계획을 막을 생각이었으면, 좀 더 중요한 시설을 파괴했을거예요. 게다가 생명 식별장치는 고유한 것이에요. 그가 미등록 생명체였다면, '미등록'의 분석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시트더크는 완고하게 맞섰다. " 생명식별장치는 오늘날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소. 중요한 것은 생명식별 자체를 회피할 수는 없다는 점이오. 이 기지까지 오는 수많은 검사 과정에서 밀항자가 개입될 가능성은 전무하오. 전체 생명수가 같다면, 죽은 사람은 없는 것이오. 게다가 두사람의 목격자도 있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무지하군요. 분명히, 사고 당시 그는 북쪽 그의 연구실에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없어요.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이때, 오노마테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저어..아까 복도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 박 찬수씨의 모습은.. 피를 흘리는 중환자의 모습이었어요." 듀나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수현을 방으로 돌려 보낸 것은 잘한 일이었다. 듀나조차도 찬수가 살아 있는 듯 싶었다. 그러나... " 그러나, 어째서 복도에 아무런 핏자국도 나타나 있지 않죠? 오노마테 당신이 본 것이 정말 박찬수였다면,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지죠? 모두들, 미쳐가는 건가요?" 이 때, 핵전담반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기지내 이상현상에 관한 긴급 문의였다. 기실, 다량의 핵물질을 다루고 있는 기지내의 이상현상은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기지내 이상현상은 전원 불안정에서 부터, 블럭간 통신 두절등, 갖가지 장애가 번갈아가면서 발생했지만, 이상하게도 인공태양관련 주요시설은 전혀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핵전담반으로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 것은 누구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박찬수의 생존논쟁은 기묘한 소강상태에 들어간 채 다들 '킬러 프로그램'과 기지의 이상현상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도 듀나는 빈틈없이 상황실내의 블럭 호스트로 '전산망 이미지어낼라이저'를 가동시켰다. 3차원으로 형상화 된 킬러프로그램간의 싸움은 상황실 중앙에 떠서 자극적인 색깔로 번갈아 가면서 얽혀 돌아갔다. 그러더니, 급기야...하나의 평면 영상이 중앙에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 알 수 없는 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1496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5 03/04 11:53 92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 5 킬러프로그램과 킬러제거 프로그램의 충돌은 점차 강렬해지는 듯했다. 반면,두 프로그램의 색채는 더욱 단순해져 갔다. 상황실의 모든 사람들은 '전산망 이미지 어낼라이저'를 통해서 마치 스포츠 중계라도 보는 듯 넋을 잃고 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이러한 이미지는 한 두가지 색깔의 강력한 에너지의 흐름의 충돌정도로 밖에 나타나지 않는 것인데, 지금 상황실 중앙에 떠오른 이미지는 모두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아울러 중앙에 떠오른 것은 평면에 구현된 일종의 미로찾기게임 같았다. 바야흐로, 두 프로그램간의 논리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흰색의 미로 사이로 검은 색의 기운이 엄청난 속도로 길을 찾아 지나가는가 하면, 어느새, 그 미로들은 일정한 법칙이 있는 듯이 위치를 정교히 바꾸곤 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검은 색 미로가 생기는 듯하더니, 이 번에는 흰색기운이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색 미로는 더욱 격렬히 움직여서, 흰색기운은 끊임없이 주위를 맴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검은색 기운이 흰색기운을 압도해 나갈수록, 이미지 하단의 프로그램 이행완결도 수치가 승리확률이라도 되는 듯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흰색기운이 문제의 킬러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이때, 갑자기 화면이 급격히 떨리더니, 전환되었다. 