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우주복( The Haunted Space Suit ) Arthur C. Clarke 번역: 이기훈 인공위성 통제센터가 호출했을때, 나는 우주정거장의 관측용 돔(dome) - 정거장 축부분에 바퀴의 휠캡처럼 튀어나와 있는 유리재질의 돔형 사무실 - 에서 그날의 진척상황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그 곳은 사실 일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였다. 눈앞에 어마어마한 장관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몇 야드 앞에는 건설팀이 거대한 조각그림을 맞추듯 정거장을 조립하면서 느린 발레의 동작을 연출하고 있었고, 그너머로 보름달처럼 둥근 지구의 청록색 광채가 이만마일이나 떨어져 흐릿한 성운을 배경으로 떠다니고 있었다. "여기는 정거장 감독관이다. 무슨 일인가?" " 2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다에 작은 반향이 감지되었습니다. 시리우스좌 서쪽 5도 지점인데, 거의 움직이지 않아 보입니다.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궤도를따라 그리 정확히 움직인다면 유성일리는 없다. 여기서 떨어뜨린 거겠지. 아마 정거장에서 표류해 나간 장비중에 불필요하게 견고하게 제작된 그런 부분일것이다. 그렇게 나는 추측했다. 그런데, 옆의 쌍안경을 잡아당겨 오리온 근처 하늘을 수색해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 우주유영물체는 인공물이기는 해도, 우리가 제작한 것이 아니었다. "발견했다. 누군가의 시험위성이다. 깔때기 모양이고 네 개의 안테나가 있다. 디자인을 보니, 아마도 1960년대 U.S.공군 소속같다. 송신기가 고장나서궤도를잃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고 들었다. U.S공군은 이 궤도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느라 꽤나 많은 시도를 했었다." 화일을 통한 간단한 검색후에, 통제센터는 내 추측을 확인했다. 지금,그러니까 1988년의 워싱턴이 우리가 발견한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걸 확인하는데는 좀 더 오래 걸렸다. 아마 다시 그걸 잃어버리는 편을 더 좋아하리라. "그래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통제센터에서 말했다. "그걸 원하는 사람은 없어도 궤도항해에는 위협이 됩니다. 누가 나가서 그걸 우주정거장으로 끌어올리는 게 좋겠습니다. 궤도에서 끄집어 내야죠." 생각해보니 그 누군가는 나밖에 없었다. 꽉 짜여진 건설팀에서 어찌 누군가를 빼낼 수 있겠는가. 벌써, 일정이 지연됫고, 일이 하루만 늦어져도 백만달러는 족히 손실이었다. 모든 지구의 라디오와 TV네트워크는 초초히 이 우주정거장을 통해 프로그램을 방송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처음으로 진정한 전지구(남극에서 북극까지) 차원의 방송이 실현 되는 것이다. "내가 나가서 처리하지." 비록 모두에게 큰 일이라도 해주는 양 애써 말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주공간에 나간지 적어도 두주는 되었던 것이다. 에어락(air lock)으로 가는동안 마주친 승무원이라고는 토미, 우리에게 새로 생긴 고양이 뿐이었다. 애완동물은 지구로부터 수천마일이나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무중력상태에 스스로를 적응시킬 수 있는 동물은 많지 않았다. 우주복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동안, 토미는 불평하듯 야옹거렸다. 그러나 그녀석하고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다. 이 시점에서 정거장에서 사용하는 우주복은 달에서 걸어다닐때 사람들이 입는 부드러운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말을 해야겠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한사람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쬐그만 우주선이라 할 수 있다. 뭉뚝한 실린더형태인데,길이는 약 7피트정도이고 저출력 추진 제트가 갖춰져 있다. 그리고 조작자의 팔을 위하여 위쪽 끝에 아코디언 같은 소매가 한쌍이 있었다. 바로 나 혼자만의 우주선속에 몸을 집어넣고는 자리를 잡고, 파워를 켰다. 