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대( Sur ) 어슐러 K. 르귄 번역: 이기훈 1909-1910,옐코 원정대의 남극탐험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 이 보고서를 출판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라도 나나 누군가의 손자가 먼훗날 발견하게 되는 것도 좋지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걸 다락방의 여행가방에다가 로시타의 세례복이랑 쟈니토의 은색 딸랑이,내 결혼식 신발과 순록가죽 장화와 함께 넣어놓을 작정이다. 원정을 떠나자면 제일 먼저 마련해야 하면서도 또 가장 해결하기 힘든게 있다. 바로 자금마 련이다. 리마(역자주:페루의 수도)의 조용한 교외에 서있는 이 집에, 게다가 다락방의 여행 가방 깊숙히 쳐박힐 이 보고서에서조차 감히 그 관대한 은인의 이름을 쓸 수 없는 것은 정말 유감스럽다. 실로 무한한 너그러움을 베풀어주신 그분이 없었다면 우리 옐코원정대는 기껏해 야 게으른 공상속에서 소풍이나 가는 정도였을 것이다. 최상의 그리고 최신의 장비에다,항상 넉넉하고 훌륭했던 식량, 그리고 칠레정부의 배와 그 배의 용감한 군인들과 씩식한 뱃사람 들. 이 모두가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 세계를 돌아서 도중에 두번이나 보내졌다. 이는 다 우 리의 저 은인..아. 그분의 이름을 말할수 없다니, 그러나 나는 죽을때까지 그 분에게 신세진 걸 가장 큰 행복으로 느끼며 살 것이다. 쪼끄만 어린아이 때부터 나의 모든 상상력은 벨지카 호의 항해에 관한 신문기사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 <벨지카호>는 <푸에고 군도>의 남쪽으 로 항해 하면서 <벨링스하우젠 해역>에서 빙하에 갖혔었는데, 1년 내내 빙하와 함께 떠내려 가서, 그 배의 선원들은 식량부족과 영원한 겨울의 장막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된 고생을 했 었다. 나는 그 탐험보고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나중에 우루과이의 당당한 이리자 대장이 <사우드 세틀린드 제도>에서 노르덴스쿄드 박사를 구조한 얘기와 <웨델 해>에서의 <스코티아 호>의 모험을 흥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이 모든 탐험이 내게는 단지 <대발견의 항해>이라는 책에 나오는 1902-1904의 영국 국립 남극원정대 얘기와 스코트대장의 탐험보고서에 비하면 단순히 앞서 스쳐지나간 사람들에 불과했다. 이 책은 런던에서 주문해서 천번은 다시 읽었고 직접 내 눈으로 이 흥미로운 대륙, 마지막 <남쪽의 땅끝>을 보아야 겠다는 갈망으로 나를 가 득채웠다. 그 남극이 우리의 지도와 지구의 위에 바로 놓여져 있었다. 그 것들은 지금 정말 거기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해안선과 모호한 곶, 가상의 섬들이 스크렙으로 테가 둘러져 있는 뜬구름같고 허황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갈망은 남극의 눈만큼이나 순수했다. 가자. 가서 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스코트 대장의 원정대의 과학적 성취를 깊이 존경한다. 그리고 물리학자나 기상학자,생물학자 등등의 발견을 정열적인 흥미를 가지고 읽 었다. 그러나 어떤 과학분야를 교육받지도 않았고 그럴 기회도 없었다보니, 나의 무지는 남 극에 관한 어떤 과학적 지식의 실체에 뭔가 더할 어떤 생각도 단념하게 했다. 사실 내 원정 대의 모두도 마찬가지였다. 그 것은 좀 안된 일이었지만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 리의 목표는 관측과 탐험에 국한되어 있었다. 우리는 한발자욱이라도 더나가서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고 싶었다. 안되면 그냥 갈만큼 가서 구경하고 올 생각이었다. 내생각으로는 단순 하고도 겸손한 야심이었다. 친애하는 사촌이자 친구인 쥬아나 ___ (혹시 이 보고서가 결국 낯선사람 손에 들어가면 우 리를 철석같이 믿을 남편들과 자식들에게 낭패나 불쾌한 오명이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름을 쓸때 성은 안쓸 작정이다.)의 지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 야심까지도 채 못되고 그 냥 소망정도로 남기 쉬웠으리라. 나는 쥬아나에게 <대발견의 항해>의 복사본을 빌려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1908년 어느 일요일, 미사가 끝난 뒤에 <플라자 드 아르마스>(역자주: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중앙광장)에서 파라솔을 쓰고 가로질러 걷고 있었는데, "좋아. 스코트대장 이 했다면 우리는 왜 못하지?"라고 쥬아나가 말하는 것이었다. 발파라이소(역자주: 칠레 중앙에 위치한 태평양연안의 주요도시)에 사는 칼로타 ___에게 편 지를 쓰자고 제안한 것도 쥬아나였다. 칼로타를 통해 우리는 그 은인을 만났고 자금과 배와 심지어는 원정을 위해 둘러댈 그럴듯한 구실도 얻었다. 우리들 중의 몇 명이 헌신봉사하라 고 강요받았다는 구실로 볼리비아 수녀원에 피정을 가야 한다고 둘러댈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나머지는 겨울동안 파리에 갈 예정이라고 둘러댔다.) 그리고 쥬아나는 눈앞이 깜깜할 지 경에서도 끝까지 굳은 의지로 목표를 이룰때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1909년의 처음 몇 달동안에는 절망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남극원정이라는 것이 페미컨(역자주: 말린소고기에 지방을 섞어 굳힌 주로 인디언의 비상식량)이 250킬로그 램 이상이나 소비되는 것이고 일생동안의 후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원정대를 모으 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같이 가자고 부탁받은 몇 안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생각에 우리는 미쳐있었거나 혹은 치기에 차있 었고 아니면 둘 다였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나눈 몇 안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계획이 시작되면, 일상의무를 내버려두고 적어도 여섯달은 걸리고 무시못할 불확실성과 위험 이 가득찬 항해에 선뜻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적었다. 