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 (sigma ) 갈리아 원정기 - 김호진 - 10/05 19:12 268 line --------------------------------------------------------------- < 단편 > ******* 갈 리 아 원 정 기(�P疹是) ******* # 餐:갈리아 원정기는 원래 로마의 장군이었던 케사르(Julius cesar)의 저서이나 본문에서 편의상 별 뜻없이 인용하는 것임. < 1 > 이것이 특별한 무용담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그렇다고 숨막히는 모 험의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제목은 거창하게 원정기(�P疹是)라고 붙여 놓았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나는 총한발 쏴본 적이 없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는 대군(暗琡)과 전함(脂룡)을 소유했었던 그 어느 전략가보다도 훨씬 그럴듯한 업적을 난 이루어냈다.다시 말해 서 나는 빈손으로 식민지 정복을 감행했었고 또 무리없이 그것을 성공 시켰던 것이다. 이쯤에서 여러분은 수 만 인구의 잉카문명을 정복했던 불과 1백여명 가량의 스�A인군대-피사로라는 사악한 인간이 이끌었던- 를 연상하게 될른지도 모른다.그러나 생각느니 오랜 편견에 젖어있는 모든 사람들이여,물리적 폭력에만 의존하는 정복(疹�g)이란 얼마나 저 급한 것인가.또한 그러한 형태의 지배란 얼마나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만일 그대가 타고난 욕심으로 무엇인가 손에 넣길 원한다면 이 짧은 이야기는 그대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것임을 확신한다.아울러 이 원정기는 정복자들에게 훌륭한 귀감(�2��)이 될 것이다. --우주력 2744년, 갈리아성(��)총독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스 포니아 도프스키 2세 < 2 > 내가 그 작지만 평화로운 행성을 발견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였다.당시만 해도 나의 신분은--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다면 우울했던 과거조차 유쾌한 추억이 될 수 있는 법이다--몇군데 행성간의 수하물 운송을 관리,검사하는 말단관리에 불과했다.여러분은 '말단'이라는 수 식어가 붙어야만 하는 직급에서의 고충들을 이해하는지--공무(頌譽)라 는 허울안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상급자들의 횡포를 인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런 힘도 없는 민중(�U窓)들 만을 골라 못살게 굴어보 는것 뿐이다.그날도 나는 사소한 일을 트집잡아 어느 영세한 운송회사 (�1凝�u�t)의 직원들을 상대로 으름짱을 놓고 있던 중이었다.그 회사 는 수백년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기호품--이른바 '담배'라는 고 약한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그날은 마침 중형(猖阪)우 주선 몇척분의 담배가 그다지 멀지 않은 항성계로 떠나가야 하는 날이 었다.나는 우선 운송회사 직원들의 복장에 대해서 시비를 걸었다.규정 된 방역복(실제로 어떤것이 규정된 물건인지 알 바 아니지만)을 착용 하지 않으면 항성간 운항법 2174조 57항에 위배된다고(즉석에서 떠올 린 숫자였지만 이런식으로 말을해야 대화의 주도권을 쉽게 잡을 수 있 는 법이다)으르렁 댔더니 그들은 매우 위축된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한 동안 수근대고는 결국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오는 것이었다.그렇게 노 골적으로 물어오다니! 아마도 그들은 나같은 관리 다루는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있음이 분명했다.내가 그 말에는 대꾸를 않은 채 대충 일곱 가지쯤 더 트집을 잡자 그제서야 그들의 두뇌가 제대로 회전하기 시작 하는듯 보였다.그들의 우두머리가 내게 이렇게 제의해 왔으므로. "괜찮으시다면 바쿠닌성(��)까지 동행해 주시죠.그곳에서 운송작업 이 끝나는대로 적절히 감사의 뜻을 표하겠습니다.바쿠닌성은 '엘리'라 는 연체동물의 요리가 일품이랍니다." 내가 그들의 우주선에 동승(�b已)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그들은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해서 좋고 나는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게 되어 좋 고--이 얼마나 아름다운 공생(刷唯)의 모습이랴.인간의 명백한 장점중 하나가 서로 돕는 방법을 알고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라는 것쯤 여러분 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닐른지. 그러나 뭔가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것은 수송선(�S凝�_)이 두번째 워프(WARP)를 시도했을 때였다.함께 떠난 세척의 우주선중 하 필 내가 탑승한 우주선의 엔진이 과열되어 작동불능상태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그것도 워프의 도중에. 조종실 한구석에서 솔리테어(혼자서 할수 있는 카드놀이의 일종)를 즐기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던 내게는 정말 날벼락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나는 화가난 나머지 조종실의 콘솔을 마구 걷어 찼지만 소용없 는 일이었다.어짜피 엔진의 사전점검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던 것은 나같은 관리들의 책임이었으니 말이다. 나와--그리고 '플라토'라는 이름의 수송회사 직원,이 둘을 태운 고 물 우주선 '데모크라시'호는 그야말로 표류하는 뗏목의 신세가 되어버 린 꼴이었다.그것도 좌표조차 분명치 않은 낯선 우주속에서. 