그리고, 작은 계기판의 눈금들을 점검했다. 모든 바늘은 정상을 가리키고 있엇다. 그래서 나는 머리위의 투명한 덮개를 내려서 우주복을 닫고 토미에게 행운의 윙크를 했다. 이런 짧은 여행에서는 우주복의 내부 락커 점검은 불필요했다. 그것은 임무가 연장될 때를 대비한 비상장비와 식량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나를 공기락속으로 이동시킴에 따라, 마치 어머니의 등에 업혀 운반되는 인디언 젖먹이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때 펌프가 압력을 0까지 내렸다. 바깥문이 열리고 마지막 공기의 흔적이 나를 별들에게 떠밀었다. 매우 천천히 몸이 회전했다. 우주정거장에서 불과 12피트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이제 독립된 행성이었다. -내자신의 작은 세계. 작고 움직이는 실린더에 전체 우주에 대한 최상의 시야와 함께 밀봉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상, 우주복 내부에서 움직일 자유는 없었다. 속이 덧대진 좌석과 안전벨트는 내가 몸을 돌리는 것도 방해했다. 그래도, 손과 발로 모든 조절장치와 락커에 손을 댈 수는 있었다. 우주공간에서 가장 큰 적은 태양이다. 그것은 수초안에 눈을 멀게 해버릴 수도 있다. 매우 조심스럽게 나는 우주복의 '밤'쪽의 어두운 필터를 열었다. 그리고 별쪽을 쳐다보려 머리를 돌렸다. 동시에 나는 어떤식으로든 우주복이 회전하더라도 눈이 보호될 수 있도록 헬멧의 외부 태양그늘판을 자동으로 놓았다. 곧, 금속성의 광택이 주위의 별들로 부터 쉽게 구별되는 은색의 밝은 반점, 즉 나의 목표를 발견했다. 제트 조정페달을 밟았다. 저출력 로켓이 나를 정거장에서 멀리 떨어뜨릴때 부드러운 가속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한 10초 정도 지속적으로 떠밀려 가다가 추진력을 껐다. 그리고 나머지를 접근하는데 5분이 걸렸고, 인양작업을 끝내고돌아오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심연속을 헤치고 막 움직이기 시작할때 뭔가 치명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깨달았다. 우주복속은 결코 조용한 법이 없다. 항상 산소의 차분한 쉿하는 소리와 팬과 모터의 희미한 윙윙거리는 소리, 스스로의 숨쉬는 소리의 살랑거림 ,심지어 충분히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규칙적인 심장의 고동소리까지 들리는 것이다. 이 소리들은 우주복을 통하여 반향될 뿐, 주위 공간으로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들은 우주의 생활에서는 표나지 않는 배경을 이루고, 단지 뭔가 변화가 생길때만 그걸 알수 있다. 그것들이 지금 변했다. 전혀 식별할 수 없는 소리가 첨가되어 있었다. 그것은 간헐적이고 소음된 쿵떨어지는 소리였고,때때로는 문지르는 소리도 수반되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숨을 죽이고 이 낯선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아내려 귀를 귀울였다. 계기판넬의 눈금은 아무 실마리도 주지 못했다. 모든 눈금은 그들의 위치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고 임박한 재난을 경고하는 적색불빛의 깜박거림도 전혀 없었다. 다소 안심이었다. 그러나 진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이런 문제에는 본능을 믿으라고 배웠다. 지금 깜박거리는 것은 본능의 경고신호였다. 너무 늦기전에 우주정거장으로 돌아가라는.... 지금도 나는 이 다음 몇분간을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다. 공포는 추론과 논리(모든사람이 우주의 신비에 맞서서 일어서야할)의 장벽을 압도하면서 천천히 조수처럼 마음에 밀려들었다. 나는 그때 이런게 미쳐가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 외에는 그 상황을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나를 괴롭히는 소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어떤 종류의 기계적 고장으로 나는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분명히 나는 완전한 고립상태에 있고, 다른 어떤 인간존재나 아니 어떤 물체와도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지금 옆에 있는 것이다. 