병든 부모, 직장일에 둘러싸인 염 려되는 남편, 애도 돌볼 줄 모르는 능력없고 무지한 하인과 함께 집에 홀로 있는 아이, 이런 것들은 옆으로 가볍게 제쳐둘 성질의 의무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의무에서 도망치려는 사 람은 고된 일과 모험, 궁핍속에서 바람직한 동료는 못될 것이다. 그러나 승리가 우리 노력에 보답을 할터인데, 차질과 지연에 머무러야 할 이유는 없다. 아 니면 비열한 모략장이와 노골적인 거짓말장이라도 고용해야 했을까? 난 단지 같이 가고 싶었 지만 어떤 모략에 의해 그러지 못했던 친구들 생각에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험 도 불확실성도 그리고 희망도 없는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갔던 것이다. 1909년 8월 17일, 칠레의 푼타아레나스 시에서 원정대의 모든 구성원들은 모였다. 구성원들 은 이랬다. 페루사람인 쥬아나와 나 두사람과, 아르헨티나에서 온 죠,베르타,테레사, 그리고 우리의 칠레인 칼로타와 그녀의 친구들인 에바,페피타,돌로레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키 토(역자주:에쿠아도르의 수도)에서 마리아의 남편이 아프다는 소식이 왔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돌보기 위해 남아있어야만 했다. 우리는 10명이 아닌 아홉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고작 8명 밖에 안되는구나 체념하고 있었는데 해가 막 질때 그 불굴의 죠가 인디안들이 배치된 작 은 통나무배로 도착했다. 그녀의 작은 배는 마젤란 해협으로 들어오자 마자 구멍이 났었기 때문에 물이 새고 있었다. 항해하기 전날 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린 지긋지긋한 푼타아레나 스 시의 항구여관에서 지긋지긋한 저녁을 즐길때 만약 아주 급박한 위험이 떠올라서 한사람 의 목소리에 당장의 이의제기 없이 복종해야 한다면 그 좋아할 것도 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되기로 결정했다. 만약 내가 감당하지 못하면 칼로타, 그녀도 그러면 베르타. 그래서 우리 셋은 그때 "최상의 잉카,","라 아라우카나,"(역자주: 칠레의 유명한 서사시 이름), 그 리고 "3등 항해사"로서 큰 환호와 줄거움 속에서 축배를 들었다. 나중에 매우 다행스럽고도 안심이 되게도 내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결코 의문시된적은 없었고 우리 아홉은 만사를 처 음부터 끝까지 누군가로부터의 명령하나 없이 해결해나갔다. 단지 두세번의 경우만 말이나 거수로서 투표를 해서 결정했을 뿐이다. 확실히 우리는 논쟁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식으로든지 논쟁은 하나의 결정으로 모아졌고 그대로 행동 에 취해졌다. 대개 적어도 한사람은 결정에 대해 불평을 했고 때때로는 심각하기도 했다. 그 러나 그런 불평과 "그것 봐. 내가 그랬었잖니."라고 가끔씩 말할 기회도 없다면 얼마나 인생 이 재미가 없겠는가. 누구라도 집안일을 치닥거리하고 애기들을 돌보면서 불평 한마디씩은 하기 마련이니 남극에서 썰매운반같은 일을 할때야 말할 나위도 없다. 군인들 - 승선해서 알 게 된 것이지만 - 은 불평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아홉은 과거에도, 지금도, 태 어나고 교육받으면서부터도 분명히 구제불능으로 시끌법석한 사람들이었다. 남극대륙으로 가려면, 원래 우리 훌륭한 배의 선장이 강력히 추천했듯이, <사우스세틀랜드 제도>와 <벨링스하우젠 해역> 쪽을 향해 가거나 ,아니면 <사우스오크니 군도>를 거쳐 <웨들 해>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우리는 로스 해의 서쪽으로 항해하기로 계획을 잡 았다. 그 항로는 스코트 대장이 탐험하고 묘사했던 길이었다. 그리고 저 용감한 어니스트 새 클톤이 바로 지난 가을에 탐험하고 돌아왔던 바로 그 길이었다. 이 지역은 남극해안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그 걸로 충분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배의 안전에 약간의 보증이 되는 것이기는 했다. 우리는 그 배를 위태롭게 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팔도 선장은 해도와 우리의 계획서를 검토한 뒤 우리에게 동의했다. 그래서 우린 다음날 아 침 <푼타아레나스>를 출발해서 마젤란해협을 나와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지구를 반 쯤 돌아가는 우리 여행에는 운이 따랐다. 작은 옐코호는 경쾌하게 풍광속으로 증 기를 내뿜었고,남극 해의 바다가 물결치는 대로 오르내리면서 세계를 거침없이 돌아달리고 있었다. 황소와도 싸운적이 있고 고향의 에스탄샤(역자주: 남미에서 야생소떼를 기반으로 시 작된 대규모 목장)에서 훨씬 더 위험한 암소와도 싸운적이 있는 쥬아나는 그 배를 "라 바카 발린테,(la vaca valiente)" 라고 불렀다. 그녀는 언제나 그 때의 짜릿한 흥분을 못잊어했던 것이다. 일단 멀미를 극복하자자 모두에게 바다 항해는 즐거워졌다. 때때로는 저 친절하지만 참견하기 좋아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과보호에 숨이막히기도 했다. 그들은 기사도정신을 발휘 해서 작은 선실 세 개를 내줘놓고는, 우리가 거기에 웅크려 있어야만 '안전'하다고 믿는 것 같았다. 우리는 빙산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멀리 보다 남쪽에서 빙산을 처음 발견했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 <뷰브 클리케트(Veuve Clicquot)>를 마시며 그걸 자축했다. 