선내에는 다행히 2개월분의 비상식량이 실려져 있었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담배를 씹어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수송선 자체가 구식 이다보니 분자변환기(瑢底�8�E拾)따위를 갖추었을리도 만무한 노릇이 어서 그 이상을 버틴다는 것은 애당초 무리였다.그러나 어쩌랴,워프엔 진이 파괴된 상태에서는 빠른 속도로 가까운 항성계를 찾아 나설 수도 없을 뿐더러 행여 찾아진다 할 지라도 지성생물이 거주하고 있다는 보 장은 없는 것이다.더우기 그 지성생물이 워프엔진을 제조할 만한 능력 을 갖추고 있을 확률은..? 참으로 암담한 일이었다.구조신호를 보내봤자 몇백년 몇천년이 걸려 신호가 닿을지 모를 일이었다.여러분도 알다시피 초공간통신(村虹�p枕 藺)은 워프엔진이 정상적으로 동작할때에 한해서 가능하니 말이다.하 기야 이런식으로 우주에서 증발해버린 우주선이 어디 한둘이던가. 2개월이 후딱 지나자 승무원 플라토는 나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 다.내가 그의 육체를 '비상식량'의 차원에서 계산하고 있음을 눈치챈 모양이었다.아니,비록 그도 고장난 엔진을 수리하는데에만 절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느순간에 인육(�a嘲)의 식도락가로 변신하 게 될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우리는 나날이 말수가 없어져갔고 굳 게 잠긴 라커안에서만 수면을 취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 다. 그러나 우주를 관장하는 신에게 영광이 있을지니--구원의 순간은 오 고야 말았다.표류를 시작한지 80일째 되는 날로 기억한다.내가 품속에 칼을 숨긴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플라토를 부르고 있는데(그는 5일전부 터 나를 피해 도망다니던 중이었다.)돌연 그가 굳게 잠긴 조종실의 문 울 열고 뛰어나왔던 것이다.나는 오히려 겁을 잔뜩 집어먹고 물러났지 만 그의 표정은 놀랍게도 환희에 가득찬 것이었다.처음에는 그가 굶주 림에 지쳐 미쳐버린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웠지만 몇분 안지나서 우리는 포옹을 하고 있었다.사심없는 포옹을. 어느순간에 고고한 행성하나가 스크린에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 < 3 > 우리가 과연 어떤 항성계에 접근해 있는 것인지 알 방도는 없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눈앞에 하나의 행성이 출현했다는 것이고 또 그 행성에 분명한 생명반응이 보여지고 있다는 점이었다.워프엔진을 이용 하여 우리가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도 나중의 문제였 다.당장은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단거리용 보조엔진을 움직여 혹성표면에 착륙을 시도했다.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래도 수송선을 파괴시킬 정도는 아니었 다.눈앞에 마냥 어른거리는 음식의 환영(�C財)과 함께 '갈리아원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갈리아'라는 이름은 그곳 원주민의 분명치 않은 발음에서 비롯됐 다.그곳에서 최초로 마주친 원주민에게 혹성의 이름을 물었을때 그 사 수이족(�\�2�3�{)의 생물은 '갈리아'라고 대답했었다.그들의 언어체계 가 빈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곧 밝히겠지만 그 외계인이 '갈리 아'라고 말한 뜻은 '귀찮게 하지 마시오'라는 것이었다.그런데 과거 지구에서 어떤 영국신사가 캥거루라는 동물의 이름을 제멋대로 지어 퍼뜨렸듯이 우리도 그 별을 갈리아라고 이름지어 부르기 시작했던 것 이다. 그 별을 일컫는 말로서 '예술가의 별'이라는 표현보다 적절한 것은 없다.고등생물--다시말해 갈리아인은 숫자는 비록 많지 않았지만 명백 한 행성의 주인이었으며 독특한 문화체계를 이루고 있었다.그 별은 지 구에 비해 덩치가 무척 작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서 갈 리아인들이 생존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쏟아부어야할 경우란 거의 없었 다...자아,이점이 대단히 중요하다.어딜가나 풍부하게 흘러넘치는 식 량,청량한 공기와 맑은 물,행성의 표면을 적당한 온도로 유지시키는 항성의 에너지...그러한 자연속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생물은 남아 도는 정신및 육체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최초로 만난 갈리아인은 마침 활엽수(�T栽�7)의 줄기에 기묘 한 도료(涯��)를 사용하여 무엇인가를 채색하고 있었는데 내가 그것을 일종의 방충(窪蟲)작업이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는 그 작업을 꽤 오랫동안 해왔던듯 주위의 모든 나무들이 각양각색으로 채 색되어 있었는데,그것이 아름다움을 통해 만족을 얻는 일종의 '예술작 업'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간 뒤였다.다음으로 만난 갈리아인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여러가지 형태로 돌무더기를 쌓 아 올리거나 동굴을 스치는 바람소리마다 귀를 기울이는등,그야말로 무가치한 행동(적어도 내 기준으로는)으로 하루하루를 소일하고 있었 던 것이다.어쩌다 말을 붙여 보아도 그들은 그저 '갈리아,갈리아'라고 만 중얼거릴 뿐이었다.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겨우 다른 말을 한두마 디씩 얻어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단성생식(阿�쀪咽�)의 방법으로 종족의 수를 일정하게 유지 하고 있었는데, 서로간에 별다른 논의 없이도 개체수를 그토록 정확히 쟹춰나가는 능력은 신비로울 지경이었다.(별다른 논의 없이--이 대목 도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그들은 '사회'나 '군집(潚凄)'이라는 개념을 애초부터 갖고 있 지 않았는데 그것은 자연환경으로 볼때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 다.