그리고, 상황실 중앙에 나타난 시뮬레이션 이미지는 갑자기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수많은 게임들이 스쳐지나갔고,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간혹 깜박여 지나가는 흑백의 체스게임 정도였다. 그러나, 여전히 흑의 승리확률은 75%를 상회하고 있었다. ...수많은 두 프로그램간의 논리전쟁이 계속된 후, 마침내 최후가 다가온 듯 했다. 중앙의 시뮬레이션 이미지는 이제 단조로운 가로세로의 직선들이 교차된 나무판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과 흰색의 작은 원들이 교차점에 하나씩 번갈아 가며 놓이고 있다. 수현을 부축해주고 돌아온 기계공학자 갠달프가 소리쳤다. " 아. 바둑이군요." 세계 체스대회에서 갠달프와 마주쳤던 브레인이 지지 않고 한마디 거들었다. " 그러나, 저 것은 19로가 아닌 38로의 바둑판입니다." 아까의 그렇듯 격렬한 흐름과는 달리 컴퓨터 신경망내의 두 프로그램의 대결치고는 너무도 느려보였다. 그러나, 모두들 긴장을 늦출수 없엇다. 승리확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45%..37%......27%. 모두들 경악하고 있는 와중에 듀나는 재빨리 상황실내의 블럭호스트로 연결된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드려 대고 있었다. 15%...7%.. 0.9%.. 이때였다. 갑자기 상황실의 전원이 나갔다. 패배한 것이다. 잠시 후, 전원이 들어왔다. 그리고,다시 나타난 시뮬레이션 이미지는 기지의 전체 내부설비도를 비추고 있었고, 한 부분이 붉게 표시되어 긴급히 반짝이고 있었다. 듀나가 소리쳤다. "모두들 서둘러요. 패배하기 직전, 기지의 전 블럭 신경망이 차단되었어요. 그 킬러프로그램은 이제 한곳에 갖힌 거예요. 그리고, 그 위치는..." 수현의 방이었다. 그리고, 모두들 미친듯이 달려나갔다. ..수현은 갑작스런 정전과 경고음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모두들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놀랄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란 것은 모두들 마찬가지였다. 수현의 품에는 ..아주 하아얀 개가 안겨져 있었던 것이다. 우주기지에..개라니! ..이건 넌센스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것은 생명체였다! 바로 '미등록 생명체'라는 수수께끼의 해답인 것이었다. #1497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6 03/04 11:54 111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6 D - 7 일 ( 기지내 긴급회의실) 소장 킴벌리는 수현의 방에서 발견된 그 흰 개에 대한 정밀 분석이 끝난 오늘, 드디어 긴급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소장은 알 수 없는 미확인 사태들의 조사를 이유로 지구에 제네아 행성 주화산 헬레나의 점화를 연기할 것을 건의했으나, 다국적 기업회장 프로기트가 간단히 묵살해 버렸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소장으로서는 잇달은 불상사와 '미등록 생명체'문제를 완결지을 필요가 있었다. "기계공학자 갠달프. 발언하시오." 간편한 차림의 갠달프가 일어나서는 에스페란토어로 말을 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분주히 번역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주로, 지구 단일 문화권을 반대해온 북미연합사람들이었다. " 결국. 우주환경공학자 찬수는 사망한 것이 확실한 것입니다. 아니. 살해당한 것입니다. 그가, 살아있다는 시트더크 무관의 발언은 저 흰개의 발견으로 사실이 아님이 증명된 것입니다." 설비사 브레인이 거들었다. " 그렇습니다. 찬수씨 연구실 폭발 후, 찬수씨가 살아있다고 의심받게 했던 그 생명현상은 저 흰개임이 밝혀졌고, 찬수씨를 살해사건과 찬수씨의 의료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그 킬러프로그램은 비록 듀나의 프로그램이 해치우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이제는 한 블럭에 갖혀서 운신 불가능인것입니다." 소장 킴벌리는 이 것으로 모든 것을 매듭짓고 싶었다. 살인사건도 '미등록 생명체'도 설명이 된 것이다. 이 때, 시트더크가 나섰다. " 그러나, 몇가지 분명치 않은 것이 있소. 그 킬러프로그램을 작동시킨 것은 누구이며? 저 우스꽝스런 흰개는 뭐냔 말이오? 더구나, 닥터 터마로와 오노마테는 찬수의 장례식후 찬수를다시 목격하지 않았오? " 모두들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후 터마로 박사가 발언권을 신청했다. " 저는, 이 모든 사건의 범인으로 갠달프를 지목하는 바입니다." 갠달프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좌중은 소란에 빠졌다. 그러나, 킴벌리의 안간힘으로 다시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어느새 시트더크는 출입구를 봉쇄했다. 