다음날 우리는 얼음대륙 과 겨울동안 어는 남극의 바다에서 느슨하게 깨어져 나와 봄에는 북쪽으로 표류하는 부빙군 (浮氷群)과 빙산이 가득찬 해협으로 들어갔다. 행운의 여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미소짓고 있 었다. 우리의 작은 증기선은 선체의 금속이 강화되지 않아서 얼음을 뚫고 나가긴 어려운 배 였다. 그래도 우리배는 주저없이 틈새를 이리저리 비집고 항해를 계속했다. 3일째 되는날 많 은 배들이 몇 주간이나 빠져나가려 애쓰다 돌아가곤 했던 부빙지대에서 우리는 빠져나왔다. 우리앞에는 이제 로스 해의 짙은 회색물결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수평선가로 어렴풋 이 <그레이트 아이스 베리어>(역자주:남극의 대 빙상氷床, 겨울에는 얼어서 두꺼운 빙판으로 수면에 노출되어 있어서 배가 나아갈 수 없다.)가 구름에 반사되어 어렴풋이 빛나는 게 보였 다. 로스 해에 서경 160도의 약간 동쪽으로 들어서자 그 <베리어>가 시야에 들어왔다. 스콧트 대장 일행이 광대한 빙상지대에서 만곡부를 발견하고 배를 대서 정찰과 사진을 위해 수소기 구를 날려보냈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 장벽의 높이솟은 정면과 깎아지른 듯한 언덕, 그리고 담청색과 보라색의 물에 깎여나간 동굴들, 이 모두가 스콧트 대장이 묘사한 그대로였다. 위 치가 조금 바뀌어 있기는 했다. 좁은 해안선의 굴곡은 상당히 큰 만(灣)으로 바뀌어 있었다. 기막히게 멋진 범고래들이 찬란한 남쪽 봄햇살아래 거기서 노닐었고, 이따금씩은 하늘가로 물줄기를 뿜어대었다. 확실히 상당한 범위의 얼음이 1902년 <대발견의 항해>의 팀이 통과한 이후로 <베리어>(적 어도 그 광활한 대부분이 육지라기 보다는 바다에 속하는)에서 부터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이런 상황때문에 <베리어> 그자체에 캠프를 설치하려는 우리의 계획은 새로운 검토가 필요했 다. 그래서 우리는 대안을 생각하는 동안 팔도선장에게 배를 <베리어> 정면을 따라 서쪽으로 <로스 섬>과 <맥멀도 하구河口>쪽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바다는 얼음도 없고 아주 고요했기 때문에 그는 기꺼이 그래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에레버스 산>의 분화구에서 나오 는 연기기둥을 보았을때 우리는 또 한번 <뷰브 클리퀘트>로 축배를 들었다. 옐코호는 <어라이벌 만>에 닻을 내렸고 우리는 보트를 타고 해변으로 향했다. 남극의 대지 , 화산 기슭에 덮힌 그 메마르고 차가운 자갈위에 첫걸음을 내딛을때는 정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나는 의기양양했고 조급한데다,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경외심에 사 로잡히다가는 친숙감이 들기도 했다. 마침내 고향에 온 듯 싶었다. 여덟마리 아델리 펭귄들 이 즉시 불만과 흥미가 뒤섞인 소리들을 내며 우리를 환영나왔다. "도대체 어디 갔다왔죠? 왜 그리 늦게 왔나요? <막사>가 이 길따라 있어요. 이리로 와요. 거기 암석 조심해요!"펭귄 들은 <막사>를 방문하라고 우리를 졸라댔다. <막사>는 스코트의 일행이 세운 큰 구조물인데 그의 책에 그림과 사진으로 실려있었다. 그러나 그 주변의 풍경은 역겨웠다. 바다표범 가죽 과 뼈, 펭귄뼈, 쓰레기가 가득차 있었고 도둑갈매기가 광란해서 날뛰면서 그 무덤같은 곳을 점유하고 있었다. 우리의 안내원들은 쥐죽은듯 고요하게 도살장을 뒤뚱거려 지나갔고, 그 중 의 한 펭귄은 비록 따라 들어오지는 않았어도 날 개인적으로 문까지 안내하는 호의를 보였 다. <막사>의 내부는 덜 공격적이었다. 그러나 매우 황량했다. 보급품 상자들은 방안의 조그만 공간에 쌓아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대발견의 항해>의 팀이 긴겨울밤에 노래를 지어 부르고 멜로드라마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리라 생각해왔던 그 장소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 랐다. (아주 나중에 우리는, 어니스트 경이 우리보다 일년 앞서와서 <막사>내부를 전부 다시 정리했다는 걸 알았다.) 막사는 더러웠고 그 주위는 볼품없이 흐트러져 있었다. 1파운드짜리 양철 차 깡통하나가 따진 채로 놓여있었고 빈 고기깡통이 주위에 나뒹굴었다. 비스켜들은 바 닥에 흩트러져 있었고, 많은 개똥이 발아래 있었다. 물론 얼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별로 나아보이지도 않았다. 틀림없이 마지막에 여기 머무른 사람들은 아마도 눈보라속에서 서둘러 떠나야했던 것 같다. 하긴 그들이 깡통뚜껑 정도를 닫아놓고 갔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 을 것이다. 집안청소라는 무한한 예술은 아마추어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테레사는 우리가 캠프로 그 막사를 쓰자고 제안했다. 죠는 거기에 불을 지르자고 반대의견 을 내놨다. 결국 우리는 <막사>를 문을 닫고 원래 있던 그대로 놔뒀다. 펭귄들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래선지 보트로 가는 길 내내 우리를 환대했다. <맥머르도 하구>는 얼음이 없었다. 그래서 팔도 선장은 이제 로스 섬을 떠나서 빅토리아랜 드로 가로질러가자고 했다. 거기서 <서쪽 산맥>의 기슭에, 건조하고 딱딱한 대지위에다 우리 의 캠프를 설치하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봉우리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간신히 매달려 있는 권곡과 빙하가 가득찬 그 산맥은 마치 스코트 대장이 서쪽 여행길에 발견한 그 당시 만 큼이나 무섭게 밑였다. 그래서 우리중 아무도 거기에 캠프를 설치할 생각은 안했다. 