인간의 경우 자연도태와 약육강식의 냉엄한 역사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다보니 집단생활이 불가피 했고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 되어버 렸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갈리아에서는 전혀 다른 패턴의 생활 양식으로 지내왔던 것이다.그들은 철저히 개인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했 으며 결코 둘씩 셋씩 모여사는 법이 없었다.단성생식으로 어린 개체를 낳으면 잠시 같이 지내기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린 생물이 스스 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만이었다. 그리고는 막대하게 남아도는 시간에 그들은 예술작품의 창조에만 몰두하는 것이다.그러니 우리가 자랑하는 과학문명같은것이 그들에게는 손가락만한 의미조차 있을 턱이 없었다. < 4 > 최초의 며칠간,우리는 유쾌한 휴식에 푹 젖어있었다.먹을것은 어디 에나 넘쳐나고 경관또한 뛰어나니 마치 유토피아에 와있는 기분이었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나는 무료함이라는 치명적인 열병에 걸려 하루 하루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그것은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나는 체질적으로 사회적인 속성을 갖고 있었고 사회적인 관계에서 만들어지 는 즐거움에 익숙해있었으니 말이다.갈리아인들은 도통 대화의 상대 가 되어주려 하지 않았으며(사실상 폭넓은 대화는 원칙적으로 불가능 하기도 했다.사회라는 개념이 없는 그들로서는 복잡한 언어체계가 필 요치 않았기 때문이다.)그나마 말벗이 될수 있는 플라토조차 우주선의 수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수리작업은 불가능 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런일이나마 몰두할 수 있는 플라토는 행복할 것이다.솔리테어를 500판쯤 하고--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몇시간 산책을 하는 것이 내일과의 전부였 다.'천국이 이런 곳이라면 난 별 흥미가 없는데.'라는 것이 당시의 솔 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런채로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반복되는 일상(�}位)의 무료함으 로 인해 그때쯤은 머리칼이 다 빠져버릴 지경이었다.우주선의 상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으나 플라토는 끝내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고지식한 뱃놈같으니라구.가끔은 그가 여자였더라면--하는 어이없는 상상을 안해본 것도 아니었으나 만약 그랬다한들 상황이 얼마나 나아 져 있으랴.남녀가 사랑에 빠져있을 때에는 그 둘의 사랑만으로 얼마든 지 서로의 영혼을 살찌울수 있을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천만 의 말씀이다.사회를 떠나보라,오죽하면 에덴의 이브가 뱀과 어울릴 생 각을 했을까. 지구사회에서 문제로 여겨졌던 여러가지 악덕(�R鴦)도 나름대로의 존재의미가 있었다는 깨달음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각종 양념에 길들여진 사람은 양념없이는 어떤 음식도 먹기 어려운 법이다.그 양념 이 필요하다! 나는 솔리테어를 집어치우고 산책도 그만 두었다.그리고는 시원한 나무그늘에 기대어 앉아 모종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그것은 매우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갈리아인들에게 사회생활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면 어떨까.내게는 상 식적이고 합리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회생활인데 뭐 그들이라고 그 렇게 되지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그들이 함께사는 묘미를 터득하게 된다면 그네가 우리 지구인들처럼 희노애락(盒�Q�~也)의 감정을 가지 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다.혼자만 의 세계에 침잠하여 헤어나오지 않는 현재의 풍토가 오히려 예술활동 을 저해하고 있지않느냔 말이다.(이런식의 결론에 대해서는 나도 자신 이 없긴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난 원래 사색하고는 거리 가 먼 인간이지만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떠올릴 능력은 있다.방법을 찾 아보자..사회화(�t�u票)라는 거룩한 작업을 위해 나는 처음에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 5 > 갈리아인들이 산재(韻�4)해있는(이런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다.그 별에는 마을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숲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법 우람한 산봉우리가 하나 솟아있다.편의상 그 산을 '제네시 스(Genesis)'봉이라 부르기로 하자. 어느날인가 그 산으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그 소리는 얼추 들으면 천둥소리와도 비슷했으나 자세히 들으면 커다란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비슷했다.무신경한 갈리아인들 조차 그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소리의 크기며 빈도(�J厄)가 자꾸 증가한다 는 것에 있었다.처음에 그 소리는 밤에만 간헐적으로 들려왔을 뿐이었 다.