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sf의 명장면들' #1. - '여름을 가는 문'을 찾아 돌아다니는 고양이 - 고양이 한마리가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피터인데, 자기하고 주인이랑 사는 집에 뭔가 이상이 생긴겁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피터지만 주인이 가난한 탓에 맨허턴 피폭지대 변두리에 있는 낡은 목조 가옥으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습니다. 그 집은 하수시설도 제대로 안되어 있지만, 단 하나 장점이 있습니다.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가 놀랍게도 11개나 있는 겁니다. 아니 피터 전용문까지 합치면 12개이군요. 아뭏든 여름이 지나가면서 좀 추워지기는 했지만 다니기 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여름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느긋하게 전용문으로 나갔더니 불쾌한 흰색 눈이 마당에 가득차 있고 '여름'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거죠. 피터는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습니다. '나의 여름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그래서 고양이 피터는 '날씨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주인을 앞장세우고 그 집의 인간용 문 11개를 고집스레 반복해서 순례를 합니다. 어디엔가 '여름으로 가는 문'이 반드시 있을거라는 굳은 신념을 버리지 않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꺼벙한 주인(못된 여자한테 사기에 실연까지 당했으니..)도 어디엔가 피터의 여름과 같이 춥지 않고 따스한 '인생의 여름'이 있을거라는 허망한 꿈을 안고 '냉동수면'의 길을 택합니다. 저 시간의 저편 어딘가에 '여름'이 있을거라는 굳은 신념을 버리지 않은채.. 그 고양이에 그 주인이군요. 고양이와 못마땅한 겨울, 그리고 저 중 하나가 틀림없이 여름으로 가는 문일거야라고 미련을 남기는 11개나 되는 문들. 그리고 추위. 대단한 상징성입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나 노인이 잡아오다 뼈만 남은 큰 고기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런 장면이 나온 다음이어선지, 하인라인이 끝끝내 우겨서 해피엔딩을 만들어 내도 전혀 거부감이 안든 기억이 납니다. 아니 속으로는 '불쌍한 주인공을 왜저리 고생시킬까?'하는 시네마파라디소의 관객이 되었었지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야무져보여서 싫었던 고양이와 덥기만 하지 뭐가 좋으냐 싶었던 여름,이 둘을 동시에 좋아하게 만든 결정적인 장면이 숨어있던 소설이었습니다.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 여러분도 한번 다시들 펼쳐보세요. 벌써 초여름이 되었군요. 禪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