그 날밤 배에서 우리는, <그레이트 아이스 베리어>로 다시 돌아가서 애초 계획대로 거기에 다가 캠프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모든 보고서들이 한결같이 남쪽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은 <그레이트 아이스 베리어>를 가로질러서 남극대륙의 전체를 형성하는 고원에 합 류하는 빙하로 올라간나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도 선장은 이 계획에 강력히 반대했다. 만약 <베리어>가 "새끼를 낳는다면",즉 우리가 있던 바로 그 얼음부분이 빙상에서 떨어져 나가 북쪽으로 표류라도 하게된다면, 우리가 어찌되겠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죠가 말했다, "좋아요. 그 때는 우린 내버려두고 가버리세요." 그러나 선장은 이 문제에 집착하다 가 결국은 자신을 설득한 나머지 보트를 남겨두고 가기로 했다. 만약의 경우 그 걸 사용하라 는 것이었다. 우리는 나중에 고기잡는데 그 걸 유용하게 썼다. 로스 섬으로 그냥 놀러가본 것이 남극대륙에서의 내 첫걸음이었는데 완전히 즐겁지만은 않 았다. 나는 어떤 영국시인의 싯구절이 떠올랐다. ' 사방은 모두 훌륭하건만, 인간만 홀로 이리 하찮구나.' 그 때에는 영웅의 뒤안길은 종종 다소 슬펐다. 여자들과 하인들은 그 걸 안다. 또한 바로 그 때문에 영웅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영웅의 업적이란게 보통사람들이 생각 하는 것보다는 왜소하다. 위대한 것은 하늘이고 대지이며 바다요 영혼이다. 나는 그 날 저녁 동쪽으로 돌아가는 배위에서 뒤 쪽을 쳐다보았다. 이제 열시간 남짓의 햇빛이 내려쬐는 9월 에 깊이 들어서 있었다. 봄의 일몰은 에레버스 산의 해발 만이천피트 높이의 정상위로 길게 늘어지고 있었고 분화구에서 나오는 연기위를 순금빛의 장미색으로 물들였다. 우리배의 작은 굴뚝에서 나는 연기는 배가 거대한 얼음기둥 아래로 빠져나갈때 어슴프레한 바다위로 푸르게 흩어져갔다. 우리가 <오르카 만> - 몇 년 뒤에 알았는데 어니스트 경은 거기에 <고래 만>이라고 이름붙 였다.- 에 다시 돌아왔을때 우리는 <베리어>의 끝에서 배를 대기 쉬운 충분히 낮은 은신처를 발견했다. 옐코호는 얼음에다 닻을 고정시키며 정박했다. 그리고 길고도 힘들었던 다음날에 우리는 보급품들을 풀고 배를 정박시킨 곳에서 500미터 쯤 떨어진 곳에 캠프를 설치하였다. 옐코호의 선원들이 정말 귀중한 도움을 주었고 계속해서 충고를 해주었다. 우리모두는 그 도 움을 감사히 받아들였고 충고의 대부분은 정말 중요한 것들이었다. 지금까지의 날씨는 이 정도 위도에서의 봄치고는 예외적으로 온화했다. 기온은 아직 영하 30도도 채 안되었다. 우리가 캠프를 설치하는 동안 눈보라가 한번 불어닥쳤을 뿐이었다. 그 러나 스코트 대장은 <그레이트 아이스 베리어>에서의 남풍에 대해 씁쓸히 말했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대비한 계획을 짰다. 우리캠프는 사방의 바람에 노출되어 있었서 땅위로는 딱 딱한 구조물을 세우지 않았다. 얼음바닥을 파서 개인용 참호를 팠고 거기에 건초를 깔고 소 나무판을 댄 다음 대나무 장대 위에 텐트로 지붕을 쳤다. 큰 중앙실은 즉흥적으로 우리 아르 헨티나 숙녀에 의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라고 이름붙여졌다. 아르헨티나인에게 중앙은 어 디에 있든 항상 <부에노스 아이레스>인 것이다. 난방과 요리에 쓸 난로는 <부에노스 아이레 스>에 놓여졌다. 저장용 터널과 화장실(<푼타아레나스>라고 부르기로 했다.)은 난로로 부터 약간의 열이 전해지게 되어 있었다. 수면용 개인침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향해 열려져 있었고 발부터 기어들어가야 할 만큼 작은 튜브였다. 건초로 깊이 안이 대어져 있어서 곧 체 온으로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뱃사람들은 그걸 <관>이나 <벌레구멍>이라고 부르면서 얼음속 의 우리 은신처를 무서워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작은 토끼장>,혹은 <양치기 개들의 화목한 마을>은 꽤 쓸만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럭저럭 쓸만한 온기와 프라이버시를 제 공했다. 만약 옐코호가 2월에 얼음들을 뚫고 이리로 들어올 수 없으면, 우리는 남극에서 겨 울을 보내야 하고 비록 제한급식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우리는 해낼 수 있었다. 다 가오는 여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캠프 <서다메리카 델 서르 ,남 남 아메리카> (우리는 그냥 캠프라고 불렀다.)는 단순히 잠을 자고 보급품을 보관해두고 눈보라를 피할 피난처 정도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베르타와 에바에게는 캠프가 그 이상이었다. 끊임없이 환기체계를 향상시켰고 어떻 게든 빛이 들어올 창문을 만들어 내는가하면 개인침실에 새로 부착할 것들을 우리에게 뵤여 주기도 하고 거처에서 얼음을 파내는 등, 수석 건축디자이너이자, 가장 재능있는 건축굴착기 사였고 가장 부지런하고 즐거운 거주자들이었다. 비축품들이 그리 간편하게 실렸고 난로가 효율적으로 꺼내져서 가열될 수 있었던 것, 게다 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놀랄만큼 아늑하고 편리했다. 우리 아홉사람은 거기서 요리하고, 먹고, 일하고 ,얘기하고, 논쟁하고, 불평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와 밴조를 연주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원정에 관계된 책과 지도가 놓여진 도서관이기도 했다. 우리는 거기서 정말 화목하게 지냈다. 게다가 만약 혼자 있고 싶다던가 하면 취침용 참호에 에 머리를 먼저 넣고 기어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베르타는 한 술 더 떴다. 캠프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한 다음 에, 그녀는 얼음 표면 바로 밑으로 투명한 얼음 한 겹이 온실지붕처럼 위로 덮히도록 작은 방하나를 더 팠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혼자 조각을 했다. 조각품들은 <웨들 해>의 바다표 범의 양감과 미묘한 곡선에다가 기대어 서있는 인간의 모습을 절묘히 섞어놓은 듯한 아름다 운 형태였다. 