갈리아에서도 항성의 에너지가 대기및 물에 의해 부지런히 순환되 고 있으니 천둥이야 낯설리가 만무하지만 그것이 나중에는 밤이건 낮 이건,맑은 날이건 궂은 날이건 시도때도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으니 오히려 관심을 안가진다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그러나 이 말은 단 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뜻이지,소리의 발원지(쒚I�2)를 찾아 나서기로한 갈리아인이 있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그들은 나름대로의 작업에 열중하다가 우두커니 서서는 제네시스봉을 기이한 눈초리로 바 라보고는 했다.그 눈초리는 점차 의혹의 빛깔을 띄기 시작했는데 그 의혹은 내가 상처입은 몸에 갈갈이 찢어진 옷을 걸치고 찾아간 순간에 는 거의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나는 헐떡이며 그들에게(그렇다고 그들이 모여있었다는 뜻은 아니 다.그들은 개별적으로 나와 마주쳤지만 나는 갈리아인의 대부분을 그 런 모습으로 찾아갔었기 때문이다.)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제네시스봉에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호러'라는 거대한 파충류괴 물의 알이 묻혀 있었는데 그 알이 부화해서 이제는 덩치큰 괴물로 자 라나있다.호러는 이 별에서는 드문 육식성동물로 산속의 작은 생물들 을 먹고 살아왔는바,이제는 몸집이 커진 나머지 작은 동물로는 배를 채울 수 없게 되자 산을 내려오기 시작한 것이다.나는 산의 지형을 조 사하던 도중 우연히 그놈과 마주쳤는데 천우신조로 목숨만을 건져 탈 출해올 수 있었다.그놈의 전진 속도로 보아 아마도 5-6일 후면 이 숲 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나는 여러분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도록 하기위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뭐 대충 이런 식이 었다.나는 그 괴물의 크기를 한껏 부풀려 당신쯤은 한입에 꿀꺽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는데 마침 때맞춰 산에서 표효소리가 들려올 양이면 메시지의 효과가 훨씬 대단해지는듯 했다.충실한 플라 토..너의 부지런 함이란.. 내가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데는 플라토의 공이 지대했다.확실히 손재주는 좋은 녀석이다.그러나 손재주가 좋은 녀석 일수록 이런식의 궤계(馴笹)에는 머리가 미치지 못하는 법이다. 이틀후,갈리아인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나와 앉은 나는 손을 요란하게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그것이 갈리아인들의 슬픔 을 표현하는 방법이다)그들이 슬픔을 표해야할 일은 오래전부터 별로 없었지만 그런대로 감정의 전달은 성공한듯 싶었다.그들은 의혹에 가 득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내 옆에 누워있는 자기동료의 참혹한 시체 를 주의깊게 바라보았다.그들은 하나같이 충격을 받은것 같았다.놀라 움과 공포의 파문이 조용히,그러나 강렬하게 그들 사이에서 퍼져나가 고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이 잘 되어가고 있음을 기뻐했다.힘이 센 갈리아인과 맨손으 로 붙어 싸울경우 시체가 되는 것은 내쪽이겠지만 싸움의 승리자는 보 다 교활한 쪽이 되기 마련이다.나는 함정을 파느라 물집이 생긴 손의 통증에 아랑곳않고 이 사건이 빅 뉴스로 퍼져나가게끔 하는데만 몰두 하고 있었다. < 6 > 계획은 무르익어 갔다.확실히 갈리아인들은 변하기 시작했다.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 팽개쳐져 있었던 '불안'과 '공포'의 감정이 서서히 실 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그들이 예술작업에 전념하는 것에는 변화 가 없었지만 하루중 많은 시간이 주위를 탐색하는데 쓰여지기 시작했 다.특히 임신한 갈리아인들은 은신처에 몸을 숨긴채 나오려 하지 않았 다.(모성애가 우주 공통의 본능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낯설 고 새로운 긴장감이 갈리아성을 팽팽하게 사로잡고 있었다. 그쯤되자 나는 '코뮨'이라는 이름의 갈리아인 을 찾아갔다.그는 힘 이 센 갈리아인중에서도 두드러진 거인으로,바위언덕에 무엇인가를 새 겨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강한 네개의 팔뚝이 움직일때마다 산산히 부서져 나가는 돌무더기를 보고 난 그만 겁을 집어먹었지만 세상에 용 기없이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법이다. "이제 위대한 예술작품만 남고 사람은 사라지겠군요.우리 지구에는 이런 속담이 있답니다.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코뮨은 작업을 멈추고 그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불길 한 예감으로 인해 몸이 떨려왔지만 어짜피 피해갈 일은 아닌것이다. "당신의 그말은 무슨 뜻인가.어째서 내가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없다 는 말인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몇발치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호러라는 괴 물이 먹어도 먹어도 고프기만 한 배를 쓰다듬고 있다 이겁니다." 코뮨이 눈살을 찌푸렸다.(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그가 손으로 한번 툭 밀치기만 해도 내 몸은 몇미터 밖으로 곤두박질할 지경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다만 우울한 눈으로 내 말뜻을 새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참만에 그가 입을 열었다."나 는 이 작업을 끝내고 싶어,그리고 그 다음 작업도." "그 괴물을 없애야 합니다."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물론 한 두 사람의 힘가지고 그 괴물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방법은 하 나 뿐입니다.