닥터 터마로는 말을 계속했다. " 본인은 며칠전 복도에서 죽은 찬수의 모습을 목격한 이 후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트더크씨의 말처럼 찬수씨가 죽음을 가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면 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낼리도 없고, 그렇게 순식간에 두 사람 앞에서 모습을 숨길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잠깐 숨을 들이쉰 후 터마로는 계속 말을 이었다. " 그렇다고, 23C에 유령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남는 것은 ... 홀로그램밖에 없습니다." 좌중은 다시 술렁였다. " 그래서, 본인은 최근의 홀로그램 영사장치 사용자를 내밀히 조사한 결과 그 범인은 바로..저 자. 갠달프임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잠깐" 갑자기, 시트더크가 나섰다. "갠달프는 범인이 아니오. 그 홀로그램은 당신을 의심한 내가 갠달프에게 부탁했던 것이었오." 모두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번갈아가면서 하나 하나 범인으로 지목을 받다니.. " 터마로 박사 말해보시오. 박 찬수씨가 죽고 난 다음 그 잔해에서 나온 것이 피와 살의 잔해가 아닌 기계 부속품인 사실을 왜 숨긴 것이오? 바로. 그는 로봇이었던 것이오! 그리고, 박 찬수 그 자 아니, 그 로봇이 이 기지까지 숨겨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 흰개로 생명 감식장치를 속였기 때문이오." 순간, 듀나는 수현을 바라보았다. 오노마테 역시 근심스런 표정으로 수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도대체, 한 사람으로서 겪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인 것이다. 그러나, 수현은 의외로 담담했다. 한도를 넘는 충격이 오히려 그녀를 침착하게 한 듯 했다. 어쩌면, 그녀 조차도 비밀이 있는 지도 몰랐다. 그런 와중에, 시트더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 그리고, 당신 터마로는 그 사건이 있던 날.." " 나하고 있었오. 그의 알리바이는 내가 보장하오." 소장 킴벌리가 눈빛을 번뜩이며, 크게 외쳤다. .. 모든 것의 전말이 밝혀진 듯 했다. 그러나,다시 모든 것이 희미해 지고 있었다. 며칠후면, 인공태양의 점화불길이 타오른 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1498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7 03/04 11:55 154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7 D - 1 일 (모든 의문은 미궁에 빠진 채로 시간을 흘러갔고, 인공태양의 주화산 헬레나의 점화가 하루전으로 다가왔다.) -- 모든 것이 순조롭다. 비록, 듀나의 킬러프로그램이 그 알 수없는 프로그램에 당해버렸지만, 이미 기지내의 신경망 조직은 모두를 속여서 단절 시켜 놓았다. 그러나.. 찬수 그 놈이 로봇이었다니. 마지막, 입막음을 위해서는 수현 그녀를 해치워야 한다.-- 수현은 아직도 흰 개의 두뇌 칩속에 숨겨진 찬수의 마지막 비밀에 집착하고 있었다. 내일 있을 주화산 헬레나의 점화로 인해 기지내는 전부 비상 대기중이었으나, 정작 핵물리학자 수현은 준비된 계산을 핵전담반에 내던져 주고는, 그 흰 개가 감금되어 분석되고 있는 실험실로 달려온 것이다. 도대체, 찬수씨는 어떤 비밀을 이 작고 연약한 개의 생명을 담보잡아 가면서 두뇌칩에 숨겨둔 것일까? 수현은 평소에 찬수가 즐겨먹던 음식이름에서 부터, 수현 자신의 생일까지, 심지의 그의 잠옷 상표까지, 모두 단말기에 쳐놓아 봤지만, 허사였다. 암호를 알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수현은 체념한 체로 키를 눌러 댔다. 전문 암호해독 프로그램도 실패한 일을 그녀로서도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typewriter' 모든 철자가 영문자판 맨 윗줄만 쓰는 단어, 'photographist' 단어 게임에서 수현이 항상 틀리던 단어, '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무척이나 긴 단어,.. 수현은 뭐든지 쳐대고 있었다. 자판도 눌러대고, 키보드 옆의 9개 숫자판도 마구 두들겼다. '123 456 789','789 456 123','963 852 741'.... 이렇게 아무렇게나 숫자판을 가로로 세로로, 두들기다가 왼쪽서 부터 세로로, '741 85.."까지 눌렀을 때, 갑자기 그 흰 개가 기운을 차린 듯 일어나더니, 모니터에 찬수의 희미한 모습이 나타났다. " 수현, 당신이 풀어낼 줄 았았어." 수현은 말을 잃은 듯 화면을 쳐다 보고 있었다. " 지금의 화면에 나타난 내모습을 당신이 보고 있다면, 내 신상에 중대한 일이 생긴 다음 일거요. 어쩌면, 나의 존재는 영원히 소멸해버렸을 지도.. " 아. 녹화된 영상물이었어. 수현은 맥이 풀린듯 떨리던 손을 내려 놓고 있었다. 그러나, 수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5자리의 숫자의 조합은 암호해독프로그램이 5분이면 풀어낼 암호인데... 