다른 것들은 얼음동굴이나 벼랑의 눈더미들의 환상적인 모양과 비슷했다. 아마 그것들은 그 눈덮힌 <그레이트 아이스 베리어>속에 숨어있는 그 조그만 방안에 지금도 그대 로 있을것이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거기에서 그 조각들은 아마 대리석조각 만큼이나 오래 남게 될 것이다. 베르타는 녹을까봐 그걸 북쪽으로 갖고 오질 못했다. 얼음으로 조각된 작품 들의 어쩔수없는 자연적인 한계였다. 팔도 선장은 우리를 떠나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할 임무가 있는 선장으로서 무작정 로스 해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선의의 명령들, 이를 테면 구경하러 아 무데나 가지마라, 위험한 일은 피해라, 동상조심해라 날카로운 도구는 쓰지마라, 얼음이 갈 라진 틈새를 조심해라, 등등의 명령들을 잔뜩 내렸다. 그리고 진심에서 우러나서 <오르카 만>으로 2월 20일에 돌아오겠다고, 혹시 안되면 바람과 빙산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그 근처 로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착한 사람은 안녕이라 말했다. 그의 선원들은 닻을 들 어올리는 동안에 우리에게 큰소리로 쾌활하게 인사했다. 그날 저녁 10월의 긴 주홍빛 노을속 에서 우리는 옐코호의 돛대가 북쪽 수평선 아래로 사라져가는 걸 보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얼음과 침묵과 그리고 남극만이 남아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남쪽으로 내려가볼 계획을 세웠다. 이 후로 짧은 실습탐색을 하고 비축창 고를 쌓는 와중에 몇 달이 지나갔다. 우리가 집에서 지냈던 생활은, 비록 나름으로는 고된 생활이었어도, 영하 일이십도에서 썰매를 끄는 고생에 적응하는데 아무 도움이 못되었다. 우 리는 모두 감히 긴 여정을 나서기전에 가능한 한 밖에서 많이 일해볼 필요가 있었다. 돌로레스와 칼로타와 함께 간 나의 가장 긴 모험은 <마크햄 산>을 향해서 남서쪽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 정말 악몽이었다. 거기에 도착했더니 눈보라와 꽉눌려 딱딱한에 모든 길이 사 라져버렸고 크레바스(역자주:얼음사이에 숨어서 잘안보이는 갈라진 틈)가 도처에 있는데다 산은 보이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도 온통 눈이내렸고 <사스트루기sastrugi>가 불어닥쳤 다. 그 원정은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또한 우리가 매우 무거운 짐을 메고 밖을 나갔었다는 점에서도 그 건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캠프 의 남남서쪽으로 100에서 130마일정도의 거리에 중간캠프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 이 이후로 다른 조는 더 멀리까지도 강행해서 나가곤 했다. 쥬아나와 죠는 탐험여정에서 남쪽으로 향하 는 거대한 빙하로 이르는 돌로된 일종의 출입구를 발견하였고, 우리는 위도 83도 43분의 그 지점의 바로 아래에 돌무더기를 쌓아올려 이정표를 만들고 비축물들을 쌓아두었다. 스코트 대장의 원정대를 못견디게 만들었고 결국 참혹하고 쇠약하게 만들었던 굶주림을 모면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한 우리자신의 만족, 우리가 적어도 스코트 대장의 억센 개들 못지않 게 훌륭히 스키를 끌 수 있다는 강한 만족도 동시에 쌓았 올렸다. 물론 우리가 그 개들처럼 빨리 스키를 끌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코트대장의 원정대가 빙상에서 겪은 것보다 훨씬 날씨가 좋아서 해낸 것이었다. 게다가 우리 식량의 양과 질이 현저하게 우수했던 것이 다. 나는 우리 페미컨속에 든 건조시킨 과일의 15퍼센트만 가지고도 괴혈병을 막는데 큰 도 움이 될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고대 안데스 산맥 인디안의 비법에 따라 건조되고 얼려진 감자들은 매우 영양가가 높으면서도 가볍고 부피가 작았다. 썰매끌기에는 최상의 식량인 것 이다. 어떤 경우였든, 그것은 마침내 남극점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는 우리 역량에 대한 자 신감을 가져다 주었다. 남극점 공략조는 두개의 썰매팀으로 구성되었다. 쥬아나와 돌로레스 그리고 내가 한 팀. 그 리고 칼로타와 페피타 그리고 죠가 한팀. 베르타와 에바 그리고 테레사의 지원조는 무거운 짐들을 지고서도 길들을 미리 조사하려 빙하위까지 올라가고 하면서 우리를 앞서 나갔다. 그리고 우리의 귀환을 위해서 보급품을 비축창고를 마련해두기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5일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그래서 에르실라 비축창고와 미란다 비축창고 사이에서 우리는 서 로 만났다. 그날 "밤" - 물론 극지대의 밤이 실제로 완전히 어두울수는 없지만 - 우리 아홉 모두는 얼음 평원의 심장부에 와 있었다. 그 날은 11월 15일이고 돌로레스의 생일이었다. 우리는 뜨거운 초콜렛에다가 피스코(역자주:페루산 브랜디) 몇 온스를 넣어 마시면서 축하를 했다. 모두들 아주 행복했다. 우리는 노래불렀다. 그 위대한 침묵속에서 우리들 목소리는 그 토록 가냘프게 들렸었다. 왜 지금 그 생각이 떠오르는 걸까? 그 때 날씨는 흐렸고 눈이 올 것 같았다. 그림자도 나지 않았고 지평선도 안보이고 평원의 정적을 깨뜨리는 어떤 물체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우린 참새처럼 펄쩍 펄쩍 뛰면서 노래를 불렀다. 잠을 잔뒤 우리는 아침을 배불리 먹었다. 그런 다음 본부조는 계속하여 북쪽으로 나아갔 고, 남극점 공략조는 썰매를 끌고 계속 나아갔다. 하늘은 곧 개였다. 하늘 높이는 엷은 구름 이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빠르게 지나갔지만 아래의 빙상위는 고요하기만 했다. 온도도 영 하 5도나 10도 정도여서 썰매끌기에는 충분할 만큼만 적당히 추웠다. 