여러분들은 '힘을 합쳐야' 합니다." 나는 비교적 단순한 어휘만을 사용하려 애쓰며 갈리아인에게 내 계 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그가 인내심을 가지고 그렇듯 오랫동안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내가 느끼기로 는 갈리아인이 죽음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그는 다만 창조작업이 중단될 가능성만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고개를 끄떡인 그가 느릿한 걸음으로 작업장을 내려가자 나 는 쾌재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이번 일의 시작은 썩 잘되고 있는 셈이다.나는 나자신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점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하이 스코어 임에는 틀림이 없다!. < 7 > 그것은 갈리아 역사상 유례없는 대사건이었다.갈리아인들이 '회의 (�u�1)'라는 것을 위해 꾸역꾸역 모여드는 광경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그러나 나는 그것을 두눈으로 보고 있었다.대부분의 갈리아 인들이 숲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널찍한 공터에 모여 자기들도 생경하 다는듯 눈을 꿈벅이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충 모인것 같소.우리가 해야할 바를 일러주시오." 소집(誘凄)의 일등공신 코뮨이 무뚝뚝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그리고 그는 되도록 짧 게 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나는--그러니까 갈리아성 최초의 의장(�1只) 스타니슬라스 오거스투 스 포니아 도프스키는 광장의 중앙에서 역사적인 연설의 첫머리를 풀 어놓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내가5 며칠간을 고심한 끝에 작성한 것인 만큼 멋지고 훌륭한 것이었다.아마 고대 로마의 키케로가 살아온다 한 들 그보다 박력있는 연설을 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우선 '호러'의 무서움을 계획보다도 훨씬 부풀려 강조했다.내 말을 들은 갈리아인이라면 예외없이 호러가 머지않아 갈리아성을 통째 로 삼켜버린다는 착각에 사로잡혔을 지경이었다. 한번 공포의 맛을 경 험해본 사람은 다음차례의 공포에 쉽게 감염되는 법이다-- 그들의 얼 굴에 떠오르는 표정을 보고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유로운 창조의 생활을 되찾기 위해서는,괴롭 고 힘들어도 힘을 합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우리'를 지키는 것 이 곧 '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그들은 이 미 동료의 시체를 보았었고,자기자신의 육체가 갈갈이 찢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수의 갈리아인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보호 에서 제외'시킨다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물론 개중에는 이 거룩한 역 사에 동참하지 않는 축도 있겠지만 그것이 문제가 될리는 없다.그들은 절대다수와는 거리가 멀 뿐더러 머지않아 집단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호러의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나는 역할 분담을 실시했다.우리 의 계획은 이러했다.일부는 조를 짜서 호러의 침입을 감시하고 또 일 부는 곳곳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놓는다.(내가 호러의 칫수를 꽤 부풀 렸으니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나머지는 두가지 임무로 나뉘는데 하나는 무장한채 호러와의 결전을 준비하는 쪽이요, 다른 하나는 다른 갈리아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식 량와 식수를 저장,조달하는 쪽이었다. 거침없는 나의 분류에 갈리아인 들은 묵묵히 따랐다.(그것은 나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그런 경험이 전 무하다보니 이론(�F�u)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연설과 역할분담이 끝나자 그들은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조 직적으로'흩어지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는 벌써 제왕(�8�m)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 8 > "모든게 잘못 돌아가고 있어." 코뮨이 내게 으르렁댔다. "당신 말대 로 되어가고 있지 않다구." 며칠후 갑자기 나를 찾은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모골이 송연했지만 그럴때를 대비해서 이미 준비해 놓은 말이 있는 지라 짐짓 엄숙한 표 정을 지었다. "난 최선을 다했습니다.뭐가 문제라는 거죠?" "당신 눈으로 직접 보면 엉망진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거야.감시 를 맡은 축들은 각자의 위치를 벗어나 예술작업을 하고있어. 파놓은 구덩이는 손바닥하나가 겨우 들어갈만한 크기에 불과하다구.왜냐하면 자발적으로 하기에는 누구에게도 지루한 작업이기 때문이지.무장대기 (俉證壓拾)한 치들이 있는 곳을 가보니 무기만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더군.식량공급이 전혀 안돼서라나.." "안타까운 일이군요" 내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까지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쓸 밖에요..