이 침묵의 우주가 희미하지만, 그러나 틀림없는 생명이 꿈틀거리는 소리를 내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 처음의 심장까지도 얼어붙는 순간에는 어떤것이 내 우주복속으로 뚫고 들어오려는 것 같았다.- 뭔가 볼 수 없는것이 우주의 냉혹하고 잔인한 진공으로 부터 은신처를 찾으려는 것 처럼. 나는 꽉 조여진 우주복내에서 미친듯이 몸부림쳤다. 보면 위험한 태양쪽의 원추형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내 주위의 보이는 모든 공간을 낱낱이 살폈다. 그러나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있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의미심장한 비벼대는 소리는 어느때보다 명확해졌다. 우리얘기를 한 많은 글들의 넌센스에도 불구하고 우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미신적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논리적 기반의 끝에 도달 한 지금 우주정거장 바로 곁에서 죽은 버니 섬머 생각이 떠올랐다고, 내가 비난받아야 할까? 그것은 "불가능한" 사고의 하나였다. 사고란게 항상 그렇지만, 세가지가 한꺼번에 고장이 났다. 버니의 산소조절기가 거칠게 작동해서 압력이 갑자기 치솟았고, 안전밸브가 고장나 날아가 버렸고,- 그리고, 잘못된 우주복의 연결부분이 뚫어져 버렸다. 일초의 몇분의 일도 안되는 시간에 그는 우주공간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나는 버니를 전에 안적도 없지만, 갑자기 그의 운명이 내게 압도적인 중요성으로 다가왔다. 내 마음속에 공포스런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누구도 이런 얘기는 않한다. 파괴된 우주복은 사실 너무 비싼 것이라, 심지어 그것이 그 안의사람을 죽게 했을지라도 버려지지 않는다. 수리되고 다시 번호가 붙여진다. 그리고,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 고향에서 그리도 멀리 떨어진 별들사이에서 죽은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버니, 당신 아직도 잃어버린 먼 고향을 잇는 마지막 고리에 사로잡혀 거기에 있는거요? > 사방에서 다가오는 악몽과 싸우고 있다보니, - 긁어대고 부드럽게 만지작거리는 소리가 이제는 사방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 매달릴 희망은 한가지 밖에 없었다. 제정신을 차릴려면 이것이 버니의 우주복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야만 했다. 내 주위를 꽉 감싸고 있는 금속벽이 다른 사람의 캡슐인 적이 없었다는 바로 그 사실을. 몇 번을 시도해서 간신히 오른쪽 버튼을 눌렀고, 송신기를 긴급주파수대로 맞출수 있었다. "정거장" 나는 헐떡거렸다. "곤경에 빠졌소. 내 우주복에 대한 기록을 점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면 마이크로폰을 고장난다고 했다. 그러나 우주의 절대적인 고립상태에 홀로 놓여있는데, 누가 목뒤를 슬쩍 건드리면, 소리를 지르지 않을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는가? 나는 보호복이 꽉죄고 있는 것도 모르고,앞으로 내달으려고 한것 같다. 그리고, 조정판넬의 위모서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긴급 구조대가 몇 분후에 도착했을때, 나는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고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인공위성 교환시스템 전체 승무원중에서 제일 나중까지 무슨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한시간 후 의식을 찾았을때,모든 의료진들이 내침대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잠시후 의사들 - 그리고 확실히 눈치빠른 작은 우주 간호사까지 -은 내게서 전부들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들은 우리의 지독히 잘못 이름지은 토미(역자주:암코양이에 수코양이 이름을 붙였으니)가 내 우주복의 3번 저장락커에서 낳아 기르던,세마리 새끼 고양이들과 놀기에는 너무 바빴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