평평한 얼음 위에서 우 리는 하루에 11마일, 즉 17킬로미터 이하로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대개는 하루에 15마일 내지 16마일, 즉 25킬로미터의 가량은 전진했다.(우리 계기들은 영국제라서 피트, 마일, 화 씨온도 등으로 눈금이 되어있었는데, 숫자가 큰 편이 더 빠른 느낌이어서 우리는 종종 마일 을 킬로미터로 환산해 불렀다.) 남아메리카를 떠날때 , 우리는 셰클턴씨가 1908년에 남극으 로 다시 원정을 떠나서 남극점에 도달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금년(1909년) 6월에 영 국으로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 때는 제대로 된 그의 탐험보고서를 남아메리카에서 는 아직 구할 수 없었다. 우린 그가 어떤 길로 탐험을 했는지,얼마나 멀리까지나 갔는지 몰 랐다. 그러나 단조로운 흰색 평원 저 건너편 산봉우리와, 그리고 조용히 흐르는 기묘한 무지 개빛 테두리의 조각구름아래에 조그만 검은 점들이 어른거려 보이는 것에 우리는 그리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서 그리로 갔다. 그 것들은 겨울의 폭 풍설에 뒤덮혀 거의 쌓아올린 눈더미가 되어 있었는데 대나무 막대에 매달린 깃발과, 그저 닳아빠진 옷조각 하나에 빈 기름통들이었고, 빙판에는 몇 개의 발자욱들이 몇 인치씩 솟아올 라 있었다. 어떤 날씨에는 사람의 몸무게로 눌린 눈은 그대로 남고 주위의 성긴 눈들이 녹거 나 바람에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발자욱이 오히려 솟아 올라 보인다. 그래서 이 거꾸로 튀어 나온 발자국들은 몇 달 동안이나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마치 줄지어 있는 구두수선공이 쓰는 구두골들을 일렬로 늘어놓은 것 같은 희한한 광경이었다. 도중에 그런 흔적들을 또 마주친 적은 없었다. 나는 대충 우리가 셰클턴씨보다 약간 동쪽으 로 갔었을 거라고 믿고 있다. 우리의 관측원 쥬아나는 스스로 연습을 잘해서 관측과 계기판 독에는 신뢰성있고 체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장비들은 최소한에 불과했다. 삼각발이 다린 세오돌라이트(경도의),육분의,나침반 두개, 그리고 크로노메터 정도였는데,실제 여행한 거리 는 바퀴에 달린 거리계로만 재고 있었다. 어쩌든, 내가 처음으로 산들 사이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대빙하를 처음으로 본 것은 셰클 턴씨의 자취를 만난 다음 날이었다. 그 빙하는 우리에겐 빙상의 수면고도에서 수천피트 위 쪽의 알티플라노로 오를 수 있는 경로가 되었다. 그 통로는 장관이었는데 엄청난 수직 비면 (庇面)과 암석기둥으로 되어 있었다. 죠와 쥬아나는 그 통로를 지나 흐르는 거대한 얼음의 강을 프로렌스 나이팅게일 빙하라고 불렀다. 나이팅게일은 원정에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우리 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자, 영국이라는 섬의 종족기질 가운데 가장 훌륭하고 강한 많은 것들 을 대표하는 걸로 보이는 저 용감하고 특이한 여성이었다. 지도에서는 물론 이 빙하는 셰클 턴씨가 지은 대로 <비어드모어>였다. 나이팅게일을 오르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이 길은 얼핏보기에 순탄했고 우리 지원조에 의 해서 잘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며칠후 우리는 공포스런 크레바스들 사이에 끼게 되었다. 그것들은 숨겨진 틈새의 미로와 같았고 폭은 1피트에서 30피트 사이였는데 깊이는 30피트에 서 천피트 까지나 되었다. 우리는 조금씩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고, 이제 길은 내내 오르막이 었다. 우리는 빙하에서 15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영하 7도까지도 올라갔고 백야현상은 작은 텐트속의 우리를 괴롭혔고 우리 모두는 그 뒤틀린 얼음의 능선들과 크레바 스사이에서 길을 잡을때나 우리앞의 장관들을 보려고 눈안경을 벗기라도 하면 곧바로 눈이부 신 증상을 느꼈다. 매일 매일 나아감에 따라 갈수록 크고 이름없는 봉우리들이 서쪽과 남서 쪽에서 시야에 들어왔다. 봉우리 넘어서 다시 봉우리가,능선 뒤로 능선이 보였고, 끝없이 지 속되는 낯속으로 거친 암석과 눈이 계속 나타났다. 우리가 발견한 산봉우리들이 지리학자들의 관심을 끌 것 같지는 않아서 장난 삼아 이름들 을 붙여주었다. 죠가 이름 붙이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었으니, 남미 교외의 어딘가의 다락방 에 있게될 스케치된 지도에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름이 등장하게 되는 것은 순전히 그녀의 공로이다. 이를테면, "볼리비아의 큰 코","나는 장군 로사다.","구름제조기","누구의 코?" 라든지 "남십자성의 우리 숙녀의 왕좌" 같은 이름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알티플라노,거대한 내부 고원에 올랐을때 죠가 거기다가 <팜파>(역자 주:아르헨티나의 대평원 이름)라는 이름을 붙였다. 죠는 눈에 안보이는 투명한 소떼가 눈보 라와 카우보이와 쉬지않고 불어닥치는 매정한 바람속에서 풀을 뜯고 있다고 했고, 우리가 그 사이로 걷는 거라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우리는 그때 지쳐있었고, 만이천피트나 되는 높은 고도와 매서운 바람, 그리고 하늘가의 태양주위에서 어른거리는 원이나 십자가모양의 반짝임 에 둘러 싸여서는 다소 제정신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종종 하늘에 태양이 서너개씩이나 보 이곤 할 정도였다. 