모두들 찬 성할른지 모르겠지만." "찬성하고 안하고는 중요하지 않아.괴물의 밥 신세는 면해야 할것아 닌가." 그 앞서가는 사고(�f笑)가 우중(情窓)속의 너를 영영 피로케 하리라 --이런 생각을 내심 떠올리며 나는 그에게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 것은 간단히 말해 지휘계통(�6蝦熒寢)의 이입(�I��)이었다. 바야흐로 계급(說�t)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거 괜찮은 방법이군. 각 모임마다 몇명의 책임자를 두어 그들5 게 작업을 일임시킨단 말이지? 다른 이들은 책임자의 말을 따르게 하 고.." 한마디로 권력을 부여한다는 말이지.그것이 어떤 형태로 변질되는지 는 두고보면 알겠지만--.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물론 그가 알아듣지 못하는 지구의 언어로. "그리하여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할 필요 없이 책임자들에게만 따지면 되는 겁니다." "책임자들이 자기 역할을 못하면 어떻게 하지? 누구누구를 책임자로 정해야할른지도 문제군." "그래서 책임자들에게 그때그때의 임무를 맡기고 감시하는 감독자가 필요한 겁니다.우리 지구에서는 보통 그런식의 역할분담이 상식화되어 있죠." "그렇군.그렇다면 그 감독관은 누가하지?" "찾아보면 적당한 인물이 있을 겁니다. 이런 식의 일에 경험이 많은 인물..같은 값이면 완벽한 준비를 위해 괴물을 직접 경험해본 인물이 면 좋겠지요..누가 좋을까.." 갈리아인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나는 그의 시선을 일부러 외면하고는 먼산을 바라보았다.코뮨의 입에서 기 다리던 말이 튀어나온 것은 다음순간의 일이었다. "그럼 그건 당신이 해." 절대권력자의 탄생이다!! < 9 > 갈갈이 찢긴 갈리아인의 시체 3구가 다시 발견되자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나는 책임자들을 소집해놓고 울상을 지었다.(그런식의 모 임에 대해 아무도 더이상 어색해 하지 않는 것만도 대단한 발전이었 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멀었습니다.호러의 아가리가 지척까 지 다가와 있는데도 말입니다.(이대목에서 나는 처연하게 한숨을 쉬었 다.)대체 다가올 비극에 대해 이토록 무심할 수 있는 이유가 뭐죠? 여 러분은 미래를 조금도 생각지 않습니까?" 책임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그들은 이미 나를 일개 이방 인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했다.적어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 이 역력했기 때문이다.(아아,이 권력의 달콤함이여.) "어쩔 수가 없어요." 갈리아인 하나가 나직히 중얼거렸다. "우리는 부지런히 임무를 부여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이행하지 않아도 할 말은 없습니다.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자유'의 문제이니까요." "개인적인 자유라.." 나는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피어 오르는 연 기에 그들은 질겁을 하는 기색이었지만 그것이 위험한 행동이 아니라 는 것을 특별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것 같았다. "당신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있어요.이대로라면 개인적인 자유라는 것도 결국 호러의 날카로운 이빨에 동강이가 나고 말 것입니다.다시 말해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는 개인적인 자유보다 맡겨진 임무수행이 우선이 되어야한다 는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군요."다른 갈리아인이 더듬거렸다. "개인의 자유보다 소중한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일이 없는데요. 우리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었고-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나는 조금 딱딱한 어조 로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호러라는 위 험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분은 단합과 결속에 동의했습니다.그러나 이 대로라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서로가 맡겨진 일을 피해나간다면 단합과 결속의 의의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어버리니까요.여기에 서 우리는 전체 '집단'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다소 제한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이를테면 미래의 더 큰 자유를 위한 통과의례 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죠.보다 안전하고 멋진 미래를 위해 당장의 불 편은 감수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우리끼리 어떤 '약속'을 정하는 것입니다.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수 행하지 않았을 경우 몇가지 형태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약속 말이죠...우리 지구에서는 오래전 부터 그런 방법을 사용해왔고..그것 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지구에서는 개인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었습니까." "여러가지가 있었죠..물론 종족과 집단에 따른 차이는 있었습니다만 대충 요약해보면 벌금을 물리던가..육체적인 고통을 주던가..일정한 장소에 가두어 자유를 제한하던가.." 나는 생명을 강제로 빼앗는 '사형(�m��)'이라는 제도에 대해서는 일 부러 언급을 하지 않았다.