그러나, 화면속의 찬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아. 당신이 너무도 쉽게 암호를 푼 것을 의심하지는 말아요. 74185란 숫자는 반드시 '키보드'로 눌려져야 했던 거요. 당연히 그 어떤 암호해독 프로그램도 키보드의 기계적인 순간 충돌로 인한 숫자 펄스는 입력할 수 없었을테니. 당신이 그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장난스레 키보드를 두드려 데는 모습을 난 잊을 수가 없었오." 아. 수현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 ...이번의 인공태양 계획은 전 우주차원의 범죄요. 수현. 그들은 인공태양 계획을 구실로 지구 전체의 핵폐기물을 몰래 수송해 이 곳 행성제네아의 달의 멘틀층에 파묻어 대고 있었던 것이오. 그 작고 아름다운 녹색 미생물이 자라는 이 유년기의 달 에 그들은 지구에서 채 처리 못한 죽음의 찌꺼기를 날라 오고 있었던 것이라오. 더구나, 인공태양계획 자체라는 것이.." " 펑 " 갑자기, 모니터가 터져 올랐고, 수현의 등뒤로 싸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수현은 뒤를 돌아 보았다. 듀나. 듀나였다. 그럴리가..그럴리가.. -- 설마 했지만, 기어이 박 찬수 그자가 거기까지 밝혀냈을 줄은 몰랐다. 아뭏든, 할 수 없군. 잘가거라. 수현...-- 듀나는 레이저 건의 총구를 수현을 향한 채 방아쇠를 당겼다. 수현은 눈을 감았다. '펑', '펑' 그러나, 이 때 난 레이저 건의 발사음은 하나가 아니였다. 수현이 눈을 떠보니, 눈 앞에는 그 흰 개가 수현 대신에 건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그 옆으로 듀나가 쓰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듀나. 듀나. 정신차려.." 수현은 듀나를 흔들어 댔다. 이 때, 또렷하고도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듀나가 아니에요." 오노마테였다. 그러나, 평소의 연약한 오노마테의 모습은 오간데 없었고, 손에 소형 레이저 건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오노마테,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내가 바로 듀나이에요. 지금 쓰러져 있는 그녀는 나로 변장한 모사드 첩보원을 프랑스에서 처치한 뒤 내 킬러프로그램을 빼앗아 듀나인 척하고 이 번 인공태양계획에 스며든 일급 킬러였던 겁니다." 이 때 오노마테. 아니 진짜 듀나 뒤에서 터마로 박사가 나타났다. " 그렇소. 수현. 그는 북미연합의 사주를 받아 이번 계획에 잠입한 전문 킬러프로그래머겸, 실제 킬러였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이번 인공태양 계획에 적성국인 북미연합의 음모가 개입되었다는 정보를 알고 잠입한 모사드의 요원들이오. 눈앞의 저 여자는 듀나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오." "터마로 박사. 당신까지.. 아." 듀나가 다시 또렷이 말했다. " 수현. 당신과 찬수는 무모했어요. 이런 우주무대에 일개 환경단체인 cosmic green-peace가 나서는 것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죽은 찬수의 범인을 잡느라 계속해서 위험을 자초한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어요. 조금전만 해도 저 여자가 지켜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암호풀기에 열중하다니.." " 그래요. 무모했던 거에요. 그와 나 단 둘이 여기에 뛰어 들었던 것도, 내가 계속해서 그들을 자극하고, 숨겨둔 흰개까지 내놓고 그들을 유인 했던 것도.. 그러나, 비록.. 비록.. 그는 로봇이었지만, 찬수의 복수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니, 찬수의 집념과 푸른 우주에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거예요. 난.." 수현은 미처 말을 다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이제. 음모도, 살인도 .. 모두 또하나의 살인으로 끝을 맺었다. 비록, 북미연합의 핵폐기물 사건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서 그들을 자극할 문제는 아니었다. 이를 거론하다간 오히려 듀나와 터마로 박사, 그리고 수현의 목숨이 위태로웠던 것이다. 듀나는 서둘로 가짜 듀나로 변장을 하고는 '오노마테'의 죽음을 북미연합측에 알렸다. 무엇보다도 이 잇달은 음모와 살인의 와중에서도 결국 인류최대의 대 역사인 인공태양의 가폭발 시간은 내일로 닥친 것이다.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한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1499 이기훈 (zendog ) [창작]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완결- 03/04 11:56 129 line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8 완결. 