그 곳은 사람이 있을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우리는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 느라 그토록 애를 쓰고 난 다음이니 한 발자욱이라도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보라가 혹독한 추위를 몰고온 탓에 우리는 텐트 안의 슬리핑백 속에 30시간동안이나 있어 야 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휴식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절실 했던 건 온기였지만 그 끔찍한 평원 어디에도 우리의 혈관속의 미약한 체온외에는 열이라고 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 동안 내내 서로 꼭 엉켜있었다. 우리가 누워 있던 얼음은 두께가 2마일이나 되었다. 갑자기 날이 개어 고원치고는 좋은 날씨가 되었다. 영하 12도에, 바람은 그다지 세지 않았 다. 우리들 셋은 텐트에서 기어나왔는데 건너편 텐트에서도 다들 기어나오고 있었다. 그 때 칼로라는 그녀의 조는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페피타는 많이 아팠다. 눈보라가 치는 동안 쉬었는데도 체온이 34도를 밑돌고 있었다. 칼로타도 호흡에 곤란이 있었다. 죠는 완벽 하게 건강했지만 남극점을 정복하러 가기보다는 친구들과 머물러 어려울 때에 힘이 되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성탄절에 마시려던 피스코 4온스를 아침 코코아에 넣어 버리고, 텐 트를 파내고 썰매에 짐을 실은 다음 그 쓰라린 평원의 백색 햇빛아래서 서로 헤어졌다. 이제 우리 썰매는 꽤 가벼웠다. 우리는 남쪽을 향해 계속 전진했고, 쥬아나는 매일 우리 위치를 계산했다. 1909년 12월 22일에 우리는 남극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날씨는 언제나 그 랬듯이 무척 혹독했고, 그 하얀 황량한 지점에는 아무런 표식도 놓여 있지 않았다. 우리는 눈으로 기념표식을 세우거나 텐트 기둥, 깃발같은 걸 남겨놓을까 서로 얘기해 봤지만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였다. 우리가 해냈던 이 모든 일과 우리의 자취같은 것들은 이 곳의 경이로움 앞에서는 단지 무의미할 뿐이었다. 우리는 바람과 추위를 피하려고 한 시간에 걸쳐서 텐트을 세웠고 차 한잔을 끓여 마셨다. 그리고 세웠던 "90도 캠프",바로 남극점에서 의 캠프를 철거했다. 여지껏 썰매 디딤판에 차분하게 서있던 돌로레스는 눈을 쳐다보았고, 그 눈은 우리의 흔적을 남길 여지도 없이 단단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어 디로 가지?" "북쪽." 쥬아나의 농담이었다. 그 특별한 장소에는 그 외의 다른 방향이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웃지 않았다. 입술이 동상 으로 많이 갈라지고 다쳐서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캠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람은 뒤 에서 우리를 밀어주었고, 부딪쳐 오는 칼날같은 눈보라를 무디게 해 주었다. 그 주 내내 눈보라는 우리를 한 때의 미친 개처럼 몰아쳤다.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 여서 남극점에 가지 말껄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때에 도 그 곳에 아무 표시도 안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최초의 남극점 정복을 꿈에 그리던 누군 가가 거기서 그걸 보면 얼마나 자신이 바보스럽고 보이고 허탈해하겠는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우리는 칼로타의 일행을 따라잡자는 얘기를 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속도가 느릴 것이었다. 사실 그들은 바람을 타려고 텐트를 돛으로 쓰고 있어서 우리보다 한 참 앞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곳에 우리를 위해 눈으로 표식을 쌓거나 다른 표시들을 남겨 놓아야 했다. 한번은 조가 10피트짜리 <사스트루기>의 바람을 등진 면에 마치 미라플로 레스 해변의 모래밭에 아이들이 쓰는 것처럼 "이리로 가시오!"라고 써 놓았었다. 얼어붙은 능선을 타고 부는 바람은 그 말들을 완벽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놔두고 지나갔다. 우리가 빙하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한 바로 그 무렵부터 날씨는 따뜻해졌고 미친 개처럼 불 던 바람은 극점에 매여 영원히 울부짖도록 남겨 두었다. 오르는데 15일이 걸린 거리를 우리 는 8일만에 내려왔다. 그러나, 우리가 <나이팅게일>을 내려올때 도움을 줬던 좋은 날씨는 <베리어> 빙상에 내려와서는 저주가 되었다. 거기서 우리는 저장고에서 저장고까지 가는 길 에 충분한 양을 먹을수 있으리라 기대했고 마지막 3백마일 남짓동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행운과도 같은 순탄한 길을 기대했지만 그 건 오산이었다. 빙하가 빽빽한 지대에서 나는 내 눈안경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때 썰매의 난간에서 크레바스로 떨어질 뻔 했다. 그리 고 그때 <통로>아래로 암벽을 약간 기어내려 가야 했는데 이 때 쥬아나도 그녀의 눈안경을 깨뜨렸다. 이틀 후 밝은 햇빛 아래서 눈안경 하나를 돌려 쓰다보니 모두들 눈이 아파서 몹시 고생했다. 이정표나 저장고 깃발을 쳐다보고 앞을 쳐다보는 정도로도, 심지어는 나침반을 보 기만 해도 눈이 부셔 심한 고통을 느꼈다. 나침반을 보기위해서도 바늘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그 걸 눈위에 놓아야 했던 것이다. <콩콜로코르보 저장고>에는에는 특별히 좋은 식량과 연료 가 있었는데, 우리는 거기서 만사를 포기하고 눈에 붕대를 감은채로 슬리핑 백에 기어들어갔 다. 그리고 천천히 무자비한 태양아래 노출된 텐트에서 바닷가재처럼 천천히 산채로 데워졌 다. 베르타와 죠의 목소리는 내가 지금껏 들어본 중 가장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우리가 다 소 걱정이 되어서 그들은 스키를 타고 남쪽으로 마중을 나오던 중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캠 프로 데려갔다. 