유통경제에 대한 개념이 없는 그들로서는 벌 금이 무엇인지 알리는 만무했지만 일정한 장소에 가두어 '자유를 제 한'한다는 이야기에도 누구나 얼굴가득 공포의 빛을 띄웠기 때문이었 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죠? 무슨 권리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 한다는 말씀입니까." 이런 반문을 하는 갈리아인은 목소리조차 떨고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일은 아니죠.그러나 개인이 스스로의 자유행사에 너 무 집착하여 그 결과로 다른 많은 이들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면 그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약속인 것입니다." 불편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더욱 자세히 당위성을 설명할 수도 있었지만 난 일부러 부연하지 않았다.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내 진정 한 의중을 간파당할른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온전히 납득시키기에 아무래도 시체 3구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눈쌀을 찌푸리고 있던 내게 머뭇거리는 갈리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약속이 필요하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단,다른 동료 들과 의논할 시간이 필요하겠는데요." "어디까지나 저는" 나는 필요이상으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이와같은 일들을 여러분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그저 여러분이 현명한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그러나 나의 승리감은 채 몇초도 가지 않았다.아까부터 침묵만 지키 고 있던 덩치큰 갈리아인 하나가 이렇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아나크'라는 그 갈리아인의 반발은 내가 어렴풋이 예상하던 수준을 웃도는 것이었다. 쇠몽둥이를 방불케하는 그의 네 팔뚝에서는 나뭇가 지가 부러지는듯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는데 그 소리는 내 얼굴을 사색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이 있었다. "이런 돼먹지 않은 일에 내가 왜 끼어들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되 어가는 꼴을 보니 한심해서 더이상 견딜 수가 없소.대체 우리가 왜 우 리의 동료들을 강제(惜�4)한단 말이오.감히 누가 그같은 권능(純��)을 특정한 이에게 부여할 수 있단 말이오.우리종족은 수천,수만년동안을 서로에게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은 채 평화롭게 지내왔소...당신은 괴물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이라며 그같은 주장을 펴지 만 우리 갈리아인이 망각(�]�V)의 종족이 아닌이상 그 불이익에 대한 은원(組�@)의 기억은 오랫동안 남게 될것이고 이미 그자체로서 종족의 평화는 깨어지게 될것이오.그럴바에야 차라리 공동의 적인 괴물의 밥 이 되는 편이 낫소.그 괴물이 과연 존재하는가도 분명치 않지만." 그의 억센 팔뚝이 당장이라도 나의 목을 조를것만 같아 나는 겁을 집어먹었지만 다행히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일어서서 나가버렸다.다 른 갈리아인들은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몹시 다급했지만 불안한 표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 실을 떠올리고 팔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이 행동이 갈리아인의 슬픔 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직껏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도 어엿한 갈리아 문화권(澳票盾)의 사람이다.) "나의 팔길이로는 이정도의 슬픔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현실이 유감 스럽군요." 내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그 들이 알 리는 만무했다. "내가 이 외로운 행성에 표류한 이래 이같이 슬퍼본 적이 없었습니다.저도 예술활동을 제외하고는 삶의 다른의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인데 왜 이같이 힘들고 괴로운 일을 사서 하겠습니 까.저 역시 혼자서 하는 작업에 익숙해져 있는 만큼 혼자만의 생활에 안주(�\差)하는 것이 만족스러우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그러나 먼 옛날부터 예술적인 갈구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왔던 내가 이 행 성에 도착해서 무엇을 느꼈는지 아십니까? '아아,인고(�k素)로 점철된 내 삶의 신산(妊原)함은 이 별에서의 환희를 예비하기위한 절차였구 나..'하는 것이었습니다.그만큼 여러분의 예술작업이란 내게 거룩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입니다.여러분의 작업은 내가 상상할 수 없 었던 경지까지 올라있었기 때문이죠.그래서 전 고민에 잠겼습니다.나 의 부족한 역량을 닦아나간다면 과연 이들의 수준까지 이를 수 있을까 --.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그 이후에 전 어떤생각을 했을까요.'그 렇다면 나는 이들의 곁에서 영원히 머무르며 이들의 왕성한 활동을 도 와야할 의무가 있지 않겠느냐.그리고 이들이 다른 저급한 가치에 시간 을 빼앗기지 않도록 지켜줘야 하지 않으랴..' 그렇습니다.결론은 바로 이러한 생각이었습니다.그래서 호러의 위협 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는데에 나약하기만 한 제 육신과 정열을 바치 기로 맹세한 것입니다.