드디어 D - day. 기지소장 킴벌리를 비롯한 모든 임원들과 핵전담반, 보안요원등 모두는 상황실의 점화버튼앞에 늘어서 있었다. 상황실 전면의 스크린에 비치는 행성 제네아는 여전히 검푸른 모습으로 두둥실 기지 위로 떠올라 있었다. 스크린은 몇분 후의 장관을 방사선 여과장치를 거친후 멋지게 채색해서 모두에게 보여줄 것이다. 이제 몇분 후면 있을 주화산 헬레나 분화구에서의 작은 핵폭발과 잇따른 액체수소의 외핵으로의 투입. 그리고, 제네아 행성 전체 맨틀에서의 느린 핵폭발, 마지막으로 행성제네아 내부핵의 핵융합.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행성 제네아는 하나의 작은 태양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물론, 제네아의 달기지는 최후 단계인 내부핵의 핵융합 시기인 17시간 경과 전에 폐쇄될 예정이었고, 이미 떠날 우주선도 대기중이었다. 수현도,가짜인 척하는 진짜 듀나도,닥터 터마로도 초조히 몇분 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후. ... '7'..'6'..'5'..'4'..'3'..'2'..'1' 소장 킴벌리는 점화 버튼을 눌렀다. 제일 먼저, 헬레나 화산 위로 섬광이 치솟았고,차례차례로 행성 제네아의 17개 화산은 불을 뿜고 있었다. 우주의 한 구석에 인간이 지핀 작은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 * -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은 순조롭게 항해길에 올랐다. 지구 전 언론은 연일 인공태양계획을 마지막 순간까지 성공시킨 기지의 전 요원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미연합의 워싱턴 유니버스지의 일면 기사는.. " 사망자 하나 없이, 모든 요원들은 인류를 위한다는 큰 목적하에 우주의 오지에서 대동 단결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살로마 타임즈지는.. " 이번 인공태양의 성공은 인류에게 광명을 내려준..." 그러나, 같은 날 cosmic green-peace의 달 독립정부 망명 소식이 다뤄진 신문은 거의 없었다. - * - 수현은 먼 우주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창'(우주선 외벽에 스크린 장치를 하여 '창문'의 효과를 낸 장치)가 에 기대어 서있었다. " 똑똑." " 들어와요." 듀나였다. "좀. 괜찮으신가요?" 초췌한 얼굴의 수현이 간신히 대답했다. "네. 그럭저럭" 둘은 멀리서 자그마하게 불타는 태양 제네아를 바라보며, 한동안 창가에 앉아 있었다. .... 수현이 갑자기 입을열었다. " 그 가짜 듀나는 왜 그 의료사고때 나를 구했던 걸까요?" " 당신을 구한 건 그 여자가 아니었어요." "네?" "그 여자는 내게서 탈취한 킬러프로그램으로 찬수를 해치운 뒤 당신을 죽이려 했는데, 그 순간 그여자의 단말기화면에 자신의 혼잣말이 찍혀 나온 것이에요. 당황한 그 여자는 살인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죠." 듀나는 한동안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가짜 듀나가 킬러프로그램이라 불렀던 프로그램의 정체가 무었이었는지는결국 알 수 없네요. 어쩌면, 찬수였던 그 로봇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군요." 수현은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혼자 되뇌였다. 그 때, 보일듯 말듯하게 수현의 방 전원이 어두워졌다. 수현의 눈물을 감춰주기라도 하듯이.. 그러나, 결국 인공태양은 우주의 한구석을 비추고 있었고, 인류는 또하나의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뭏든, 그들은 성공했던 것이다. ************************************************************ .. 에필로그 .. 한때, 로봇이었다가, 이제는 실체도 없이 신경망을 떠도는 박찬수. 가끔씩은 목숨을 걸고 달정부의 킬러프로그램 장벽을 넘어 수현의 우주창(창문 역할을 하는 기지내 스크린)에 모습을 나타내곤 한다. 그러나, 이미 혈안이 되어 있는 킬러프로그램을 피해가는 행운이 얼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 수현은 저 먼 제네아 행성의 달기지에서 사라져간 찬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때, 우주창에 비친 푸른 지구위로, 찬수의 모습이 십년전의 모습 그대로 떠올랐다. 가끔씩은 정말 창밖에 서있는 듯이 생생히 눈에 보이는 것이다. 이때. 갑자기전원이 깜박거리면서, 일시 컴퓨터 신경망의 차단을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달기지 전체를 울렸다. 최근의 달정부 신경망을 넘나들던 해커프로그램이 드디어 덫에 걸린 것이다. 수현의 우주창에 모습을 드러냈던 찬수의 영상은 서서히 금빛으로 흔들리며 부셔졌고, 이후로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수현의 기억속에 찬수는 영원히..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