우리는 매우 빨리 회복했지만, 알티플라노의 흔적은 몸에 남았다. 나의 어린 로시타는 아주 어렸을 적에 <엄마 발가락은 개가 물은거야?>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미 친 눈보라>라라고 불리는 개가 그렇게 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나의 어린 로시타와 쥬아나 는 그들이 어렸을때 그 무서운 개가 어떻게 으르렁 거렸고 그 눈에 안보이는 목동과 <나이팅 게일>이라 불리는 8천 피트 높이의 얼음의 강에서 투명한 소들이 어떻게 뛰어 놀았는지에 관 한 모든 얘기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사촌아주머니 쥬아나가 일곱태양 아래의 대지에 서서 차한잔을 마셨나 하는 그런 요정나라에서 일어났던 모든 얘기도 다 걔들에게 해 주었다. 마침내 캠프에 도착했을때 깜짝 놀랄만할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레사가 임신을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불쌍한 여자의 불룩나온 배를 보니 우선 화부터 났다. 분노,격분. 우 리중의 한사람이 무엇 하나라도 그것도 그런 일을 모두에게 숨겨야 했다니! 그러나 테레사가 일부러 숨긴건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가장 알 필요가 있는 걸 그녀에게 감추었던 사람만이 비난받아야 했다. 테레사는 하인들에게서 길러졌고 수녀원에서 4년간 교육받았고 16에 결혼 을 했다. 그리고 이 불쌍한 여전히 20살이 되어서도 그녀의 주기에 이상이 생긴게 추위탓이 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완전히 틀린 생각은 또 아니었다. 왜냐하면, 우 리 모두도 남극점을 공략하면서 추위와 굶주림과 피로가 겹쳐감에 따라 그런 주기의 변화를 겪었던 것이다. 테레사의 식욕은 일반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그녀자신이 애처롭게 말한 것 처럼, "살이 찌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그녀가 했던 모든 썰매끌기 작업들 을 생각하면서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상적으로 몸이 불어갔고 단지 문제는 그녀의 정말로 탐욕스런 식욕이었다. 그녀 수줍게 말한 남편과의 농장에서의 밤으로 계산해보면 애 기는 바로 옐코호가 도착할 날인 바로 2월 20일에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2월 14일에 산기를 느꼈을때 2주간의 남극점 정복여행에서 돌아오지 않았었다. 우리중 몇 명은 애기를 낳은 경험이 있어서 분만을 도왔다. 그리고 어쨌든 필요한 것의 대 부분은 자명했다. 그러나 첫출산은 길고 힘이 들어서 우리는 테레사가 놀라서 여유를 잃는 동안 모두 염려를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도둑갈매기처럼 목이 쉴때까지 그녀 남편 호세를 불러댔다. 죠는 마침내 침착성을 모두 잃고 이렇게 소리쳤다. "신을 걸고 맹세하건데 테레 사, 만약 한번만 '호세'라고 말하면 펭귄이 되어버리라고 기도하겠어!" 그래도 테레사는 20 시간의 고생끝에 얼굴이 빨간 예쁘고 귀여운 딸을 낳았다. 그 아이의 이름으로 그녀의 여덟명의 자랑스런 산파 아주머니들로 부터 따야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폴리타,펭귀나,맥머르도,빅토리아...등등. 그러나 테레사는 한숨 잘자고 페미칸을 잔뜩 먹은 후에 이렇게 발표를 했다. "나는 그녀를 로사 -남극의 장미-라고 짓겠어." 그날 밤 우리는 우리 귀여운 로사에게 건배하며 <뷰브 클리퀘트> 마지막 두병을(피스코는 남위 88 도 30분에서 해치웠으니.) 마셨다. 2월 19일, 배 도착 하루전에,쥬아나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속으로 황급히 뛰어들어 왔다. "배야, 배가 왔어." 그리고는 그녀가, 그 모든 고통과 긴 여정의 단조로움 속에서도 결코 눈 물을 보이지 않던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돌아오는 항해에서는 특별히 말할것은 없었다. 우리는 안전하게 돌아왔다. 1912년에 모든 세계는 용감한 노르웨이인인 아문센이 남극점에 도달했다는 걸 알았다. 그리 고 한 참 후 스코트 대장과 그의 동료들이 아문센의 바로 뒤에 남극점에 도달했고 집으로 다 시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금년에 쥬아나와 나는 옐코호의 선장에게 편 지를 썼다. 왜냐하면 신문들이 그가 <엘리펀트 섬>에서 어니스트 새클턴경을 구하기 위해 용 감하고 신속하게 달려간 얘기로 온통 가득찾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축하해주고 싶었고 한 번 더 그에게 감사하고자 했다. 그는 우리에 대한 비밀을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 지 않았다. 그는 명예로운 루이스 팔도 가문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1929년에 이 마지막 기록을 덧붙인다. 우리는 서로 연락이 끊어진지도 여러해가 지났 다. 우리처럼 그렇게 멀리 떨어져 사는 여인네들이란 만나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쥬아나가 죽은 이후로 나는 오랜 썰매친구들을 본 적이 없다. 가끔씩 편지를 주고받기는 했다. 우리 귀여운 남극의 로사는 5살때 성홍열로 죽었다. 테레사는 애들을 많이 낳았다. 칼로타는 몇 년전에 샌디에고에서 수녀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늙었고 늙은 남편과 장성한 아이들과 언젠 가 남극탐험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할 손자가 있다. 비록 그들은 우리같이 정신나간 할머니 를 둔 것을 다소 부끄러워 할지라도 그들은 그 비밀을 공유하는 걸 즐거워할 것이다. 그래도 아문센씨가 그걸 알면 안될텐데! 그는 아마 몹시 당혹해하고 실망할 것이다. 우리가족이 아 닌 그나 다른 누구도 우리의 원정은 알 필요가 없다. 우리는 심지어 발자욱조차 거기에 남기 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