그런데 그 순수한 뜻이 이런식으로 받아들여지 다니..." 어깨가 빠져나갈듯 아파올때까지 내가 팔을 흔들어대는 동안 갈리아 인들은 자못 숙연한 표정이었는데 내 말뜻을 그들이 온전히 이해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자고로 예술하는 족속들 이란 칭찬에 귀가 엷은 법이다.그것이 턱없이 과장된것이든,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든. 그러나 한두마디만 알아들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갈리아인 책임자들이 모두 떠나버린 이후,나는 몇번에 걸쳐 플라토 에게 갈리아인들의 분위기를 읽어오도록 종용했다.예상대로,시간이 지 남에 따라 모든 상황은 낙관적으로 전개되어가고 있었다. 안도감과 맞 물려서 내 마음속에는 '아나크'라는 이름의 건방진 갈리아인에 대한 분노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놈은 하마터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뻔 했다. 누가 응징의 권능을 부여하느냐고? 그자는 머지않아 그 해답 을 알게 될 것이다. < 10 > -- 호러의 위협으로 부터 우리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약속을 명문화한다. 1. 책임자가 부여한 임무를 비 책임자가 수행하지 않았을 경우 동굴 감금 10일. 2. 상급 책임자가 부여한 임무를 하급책임자가 수행하지 않았을 경 우 동굴감금 15일. 3. 위의 1,2항의 판단 여부는 5인 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함. 고대 중국의 약법삽장(滋擾寃葺)이라 한들 이보다 더 간결하며 이보 다 더 합리적인 내용을 띠고 있었으랴.법치(擾�M)갈리아 만세!! 위와 같은 법령(적어도 내게 익숙한 용어로는)이 정해진 것은 그로 부터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명시된 5인 위원회에 나와 플라 토,그리고 코뮨이 끼어 있었음은 두말할나위가 없다.난 처음에 '약속' 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모든 갈리아인들의 맹세를 받아야한다고 생 각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갈리아인들은 하나같이 정직했고--일단 설득된 갈리아인이라면 약속을 어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다만 문제는 '아나크'를 중심으로한 소수의 추종자(머지않아 그들을 무정부주의자 로 부를 수 있게 되리라)들이었다.그들은 설득된 다수의 갈리아인들에 게서 어느정도 떨어진 장소에 은신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들을 하루 빨리 제재해야한다고 생각했으나 노골적으로 서두르지는 않았다.(어 쨌든 언젠가 그들도 나의 사랑스러운 신민(日�U)이 될 것이므로.) '약속'이 만들어진 이래 갈리아인들의 생활은 시나브로 달라져 갔 다.물론 그같은 변화를 재촉이라도 하는듯 호러의 포효가 날로 극심해 져 갔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변화중에 두드러진 것은 분담된 작업의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호러를 겨냥한 구덩이는 당장 언덕이라도 빠뜨릴수 있을 만큼 깊어졌고(그래서 계획했던 구덩이의 숫자를 늘려야 했다.) 무장대(俉證昻)의 규율은 틀이 잡혔다.식량을 담당한 갈리아인들은 너무 열심인 나머지 걸음마다 부딪히던 과일이며 채소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줄어들었을 지경이었다.(물론 그것들은 별 다른 방부(窪慾)처리 기술이 되어있지 않은 창고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주목한 것은 그런 외연적(�r�U�l)인 변화가 결코 아니 었다.그보다는 새로 주입된 '질서'가 갈리아인들의 사고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조차도 결과는 만족스 러운 것이었다.하급의 책임자들은 식생활을 위해 '초보적인 노동'도 할 필요가 없었고 그저 자기 통솔하에 있는 갈리아인들에게 작업량을 지시,감독하여 책임량만 달성하면 그뿐이었다. 그 결과로 막대한 잉여 (佐�>)의 시간이 그들에게 주어지게 되었는데 책임자들중 몇몇은 그 시간을 이용,그동안 소홀했었던 예술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그런데 그것이 다른 갈리아인들의 불만을 사고 만 것이다. 누구는 책임량 달 성을 위해 거의 모든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하는데 누구는 한가롭게 예 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는것이 공평하다고 느껴질 리는 만무했다.(거룩 한 평등의 개념이여!) 분쟁이 잦아졌고--그 중재(瘡�>)는 대부분 나의 몫이었다.그때마다 나는 양쪽 모두에게 일부러 엄혹(章袍)하게 대했는데 그 이유는 계급 의 갈등을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모든 갈리아인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5인위원회로부터 어떤식으로든 불이익을 당한 하급 책 임자의 일부는 제소(?)한 갈리아인에게 적어도 편안한 작업을 할당하 지 않았다.(할당 목표량은 같다해도 그것을 달성하는데 드는 노력의 양까지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니만큼 그것은 조금만 생각하면 쉬운일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갈리아인이 바보가 아닌이상 책임자의 의도 를 곧 간파하게 되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불만은 한층 자라난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두번 세번 중재요청이 거듭되면 나는 그 책임자를 과감 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갈리아인을 자리에 앉힌다.그럴 경우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다가 졸지에 여늬 노동자로 전락하게된 갈리아인의 심중에는 권력에의 향수(